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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188화 (188/230)

188화. 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윤호가 부르르 떠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박 기자에게서 온 사진 묶음.

거기에는 허준과 아이돌로 보이는 연예인의 사진이 여러 장 찍혀 있었다.

그 아래에 함께 날아온 메시지.

- 박성호입니다. 부탁하신 일을 처리하던 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이윤호가 사진을 한 번 더 확인하고는 곧바로 그녀가 누군지 확인했다.

최근에 가장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비행소녀단의 유민정.

‘아이돌과 한의사라.’

이 정도면 꽤 불타오르겠는걸.

의원님이 좋아하시겠군.

그렇게 사무실로 들어가.

김준석에게 이 내용을 보고하니,

“아, 내가 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그 일 그냥 접어.”

“네...?”

갑자기 접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유가 굉장히 궁금했으나, 평소 그의 성격을 알고 있던 이윤호였기에 굳이 토를 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의원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대로 사무실에서 나오며 보낸 메시지.

박성호가 그 메시지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내뱉었다.

“아니, 지금 누구 똥개훈련 시키는 거야 뭐야?”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니,

이거 그냥 이대로 기사를 써도 되잖아?

넘쳐나는 뉴스의 시대.

자극적인 뉴스와 단어가 조합되는 쓰레기 뉴스라도 조회 수만 많으면 장땡인 세상 아니던가.

유명한의사 A 씨와 아이돌 A양의 관계.

그것도 최근에 가장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아이돌이라면?

이 정도 단어 선택에 사진만 살짝 섞여도 어마어마한 조회 수를 기록할 것이 분명했다.

‘이 좋은 것을 그냥 버리라고?’

탐욕으로 번뜩이는 눈으로 기사를 써 내려간 박성호.

당연히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혹시나 고소를 당할까 싶어,

기사의 내용에 오묘한 단어를 섞어서 안전장치까지 포함 시킨 상태.

그렇게 기사의 업로드를 예약으로 걸어두고,

내일 아침이면 이 뉴스로 떠들썩해질 생각에, 부푼 가슴을 안고 퇴근했다.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샤워를 하고 나온 허준.

그런데, 소파 위에 있는 스마트폰이 쉬지 않고 떠는 중이었다.

뭐야, 고장이라도 난 건가.

허준이 스마트폰을 들어 확인해 보니,

- 올~ 제법인데?

- 대박. 이거 진짜임?

등등 친구들과의 단톡방.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물론, 이 단톡방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혜민서 멤버들이 있는 단톡방이었다.

- 원장님. 이거 뭔가요?

- 한번 확인해 보세요.

링크를 누르니,

자신이 차에 오르는 유민정에게 환약을 가져다주는 사진이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 아래의 기사는 뜬금없는 열애설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이게 뭐야?’

허준한의원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져 있었던 것이다.

당황스럽네. 뭐, 이러다가 잠잠해지겠지.

어차피 김강현 대표가 있는 스타엔터테인먼트에서 대응할 테니까.

그렇게 무신경하게 출근한 허준.

그런데, 정작 사람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 네. 원장님. 안녕하세요.”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느낌.

게다가, 진료실로 찾아온 박용준이나 이두철 선생의 경우에는,

“원장님...?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진짜 아니죠? 저 유민정 팬인데..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아닙니다. 곧 진료시간인데 진료 준비나 하죠.”

그리고 당연히 최인호의 호출도 있었다.

“자네, 그 뉴스 봤나?”

“네. 일단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그냥 제가 환약을 깜빡해서 뒤따라가 전해준 것뿐이에요. 병원장님도 아시잖아요? 병원장님이 직접 진료를 부탁하셔서 잡은 날인 거.”

“나야 당연히 알고 있었지.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야.”

“그럼, 이만 진료 보러 내려가도 되겠죠?”

“물론. 오늘도 수고해주게.”

허준이 나간 병원장실에는 김예진이 들어왔다.

“어떻게 할까요?”

