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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131화 (132/230)

< 131화. 매출 증가를 겪는 중 >

131화. 매출 증가를 겪는 중

한방병원 공사 현장.

최인호가 김정우에게 공사 진행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김태현 그 친구 일하는 게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얼마나 꼼꼼하게 작업하는지. 제가 맘 놓고 맡겨두고 있습니다.”

“그 친구가 일 하나는 깔끔하게 하지. 자네 그거 아나? 그 친구 아래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 전부 서울역 출신이라는 거.”

“허? 그건 몰랐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최인호가 혀를 찼다.

동시에 김정우가 중얼거렸다.

“기적이지.”

“기적이요?”

“자네는 이런 일을 뭐라고 부르나? 나는 그냥 기적이라고 부르네. 기적이 뭐 별다른 건가?”

맞는 말이다.

꼭 죽다 살아나는 것만이 기적은 아니지 않는가.

공부를 안하던 친구가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한다던가.

다이어트에 성공 한다던가.

우울증을 극복해 낸다던가 등등.

아무것도 아닌 이 사소한 것들로 인해 삶이 바뀌었다면 그것이 곧 기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최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선생님. 그런데, 직원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걸 왜 나에게 물어? 내가 분명히 자네에게 일임한다고 했잖아.”

“그래도 제 마음대로 하기에는 문제가 조금...”

김정우가 최인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답했다.

“혼자 결정하기 어렵다면, 앞으로 같이 할 동료들의 의견을 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그러면서 발걸음을 돌리며,

“미안하지만, 나는 내일 출근을 해서 말이야. 고생 좀 해주게.”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선생님.”

그래서 허준을 찾아 한의원으로 향한 최인호.

불 꺼진 시장 골목 사이로 2층의 허준한의원 간판과 그 아래에 있는 탕전실의 불빛이 등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저 친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군. 변하질 않아.’

1년 전의 모습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그의 모습.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기에 저절로 숙연한 마음이 드는 최인호였다.

허준이 자신을 찾아온 최인호에게 인사했다.

“대표님, 아니 이젠 원장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우리 사이에 호칭이 뭐가 중요하겠나? 어차피 다 원장이라 불릴 텐데.”

“그런가요? 그런데, 무슨 일로 직접 찾아오셨는지...?”

“아~ 별건 아니고. 자네 생각을 좀 듣고 싶어서 말이야.”

“이거 마무리하면서 들어도 될까요?”

“물론이지.”

허준이 옹기 탕약기를 씻으면서 최인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별건 아니고, 자네도 대충 우리 병원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 있지?”

허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완성된 모습은 아니나, 언뜻 보기에도 국내 최대 또는 그와 엇비슷한 정도의 규모.

‘아마, 직원 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프신가 보네.’

모든 업종이 그러하듯,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이 되어 커지게 되면 가장 어려운 문제가 바로 사람 문제이다.

이는 병원이나 한의원도 마찬가지였으니,

당장 허준한의원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던가.

지금 한의원 식구들을 만난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방병원은 훨씬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으니,

체인점과 작은 병원을 이끈 경험 많은 최인호라고 하더라도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아무래도 모자란 직원과 선생님들을 구해야 하는데, 혹시 자네가 따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해서 말이야. 여기 식구들과 태용네 그리고 지난번의 정형외과 선생님들까지 포함해도 아직 한참 수가 모자라거든.”

“대표님 생각은 어떠신데요?”

“그냥 숫자를 채우는 것은 문제가 아니야. 지금부터 면접을 보기 시작하면 충분하거든. 다만, 자네도 알다시피 같이 일을 해보기 전에는 어떤 사람인지 확인을 할 수 없으니...”

그때 허준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같이 손발을 맞출 식구가 된다고 하면, 미리 확인하면 될 것이 아닌가.

‘혜민서 시스템을 이용하면 되겠어.’

게다가 같이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진료나 치료법도 익히게 될 터.

그야말로 묘책이라 할 수 있었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

“네. 일단은 대표님께서 선생님들을 뽑아 주십시오.”

“그리고?”

