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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하는 한의사-85화 (86/230)

< 85화.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

85화.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설 연휴 중간에 한의원을 찾아온 김찬용.

본래 설 연휴가 끝나고 내원하라고 했으나, 허준이 한의원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리나케 찾아온 것이었다.

“이제부터 슬슬 강도를 높이셔도 될 것 같습니다.”

허준이 김찬용에게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가 원장실로 들어오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날고 싶은 사나이’를 완수하였습니다.」

「포인트를 5000 획득하였습니다.」

보유 포인트 : 7234

쉬는 것도 곧 치료였으니,

연휴 기간에 김찬용은 완치가 되어 있던 터였다.

“정말입니까?”

“네. 그렇다고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고요.”

김찬용이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한의원을 나섰다.

그렇게 진료를 마친 허준이 원장실을 나서는 김찬용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만약 퀘스트가 없었다면 아까와 같이 답할 수 있었을까.’

답은 아니었다.

아무리 기연을 얻고 손의 감각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그 미세한 부분까지는 알아챌 수 없었으니까.

그럼 앞으로 이와 비슷한 환자가 진료를 원한다면 정확하게 환부를 알아낼 수 있는 검사 장비가 필요할 터.

허준이 지난 며칠간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던 것을 떠올렸다.

만약 그 과정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치료 자체를 할 수도 없었겠지.

하지만, 한의원에서 이런 장비들을 사용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물론, 규모를 키워서 한방병원급이 되어 의사가 합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되면 한의사가 아니라 진짜 의사가 합법적으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셈이니까 말이다.

‘지금 당장은 무리지.’

그렇다고 지금 한방병원급으로 규모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무리 몇 달간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의원 규모로 따졌을 때의 이야기.

그럼 남은 방법은 역시 한가지뿐.

마침, 동네에 정형외과도 생기지 않았던가.

그렇게 마지막 환자를 보낸 허준이 홀로 탕전실로 향했다.

이번엔 엄마에게 드릴 탕약이었다.

어떤 탕약이 좋을까.

갱년기의 원인은 정확히 말하자면 폐경으로 인해서 이전까지 분비되던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가 되지 않으면서 겪게 되는 일종의 몸살과 같은 것.

이 몸살은 안면홍조, 불면증, 우울증, 불안증부터 나중에는 골다공증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여기에 도움이 되는 탕약으로는 당귀작약산, 가미소요산, 반하후박탕, 온청음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당장은 어머니에게 끝내주는 보약인 공진단이 있었으니.

‘무난한 가미소요산이 좋겠군,’

공진단이 몸의 허증을 채워줄 테니, 마음의 평안을 얻게 해주는 약재들을 가감해서 만들 생각이었다.

허준이 약재 함에서 약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백출, 백작약, 시호, 박하, 맥문동 등등.

그중에서 허준이 진정작용에 도움이 되는 약재인 백출과 백작약을 더 많이 가져왔다.

그리고 진료를 볼 때의 맥을 떠올리며 집중하자,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약재들을 포에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끝낸 배합.

아마 이 정도면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갱년기에 중요한 운동이야 이미 도우미를 붙여놨으니 걱정 안 해도 될 터.

그렇게 허준이 탕약기에 불을 올리고 정성을 들여 달이기 시작했다.

*   *   *

입소문은 파문과 같다.

잔잔한 웅덩이에 물이 한 방울 떨어지면 그것이 서서히 원을 그리며 퍼져나간다.

이렇듯 허준한의원의 이야기도 점점 더 큰 원을 그려나가기 시작했으니,

이는 명절을 맞이하여 모인 사람들 때문이었다.

“한의원에서 고쳤다고?”

“네. 형님.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한테 추천받아서 갔었는데, 진짜 잘해요.”

“그래? 가면 막 보약부터 먹으라고 그러지 않아?”

“약은 필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죠. 그런데 몇 달 지나니까 이렇게 깨끗하게 나았어요. 그리고 약값도 엄청 비싸게 안 받아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항상 많더라고요.”

“거기가 어딘데? 알려줘 봐. 친구네 아들 녀석도 아토피 때문에 아주 난리거든.”

