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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147화 (147/230)

147화. 이게 다 자네 때문이야

MH짐 대표 김명훈.

사실 이렇게까지 확장하여 여러 점포를 운영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한때는 촉망받는 격투선수였던 그는 불의의 사고로 허리에 부상을 당한 뒤,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재활 치료를 아무리 해도 여지없이 로우킥 한두 방이면 다리의 힘이 풀려버렸으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만난 허준 선생님.

그곳에서 치료를 받은 뒤, 은퇴경기에 나선 그는 승패를 떠나서 자신의 견고함을 증명할 수 있었다.

당시, 그 모습에 놀란 매니저와 관계자들이 새로운 계약 조건을 제시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김명훈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부상에서 빠져나오는 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전성기는 이미 지났고, 이젠 떠나야 할 때라는 것을.

그래서 시작한 작은 체육관.

평생 밥 먹고 운동만 하던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아는 형님들의 추천을 받아 시작한 체육관에 허준 선생이 같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해보지 않겠냐 제안했고,

김명훈은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수지타산을 떠나서 허준 선생이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준 은인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이게 웬걸.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고객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다이어트 한약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식욕을 억제해주는 효과가 있었으니,

몸을 움직여 운동하는데, 먹는 것을 탐하지 않는다?

살이 빠지는 것은 당연할 터.

여기에다가 나중에는 난임 부부의 문제까지.

물론, 이 모든 것이 허준이 혼자서 이뤄낸 것은 절대 아니었다.

성실하고 친절하게

성심성의껏 케어해주는 김명훈 관장과 그의 식구들의 역할도 중요했다.

어찌됐건 그렇게 사람들이 늘어났고,

체육관도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김명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안 그래도 조만간 찾아오실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아무래도 건너편 동네에 재개발 이 추진한다는 이야기에 이쪽도 싱숭생숭 한가 보더라고요.”

“그래요?”

“네.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저도 사실 아직 여기 계신 최 원장님과 이야기를 제대로 해보질 않아서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허준의 옆에 있던 최인호가 김명훈에게 말했다.

“허준한의원의 다이어트와 부부 사업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하셨더군요.”

“맞습니다. 허준 원장님이 크게 도움을 주셨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마찬가지로 그 아이템은 허준한의원의 매출에서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두 개를 합치면 대략 30%가 조금 넘겠군요. 그래서 말인데.”

최인호가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아까의 온화한 모습과는 다르게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모습으로.

“계약 조건을 살짝 바꿨으면 합니다.”

“조건을요?”

“네. 현재는 허준한의원에서 다이어트 한약 판매분의 수익만을 가져가고, 프로그램으로 인한 수익은 전부 MH짐이 가져가는 상황이더군요.”

김명훈이 최인호와 허준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아무리 허준을 좋아하는 김명훈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어엿한 대표의 위치.

딸린 식구들을 생각하면 수익의 분배라는 문제는 곧 밥그릇 싸움이었으니,

매우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때문에, 김명훈도 이에 질세라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한때 파이터로 활동했던 만큼, 특유의 거친 분위기가 그를 감싼다.

“그래서 어떻게 조율하고 싶으신지요?”

“매출의 15% 정도를 원합니다.”

“뭐라고요!?”

매출의 15%

순수익의 15%도 아니고 매출의 15%라면 실제로 얻는 수익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원장님?”

허준도 살짝 놀라 최인호를 바라봤다.

‘매출의 15%라니.’

이건 완전히 유명한 한의원 체인점 수준이잖아?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중인 걸까.

당연히 김명훈의 얼굴도 살짝 찌그러진다.

그때,

“10배. 아마, 우리와 함께하면 지금보다 최소 10배는 더 커질 겁니다.”

최인호가 손가락 10개를 펴며 답했고,

그것을 본 김명훈이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최인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허... 원장님. 제가 밥 먹고 운동만 하다 보니, 도통 이해가 안 되는데 설명을 조금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간단합니다. 대표님이 오케이 하시기만 하면, 지상 18층. 지하 4층으로 이루어진 대형 한방병원의 파트너가 된다는 이야기니까요.”

그 이야기를 들은 허준이 순식간에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한방병원이어도 다이어트 프로그램과 난임 및 불임 치료 프로그램은 그대로 유지하고 가겠다는 뜻.

