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한의사-154화 (154/230)

154화. 건강의 제왕 (2)

건강의 제왕이란 프로그램은 한 가지 주제를 던지고, 진행자와 각각의 패널들의 대화로 진행된다.

주제는 간단하게 속이 더부룩할 때와 같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심각한 질환이나 지병, 그리고 건강에 관한 부분까지.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오늘 주제는 환절기 감기입니다.”

이렇게 진행자의 멘트와 함께 스크린에 문장이 나타나면,

전문가 패널에서 각자의 시각으로 환절기 감기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당연히 분야가 다른 만큼,

내과에서는 바이러스나 면역력에 관련하여 그 성분들을 설명하고, 이럴 땐 어떤 것이 좋다는 이런 의견을 낸다.

또, 영양사의 시각으로는 당연히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테고,

한의사들은 한약재를 사용하는 차나 간단한 한의학적인 예방법 등을 설명하겠지.

허준이 눈앞의 스크린에 나타난 오늘의 주제를 확인했다.

[어깨결림, 목 결림, 각종 결림, 담에 대해서]

“요즘 들어서 날씨가 많이 쌀쌀해진 만큼, 이런 분들이 많이 느셨죠? 바로 몸 여기저기가 결리면서 단단하게 굳어 통증과 불쾌감을 주는 담에 대해서 준비했습니다. 오늘 오신 전문 패널분들께서 여러분들의 담을 책임져 주실 겁니다. 먼저, 정형외과 조원석 원장님이 손을 드셨네요~”

정형외과 원장 조원석이 앞으로 나갔다.

그러자 진행자가 물었다.

“조 원장님께서는 요즘 들어 직접 많이 보셨겠죠?”

“그럼요~ 안 그래도 우리 병원에 요즘에 담 걸려서 오시는 환자분들이 많아지셨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요즘 들어 늘어난 것일까요?”

“글쎄요?”

그러자, 전문패널 건너편의 연예인 패널들이 답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요샌 오십견도 흔하니까.”

“자세가 안 좋아서?”

“스마트폰 때문 아닐까요? 요새 길거리만 지나가도 다들 스마트폰 들고 다니느라 고개 숙이고 다니잖아요.”

조원석이 웃으며 답했다.

“정답은 바로, 날씨 때문입니다.”

“날씨요?”

“패널분들의 말씀도 다들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요즘에 늘어난 환자들에 대해서 설명할 수 없겠죠. 이전부터 늘어났어야 했으니까요.”

“아~ 그렇구나.”

“떨어진 날씨로 인해서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게 되면서 자세가 이상해져서 문제가 되는 거죠.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겠지만. 가벼운 증상의 경우에는 굳이 그럴 필요 없이 혼자서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지금부터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조원석이 직접 근육들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스트레칭의 시범을 보인다.

“이렇게 따라 해주시면 됩니다. 자, 하나둘~”

전문인 패널과 연예인 패널들.

그리고 몇몇 방청객들이 그 동작을 따라 한다.

허준도 눈치껏 같이 동참했다.

‘다들 하는데 멍하니 있으면 이상하겠지.’

“오~ 정말, 시원한 것 같은데요?”

“그렇네요. 역시 조 원장님이시네.”

“안 그래도 엊그제 담걸려서 고생했는데, 이거 해서 풀어줘야 겠어.”

연에인 패널들이 열심히 따라하며 소감을 말했고,

실제로 허준도 익숙한 느낌과 함께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평소 출근해서 진료를 시작할 때마다 하던 스트레칭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어진 다음 순서는

오준형 원장의 차례.

“케이한방병원 오준형 원장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오준형입니다.”

여유만만한 모습.

조원석 원장이 주제에 따라 가끔 오는 패널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한의학에서는 이 담이란 것을 ‘담음’이라고 표현합니다. 동의보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열 가지 지병 중에서 아홉 가지는 이 담음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요.”

“우와~ 아홉 가지나요?”

진행자가 놀랍다는 듯이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보통 담 결렸다 하면 근육통을 뜻하지만, 실제 이 담이란 것은 몸 안에 있는 체액. 즉 진액이 병리적으로 변해 모인 것을 뜻합니다. 그게 근육에도 생긴 것이고, 담결렸다고 해서 많이들 찾아오시는 거죠.”

“그렇다면, 근육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생길 수 있다는 뜻이군요? 담이란 게 쉽게 볼 일이 아니겠네요?”

