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대량의 포인트를 획득해 보자 >
130화. 대량의 포인트를 획득해 보자
결절.
본래 결절이란 것은 피부가 돌출되어 사라지지 않는 질환을 가리킨다.
발생의 원인은 다양하나, 일반적이면 특별한 증상이 없으므로 미용 적인 목적의 치료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 안에 있는 성대에 발생하는 성대결절의 경우에는 조금 특별하다.
소아에서부터 성장기인 10대 성인에까지 두루두루 나타나는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었지만, 대부분이 간단한 치료로도 회복이 되었기에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질환이다.
다만, 가수나 교사 또는 목소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달라진다.
성대는 상피세포와 근육층으로 이루어진 점막으로, 소리를 내거나 숨을 쉴 때 적절하게 움직이며 발성과 호흡을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곳인데, 이곳에 결절이 생겼으니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여기까지 찾아온 것을 보아하니, 가벼운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겠지.’
그 말은 곧, 평범한 치료로는 치료하지 못했다는 뜻이요.
이 성대결절이 생겨난 원인을 찾아내지 않으면 치료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제 원래 목소리를 되찾고 싶어요.”
엘레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허준.
“우선 진맥부터 잡아볼까요?”
밥이 통역을 했고,
엘레나가 의문스럽다는 듯이 되물었다.
“진맥?”
아, 잊고 있었다.
환자가 한의학에 대해서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때, 밥이 허준 대신에 진맥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내가 사람 하나는 정말 잘뽑았다니까.
“한의학의 전통적인 진료법이에요.”
“어떻게 하는 건데요?”
“간단합니다. 긴장 풀고 저기 원장님 앞으로 양손을 올려주세요.”
“그게 전부인가요?”
“네. 그럼 원장님께서 엘레나의 손목을 잡을 텐데, 놀라지 말고 그대로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그렇게 설명이 끝나고 이루어진 진맥.
허준이 엘레나의 맥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맥을 잡은 손가락에서 느껴져 오는 장부들의 박동.
그중에서 신장의 맥이 영 부실하다.
‘신허증.’
워낙 많은 환자의 진맥을 잡아본 터라,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성대결절은 일종의 굳은살이 생겨난 것이라고 보는데,
굳은살이란 말 그대로 잦은 마찰로 인해 단단하게 경화되어 굳어진 살을 뜻했다.
성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몸은 신비롭게 설계되어 있었으니, 건강한 사람의 성대에는 이런 마찰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윤활유 역할을 하는 분비물로 보호하기 마련인데,
신허증으로 인해 제대로 된 수분이 공급되지 않으니,
분비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건조해졌을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이것이 문제였군,’
이어서 느껴진 것은,
위쪽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감각.
이 또한 이미 느껴본 적이 있는 그것이었다.
‘이건, 비염 같은데?’
허준이 눈을 떴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혹시 비염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나요?”
밥이 통역을 했고,
“네... 그걸 어떻게?”
엘레나의 눈이 커다랗게 떠지며 되물었다.
“제가 진단을 해본 결과, 일단 신장의 기운이 약합니다. 그리고 비염으로 인해서 구강이 건조한 상태고요. 그 두 가지 원인이 함께 더해져 성대의 윤활유가 모자라다 보니 결절이 생긴 것 같습니다.”
밥이 엘레나와 대화를 주고받더니,
“치료할 수 있냐고 묻습니다.”
“치료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허준의 대답을 전했고,
엘레나가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받겠답니다.”
허준이 머릿속에 떠오른 처방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문헌에는 감길탕, 향성파적환 등의 처방이 적혀있었지만, 최근에는 산결개음탕이나 개기소담탕, 반하후박탕 등의 한약에 체질과 증상에 따라 약재를 가감하여 사용한다.
그중에서 허준은 가감을 더한 육미탕을 사용할 예정.
육미탕은 신허증에 같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다음엔 침 치료.
‘아무래도 약침까지 필요할 것 같네.’
천돌혈과 수돌혈, 그리고 기사혈과 천정혈에 이어서 신장에 도움이 되는 혈 자리... 보다는,
목화토금수 오행의 이치에 따라서 수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신장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폐의 기운을 보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네.
‘그러면 폐의 기능이 강화되어 훨씬 도움이 될 터.’
