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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127화 (128/230)

< 127화. 무조건 환영이죠 >

127화. 무조건 환영이죠

많은 사람에게 금요일은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끝내고, 휴일이라 적힌 입구로 이어진 날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토요일 아침.

금요일을 불태우고 새벽에 들어온 동생 이진희.

그리고 그와 같은 심정으로 새벽을 불태우며 치킨집을 찾은 손님들 덕분에 허준네 집에서는 코를 고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그 사이로 평소 출근으로 인해 오늘도 정확하게 눈을 뜬 허준.

그대로 느긋하게 외출 준비를 하는 중인데,

“아들. 일찍 일어났네?”

“잘 주무셨어요?”

“정말 잘 잔 것 같아. 어젯밤에도 침을 맞아서 그런가? 오늘따라 한결 개운한 것 같은데?”

허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디 가려고?”

“봉사활동에 가기로 해서요.”

“봉사?”

“네. 예전에 저 TV 나왔을 때 하던 그런 봉사단체가 부산에도 있더라고요. 마침, 내려온 김에 심심하기도 하고 겸사겸사 부산 구경도 할 겸 참여하기로 했거든요.”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내가 아들 하나는 참 잘 키웠다니까. 그래도 아침은 먹고 갈 거지?”

“괜찮아요. 저 원래 아침 안 먹거든요. 점심은 아마 거기 있는 선생님들과 먹을 것 같고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든든히 먹고 다녀.”

“네. 걱정하지 마세요 피곤하실 텐데, 조금 더 쉬세요. 오늘도 오픈하셔야 하잖아요.”

애석하게도 치킨집은 토요일에도 쉴 수 없는 법.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개인 치킨집이라 일요일인 내일은 휴무라는 것이다.

“그러면 조금만 더 누워볼까?”

“그러세요. 참, 내일은 어디 안 가시죠?”

“내일? 특별한 일은 없을 걸?”

“잘됐네요. 그럼, 우리 내일 오랜만에 함께 쇼핑이나 가요.”

“쇼핑? 그럴까?”

“네. 그럼, 다녀올게요. 저녁에 봬요.”

*   *   *

그 시각.

허준한의원에서도 바쁜 일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어엿하게 1인분을 충분히 해내는 밥 선생이 일찍 출근해서 입원실 진료를 돌았고, 허준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유도진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물론, 고요한 선생 또한 톡톡히 활약을 해주고 있었으니,

덕분에 2층의 탕전실에서는 김정우가 홀로 느긋하게 탕약을 달이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렇게 토요일도 무난하게 진료 마감.

허준이 빠졌지만, 그대로 이어진 혜민서 행사를 위해 멤버들이 허준한의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김태식과 박용준이 허준한의원으로 향하며 대화를 나눴다.

“오늘이 김 선생님이 기획하신 첫 번째 날이지?”

“네.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그래?”

이야기와 함께 허준한의원에 도착하니,

김예진이 두 원장을 반겼다.

“어서 오세요. 원장님들.”

“반가워요. 김 선생님. 오늘 행사 기획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

“아니에요.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오늘 참가하는 인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

“여기 계신 선생님들이요.”

“네?! 달랑 우리뿐이라고요? 사람이 많아야 빨리빨리 끝내고 다른 곳도 돌 수 있는데...”

김태식의 물음에,

김예진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답했다.

“우리는 오늘 한군데만 갈 겁니다. 다른 곳은 다른 팀이 맡을 거예요. 참여 신청한 인원을 적절하게 나눠서 여러 군데로 보냈거든요.”

“나눠서 보냈다고요?”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었다.

물론, 많은 인원이 함께 몰려다닐 때는 특유의 단합이 되는 느낌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따지면 그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것이 월등히 효율이 좋은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이론상으로 지금보다 더욱 규모가 커져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

게다가 실제로 서울이 아닌 전국으로 이런 시스템을 확대해 나가면 그 효율은 더욱 높아질 터.

적재적소.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쓴다는 이 단어의 뜻대로 김예진이 혜민서의 대표를 맡으면서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분이었다.