“그리고 채용 조건으로 혜민서의 일원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겁니다.”

최인호도 몸소 혜민서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기에,

허준의 말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이거면 손발을 미리 맞춰볼 수도 있고, 드러나지 않았던 성격이라던가 여러 가지를 알 수 있겠지. 게다가 교육까지 함께 되니,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이 될 터.’

“허...”

최인호가 허준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이런 기가 막힌 방법이 있다니... 자네 그냥 나 대신에 원장을 하는 건 어떤가?”

“그건, 사양하겠습니다.”

*   *   *

아이돌 비행소녀단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성공적인 데뷔에 이어서 방송, 행사, 광고까지.

그래서 오늘도 촬영장에 나온 아이들과 그녀들을 지켜보는 지영희.

팀장이었던 그녀는 이번 성공적인 데뷔로 인해서 이제는 실장이 되어있었다.

“자, 자연스럽게~”

유민정을 비롯한 아이들이 프로 모델들과는 다르게 다소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서 있었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매력으로 보일 만큼 멤버들의 조화로운 모습.

연속으로 찍히는 카메라 소리가 장내를 가득 채운다.

그 모습을 보는 지영희는 뿌듯했다.

아니, 뿌듯함을 넘어서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면서 자신이 직접 길러낸 아이들이 아니던가.

그런 아이들이 무대 위나, 화면 안에서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모습에, 과거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했던 자신이 투영되면서 그 감동의 울림이 커졌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얼마 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스텝들과 촬영 감독에게 연신 꾸벅이며 고개를 숙이고,

기다리던 지영희에게 다가왔다.

“팀장님, 아니 실장님.”

“고생 많았어. 오늘 일정은 이걸로 끝.”

그 말에 아이들이 긴장이 풀렸다는 듯이 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훈련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이었을 뿐.

“배고프지? 뭐라도 먹으러 갈까?”

“네!”

그렇게 일정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지영희 실장.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바로 대표 김강현이었다.

“지 실장. 오늘 일정 끝났어?”

“네. 전부 끝났어요.”

“이게 다 지 실장 덕분이야. 요즘 반응은 어때?”

김강현이 물었다.

지영희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답한다.

“말해 뭐해요? 대표님도 아시면서.”

유튜브 영상 조회 수도 쭉쭉,

데뷔곡 순위도 쭉쭉.

어디 그뿐이랴.

여기저기 섭외와 매일 같이 들어 오는 문의까지.

그야말로 잭팟.

대박이 터진 것이었다.

대답을 들은 김강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황홀감을 느꼈다.

‘아,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잠깐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하는 중에 들려오는 지영희의 목소리.

“그런데, 대표님.”

“어, 왜? 뭐 해줄 거 있어?”

“지난번에 보고드린 한의원 건 말인데요.”

“아~ 걱정하지 마. 안 그래도 내가 직접 가서 이야기해볼 참이었으니까.”

안 그래도 한의원에 안 간 지 좀 되었는데,

침을 맞으러 간 김에 겸사겸사 넌지시 말해볼 참이었다.

그렇게 찾은 허준한의원.

허준이 진료실로 들어오는 김강현을 알아보고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아, 요즘에 일이 좀 바빴거든요.”

“많이 좋아지셨나 본데요?”

허준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아팠으면 진즉에 찾아왔을 테니까 말이다.

그만큼 만성 염증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일 터.

얼굴만 봐도 확실히 좋아 보이는 김강현이었다.

“참, 선생님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선생님께서 진료 봐주신 덕에 요새 우리 애들이 아주 펄펄 날아다닙니다.”

“그렇군요.”

허준이 부산에 내려갔을 때, TV에서 나오던 애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다들 활기찬 모습이었지.

그 뒤로 지 팀장님이 각자 한약도 맞춰서 갔으니,

특별한 문제가 생길 리는 없을 것이다.

그때, 김강현이 허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그래서 선생님. 아이들 일도 있고 우리 회사 배우 두 명이나 이미 봐주셨는데, 대표로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을 것 같네요.”

