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한의사-111화 (112/230)

< 111화. 오늘 보니 아들이네요 >

111화. 오늘 보니 아들이네요

11번 치료실.

김숙자 씨는 꼭 이 11번 치료실에서만 치료를 받겠다고 한다.

보살님이 여기가 좋다나?

왜 여기가 좋은지 이해할 수 없다.

치료실 입구에서도 가장 멀고, 가장 구석에 있는 곳이었으니까 말이다.

뭐, 하긴.

사는 세계가 다른데, 굳이 이해할 필요가 있으리.

허준이 침을 들고 베드 위에 엎드려 있는 김숙자에게 그대로 찔러 넣었다.

위치는 흉추 11, 12번 사이의 양쪽에 있는 비유혈.

그리고 이어서 그 아래의 위유혈과 삼초유혈 마지막으로 무릎 뒤쪽의 위양혈까지.

모두 당뇨병 치료에 좋은 혈자리다.

집중과 함께 시침을 끝낸 허준이 알람을 맞췄다.

일반적인 사람보다 조금 긴 30분.

“누워서 푹 쉬세요. 알람 울리면 돌아올게요.”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원장실로 돌아온 허준.

「포인트를 1 획득하였습니다.」

보유 포인트 : 4769

자연스럽게 모인 포인트가 눈에 들어온다.

강수연 환자의 퀘스트와 탕약과 진료 등으로 모은 포인트들.

이어서 한번 더 메시지가 올라왔다.

「포인트를 3 획득하였습니다.」

어딘지 모르지만, 어디선가 공유한 치료법이 또 다른 환자를 치료한 모양이다.

우리 한의원의 유도진 선생이나, 고요한 선생 일수도 있고, 태용한의원일 수도 있었다.

‘또는 다른 한의원일 수도 있고.’

허준이 기분 좋게 웃으며 다음 환자의 차트를 확인했고 진료가 이어졌다.

그렇게 그날 저녁.

일과를 마치고 퇴근 전의 원장실.

허준의 눈앞에,

[침술 Lv. 8] 필요 포인트 50000

[구술 Lv. 6] 필요 포인트 10000

[탕제 Lv. 5] 필요 포인트 20000

[추나 Lv. 2] 필요 포인트 5000

[진맥 Lv. 3] 필요 포인트 50000

현재 능력치가 나타났다.

마음 같아서는 침술이나 진맥을 올려 다음 단계의 이능을 확인해 보고 싶었으나,

‘포인트가 너무 높아.’

필요한 포인트가 무려 50000이나 되었으니, 단기간에 올리기에는 불가능한 수치다.

그때, 문이 열리며 퇴근한다는 인사와 함께 고요한 선생과 밥 선생이 한의원을 나섰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유도진 선생.

그래.

저들이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리.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터.

그럼 일단 추나부터 올리자.

‘유민정 환자도 있고 하니.’

허준이 오늘 진료와 탕약으로 모은 포인트 전부를 추나에 사용했다.

「‘추나 Lv. 2’에 500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추나 Lv. 2’가 ‘추나 Lv. 3’이 되었습니다.」

[추나 Lv. 3]

- 추나의 효능이 꽤 증가한다.

*   *   *

연습실.

유민정을 비롯한 5명의 연습생이 거친 숨을 뱉으며 안무를 연습 중이었다.

5명의 단체 안무가 끝나자마자 바로 유민정의 파트.

이 안무가 워낙 격해서 립싱크로 해도 되느냐는 언질을 이미 받은 그녀였지만,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대로 라이브로 소화한 유민정.

그런 그녀를 본 멤버들이 놀라 흘깃거렸다.

노래를 잘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격한 움직임 이후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해낼 줄이야.

허준이 준 보약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본래라면 충분히 해낼 수도 있을 만큼 좋은 체력을 지닌 그녀였으나, 몸 안에 기와 혈이 빠져 방전된 배터리와 같은 상태였으니까.

그것을 허준이 보약으로 충전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당연할 터.

바뀐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체력이 좋아진 탓에 연습이 끝나면 다들 쓰러져 헥헥 거리며 쉬는 동안에도 유민정은 잠시 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홀로 연습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바로 얼굴이었으니,

어느 날 세수를 하고 바라본 자신의 얼굴.

유민정이 거울에 비친 그 모습을 뚫어지게 뜯어보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이게 이렇게..?”