“우선 배농치료를 할 겁니다. 그리고 침 치료를 할 텐데, 이걸로 이런 식으로 찌를 겁니다.”
허준이 자신의 손에 침을 가볍게 찔르며 말했다.
“아프지 않냐고 묻습니다.”
“그렇게 아프지는 않다고 전해줘요.”
밥이 무언가 설명을 했고,
엘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답니다.”
“대충 위치는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랑···, 함께 탕약 치료도 병행할 생각입니다. 물론, 비염 치료인 배농을 가장 먼저 시작해 보도록 하죠.”
그렇게 치료실.
해준 대신에 밥이 연고를 바른 면봉 두 개와 종이컵을 들이밀며 엘레나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코에 이것을 찔러 넣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프거나 자극이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물론, 묘한 냄새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럼 그 컵은 뭔가요?”
“아, 이렇게.”
밥이 종이컵을 들고 시범을 보였고,
엘레나가 그 우스꽝스러운 치료방법에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으나, 이내 자신이 해야 할 것을 깨닫고는 헛기침을 했다.
그렇게 20분.
가장 첫 처방인 배농치료.
엘레나가 자신의 얼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맑고 누런색의 액체를 느끼며 종이컵을 바라본다.
‘이게 다 내 코안에서 나온 거라고?’
배농치료를 받은 환자의 평범한 반응이었다.
거울에서 보기에는 그저 콧구멍만이 보일 뿐, 부비동이라고 하는 공간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상쾌함이 온몸을 휘감고 있는데.
마치, 신선한 공기가 그대로 뇌까지 전해지는 것 같은 착각.
그 착각은 손에 들린 것이 더럽다는 것을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때,
치료실 커튼이 젖혀지면서 등장한 밥이 물티슈를 건네며 물었다.
“배농치료 어땠어요?”
“정말 놀랍네요. 이런 치료방법이 있을 줄이야. 일종의 허브를 이용한 치료법 같은 건가요?”
“네. 비슷합니다. 일단, 이걸로 닦아주시고요. 아직 놀라긴 이릅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그 뒤에 등장한 허준의 손에는 침이 들려있었다.
일반적인 침과 약침이 함께.
첫 자리는 천돌혈.
목울대 아래의 움푹 들어간 자리다.
“밥 선생님. 절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해주세요.”
“네. 원장님.”
아무래도 위치가 위치다 보니,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었기 때문.
엘레나의 눈이 허준이 들고 있는 주사기의 바늘을 따라 움직였다.
자신의 목에 주삿바늘이 들어오는데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허준이 천천히 움직이다가 일 순간,
약침을 찔러 넣으며 약을 투여했다.
‘어?... 전혀 아프지 않네?’
주사기가 목으로 들어오는 공포가 순식간에 사라진 엘레나.
동시에, 긴장했던 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허준이 그런 그녀의 반응을 천천히 확인한 뒤,
완전히 긴장이 풀렸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약침 대신에 이번에는 빠르게 침을 찌르기 시작했다.
목젖 좌우 1치 반, 그 아래로 2치. 수돌혈.
천돌혈에서 양쪽 1치 반에 있는 기사혈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정혈까지.
이어서 비염 치료에 좋은 얼굴의 혈 자리에도 허준의 침이 망설임 없이 찔러 들어갔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완벽한 느낌.
‘됐다.’
“20분 뒤에 뵙죠.”
허준이 자리를 떠나고,
밥이 통역했다.
그렇게 20분 뒤.
치료실에서 나온 엘레나.
분명히 이곳에 들어올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쾌한 기분이 든다.
그럼, 혹시... 목소리도?“
그래서,
“아- 아-”
목을 잠깐 풀었는데,
어느새 밥 선생이 다가와 그런 엘레나를 말렸다.
“엘레나. 원장님께서 당분간 절대로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하십니다.”
“죄, 죄송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원장님의 처방을 따라주셔야 빨리 회복할 수 있습니다. 약은 내일모레쯤에 찾으러 오시라 합니다. 그리고 아까 침 맞은 자리 기억나시죠?”
“네. 물론이죠.”
엘레나가 자신의 목 곳곳을 가리켰다.
목에 바늘이 들어오는데 어찌 위치를 까먹을 수 있겠는가.
