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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132화 (133/230)

< 132화. 마지막은 저기야 >

132화. 마지막은 저기야

인터넷상에서의 허준한의원에 대한 글은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이유로는 첫 번째로 찾아오는 환자들의 연령대가 대부분 인터넷과 그리 친근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

두 번째로는 당연히 많은 환자 수로 인해서, 느긋하게 사진을 찍는다거나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해서 눈치가 보이기 때문일 터.

거기에 더해서 인터넷에는 그 흔한 블로그 홍보조차 하지 않았으니,

그저 맘카페나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만든 카페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종종 추천을 받는 정도가 전부인 상태.

“서울 XX시장 골목 사거리에 있는 허준한의원 추천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에 누군가가 카페에다 이렇게 글이라도 달면,

당연히 그 아래에는,

“업체명 언급은 규칙 위반입니다.”

라고 제한을 거는 것이 보통 인터넷 커뮤니티의 규칙 아니겠는가.

그 때문에,

“서울에 있는 허준한의원 추천합니다. 여기 몇 번 갔는데 싹 나았어요.”

“허준 원장님이 나이는 조금 젊으신데, 실력이 어마어마하십니다. 동네에서는 이미 용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고요.”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진짜 여러 가지 다 잘 보시는 것 같습니다.”

“진짜 믿지 않았는데 허준한의원 다닌 지 3개월 만에 무좀이 싹 나았습니다.”

···

결국 이렇게 필터링이 된 글들만이 남게 되었고.

덕분에 각종 카페에서 이 일부분만이 남아있는 글들을 보고 허준한의원을 검색하면 서울에만 무려 열 군데가 넘게 나오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이제 젊은 원장이라는 정보를 토대로 사진을 한 장 한 장 확인하다 보면 결국에 나오는 곳이 바로 최허준의 허준한의원이었던 것.

비슷한 나이대.

사람 좋게 생긴 얼굴.

그리고 허준한의원이란 간판.

게다가 이때 바로 최허준이 그동안 열심히 온라인에서 활동한 것이 빛을 발했다.

증상에 관한 질문에 벌써 몇 년 동안 꾸준히 답글을 달아주고 있었으니,

누가 봐도 환자에게 친절하고 용하다는 그 소문의 허준 선생님이라고 착각하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찾아간 환자들로 인해 늘어난 매출.

하지만 그렇다고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는 않았다.

보통 인터넷을 보고 찾아간 환자들의 나이대가 아무래도 한의원에서는 젊은 측에 속했으니,

진료를 받고 만족한 환자와 불만족스러운 환자가 섞여서 별점이나 리뷰에 좋은 소리 반, 안 좋은 소리 반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리라.

어찌 됐거나, 이런 사태를 허준한의원 식구 중에서 처음 발견한 것이 김예진 선생이었다.

최근에 인계받은 혜민서 업무로 인해 인터넷으로 이것저것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린 김예진.

진짜 오해할만 하네.

조금 더 확인을 해보니, 악의적으로 사칭을 하거나 한 것은 아닌 듯 싶다.

그저 어쩌다가 보니 엮인 것일 뿐.

‘그래도 이건 원장님께 말해야겠지?’

마침, 내일 아침에 추석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으니.

김예진이 일을 끝내고 침대로 향했다.

그렇게 다음날.

출근한 허준을 비롯해 허준한의원 식구들이 전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추석이 될 것 같아서, 폭넓게 이벤트 좀 하려고요.”

“어떤 이벤트를 할 생각이십니까?”

유도진이 가장 먼저 물었다.

“일단 최저 마진으로 진료를 보러 온 환자들에게 탕약과 보약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저... 그러면 일이 엄청나게 많아지지 않을까요?”

이번엔 칼퇴근을 좋아하는 고요한 선생의 조심스러운 질문이다.

당연히 일이 많아지겠지.

그렇다고 허준이 한의원 식구들을 챙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렇겠죠?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들에게는 따로 명절 보너스와 휴가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원장님. 그런 좋은 소식이 있다면 먼저 말씀해주셨어야죠.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고요한의 대답에 식구들이 피식 웃었다.

