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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160화 (160/230)

160화. 대체 실력이 어느 정도야

허준에게 진료를 받은 이동훈의 상태는 이전보다 꽤 좋아지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집에만 박혀있던 그가,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트레이너님.”

이렇듯 김명훈의 체육관에까지 발걸음을 하는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말을 더듬었던 버릇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덤덤하게 받아넘길 수 있게 된 이동훈.

김명훈이 그런 이동훈을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동훈 씨. 제가 했던 이야기 기억하시죠?”

“물론이죠.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맞습니다. 그럼,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볼까요?”

꽤 오랜 기간 활동 없이 집에서 나오지 않으며 숨어지내왔기에,

피골이 상접하고 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한가득했었는데.

지금은 허준의 치료와 김명훈의 도움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덕분에,

“저기 봐봐. 진짜 잘생기지 않았어?”

“완전, 요새 그래서 운동할 맛 난다니까? 야, 여기 쳐다본다.”

이렇듯 체육관 안에서 여심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으니,

이 소문이 인근 대학교와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면서 최근에 신규 회원들이 늘어나는 추세.

‘역시 사람은 잘생기고 봐야 해. 아주 효자라니까 효자.’

김명훈이 앞에서 호흡을 내뱉으며 운동 중인 이동훈을 바라봤다.

그런데, 내가 봐도 멋있긴 하네.

예전의 이동훈이 순둥순둥하고 귀공자 같은 이미지의 얼굴이었던 반면에,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여러 일들을 거친 데다가, 운동으로 인해서 숨어있었던 야성미가 합쳐지면서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는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이동훈의 치료를 도우면서 김명훈이 웃고 있을 때,

당연히 허준한의원은 바쁠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일요일에 촬영한 분량이 엊그제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

- 와 저게 말이 돼? 저거 진짜 인가? 어떻게 침 맞고 저렇게 바로 걸어 다닐 수가 있어. 이거 다 주작 아니야?

- 그거보다 난 저게 더 신기하던데. 침 하나로 진짜로 디스크 통증이 사라진다고?

- 나 디스크 수술했던 환자인데, 진짜 자리에서 못 일어날 정도로 아팠거든. 근데 한의원에서 침 맞고 좋아지긴 함.

- 건강의 제왕 저거 다 광고하려고 나온 거잖아. 믿는 사람이 바보지 ㅉㅉ

···

등등.

방송에 나간 장면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고,

방송국에서도 이 반응을 곧바로 인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유튜브에 이번 화의 무삭제 영상부터 간추린 영상까지 모두 업로드.

덕분에, 영상의 아래 댓글에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 저 예전에 케이한방병원에서 신비침 치료받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 아프면 한의원이 아니라 병원에 가세요. 제발. 괜히 한의원 들렀다가 몸 더 망가집니다.

한방과 양방의 대결.

그리고 영상들이 퍼져나간 맘카페에서는,

- 저분 침 하나로 치료하신 선생님. 예전에 TV에 나온 그 사람 아닌가요?

- 맞아요. 그 봉사활동 열심히 한다는 한의사 선생님 맞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몇 번 오셔서 진료해주시는 거 제가 봤습니다.

- 저분 우리 동네에서 엄청 유명하신 분입니다. 녹색 검색창에 허준한의원이라고 검색해서 찾아가시면 됩니다. 진짜 용하세요. 아프시면 한 번쯤 가보시길 추천해 드려요.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온라인 여기저기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그동안 허준이 해왔던 일을 비롯한 여러 가지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재조명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엄청난 관심과 호응은 두 한방병원으로 이어진 것이 당연할 터.

다만 케이한방병원의 신비침 치료 같은 경우에는 이미 방송에서도 몇 번 소개된 적이 있었던 탓에, 허준한의원만큼 환호를 받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규모도 규모인 데다가,

사람들은 처음 보는 것에 더욱 열광하기 마련이었으니까.

덕분에,

“네~ 허준한의원입니다. 네. 맞아요. 예약은 안 되시고 와서 기다리셔야 해요. 한 2시간 정도요.”

“또 예약전화에요?”

“네. 벌써 며칠째인지 모르겠어요.”