거울 안에는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그것도 너무나 예뻐진 모습으로.

당연한 일이었다.

본래, 생물학적으로도 좌우대칭일수록 아름다운 법.

그동안 평생 삐뚤어진 얼굴만 보아왔던 그녀가 제자리를 찾아가 균형이 맞아들어가자, 더욱 강렬하게 와닿았던 것이었다.

유민정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이쁘다...”

그렇게 중얼거리는데,

누군가 화장실 문을 쿵쿵 두드렸다.

“야~ 민정아. 빨리 나와. 변비야?”

“아, 아니야. 흑, 금방 나갈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사소한 것들부터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더니 마침내.

“대박...”

“야. 너 왜 이리 이뻐졌어? 우리 몰래 시술받았어?”

멤버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기 시작했다.

평소 삐뚤어진 얼굴로 인해서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녔었지만,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다짐한 그녀였다.

매일같이 거울을 보며 변화를 체감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실제로 그녀의 얼굴이 이전과는 다르게 너무나 아름다웠으니,

멤버들의 의문은 당연했다.

유민정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 내가 그럴 돈도 없고, 언니도 알다시피 우리 기숙사에서 같이 생활하잖아.”

“야. 너 기숙사에서도 얼굴 잘 안 보여 주잖아. 창피하다고. 씻는 것도 제일 나중에 하는 녀석이.”

“어쨌든, 팀장님이랑 다니는 곳에서 그렇게 한거야?”

“응. 맞아.”

“거기가 어딘데?”

“나도 잘 몰라. 다만, 한의원이라는 것만 알아.”

“한의원? 주사가 아니고?”

“침이랑 마사지라고 해야 하나, 손으로 이렇게 넣어서 한 건데?”

유민정의 쓸데없는 재연을 보며 인상을 쓰는 멤버들.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난 멤버들의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그날 연습이 끝난 뒤에 지 팀장이 유민정을 불러낼 때에는,

“팀장님. 저희도 데려가 주세요!”

“맞아요. 저희도요~”

“한번만요~”

라고 부탁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이야기는 당연히 김강현의 귀에 들어갔다.

“그러니까, 애들이 같이 보내 달라고?”

“네. 아무래도 민정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이 됐나 봐요.”

“하긴, 한창 그럴 나이긴 하지.”

“그렇죠. 게다가 실제로 효과도 엄청났고요. 아마 대표님이 지금 보시면 몰라보실걸요?”

“그 정도야?”

“네. 오히려 지금 비주얼로도 메이크업 들어가면 압도적일 지도 몰라요. 이러다가는 민정이 원맨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강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이돌이 원맨팀이 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당장 성공할지, 못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인기를 끌면 그것만으로도 어쨌든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진짜 잘가나는 아이돌 그룹은 어떻던가.

멤버 하나하나가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박의 조건이지.’

“좋아. 민정이만 특별 대우해줄 수는 없지 않겠어?”

“잘 생각하셨어요. 안 그래도 괜히 팀에 분란이라도 생기는 거 아닌가 걱정했거든요. 아시잖아요? 그렇게 망가진 팀이 한둘 아니라는 거.”

“알았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완벽하게 준비해서 제대로 한 번 해보지.”

김강현이 호쾌하게 답했다.

그도 허준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고통받았던 삶에서 이제는 하루하루가 상쾌했으니,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허준한의원을 찾아온 연습생들.

기다리던 허준이 늘어난 인원을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오늘은 좀 많네요?”

“네. 어쩌다 보니...”

“일단은 들어오시죠.”

*   *   *

장마가 끝났다.

날은 덥다 못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허준한의원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로 뜨거워진 상태였다.

물론,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아이돌 연습생들이 오가며 생긴 관심이었다.

물론, 이것은 그저 허준한의원 식구들과 태용한의원 등, 몇몇 선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다.

“선배. 그 아이들 봤어요? 진짜 이쁘다니까요? 이름 알아요?”

“영철아. 헛소리 그만하고, 올라가지?”

“헤헤. 너무 좋아. 특히, 우리 민정이 이 삼촌이 격하게 사랑한다.”

중얼거리며 올라가는 도영철.