군대식으로 따지자면 일종의 용병술.

“허... 참, 대단하네요. 김 선생님. 그거 굉장히 어려웠을 텐데.”

“뭘요. 하다 보니 재밌던데요?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하고.”

김예진의 대답에 멍한 표정의 김태식.

그때, 그옆에 있던 박용준이 물었다.

“그런데, 허준 원장님은 휴가 잘 보내고 계시데요?”

“아마, 지금쯤 혜민서 사람들 만나서 봉사하러 갔을걸요?”

“네?! 뭐라고요?”

박용준이 놀라 되물었고,

“봉사하러 갔을 것 같다고요.”

김예진이 한 번 더 대답했다.

엊그제 연락이 와서 알려줬다는 설명과 함께.

그러자,

“허, 허준 원장님 진짜 사람 맞죠?”

박용준이 김태식을 바라보며 물었고,

김태식 또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럴 거로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나중에 침으로 한번 찔러봐야겠어. 어쩌면 아닐지도 몰라.”

그 시각.

허준은 정일현 원장이 알려준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신기하네.’

길거리를 둘러보는데, 여기를 보나 저기를 보나 나이 드신 분들이 꽤 많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개원할 거면 부산에서 하라는 농담이 있었는데,

지금 보니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가 보다.

그 와중에도 메시지와 함께 올라가고 있는 포인트들.

「포인트를 1 획득하였습니다.」

「포인트를 2 획득하였습니다.」

···

아마도 어디선가 나도 모르게 환자들이 좋아지고 있다는 뜻일 터.

그 덕분인지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어 지칠법한데도 발걸음에 힘이 실리는 허준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동네와는 약간 어울리지 않는 규모의 주민센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부산의 언덕에 있는 집들 사이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을 법한 주민센터가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뭐지, 이 언밸런스는?’

그런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누군가 다가와 허준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임장수라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오신다고 연락 받았습니다.”

정일현 원장님 아래에서 일했었다던 그 부원장이신가 보네.

“이허준입니다.”

“올려주신 사례들 정말 잘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선생님 같은 분들이 이렇게 행사에 참여해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일단, 이리로 들어가시죠.”

안으로 들어가자,

젊은 한의사부터 몇몇 한의사들이 모여 허준을 알아보고 수군거렸다.

“어? 저 선생님이?”

“맞네. 맞아. 혜민서 허준 선생님.”

“진짜로 오셨네?”

“와~ 그럼 오늘 우리 같이하는 건가?”

‘대충 20여 명은 되는 것 같네.’

서울에서 30명이 넘을 때도 가끔 있었지만, 어찌 됐건 이 먼곳에서 이렇게 꽤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한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허준이 익숙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임장수에게 물었다.

“그보다, 오면서 보니 생각보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많이 보이시던데.”

“아~ 맞습니다. 이게 뭐라고 설명해 드려야 할지...”

머리를 긁적이다가,

“약간 지금 현재 부산의 문제점이라고 할까요?”

“문제점이요?”

“네. 몇몇 동네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주로 주거하고 계시거든요. 젊은 친구들은 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으로 몰려간 상황이라서요.”

“아...”

허준도 들은 적이 있었다.

서울, 경기권으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지방 곳곳에서 올라오고 있다는 뉴스.

덕분에 지방 도시들의 고령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한국이 빠르게 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면 한의사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거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그건 다른 문제지.’

인간의 몸이 그러하듯이 어디 하나가 튀거나 모자라는 현상이 지속하면 그것이 곧 병으로 이어질 터.

이것이 자연의 이치였으니, 사람 사는 사회 또한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뭐, 어쩔 수 있나요? 그거까지 저희가 어찌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니까요.”

맞는 말이었다.

허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정일현 원장이 도착했고,

한의사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허준을 알아보고는 다가왔다.

“허준 선생님 일찍 와 계셨군요?”

“네.”

“저한테 연락하셨으면 편하게 모시러 갔을 텐데.”

“아, 겸사겸사 구경도 할 겸 해서요.”

“언덕길이라 조금 힘드시지 않으셨나요?”

