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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203화 (203/230)

203화. 잘못 드셔서 그런 거 아니야

일반인들은 모르겠지만, 환자 또는 환자의 가족들만이 아는 이름들이 있다.

바로, 그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의 이름이다.

위는 김XX 교수.

뇌는 윤XX 교수와 같은 식으로 말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자동차만 해도 고장 증상에 따라 유명한 기술자를 찾아가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던가.

하물며,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

나아가 그 사람이 본인의 가족이라면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지.

한종수 교수.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간암 수술의 권위자.

그가 지금 검사결과를 확인하며,

재차 되물었다.

“이거 잘못 가져온 거 아니지?”

“예. 제가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한수희 환자분 자료 확실합니다.”

“허...”

기가 찼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저도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

같이 수술실에 들어가는 박 선생도 그 반응이 이해가 된다는 듯이 답했다.

결과상으로 간에 있던 암의 크기가 꽤 많이 줄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의 장기에 전이도 없이 완전히 깨끗한 상태.

물론, 실제 수술실로 들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현대의 검사결과에서는 희박한 경우였다.

“그러게 말이야. 놀랍군.”

한종수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수술 전부터 좋은 징조가 보이면, 수술이 굉장히 쉬어질 테니까 말이다.

그야말로 환자에게도 좋고,

수술실의 의사들에게도 좋은 최고의 상태.

“이런 상태라면, 굳이 이식이 필요치 않겠어.”

보통 간암 수술은 간에 생긴 암세포가 있는 부위를 절제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것이 최고의 방법은 아니었다.

이는 간의 특성 때문이다.

간은 피가 모이는 장기였으니, 혈관에 침윤된 암세포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을 다 포함해서 잘라낸다면 생각보다 그 크기가 커지게 되고,

그만큼 간에 무리가 가거나,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재생이 잘되는 간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크기는 남아야 제 기능을 하며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때문에 간 이식수술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설명했고,

환자분의 가족중에서 흔쾌히 동의하는 지원자가 있었으니,

당연히 이식수술로 계획을 잡아 놨었는데,

지금 한수희 환자의 상태를 보아하니, 이식보다는 오히려 아주 작은 부위만 도려내면 되는 정도의 수준.

간의 특성 때문에 진행도가 빠른 편임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일을 겪어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흔한 일도 아니었다.

“국소 절제술. 그리고 복강경으로 하지.”

한종수가 결정을 내렸다.

배를 가르고 흉터가 꽤 크게 남는 이식수술에 비해서, 복강경은 1~2cm의 작은 구멍만이 남는 수술이다.

그만큼 환자의 몸에 부담이 줄어드는 수술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할만큼 환자의 상태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라 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교수님.”

“정말, 다시 봐도 믿기지 않네.”

“그러게요. 저도 결과를 보기 전까지 믿을 수 없었다니까요.”

박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 검사결과를 처음 본 것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리라.

“혜민한방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았다고 했던가?”

“네. 그쪽에서 연락받았습니다.”

“대체,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일단은, 자네가 가서 환자에게 이 사실을 전해주게.”

그렇게 이 이야기는 병실에 입원해 있는 한수희와 김예진에게로 전해졌다.

“결과 나왔습니다.”

“어떤가요?”

“아주 좋더군요. 그리고 김예진 씨.”

“네?”

김예진이 살짝 긴장한 채 대답했다.

아무리 대담한 그녀의 성격이라 할지라도, 이런 수술의 경험은 없었기 때문이리라.

“김예진 씨는 그냥 퇴원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게 무슨...? 혹시, 제 검사 결과가 안좋게 나왔나요?”

“아니에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한수희 씨의 검사결과가 너무 좋게 나와서 이식 대신에, 복강경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김예진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한마디로, 엄청나게 상태가 좋아서 간이식 대신에 아주 조금만 잘라내면 된다는 뜻이 아닌가.

“감사해요. 선생님.”