그 모습을 본 김예진이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 도영철과 친한 고요한 선생 또한 이 여파에 휩쓸린 상태였으니,

오죽했으면, 언제나 칼퇴를 최고의 진리로 생각하던 그가, 진료시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참관을 하겠다면서 강력하게 어필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며 유도진이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쯧쯧 찼고, 밥 선생은 환영하는 눈치였다.

아마 집에 갈 때 말동무가 생겨서 반가운 것이겠지.

하여튼 이것 외에도 한의원을 달군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여름휴가였다.

현재 한의원 식구는 총 12명.

“여름 휴가? 일주일에 5일도 아니고 3~4일 나올까 말까 한데, 나는 그냥 내가 알아서 쉴테니 신경쓰지 말게.”

애초에 깍두기라고 봐도 되는 김정우 선생님을 제외하면 11명.

그중에서 한의사가 다섯.

간호사가 하나, 간호조무사가 다섯이었으니,

‘지난번처럼 돌아가면서 날짜를 잡아 사용하면 되겠네.’

물론, 이런 여름휴가 같은 경우에는 아예 한의원을 쉬면서 갔다 오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곳에 찾아오는 환자와 입원 중인 환자를 생각하면 도저히 비울 수 없는 것이 허준의 입장이었다.

그 때문에 진료를 마치고 다 같이 모인 한의원 식구들.

“선생님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아닙니다. 원장님이 가장 수고하셨죠.”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여름휴가에 관해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서요.”

여름휴가라는 단어에 식구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 차갑던 유도진 선생조차.

‘아무래도 그동안 많이 피곤했었나 보네.’

하긴, 혜민서 활동에다가 논문 그리고 진료까지.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쳤으니 당연할 터.

허준이 선생들을 둘러보면서 말을 이었다.

“일단, 우리 한의원은 짐작하셨겠지만, 따로 휴가를 정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지난번처럼 선생님들께서 각 파트별로 일정을 조율하셔서 날짜를 정해주세요. 날짜는 5일 드리겠습니다.”

“5일이나요?”

“네. 돌아가면서 다 함께 쉬는 방향으로 결정해 주세요. 참, 이 자리에 없는 윤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특별히 하루 더 붙여서 드리겠습니다. 이유는 다들 아시죠? 물론, 휴가비는 따로 나갈 겁니다.”

허준의 말에 식구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공짜 휴가가 5일에 휴가비까지 준다니.

그중에서 가장 얼굴이 활짝 핀 것은 가장 최근에 들어온 간호조무사 최유니와 이수영이었다.

솔직히 이 허준한의원의 일은 힘들었다.

면접 때에도 어느 정도 들었고, 데스크에서 가장 오래 일했다는 김 쌤에게 들었을 때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다만,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런데도 그녀들이 이곳에서 버티며 적응해가고 있는 것은 바로 통장에 들어오는 급여 때문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휴가비에다 휴가를 따로 챙겨 준다니.

그야말로 최고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허준이 두 선생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제출해 주세요. 김 선생님.”

“네. 원장님.”

“그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퇴근하세요.”

그렇게 선생들이 퇴근하기 시작하고,

허준이 탕약실로 올라가려는데,

스마트폰이 울렸다.

도준혁 교수님이었다.

“안녕하세요. 도 교수님.”

“허준 선생. 잘 지냈어요?”

“물론입니다.”

“혹시, 아직 진료 중이신 거는 아니죠?”

“예.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다름이 아니라, 중의사들과의 미팅날짜가 잡혀서요. 다음 주 금요일입니다.”

*   *   *

그 시각.

윤다희와 남편 김민준.

두 사람은 병원에 와있는 중이었다.

물론, 아파서가 아닌 단순한 검사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여러 검사가 필요했으니까 말이다.

김민준이 윤다희의 손을 잡았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축복 같은 존재.

그랬기에 의사 선생님을 기다리는 이 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마침내 문이 열리며,

의사 선생님이 들어왔다.

“다 좋네요. 아주 건강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산모분께서 너무 건강하셔서 조금 놀랐어요. 물론, 아기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뭘요. 앞으로도 부인분께서 지금처럼 이렇게 쭉~ 몸 관리 잘해주시고, 남편분께서 옆에서 잘 도와주시면 됩니다.”

“맡겨만 주십쇼. 선생님.”

김민준이 윤다희의 손을 움켜잡았다.

그때,

“참, 제가 지난번에 따님이라고 했었죠? 오늘 보니 아들이네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