아니, 오히려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애초에 규모가 달랐으니까 말이다.

‘가능하다. 지금의 10배가 아니라 그보다 더 커질 수 있을지도.’

어차피 진료를 받은 뒤 처방전으로 대량의 탕약을 만들 수 있을 테고,

서울 곳곳에 있는 MH짐과의 연계로 그 효과는 극대화될 터.

김명훈이 잠시 인상을 쓰며 고민했다.

지금의 10배가 아니라, 두 배만 커질 수 있어도 매출의 15%를 지급하는 것은 크게 아깝지 않다.

오히려 두 배의 매출이 체육관 식구들에게는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최 원장님이 계신 한방병원과 우리가 같이 프로그램을 운영하자. 이 말인 거죠?”

“맞아요. 참, 그리고 그 한방병원에는 여기 있는 허준 원장도 함께 할 겁니다.”

“그 말씀은...?”

허준이 진짜냐는 눈빛을 뿜으며 바라보는 김명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김명훈 관장이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닐 사람도 아니고.

‘게다가 어차피 이제는 슬슬 밝혀야 할 때가 되기도 했지.’

김명훈이 허준이 끄덕거리는 모습을 보자마자 답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역시, 성격이 아주 화끈하시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최 원장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김 대표님.”

최인호와 김명훈이 악수했고,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허준 원장님. 그리고 최 원장님도.”

“김 대표님도 남은 주말 잘 보내시고, 자세한 사항은 다음에 단둘이 만나서 마저 이야기를 끝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허준도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조만간에 한의원 한번 들리세요. 보약 한 재 맞춰드릴 테니까.”

“저야 원장님이 부르시면 바로 달려가죠.”

그렇게 오늘 할 일을 끝낸 두 사람.

체육관을 나서며 허준이 최인호에게 물었다.

“원장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해보게.”

“굳이 여기서 수익을 더 땡겨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15%정도면 꽤 높은 편인데.”

“이게 다 자네 때문이야.”

“저 때문이라고요?”

허준이 무슨 소린가 하고 최인호를 바라보자,

“그래. 보나 마나 자네와 자네한테 배운 한의사들이 이것저것 장사하듯이 진료 보지는 않을 테고, 그럼 총괄 책임자인 병원장으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겠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입원실이라던가, VIP도 받고, 여기저기에 협찬도 하면서 땡길 수 있을 만큼 땡겨야 유지가 가능하지 않겠어?”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각자 할 일 하는 거지. 그리고 걱정하지 말게.  15%가 아니라 30%를 불렀어도 저쪽이 훨씬 이득일 테니까 말이야."

*   *   *

허준한의원 원장 최허준.

한때 오르던 매출에 기뻐하던 그가 주춤거리는 매출을 경험하고 이어서 떨어져 내리는 과정을 겪는 중이었다.

‘그래 내가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겠지.’

그래서 주말에 강의를 신청했는데,

이게 웬걸.

자신과 이름이 같은 허준한의원의 이허준이란 선생님이 계시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심지어 나이도 엇비슷해 보이는 상황.

왠지 모를 반가움에 열정적으로 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강의가 끝나고 나서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충격을 받고 집에 돌아와서야 떠오른 한의원의 한 줄 리뷰들.

- 여기 그 용하다는 곳 아닙니다.

- 후퇴하세요. 여기가 아니라 xx 시장 골목에 있는 곳이 진짜입니다.

···

그제야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같은 이름 같은 이름의 한의원.

실제로 그곳을 검색해보니 많은 글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글이 모두 저곳을 추천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혜민서라는 단체와 연관이 되어있고, TV에도 나왔다고 한다.

강의를 듣기 전이였다면 ‘광고 좀 했네’ 라고 웃어 넘길만했지만, 강의를 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경험이 많은 한의사라는 것을.

그저 같은 이름 때문에 잘못 찾아온 환자들이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런데도 찾아오는 동네 환자들.

대부분이 나이가 많은 분들이시다.

‘오히려 그 덕분에 이곳을 찾아오시는 걸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진료를 보러 왔는데,

벌써 2주째, 아무런 차도가 없다고 하신다.

“여전히 아프세요?”