“아닙니다. 저희가 뭘 한 게 아니니까. 그런데, 혹시.. 혜민한방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제가 좀 알아보니까, 한수희 씨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에 있는 환자들도 전부 상태가 좋아져서 왔다고 들어서요.”

“그건...”

분명 허준을 비롯한 선생님들에게 여러 설명을 들었지만,

막상 대답하려니 말문이 막힌 김예진.

그때,

“그냥,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신나게 수다도 떨고 그랬죠.”

한수희가 대신 답했다.

“그, 그렇군요.”

머쓱해진 의사가 병실을 나섰고,

두 모녀가 서로를 꼭 안았다.

*   *   *

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 이정호.

처음 이 자리에 앉았을 때는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말 그대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를 이끄는 자리가 아니던가.

감독이라면 누구나 꿈꿔볼 자리지만, 막상 앉으니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가 그러했다.

외국에서 잘나가는 선수들과 국내 리그에 있는 선수들.

평소 서로가 해온 훈련과 플레이가 다르다 보니,

불협화음이 나는 것이 당연할 터.

여기에 더해서 사회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선후배 관계도 있지 않던가.

특히, 이런 운동 쪽의 선후배 관계는 강력했으니,

“선배님. 그땐, 이렇게 해서 이런 식으로 볼을 돌리는 게-”

“야,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럴 땐 뒤로 돌려야 안전한 거야 임마.”

연습할수록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아무래도 서로의 기대감이 다르다 보니 어쩔 수 없겠지.’

축구는 11명이 하는 팀 스포츠.

뛰어난 선수 한두 명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간이 남았다는 점.

그렇게 훈련을 거듭해가는 중에,

어느 날 김찬용이 코치에게 말했다.

“코치님. 다들 지쳐 보이는데, 컨디션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휴가를 달라는 뜻이야? 우리 훈련하기에도 시간이 널널하지 않은데.”

“아니요. 그보다 더 좋은 곳이 있거든요.”

그렇게 나온 혜민한방병원의 이름.

코치도 흔쾌히 동의했다.

“거기 거기아니야? 나도 들어봤어.”

최근에 유명 축구선수 조셉이 다녀갔다는 이유로,

코치와 선수들 사이에서 꽤 유명해져 있는 곳이었다.

“잘됐네요. 그럼, 코치님이 감독님께 한번 이야기 좀 해주세요.”

그렇게 이야기가 된 국가대표 선수들의 단체 방문.

병원장인 최인호가 이를 거절할 리 없었다.

“진료시간에는 이목이 좀 끌리니까, 날짜를 협의해 보시죠.”

협의된 날짜에 찾아온 선수들을 최인호와 혜민서의 선생님들이 맞이했다.

“잘 오셨습니다.”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우리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간단하게 각자 불편한 곳을 말하고,

돌아가면서 진료가 시작되었다.

평소에도 체력관리를 하는 현역선수들이었기에,

대부분의 선수가 기운이 차고 넘쳤다.

‘오히려 힘이 너무 넘치는데?’

옛말에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힘이 끓어 넘치는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사고가 생기기 마련이었으니.

허준이 선수들의 기운을 조금 빼내고,

오히려 차분해지는 처방을 내렸다.

그 결과,

“이게 무슨 일이야?”

삐걱거리며 돌아가던 팀플레이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자신의 주장과 고집을 내세우던 사람은 부드러워지고 차분해졌으며,

반대로 움츠러들어 있던 사람들의 움직임은 활기를 찾았다.

마치,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룬 것처럼.

11명의 사람이 모여 제대로 한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덕분에,

“골!! 골입니다!”

“대단합니다. 이런 강팀을 상대로 선제골이라니요!”

“보고도 믿기지 않은 장면이네요. 마치, 유럽리그를 보는 기분입니다.”