밥이 그런 엘레나에게 한 번 더 알려주면서 말했다.
“이 혈 자리들을 자주 마사지해주시는 게 큰 도움이 될 거랍니다.”
* * *
박진석이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선행은 선행으로 돌아온다는 것. 저도 젊었을 적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나이쯤 되니 이해가 되더군요.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손길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서울역이 아니어도 됩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최은진이 짝- 하고 손뼉을 치며 말했다.
“컷! 선생님. 너무 훌륭하신데요?”
“뭐, 하루 이틀 하는 거여야지.”
“아주 좋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완벽했어요. 선생님. 그런데, 어째서 한의원에서 촬영하자고 안 하셨어요? 간접적으로 홍보 좀 해달라면서요.”
현재 촬영장소는 촬영팀에서 구한 작은 찻집.
최은진이 작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물었다.
촬영 내내 한의원 홍보나 좀 해달라고 했던 농담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아~ 그거? 그만뒀어.”
“그만두셨다고요? 아직 은퇴하시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으세요? 이렇게 정정하신대.”
“누가 은퇴한대? 그냥 그 한의원만 그만둔 거지.”
“그럼 새로 개원하시려고요?”
“자네는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아?”
박진석이 최은진에게 물었다.
“당연히 궁금하죠. 선생님과 우리의 인연이 어디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랬다. 박진석의 경우에는 최은진은 작년의 서울역 활동 이후에 친해져서 종종 술자리도 함께 하는 돈독한 사이였다.
물론, 그 가장 큰 이유로는.
“김 선생이랑은 잘 안됐나 봐?”
박진석의 한의원에서 근무하던 부원장 중 한 명인 선생과의 소개 자리가 있었던 것.
그 물음에 최은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뭐,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하고 생각해. 어쨌든 답해주자면, 한방병원을 만드는 중이거든.”
“한방병원이요?”
최은진이 아니라 옆에서 카메라를 만지던 카메라 감독의 물음이었다.
“대박... 선생님 돈 많이 버셨나 보네요.”
“선생님이 한방병원을 만드신다고요?”
“왜? 나는 병원장 하면 안 되나?”
“아, 아니. 그런 이야기는 아니고요.”
최은진이 당황하며 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박진석이 히죽 웃었다.
‘역시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
“내가 재밌는 비밀 하나 알려줄까?”
“비밀이요?”
“자네 허준 그 친구 알지?”
“물론이죠.”
“이번에 만들어지는 한방병원에 그 친구가 함께 할 거야.”
“네!?”
* * *
허준한의원 2층 탕전실.
홀로 남은 허준이 탕약을 달이고 있었다.
그런 허준의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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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이 쌓인 포인트가 들어왔다.
‘확실히 김 선생님이 오시고 혜민서가 더 활기를 띠는 것 같아.’
행사의 규모는 점 조직적인 형태였기에,
초창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나.
전국적인 규모만으로 따지면 그야말로 이전과는 비교도 못 할 만큼 많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게다가 김 선생님은 한의사뿐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말과 함께.
행사의 다양성도 구축해가고 있는 상황.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부쩍 포인트의 획득속도가 빨라진 모습이다.
부산에서의 일 때문인가.
‘어찌 됐건, 혜민서의 규모가 커질수록 내 포인트의 수급은 더욱 빨라질 터.’
일단 그건 그거고 이번엔 내 차례겠군.
아직 여름이 끝난 것은 아니었으나,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상황.
슬슬 추석 이벤트를 준비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안 그래도 추석이 끝나면 곧 수능.
연계해서 이벤트를 해도 되겠어.
총명탕의 주문은 여전히 종종 들어오고 있었으니.
지금 당장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허준이 쌓여있는 포인트를 망설임 없이 사용했다.
「‘탕제 Lv. 5’에 2000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탕제 Lv. 5’가 ‘탕제 Lv. 6’이 되었습니다.」
[탕제 Lv. 6]
- 탕약의 효과가 대폭 증가한다.
‘많은 포인트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도 중요하지만.’
역시나 탕약의 효과가 가장 중요한 법.
이번 이벤트로 대량의 포인트를 획득해 보자.
허준이 눈을 빛내며 탕약기들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