“그렇다니까~ 침을 맞고 나면 잠깐 괜찮아졌다가 밤이면 다시 아파서 자다 깨다 한다고.”

‘아무래도 처방을 바꿔봐야겠어.’

그때, 머릿속에 번뜩이며 떠오른 또 다른 허준 선생님의 강의.

분명히 그 강의시간에 이런 평범한 질환 치료 사례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처방으로 치료하셨다고 했지?

“잠시만 기다리세요.”

최허준이 서랍에서 노트를 하나 꺼내고는,

그날 적어온 치료 사례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찾았다!’

그렇게 이어진 치료.

다음 날 다시 찾아온 환자는 이제야 만족스럽다는 듯이 답한다.

“아이구. 선생님 때문에 내가 어제 잠을 아주 푹 잤다니까?”

“그러셨어요?”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 최허준.

그리고 이런 일들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니,

「당신의 명성이 퍼지고 있습니다.」

「포인트를 1 획득하였습니다.」

···

허준의 한쪽 시야에서 끊임없이 이런 메시지가 나타나는 중이었다.

덕분에,

보유 포인트 : 21479

어느덧 포인트는 2만을 넘어가고 있었고.

명성 퀘스트의 진행도도 70에 근접해 있었다.

이미 주말에 강의를 몇 번이나 마치고 혜민서 활동뿐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진료 마감 이후 허준.

입원실에 있는 교통사고 환자인 최은영 씨가 내려와 허준의 앞에 앉았다.

그런 그녀의 옆으로는 퀘스트가 나타나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녀의 진행도는 57%에서 멈춰있는 상태.

‘벌써 며칠째 그대로네.’

처방을 바꾸고 난 뒤에 매일 진행도가 쭉쭉 올라가서 쉽게 해결할 줄 알았건만.

또다시 새로운 벽에 부딪힌 기분이다.

“좀 어떠세요?”

“여전히 어두워지면 슬슬 여기저기 아파져요.”

“알겠습니다. 진맥부터 잡아 볼게요.”

허준이 최은영의 맥을 잡으며 집중했다.

여전히 그녀의 경맥 곳곳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모습.

‘그래. 생각을 바꿔보자.’

애초에 한의학의 기본은 몸의 균형이 깨져나가 병이 생긴다고 본다.

즉, 먹고 자고 생활하는 데에 있어서 조화를 잃으면 몸 안의 장부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것이 시간이 흘러 연관된 각 부위에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은영 씨는 사고 이후에 생겨난 통증으로 입원했지.’

이것은 그에 반해서 애초에 몸 안의 조화가 깨져서 생겨나는 병이 아니다.

그야말로 외부의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서 생겨난 것이었으니,

그렇다면 당연히 침과 뜸 그리고 탕약보다는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치료효과를 위해서는 추나치료의 도움이 클 터.

허준이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꾸준히 추나치료를 하고 있음에도 여기서 멈춰있는 이유는 하나.

‘추나의 효능이 약하다.’

한마디로 힘이 달린다는 뜻.

이것의 해결법은.

허준이 망설임 없이 포인트를 사용했다.

「‘추나 Lv. 4’에 2000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추나 Lv. 4’이 ‘추나 Lv. 5’가 되었습니다.」

[추나 Lv. 5]

- 추나의 효능이 대폭 증가한다.

허준이 최은영에게 말했다.

“처방은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보죠.”

“그럼, 추나 바로 시작하나요?”

“네. 이쪽으로 올라가서 누워주시겠어요?”

그렇게 시작된 추나.

허준이 평소처럼 최은영의 몸 곳곳을 비틀고 맞추기 시작했다.

“하으~”

시원하다는 듯한 최은영의 숨소리를 연신 내뿜어 진료실을 채웠고,

허준은 집중한 채, 제대로 흐르지 못한 경맥의 자리들을 신경 써서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이십여 분.

모든 치료가 끝나고 난 뒤에 허준이 최은영을 바라봤는데,

“땀이..?”

“어머, 그러게요?”

정작 힘을 쓴 허준이 아니라, 최은영이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본 허준이 곧바로 몸에 나타난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잠시만요~”

곧바로 맥을 다시 잡아 보니,

막혔던 경맥 중 하나가 뚫려 제대로 흐르고 있었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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