TV에서는 연일 월드컵 예선전에 관련된 뉴스가 쏟아져 나왔고,

이를 식당에서 지켜보면서 혜민서 식구들이 점심시간을 가지는 중이었다.

“와 이번에 우리 4강 신화 한 번 더 쓰는 거 아니야?”

“확실히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달라졌다니까요? 한국 축구가 아닌것 같아요.”

축구를 보고 있는 선생들의 이야기.

“참, 김 선생님 이야기 들으셨죠?”

“그럼요. 정말 잘됐어요.”

“안 그래도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김예진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뻐하는 사람들까지.

그리고 김형서에게 묻는 최허준.

이상하게 요즘 자신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리라.

“원장님, 혹시, 요즘에 운동선수들이 좀 오는 것 같지 않으세요?”

“내가 알아봤는데, 요새 축구 소식듣고, 체육계 쪽에서 우리 병원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더라.”

“어쩐지. 요즘 들어 부쩍 운동선수들이 많아진 것 같더라니.”

최근에 여러 운동 종목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었으니,

아무래도 이 때문인 듯싶었다.

“그래도 지금이 차라리 좋네요. 탈모 치료 때문에 한동안 출근하기 빡셌는데.”

박용준이 시원하다는 듯이 말하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에는 연장근무를 안 해도 됬으니까 말이다.

“그러게요.”

“맞아, 그땐 정말 장난 아니었지.”

물론, 지금도 많이 찾아오는 질환의 환자 중 하나였지만,

이전만큼은 아니었다.

치료사례와 치료법을 공유하면서,

혜민서에 속해있는 많은 한의사가 치료를 시작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과거에 동상과 화상 환자가 허준한의원으로 몰려왔다가,

서서히 줄어든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포인트를 1 획득하였습니다.」

「포인트를 2 획득하였습니다.」

「포인트를 1 획득하였습니다.」

···

이렇듯이 빠르게 포인트가 올라간다는 이야기.

덕분에,

* 보유 포인트 : 83441

꽤 많은 포인트를 모은 허준이었다.

허준이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후 진료 보러 가셔야죠? 저 먼저 가볼게요.”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이따 오후에 봬요~ 원장님들.”

“모두 파이팅 입니다!”

*   *   *

귓가에 누군가의 통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눈을 뜨니, 뽀얀 시야가 맞이한다.

“여기...”

깨어난 한수희의 목소리를 들은 김태용이,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곧바로 전화를 끊고는 아내를 맞이했다.

“당신, 괜찮아?”

한수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김태용이 손을 마주 잡았다.

“다행이야. 수술 잘 끝났대.”

왠지 모를 안도감에,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무서웠지? 이제 다 끝났어. 며칠 지내다가 돌아가자.”

그리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김예진.

“깨어나셨다고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움켜쥐며 하늘로 뻗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그녀의 행동을 보고 미소 지었다.

“잘됐어요. 팀장님.”

“축하드려요!”

그리고 그 시각.

서울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2층 저택.

늘 먹던 시간에 맞춰서 보약을 따듯하게 덥혀 들고 가던 여인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를 깨웠다.

“아버님~ 약 드실 시간이에요.”

하지만, 대답이 없는 남자.

자연스럽게 호흡을 하고 있었기에,

‘잠에 깊이 드셨나 보네.’

이렇게 판단한 여인이 들고 있던 보약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몸을 살짝 흔들며 불렀다.

“아버님 일어나실 시간이에요. 약 가져왔어요.”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제야 뭔가 이상하라는 느낌을 받은 여인이 아버님이라 불린 남자를 살피고는,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119를 눌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치의를 만날 수 있었다.

“회장님께서는 아무래도 혼수상태에 빠지신 것 같습니다.”

“갑자기 혼수상태라니요?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그게... 현재로서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원래 지병도 있으셨고..”

“잠깐,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일단은 잠시 상황을 지켜보시죠.”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

그들 중 하나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혹시, 그 보약인가 그거 잘못 드셔서 그런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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