“뭐, 어떻게 하기는. 우리야 손해 본 것은 아직 없잖나. 오히려 뉴스 덕분에 병원 이름도 유명해지고 혜민서도 유명해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김 팀장. 걱정하지 말아. 안 그래도 아침에 김 대표한테 전화 와서 처리하겠다고 했거든.”

“알겠습니다.”

그렇게 사무실로 돌아온 김예진.

인터넷에 올라온 뉴스의 반응을 살펴보니,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 생각보다 잘 어울릴지도? 저는 응원합니다.

- 맞아. 그러고 보니 우리 민정이 아플 때 고쳐준 선생님이 시라던데. 이게 인연인가 봐요.

등의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동조하는 반응과,

-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네. 유민정이 아깝다 ㄹㅇ

- 민정아 사랑해따...ㅠ

등등의 부정적인 반응.

어느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김예진이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   *

박성호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이미, 자신이 올린 기사를 여기저기 퍼 나르기 시작한 모습만으로도 우월감이 느껴졌다.

‘크~ 이 맛이지.’

그렇게 출근.

출근하자마자 사람들이 오~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준다든가 하는 반응을 보여주었고.

“부장님 호출입니다.”

당연하게도 부장의 호출로 이어졌다.

부장실로 향한 박성호.

‘역시, 부장님도 알아보신 거지.’

기분 좋게 들어서며 인사했다.

“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부장의 표정이 영 탐탁지 않다.

그리고 그런 부장의 옆에 서 있는 여인.

대체 누구지? 적어도 같은 회사 식구는 아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업계 사람 같긴 한데.’

“야, 박성호!”

“네?”

“너 내가 기사 올리기 전에 나한테 허락 맡고 올리라고 그랬어. 안 그랬어?”

갑작스러운 호통.

뭐야, 언제는 이것저것 자극적이게 마구잡이로 올리라면서.

“에이~ 부장님 왜 그러세요? 요새 대세 아이돌이라서 그래요? 덕분에, 조회 수도 어마어마하게 나왔을 텐데.”

이렇게 넉살 좋게 넘기려 하는데,

옆에 있던 여인의 입이 열렸다.

“박성호 기자님. 안녕하세요. 최은진이라고 해요. 방송국 PD입니다.”

“PD요? PD님이 여기에는 무슨 일로...?”

“아, 사실 업무 때문에 찾아온 것은 아니고요. 이거 기사 올라간 것 좀 내려주셨으면 해서요.”

대답이 없는 박성호.

최은진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박 기자님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거 혜민한방병원에서 찍으신 사진이죠?”

“네.”

“사실 여부도 확인 안 하고 그냥 올리신 거고요.”

“에이 PD님도 우리 업계 아실만한 분이.”

“그래서 드리는 말이에요. 혜민한방병원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예진 팀장이라고 모르시죠?”

“네. 당연히 모르죠.”

“어쩐지. 왠지 그러신 것 같더라고요. 참고로 말하자면, 그 김예진 팀장의 부모님이 법무법인 태산의 대표님이시거든요?”

법무법인 태산이라니.

박성호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태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로펌.

한마디로, 잘 못 건드리면 X 된다는 뜻이다.

“아침에 김 팀장이 연락이 왔더라고요. 박 기자님 아냐고 어떤 사람이냐고 말이죠. 그래서 제가 여기 계신 김 부장님과도 연이 조금 있고 해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이렇게 직접 온 겁니다."

김예진의 설명에, 김 부장이 고맙다는 듯이 인사했다.

“자네가 이렇게 직접 달려와줘서 고마워. 언제, 내가 건하게 사지.”

이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안 박성호.

‘이건 당장 내려야 해.’

“아, 네.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기사는 바로 내리겠습니다. 정정 기사도 낼 테고요. 최대한 없었던 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래요. 생각 잘하셨어요. 참, 그리고 이건 그 애가 뒤끝이 있어서 드리는 팁인데,”

박성호가 귀를 쫑긋거리며 기울였다.

“걔가 혜민서 대표도 겸임하고 있거든요. 아마, 혜민서 기사가 나오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혜민서 기사요? 알겠습니다.”