“어쩔 수 없죠. 우리도 조금만 더 힘내자고요. 원장님과 선생님들도 고생하시는데.”

김예진의 말에 데스크를 맡은 간호조무사 선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돌리니 대기실을 가득 채운 로비가 눈에 들어온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눈앞에 보이는 대기실뿐만이 아니었다.

방송이 나간 뒤에 몰려든 사람으로 인해서, 급하게 비어있는 옆 가게를 청소만 하고 간이 대기실로 만들었는데도 이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한 의료진도 준비된 상태.

기존 허준한의원의 식구들을 비롯해, 태용한의원 쪽 식구들까지 전부 출근해서 진료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으니.

“그쪽도 허준 원장한테 진료받으러 온 거요?”

“아, 네. 맞습니다. 방송에서 보고 찾아왔어요.”

바로 허준을 찾아온 환자들이 진득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 어디가 아픈데?”

“제가 허리가 조금 안 좋아서요.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하네요.”

“그야 허준 원장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지.”

“어머님께서는 그럼 다른 선생님께 진료받으시는 거예요?”

박숙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한두 번이 아니라 이곳의 단골이었던 만큼 선생들에 대해서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리라.

“당연하지. 여기 허준 원장만 손재주가 좋은 게 아니라, 다른 선생들도 아주 출중해. 다들 허준 원장이랑 같이 공부한 사이거든.”

“그, 그래요?”

“그럼, 내가 여기 하루 이틀 다닌 것 같아?”

그때, 데스크에서 박숙자의 이름을 불렀다.

“박숙자 씨. 3번 진료실로 가실게요~”

“그럼, 나 먼저 보러 가야겠구먼.”

이렇듯이 기존에 다니던 환자들이 조금만 기다리다가 먼저 진료를 받는 모습과 함께,

다른 선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해주면서 인원이 분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미 이곳의 멤버들 전부 일정 수준이상으로 진료를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 선택을 한 환자들도 대부분이 만족할 수 있었다.

물론, 허리디스크 환자는 유일하게 카이로베드가 있는 1 진료실에 주로 들어갔지만,

찾아오는 환자가 전부 디스크 환자는 아니었으니까.

어찌 됐건 방송이 나간 뒤,

며칠 동안 허준은 꽤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보유 포인트 : 7234

그런데, 며칠 전에 5만 포인트 넘게 모였던 포인트는 오히려 줄어있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방송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허준이 이전에 모았던 5만 포인트를 추나의 레벨을 올리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얻은 능력.

[추나 Lv. MAX]

- 일시적으로 몸의 기력을 활성화합니다.

덕분에, 처음 시도해보는 일침요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

허준이 남은 능력들을 확인했다.

[침술 Lv. 9] 필요 포인트 100000

[구술 Lv. 8] 필요 포인트 50000

[탕제 Lv. 6] 필요 포인트 50000

[진맥 Lv. 4] 필요 포인트 100000

‘이런 속도라면 다른 능력들도 조만간 강화시킬 수 있겠어.’

그렇게 허준이 마지막 환자의 진료를 보고 있는 와중에,

먼저 진료를 마친 선생들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아우~ 아주 죽겠어.”

“수고하셨습니다. 김 원장님.”

“아니야. 데스크 선생님들이 정말 고생 많았지.”

그 옆에서 몸을 뒤틀던 박용준이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여기는 갈수록 빡세지는 것 같아요.”

“그러게. 하여간, 허준 그 친구한테 말해서 이번 일은 반드시 대가를 받아내야겠어.”

“당연하죠. 그런데, 김 원장님도 영상 보셨죠?”

“봤지. 나도 처음에 깜짝 놀랐다니까?”

“대체 그 일침요법은 어떻게 된 걸까요?”

“나도 궁금하네, 자네가 이따가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이어서 유도진과 고요한이 각각 진료실과 치료실에서 나왔다.

“유도진 선생도 수고 많았어.”

“아닙니다. 원장님들이 고생 많으셨죠.”

“허준 원장은 아직 진료 중인가?”

“네. 멀리서 찾아오셨다고 해서요.”

치료실 안.

허준에게 추나를 받은 환자가 차분하게 엎드려 있었다.