아토피부터,

“수술 날짜 잡혔다고 하더니 손가락 멀쩡하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병원에 가서 날짜까지 잡았었는데, 딸내미가 인터넷에서 무슨 기사를 봤다나? 그래서 찾아봤더니 동상이랑 화상 치료 잘하는 한의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뭐 가봤죠.”

“그래서 이렇게 나은 거야?”

“네. 세 달 정도 입원하긴 했는데, 덕분에 이렇게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허, 그런 곳이 다 있어?”

“아마, 근처 냉동창고 사장님들한테도 말하면 다른 사람들 한테도 도움 되지 않을까요?”

동상과 화상에,

“아니, 너 술이 왜 이리 세졌어? 주는 대로 죽죽 받아 마시네?”

“이상하게 약을 먹은 다음부터 소주가 술이 아니라 완전 물이야 물.”

“그래? 무슨 약인데?”

“나도 잘 모르는데, 우리 와이프가 가져왔거든. 나중에 내가 알아보고 카톡으로 보내줄게.”

이어서 보약,

“아이구~ 우리 새끼 왜 이리 홀쭉해졌어? 괜히 서울 올라가서 밥도 못 먹고 다니는 거 아니야?”

“할머니. 일부러 살 뺀 거예요.”

“우리 새끼가 살 뺄 때가 어디 있다고. 퉁퉁하니 복스럽게 생겼었는데.”

그리고 다이어트 등등 여러 분야까지.

덕분에 설 연휴가 끝나자 허준한의원은 매일같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설 연휴 동안 모두 충분히 충전해서였을까.

분명히 이전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왔음에도 상황은 여유롭게 돌아갔다.

‘역시, 이번 휴무로 인한 재정비가 큰 도움이 되네.’

허준이 치료실을 나서며 한의원 상황을 한눈에 파악했다.

유도진 선생의 진료도 한층 템포가 빨라진 것 같았고, 데스크 팀의 응대 또한 완벽했다.

그렇게 점심시간.

허준한의원 식구들이 모여 밥을 먹으며,

“원장님. 오늘따라 유난히 환자들이 많네요?”

“원래 이렇게 명절 연휴 끝난 며칠 동안이 굉장히 많이 와요.”

김 선생과 윤 선생은 추석 연휴를 겪었지만, 그때야 방송에 나간 여파로 몰려든 환자들이었기에 사실상 이번이 첫 명절 연휴의 경험인 셈.

그것을 알고 경험 많은 남 선생님이 답했다.

“참, 다들 연휴 동안 잘 쉬셨어요?”

“물론이죠.”

“아침에 몰려든 환자 때문에 제대로 인사도 못 했네요.”

“우리끼리야 뭐, 서로 눈만 마주쳐도 인사하는 거죠.”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역시 식구들의 얼굴이 한결 여유가 넘쳐 흐른다.

그때, 김예진 선생이 물었다.

“그런데, 원장님. 입원실 도영철 선생 휴가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당직 땜빵 구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김예진의 휴가와 도영철의 휴가가 서로 엇갈렸기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는 상황.

자신이 데려왔으니 궁금했나 보다.

허준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아~ 그거요? 고요한 선생님이 해주셨죠.”

“네? 고요한 선생님이요?”

설 연휴 내내 출근을 하기로 한 고요한 선생이 3일간 당직 근무를 서고 일주일간 휴가를 떠난 것이었다.

“대박...”

“고요한 선생이 몰랐는데, 도영철 선생이랑 친한가 보더라고요.”

나이도 같았고, 근래 들어서 입원실 진료를 보러 자주 오가면서 친해진 모양이었다.

덕분에 따로 사람을 구하지 않고도 계획대로 휴가를 떠날 수 있었으니.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지.’

물론, 급여는 조금 더 주기로 했지만, 고요한 선생이 한 일에 비하면 별거 아니었다.

어차피 휴가비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고.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끝난 점심시간.

“잘 먹었습니다.”

“저도 잘 먹었어요.”

“원장님 커피 드실 거죠?”

“이거 카드 가져가세요.”

가볍게 커피까지 충전을 마친 식구들을 보며 허준이 말했다.

“며칠 동안은 환자들이 많을 것 같으니까, 조금씩만 힘내주세요. 그리고 힘들거나 아프시면 바로바로 이야기해주시고요.”

“알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오후 진료 시작해 볼까요?”