“괜찮습니다. 진료비 내셨고, 보약이랑 약값도 전부 내셨는데요. 충분히 지불 하셨습니다.”

허준이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하고,

칼같이 철벽을 쳤다.

“에이~ 그래도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습니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벌써 우리 회사와 여러 번 스쳤, 아니 찌르셨는데.”

역시 지영희 팀장 때와는 말빨이 다르다.

아무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나 보네.

‘그럼 좋은 방법이 있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아니겠는가.

그쪽에서 그렇게 나오시겠다면 우리에겐 최 대표님이 있었으니,

“좋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한번 연락해 보시지요.”

“이게 누구 번호입니까?”

“최인호 대표님이라고 협력문의 하시면 친절하게 받아주실 겁니다.”

*   *   *

사람이 변했다.

한의원에서 통풍치료를 받은 박철웅.

늘 퇴근하고 오면 반주는 기본이요.

틈만 나면 동네 친구들과 모여서 한 잔씩 하던 사람이었는데,

“어~ 아니야. 오늘은 됐어. 너희들끼리 한잔해. 다음에 나갈게.”

칼같이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바라본 아내는 마냥 기쁠 뿐이었다.

“야, 뭐래?”

“글쎄. 이 녀석 한약 먹느라 술 못 마시나 본데?”

“그래? 신기한 일이네.”

그렇게 얼마 뒤,

“친구들 만나서 가볍게 한잔하고 올게.”

이전에 했던 말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지만,

그동안 절제하는 모습을 본 탓일까. 왠지 모르게 그 말이 믿음직스러운 아내였다.

박철웅이 동네 술집으로 향했고,

그를 기다리고 있던 동네 친구들은 이미 얼큰하게 취해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어? 철웅이 이제야 왔구나. 우리 철웅이.”

“야~ 너 진짜. 몰라보게 달라졌네? 얼굴 좋아졌다~”

이전보다 좋아진 안색과 들어간 술배.

게다가 건조하던 피부에 윤기가 돌고 있었으니, 누가 봐도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보약 먹어서 그런가 보지 뭐.”

“그보다 철웅이 왔는데 다들 잔 들어올려.”

박철웅이 한잔을 받아 시원하게 들이켰다.

‘허준 선생님께서 조금은 괜찮다고 하셨지.’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지 생각보다 썩 맛이 있지는 않았다.

분명히 술병과 친구들은 그리웠는데. 막상 마시니 기억속에 있던 그 맛이 아니었던 것이다.

동시에 오히려 지금 드는 생각은 친구들에 대한 걱정.

이전에는 술고래라 불리던 자신의 건강을 친구들이 걱정했다면, 지금은 그 반대가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이어진 술자리에서는 당연히 자식들 이야기 나오고, 군대 이야기도 나오다가 결국에는 건강 이야기로 빠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

한창 이야기를 이어가는 중에,

한 친구가 살짝 배를 움켜잡았다.

“야.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 옛날 그 자리 있잖아. 거기가 좀 당기는 것 같아서.”

그 친구의 이름은 이재혁.

과거 결석으로 인해서 수술한 경력이 있는 녀석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다른 데 앉아 있는 친구들도 병원 신세 한 번쯤은 다들 져봤지.

박철웅이 자세히는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알고 있었다.

이렇게 과하게 마시는 술은 결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박철웅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너 갑자기 왜 그래?”

“화장실?”

“아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계산은 내가 할게.”

그러더니 그대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재혁을 비롯해 남아 있던 친구들이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쟤 갑자기 왜 저래?”

“그러게. 참 별일이네.”

*   *   *

허준한의원은 온라인에 따로 광고를 하지 않는다.

당연히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는다거나, 상담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허준한의원의 이름이 입소문을 타면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이가 있었으니,

Q : 이상하게 여름만 되면 아침에 입이 써요. 이거 왜 그런 걸까요?

허준이 모니터에 올라온 물음에 장문의 댓글을 작성했다.

‘이상하게 요즘 들어서 초진환자가 많이 온단 말이지.’

개원 4년 차. 허준한의원 원장 최허준.

원인 모를 매출 증가를 겪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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