‘비슷하네.’

방송 때의 송달수 씨와 비슷한 느낌의 환자.

하지만, 이곳에서 허준은 하나의 침이 아닌 여러 개의 침을 꺼냈다.

‘그렇다고 굳이 일침을 사용할 이유는 없지.’

일침의 기본 요소는 고효율과 최적화.

즉, 하나의 침으로 짧은 시간 동안에 치료 효과를 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곳은 한의원.

급할 필요도 없는데, 오히려 환자에게는 기본에 충실한 침술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게 당연할 터.

“선생님? 그 TV에 나온 것처럼 침 하나로 치료하시는 거 아니었나요?”

“아닙니다~ 이게 효과가 더 좋거든요.”

“그런가요?”

괜스레 못 미더운 환자의 눈빛.

그러니 이미 엎드려 있는 상황이었으니,

허준이 환자의 환부에 정확하고 정성스럽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침 치료가 끝난 환자는 엄청난 효과에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한 채, 한의원을 나서며 중얼거렸다.

“이게 침...?”

***

진료가 끝난 한의원.

허준이 치료실에서 나오니, 식구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왜 다들 퇴근 안 하시고...?”

“원장님. 오늘 그날이잖아요.”

“아, 참. 죄송해요. 워낙 정신없어서 깜빡했네요.”

“괜찮아요. 그런데,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박 원장님.”

“그 TV에서 쓴 일침요법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우리한테조차 한 번도 보여주신 적 없었잖아요.”

“아~ 그거요?”

허준이 피식 웃었다.

꽤 재미난 인연이 아직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이어진 허준의 설명.

예전에 대학 강의 때 교류로 만난 중의사 왕걸륜 선생으로부터 얻은 자료들과 조언으로 탄생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영상이나 글로써 어리숙하게 배웠을 뿐이지만,

허준이 그것을 구사하는 데에는 그리 큰 문제가 없었다.

진맥의 강화를 통해서 경맥을 볼 수 있었으며 침술로 인한 손끝의 감각과 기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

그야말로 답안지를 보고 채점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 상황이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중의사의 조언과 자료들을 보고 배웠다 이 말씀인 거죠?”

“네.”

“그것도 촬영 며칠 전에요?”

허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것을 본 김태식이 어이없다는 듯이 허-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이는 김태식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한의사들 모두가 그런 표정이었으니까.

심지어 왠만하면 놀라지 않던 유도진 또한 이번에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아니지. 이미 벌어진 일이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다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겠지.

본래 극에 달하면 통한다고 하지 않던가.

일침요법에 쓰이는 침술이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침술과 살짝 다를 수 있어도 어디까지나 침의 사용법인 것은 매한가지였으니,

귀신같이 침을 놓는 허준이라면 연습을 거쳐서 충분히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유도진의 결론이었다.

그때, 박용준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물었다.

“제가 잠깐 생각해봤는데요. 그럼, 허준 원장님은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미리 방송용으로 준비하고 있었다는 거네요?”

“네.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일침요법이 훨씬 강력한 것 같아서요.”

“그 말은..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것도 전부?”

“죄송해요. 고의는 아니었...”

이렇게 화기애애하고 화목한 분위기의 허준한의원과는 다르게,

케이한방병원의 원장실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원장 김준일.

그가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박원효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차려 놓은 밥상을 홀랑 남에게 뺏긴 꼴이 아닌가.

한심한 사람 같으니라고.

“쯧쯧.”

“죄송합니다.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허준 원장이란 사람의 실력이 생각보다 너무나 뛰어나서...”

“그래? 말해보게. 직접 보니 어떻던가?”

“그게-”

박원효가 그날 자신이 본 것과 느꼈던 것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추나치료를 할 때의 모습부터, 침을 놓는 과정까지.

그리고 그것을 들은 김준일.

추나치료도 잘한다니, 그것도 이 한방병원의 웬만한 원장들보다 말이다.

박원효가 그렇게 봤다면 맞는 말이겠지.

게다가 그렇게 기다란 침을 놓는 데에 망설임이 없다니.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수많은 경험을 거친 뒤에 나오는 자신감.

‘그 친구 대체 실력이 어느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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