“참, 그리고 수험생들을 위한 총명탕과 다이어트 한약에 관련해서는 2+1 형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두 달 치 가격에 석 달 치 양을 제공할 생각이에요. 그러니 이에 대한 것도 내원하시는 분들에게 설명해 주시고요. 곧 수능이니까요.”

“알겠습니다.”

“데스크 쪽에서도 이벤트에 관련해서 최대한 어필해주세요. 그건 윤 선생님이 맡아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럴게요. 원장님.”

윤다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혹시, 이 외에 좋은 의견 있으신 분 계신가요?”

허준의 물음에 선생님들이 서로를 바라볼 뿐 좋은 대답을 하지는 못했다.

이 작은 한의원에서 이벤트라고 해봐야 결국 마진을 줄여 보약이나 탕약의 가격을 낮추거나 1+1 같은 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물론, 공장형 제품을 받아 싼값에 벌이는 이벤트도 있겠지만.

그건 안하느니만 못하지.

‘그렇다고 진료비를 안 받는 무료진료는 불법이고.’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진료를 할 생각은 없었으니,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진료비는 그대로지만 치료에 필요한 탕약의 마진을 원가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었다.

물론, 고생은 많이 해야겠지만.

이로 인해서 많은 양의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터.

최근 들어 알게 된 것이 바로 허준이 직접 탕약을 달일 때도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진료를 본 환자에게 약재를 가감하여 처방을 내린 탕약을 다른 선생이 만들 경우에도 일정 부분의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연고라던가 탕약도 마찬가지.

일종의 로얄티처럼 포인트를 벌어다 주는 중이었다.

“없는 것 같네요. 그럼 오늘 진료를 시작해 볼까요?”

“네!”

힘차게 대답하는 식구들.

허준이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료실로 몸을 돌렸다.

그때,

“원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무슨 일인가요. 김 선생님.”

“혹시, 퇴근하시고 인터넷으로 상담 같은 거 하셨어요?”

“제가요? 아니요.”

허준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갑자기 인터넷으로 상담이라니.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다름이 아니라, 이것 좀 한번 봐보세요.”

김예진 선생이 스마트폰을 건넸고, 허준이 그것을 확인했다.

‘이게 뭐야.’

생각지도 못한 일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러니까 동명의 한의원에 이름도 하필 허준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긴 했다.

자신처럼 그저 자신의 이름을 건 한의원으로 개원했을 뿐일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심지어 이미지도 살짝 닮았다는 것이다.

하얀 피부에 선한 눈매.

“음...”

허준이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가 악의를 품고 계획적으로 사칭을 한 것도 아니었으니,

‘그렇다고 찾아가서 인터넷에서 아니라고 해명하라는 것도 웃긴 그림이겠지.’

이는 김예진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으니,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이것이었다.

“그래서 제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우리도 온라인 광고는 안 하더라도 관리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괜히 환자들이 저곳에 찾아갔다가 제대로 진료를 못 받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허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바쁘다는 핑계로 등한시하다가 벌어진 일일지도 몰랐다.

앞으로 몇 달 남지 않은 진료 기간이라도,

환자분들을 헛걸음하게 만들 수는 없지.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그렇게 처리해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원장님.”

허준이 대답과 함께 뒤돌아 나가는 김예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일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역시, 김 선생님이야.”

*   *   *

최은진과 팀원들이 촬영을 위해 허준한의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직접 촬영현장에 없던 팀원도, 새로 온 신입 팀원도 모두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허준이라면 머릿속에 남아 있을 정도로 강렬한 장면을 남겼으니,

“정말 기대돼요. 영상으로만 보던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다니.”

“기대해. 아마 그 기대 이상일 테니까.”

최은진이 피식 웃으며 답했고,

옆에 앉아서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진짜 오랜만이네요. 많이 바뀌었나요?”

최은진은 지난번에도 들렸던 적이 있을뿐더러, 이전에도 이미 들린 적이 있었기에 허준한의원의 변화가 낯익은 모습이었지만,

당장 작년에 인터뷰를 직접 촬영하던 카메라 담당만 하더라도 지금의 모습은 낯선 것이 당연할 터.