“맞습니다. 몸이 피곤하거나 평소와는 다른 자세나 충격으로도 생길 수 있지만, 너무 자주 생긴다면 한 번쯤은 건강을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지요.”

“그럼, 우선은 간단하게 어깨나 목이 담에 걸렸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오늘 알려드릴 것은, 간단하게 도움이 되는 지압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자, 어깨가 아프다~? 하면 여기와 이 자리를 꾹, 꾹 눌러서 지압을 해주는 거죠.”

허준이 그 혈 자리를 확인했다.

확실히 대중적으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몸의 순환을 올리는 자리들이네.’

담음이란 것은 곧 노폐물이 쌓여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했으니,

확실히 저 자리들을 지압하는 것은 순환에 도움이 될 터.

“감사합니다. 오 원장님.”

진행자의 인사와 함께 돌아오는 오준형 원장과

그 너머로 허준의 눈에 연예인 패널 중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지압을 따라 하다가 뭔가 잘못되었는지 살짝 인상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담이 걸렸었다고 했었지?’

아무래도 지금 지압을 따라 하다가 통증이 온 듯싶다.

그래서 허준이 자연스럽게 손을 들었다.

진행자가 살짝 당황하면서 허준과 눈이 마주쳤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리라.

한의사 패널은 총 3명.

그중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한방병원의 원장이 설명을 마쳤는데, 그 뒤를 이어서 또다시 한의사가 손을 들다니,

‘눈치가 없는 건가?’

보통은 이때가 식품이라던가, 필라테스나 요가, 또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 차례라 볼 수 있었다.

오늘 처음 온 패널로 참석한 선생님이셨지?

아무래도 처음이라 그런가 보네.

뭐, 어쨌든.

나중에 편집당하더라도 진행은 해야겠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손을 들어서 살짝 놀랐으나,

진행자는 그대로 진행을 이어나갔다.

“아~ 네. 이리로 나와주시죠.”

허준이 담담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오준형과 여자 한의사.

오준형의 얼굴은 살짝 굳어졌고,

여자 한의사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걸어 나가는 허준을 바라봤다.

“이허준 한의사님. 오늘 처음 오신 패널이시죠?”

“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이허준이라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주시려고 나오셨나요?”

“아, 다름이 아니라. 저기 저분.”

“저분이라면...?”

허준이 손을 펼쳐 가리킨 방향으로 눈을 돌린 진행자.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은 연예인 패널 박경란이 앉아 있었다.

“박경란 씨요?”

“네. 아까 저쪽에서 보니까, 담 걸리셨다고 하셨던 거 같은데. 아직 낫지 않은 것 같아서요.”

진행자가 흥미롭다는 듯이 박경란에게 물었다.

“박경란 씨. 정말인가요?”

“아, 네... 맞아요.”

“경란 언니가 아까부터 자꾸 아프다고 했었거든요.”

“괜찮아 졌다가, 자세가 잘못 되었는지 다시 아프다고 했어요.”

옆에 있던 다른 패널들이 답을 더한다.

카메라밥 하루 이틀 먹었던가, 본능적으로 이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리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럼, 박경란 씨. 이쪽으로 한번 올라와 주시겠어요?”

건강의 제왕에서는 이렇듯 다른 패널이 직접 체험하는 때도 흔했기에,

박경란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렇게 허준의 앞.

허준이 성큼성큼 걸어가서 의자를 하나 가져왔다.

그 의자에 앉은 박경란.

이어서,

“이쪽 목 부분이시죠?”

“어? 네. 그걸 어떻게?”

이미 숱한 경험이 있는 허준이다.

게다가 그것뿐만 아니라, 아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걸어 나오는 자세만으로도 대략적인 위치를 알아내기에는 충분했다.

“제가 잠깐만 보겠습니다.”

허준이 손으로 살짝살짝 누르며 박경란의 목과 어깨 부분의 근육을 느꼈다.

확실히 좀 전에 어떤 무리한 동작이 있었는지 긴장한 근육의 상태.

‘여기네.’

그중에서 허준이 통증을 유발하는 근육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위치가 살짝 애매하다.

분명히 느껴지나, 손으로 자극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위였기 때문이다.

‘침 한 방이면 확 좋아질 수도 있을 텐데.’

침이 있었다면, 훨씬 쉽게 해결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침은 사용할 수 없는 상황.

‘그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지.’

중요한 것은 저기까지 자극을 줄 수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겠는가.

허준이 진행자를 돌아보더니,

“그 볼펜 좀 빌려주시겠어요?”