“운동 되고 좋던데요.”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할까요?”

그 물음에 허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일현이 손뼉을 쳤다.

“자, 주목해주십시오! 여기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오늘 특별한 선생님과 함께하기로 되었습니다. 우리 혜민서를 만드신 허준 선생님이십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박수 소리가 이어지고,

허준이 간단하게 인사를 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평소처럼 두 팀으로 나뉘어서 시작하도록 하죠.”

그러자,

허준의 눈앞에 나타난 퀘스트.

* 진행도 : 0%

* 보상 : 포인트 1000

* 남은시간 : 10시간 00분

‘좋아 시작해 볼까?’

*   *   *

서울의 한 빌딩 현장.

이곳에서는 김태현을 포함한 20여 명의 사람이 일하는 중이었다.

물론, 이 중에서 김태현의 원래 인테리어 팀은 7명뿐이었지만, 이번 공사를 맡으면서 최근에 서울역으로 찾아가 새롭게 12명을 데려온 김태현이었다.

이렇게 바쁘게 공사를 하는 와중에 김태현을 찾아온 사람이 있었으니,

최은진이 손가락으로 사인을 보내면서 김태현에게 물었다.

“오랜만이네요. 김태현 씨. 이게 무슨 일이에요? 진짜 몰라봤어요.”

“제가 좀 그런 편이죠?”

김태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네. 1년 만에 이렇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걸 보고 저희도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저도 지금 제 모습이 아직도 적응이 안 돼서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 보면 가끔 놀란다니까요?”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모습에 최은진이 웃었다.

서울역 노숙자로 만났을 때는 그저 조금 젊은 측에 속한 노숙자일 뿐이었는데, 지금은 여유까지 느겨져 온다.

‘누가 그를 노숙자였다고 생각이나 할까. 정말 많이 달라졌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매일매일 바쁘게 지냈습니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가요?”

“보시다시피, 이렇게 인테리어 공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니까, 뒤에 계신 분들이 다 김태현 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직원분들이라고 하시던데, 진짜인가요?”

최은진의 물음에,

김태현이 되물었다.

“다들 몰라보시네요?”

“몰라보다니요?”

“잘 보시면, 어디서 본적있는 익숙한 얼굴들일걸요?”

그 말에 최은진이 무슨 의미인가 했는데,

“어? 설마?...”

“네. 맞습니다. 기억나시죠? 1년 전에 촬영할 때, 자주 보셨던 얼굴들.”

충격적인 대답에 눈을 껌뻑이는 최은진.

그러다가,

“그러니까 지금, 여기 있는 직원들이 전부다?”

“맞습니다. 기억 나셨군요?"

“그럼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뉴라이프 디자인.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곳입니다. 실제로 지금 저 뒤에서 일하고 계신 분 중에는 최근에 합류한 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그럼, 김태현 씨가 직접 옆에서 같이 도움을 준다는 뜻인가요?”

“네. 물론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김태현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제 인생을 바꿔주신 분들이 계셨거든요.”

허준을 시작으로 서울역 센터의 담당 직원 그리고 지금 이렇게 앞에서 촬영하는 사람들과 자신에게 인테리어 기술을 알려준 사장님들까지.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그분들처럼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꿔주고 싶었어요.”

*   *   *

허준이 집중하여 맥을 잡고 침을 놓을 때마다,

은연중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첫째로는 그 특유의 모습 때문이요,

둘째로는 허준이 진료 하면서 보이는 가식없이 친절한 모습 때문이리라.

* 진행도 50%

‘흠, 확실히 느리네.’

평소 허준한의원이나 태용한의원 식구들과 진료를 보다 보니, 차이가 확 느껴진 허준.

20여명이 조금 넘는 인원수에 비해서 속도가 꽤 느렸다.

‘아무래도 그게 필요할 것 같은데?’

「포인트를 1000 획득하였습니다.」

그날 행사가 끝나고,

한의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허준이 조용히 정일현 원장에게 속삭였다.

“혹시, 간단하게나마 따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자리라면...혹시?”

허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일현이 바로 답했다.

“저희야 무조건 환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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