재정비된 허준한의원에는 힘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   *   *

김민준이 허준한의원을 찾았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오는 길이니,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다시 시작하자고?’

‘응. 우리 다시 이전처럼 살아보자.’

‘보나 마나 또 싸우게 될 거야.’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이번엔 제대로 준비해서...’

김민준의 얼굴을 보며 윤다희가 말했다.

‘좋아. 대신에 우리 한의원 원장님께 같이 진료받아보자.’

그 말을 들은 김민준이 잠시 망설였다.

당장 자신이 찾아가 해고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던가.

인제 와서 그 말을 번복하고 진료를 봐달라기에는 소심한 성격인 그에게는 굉장히 난처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왜? 싫어?’

‘아, 아니야. 알았어. 근데 정말 믿을 수 있는 분이야? 예전에도 우리 한의원도 다녀봤잖아. 별로 효과 못 본 거 기억 안 나?’

‘기억 하지. 하지만, 원장님은 내가 본 한의사 중에서 가장 믿을 만한 분이야.’

이런 속사정이 있었으니,

한의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어찌 무겁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온 김민준.

그를 반긴 것은 데스크에 있는 김예진이었다.

“죄송하지만, 저희 진료 마감되었는데.”

“예약이 되어 있다고 들었는데요.”

윤다희가 설 연휴가 끝난 첫 출근날에 대대적으로 발표한 상황이었기에 김예진은 그가 윤 쌤의 남편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아~ 김민준 씨 맞으시죠?”

“네. 제가 김민준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원장님 치료실에서 나오면 바로 불러들일게요.”

그렇게 시작된 마지막 진료.

김민준이 원장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서 오세요.”

“그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아닙니다. 사정은 충분히 들었으니까요. 윤 선생님한테도 이야기는 들었어요.”

“진료 봐주시기로 했다는 거 저도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그거야 제 일인걸요. 윤 선생님은 우리 한의원에 없어서는 안 될 식구이기도 하고요.”

김민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허준이 그런 김민준을 보면서 진료를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 드러난 것은 가벼운 복부비만 정도.

“혹시, 술 좋아하시나요?”

“아니요. 저는 술을 잘 못 해서 웬만해서는 마시지 않는 편입니다.”

“그럼 간식은요?”

“간식은 자주 먹는 편이죠. 아무래도 제가 개발 일을 하다 보니까 야간에도 작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일단 간식을 줄이고 운동이 필요할 것 같군.

이어서 가족력이나 지병에 대한 질문.

“수술하셨다거나, 가족력은 따로 없으신지?”

“네. 가족력으로 고혈압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외에 수술은 따로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검사하셨을 텐데, 뭐라고 하던가요?”

“구조적인 문제는 없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스트레스 요인이 크다고밖에는.”

예상했던 대로 현대의학으로 봤을 때, 검사결과 모든 것이 정상에 가깝게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진맥 한번 잡아 보죠.”

허준이 김민준의 맥을 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아 집중하자,

손끝을 타고 정보들이 전해져 오기 시작한다.

신장과 명문의 맥이 허하다.

동의보감에서는 척추를 기준으로 좌측의 신장은 몸 안의 진액 대사를 관장한다고 하고, 우측은 명문이라 하여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생식기능을 조율한다고 적혀있었으니,

당연히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을 터.

일단 전체적인 몸 상태를 끌어 올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난임치료의 목표는 부부 모두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것.

허준이 생각을 마쳤다.

치료방식은 한의원의 다이어트프로그램과 함께, 신장과 명문의 기운을 북돋을 생각이었다.

‘팔미지황환이 제격이겠어.’

“환약 괜찮으시죠?”

“네. 물론입니다.”

“시작은 팔미지황환이랑 침으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리로 오시죠.”

그렇게 치료실로 향한 두 사람.

허준이 침을 꺼내 들었다.

손등이 보이도록 손목을 놓고 그로부터 한마디 위쪽의 경거혈.

발목과 종아리에 있는 부류혈을 보하고,

엄지 발가락이 시작되는 지점의 옆쪽과 발목과 종아리의 경계선 부근의 태백과 태계혈을 사했다.

민감해진 손끝에서 보할 때와 사할 때의 움직임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느낀 뒤,

“환약은 윤 선생님 편으로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앞으로 잘 해보죠.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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