“2층에 입원실도 생겼고, 1층으로 확장도 했고, 일단 가봐. 이전이랑은 완전히 다르니까.”

그렇게 도착한 허준한의원.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자가 눈을 돌리며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거... 완전히 달라졌네요?”

“그렇지? 시장도 저만큼이나 사라지고, 안에 들어가면 더 장난 아닐걸? 일단 2층으로 가자.”

“2층이요?”

“응. 말했잖아. 2층 입원실부터 촬영하기로 했다고.”

“아~ 참, 그랬지.”

2층으로 올라간 촬영팀.

최은진과 카메라 담당 그리고 보조로 들어온 막내까지 이렇게 세 명이 계단을 올랐고,

문을 열자 그들을 맞이한 것은 밥과 도영철 선생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뭐야?..”

“외국인?”

가운을 입고 있는 밥의 모습과 파란 유니폼의 도영철 선생을 번갈아 바라보던 사람들.

최은진이 조용히 말했다.

“한의사 선생님이셔.”

“이건... 이것대로 놀랍네요.”

“그러게요. 외국인 한의사라니.”

최은진이 그들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앞으로 나서 악수했다.

“최은진이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로버트 킴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밥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래요. 밥 선생님. 촬영 관련해서 연락 받으셨죠?”

“네. 이리로 따라오시죠.”

그렇게 시작된 촬영.

카메라를 들고 따라다니던 김종훈이 놀란 눈으로 장면을 담기 시작했다.

‘이런 사람들이 입원하고 있다고? 그것도 한의원에?’

일반적으로 흔하게 보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환자들의 증상들.

검게 변한 그들의 신체 일부가 카메라에 톡톡히 담기고 있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셔서 입원하시게 되었나요?”

“여기 모르세요? 여기 우리같이 심한 동상환자들에게 유명해요. 이거 보이시죠?”

환자가 손으로 발가락을 가리키며,

“이게 원래는 이 위까지 시꺼멨는데, 지금 한 달 정도 입원하고 이만큼이나 좋아진 거예요.”

그때, 옆에서 평소처럼 진료를 보는 밥 선생.

침을 이용해 다른 환자의 발가락을 고슴도치처럼 만들었고, 그 고슴도치의 가시 하나하나가 늘어날 때마다 환자가 신음을 흘렸다.

최은진을 비롯해 모두가 침묵하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자,

같은 병실에서 인터뷰하던 환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저게 다행이에요. 저렇게 아프기 시작한 게 죽은 살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환하게 웃으며 답하는 그의 모습과 고통으로 신음하는 동료 환자의 모습.

이 대조적인 모습은 이곳뿐만이 아니라 가는 병실마다 이어졌다.

“정말 대단하네요. 생각했던 거보다 더.”

“나도 치료하는 모습은 처음봤어.”

촉촉해진 손을 주물럭거리는 신입과 그런 신입에게 대답하는 최은진.

이어서,

“자. 따라와. 마지막은 저기야.”

1인실.

김정남 할아버지의 방.

“할아버지.”

“어? 진짜 왔네?”

그전보다 훨씬 밝은 얼굴의 김정남이 최은진을 반겼다.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졌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몸에 힘이 돌아오니 그만큼 심심한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리라.

때문에, 김정남 할아버지는 요즘에 종종 시장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건강해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럼요. 제가 할아버지 찍어드린다고 했잖아요.”

“좋아 좋아. 죽기 전에 내가 TV에 나갈 줄이야.”

“그런 말씀 마세요. 얼굴이 너무 좋아 보이는데요?”

“그래? 말만으로도 고맙네.”

단 한 번 만났을 뿐인데도 친근한 두 사람의 대화.

김종훈이 카메라를 다 설치하고 최은진에게 물었다.

“혹시, 아시는 분이세요?”

“아니. 지난번에 처음 봤어.”

“보니까, 다른 환자분들과는 좀 다른 것 같네요?”

누가 카메라 담당이 아니랄까, 그새 꼼꼼하게 살핀 그였다.

일종의 직업병이기도 하겠지만.

“너희들 들으면 아마 깜짝 놀랄걸? 암 환자시거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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