“제가 할 말은 끝인 것 같네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하죠. 부장님. 저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   *   *

이 잠깐의 헤프닝은 금세 해결되었다.

스타엔터테인먼트에서 공식적인 기사가 나오기도 전에 처음 올린 기사가 사라지고 정정 기사 및 사과문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인은 언제나 빠른 민족.

덕분에 며칠이 채 되지도 않아 이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반면에,

“어? 우리 기사가 또 올라왔네요?”

진료 시작 전에 커피를 마시던 박용준이 아침에 올라온 혜민서와 관련한 기사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신기하네. 보통 이런 내용은 기사로 한두 번 나오고 잘 안 나오지 않나?”

기사 내용은 지난주 토요일에 있었던 혜민서의 봉사활동에 관련된 내용.

당연히 사진 몇 개와 늘 비슷한 내용이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이름 같은데...”

기자의 이름은 박성호.

일주일에 두어 개 정도는 꾸준히 혜민서에 관련된 기사를 써서 올리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덕분에, 이제는 혜민서 배지를 보면 누구나 쉽게 알아보고 응원도 해줬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당연히 참여 인원은 갈수록 많아졌으니, 혜민서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거대해져 가고 있었다.

당연히 이렇게 혜민서란 단체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었으니,

“이왕이면 우리도 얹혀 가자고.”

라며 한의사협회에서는 김예진을 호출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한의사협회장 실에 들어선 김예진.

“오랜만이에요. 김 대표.”

“그동안 잘 지내셨죠? 협회장님.”

“물론이죠. 요즘 혜민서에 관한 기사를 자주 접하고 있어요. 제가 다 기분이 좋더군요.”

김예진이 웃으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다, 한의사협회와 여러 단체에서 도움을 주신 덕분이죠.”

“그래서 말인데, 우리 협회에서도 더욱더 전폭적인 지원을 할 생각입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앞으로 잘 해봅시다.”

이렇게 혜민서가 친근하고 커지는 와중에,

허준 또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포인트를 5000 획득하였습니다.」

지금 얻은 포인트는 바로 눈앞에 있는 최민영 환자를 치료하고 난 뒤에 얻은 그것이었다.

“친구에게 사과했다면서요?”

“네! 그 친구랑은 이제 완전히 절친으로 지내고 있어요.”

“잘됐네요. 정말, 잘했어요.”

“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환청도 치료하고, 친구도 생기고.”

환하게 웃으며 답하는 최민영.

허준이 그런 그녀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제는 진료받으러 더 안 와도 될 것 같아요.”

“정말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이자,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선생님 덕분에...”

“아니에요. 저는 그저 도울 뿐이죠. 그게 제 일이고. 그러니, 우리 이제는 다시 안 봤으면 좋겠네요. 최민영 씨.”

그 인사에,

최민영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웃으며 화답했다.

“그래도 감기 걸리면 올게요~ 반겨 주실 거죠?”

그렇게 최민영을 치료하고,

평소처럼 진료를 이어나가던 허준.

치료실에서 시술을 마치고 진료실로 돌아와 모니터를 확인하는데,

‘뭐야?’

접수된 차트에 묘한 글귀가 적혀 있다.

환자의 이름은 이재웅.

나이는 49세. 증상은 시력 저하라고 한다.

‘시력 저하라니?’

허준이 오케이 메시지를 보내자,

문이 열리며 이재웅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런 그의 옆으로는,

* 보상 : 10000

무려 1만 포인트나 되는 보상이 나타나 있었다.

그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뜻.

‘대체 무슨 질환이길래.’

복잡한 생각과는 다르게,

허준이 능숙하게 인사와 함께 친절히 안내했다.

“어서 오세요. 이재웅 씨. 이쪽으로 앉아주시겠어요?”

그 안내에 따라 천천히 와 앉는 이재웅 환자.

얼핏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보인다.

걸어오는 모습도 살짝 삐뚤어지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범주.

그렇다고 눈이 안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는데.

“음~ 접수내용을 확인해 보니, 시력이 떨어지셔서 오셨다고요?”

이재웅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저는 지금, 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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