“볼펜이요?”

“네.”

진행자가 볼펜을 건넸고,

허준이 그것을 분해해서 볼펜 심을 꺼냈다.

다들 뭐하는 건가 하고 지켜보는 상황.

“살짝, 아프실 거예요.”

“얼마나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위치가 좀 안 좋으셔서 어쩔 수 없어요.”

웃으며 답하는 허준.

그러고는 곧바로 볼펜으로 부위를 눌렀다.

헉- 소리와 함께 놀란 박경란의 표정.

얼굴이 빨개지며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허준의 이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에 다들 말을 잇지 못하고 숨죽여 지켜보기만을 하는 중.

특히, 오준형 원장은 더욱 그러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허준은 손끝의 감각에 집중한 상태.

‘1, 2, 3,··· 30초. 이 정도면 되겠어.’

누르던 볼펜을 거둬들였고,

동시에 한 번 더 헉-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천천히, 심호흡하세요.”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진행자였다.

“저, 박경란 씨. 괜찮으세요?”

“어깨가...어?”

“왜 그러세요?”

“괜찮아졌어요.”

“네?...”

박경란이 놀라 허준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 모습은 카메라에 담겨 TV를 통해 퍼져나갔다.

*   *   *

오준형 원장과 그 앞에 앉아 있는 또 다른 남자.

50대가 넘은 오준형 원장과 엇비슷한 연세로 보이는 그였지만, 실제로는 70세가 다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런 그의 책상에는 케이한방병원 원장 김준일이란 명패가 놓여있었다.

“자네. 물 먹었다면서?”

“아, 아닙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사람 좋게 웃는 김준일.

그가 엊그제 방영된 건강의 제왕을 떠올리면서 말했다.

“그 친구 솜씨가 제법인 것 같은데 말이야? 소속은 어디래?”

“혜민서라는 봉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 그럼, 다른 사항은?”

“그 외에는 아직 자세히 모릅니다.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많이 나눈 편은 아니라서.”

“그럼, 우리 오 원장이 그 친구하고 좀 친해져 봐. 흥미가 생겨서 말이야.”

“원장님께서요?”

김준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자네도 솔직히 놀랐잖아? 볼펜으로 담 치료하는 거 보고.”

“그렇긴 한데...”

“오 원장은 할 수 있겠어?”

오준형이 차마 답하지 못했다.

솔직히 그런 간단한 담 치료 정도야 약침이나 뜸 같은 것들이 있다면 별것도 아니겠지만,

‘볼펜을 사용해서 그렇게 치료를?’

그것도 카메라 앞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정도로 하려면 엄청난 감각을 타고난 천재라던가, 환자를 엄청나게 봐서 내공이 쌓였던가 둘 중 하나같은데, 어쨌든 오랜만에 보거든. 우리 케이한방병원에 어울리는 인재 같지 않아?”

“맞습니다.”

“그러니, 방송 나가는 원장들에게도 말해 둬.”

“네.”

“그리고 나가면서 이 실장 들어오라고 해.”

그렇게 오준형이 나가고 들어온 이 실장.

김준일이 그에게 말했다.

“그, 오 원장이랑 같이 방송 나간 허준이란 친구. 조사 좀 해봐.”

“알겠습니다.”

그 시각.

허준한의원.

엊그제 방송이 나간 뒤부터 한의원을 찾아오는 환자가 이전에 비해 훨씬 늘어난 상황이었다.

물론, 이렇게 엄청난 수의 환자를 무리없이 진료할 수 있는 것은 태용한의원에서 지원 온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워~ 이거 환수가 우리랑은 차원이 다른데요?”

“그러게. 그래도 생각보다 이젠 좀 할만하지 않아? 처음에는 좀 낯설었는데, 뭐, 토요일 날 봉사활동하는 느낌도 나고 말이야.”

이런 상황 속에서 진료를 마친 허준은,

「퀘스트 ‘전국으로’를 완수하였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를 1 획득하였습니다.」

명성 퀘스트를 완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허준의 눈앞에,

「능력치 포인트를 사용해주십시오.」

란 메시지가 이어서 나타났다.

이건 바로 사용해야 하는 건가?

‘그렇다면.’

허준이 망설임 없이 포인트를 사용했다.

「‘침술 Lv. 8’에 능력치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침술 Lv. 8’이 ‘침술 Lv. 9’가 되었습니다.」

[침술 Lv. 9]

- 기의 흐름을 도와준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