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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손님 (12/14)

밤손님

“그래, 마음대로 해라. 뭐? 삐져? 아니니까 닥치시고요. 잘 놀아라, 우리 재현이. 응?”

정지운은 제 짜증을 한 자락도 숨기지 않고 휴대폰에 실어 쏘아댔다. 반대편에서 뭐라 하는 말이 조용한 거실을 울렸다. 거기에 들은 척도 않고 손가락을 툭 눌러 통화를 끊어버린다. 옅은 색의 눈동자가 한참 동안 휴대폰을 내려 보았지만, 전화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잠깐 음소거 해두었던 티브이의 소리를 켜고 그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쓸데없이 거대한 냉장고를 열고 아래 칸을 뒤적거렸다. 손바닥만 한 투명한 플라스틱 반찬통마다 음식이 다르게 들어있다. 흰살 생선, 닭 가슴살, 돼지고기 데친 것, 삶은 달걀. 그중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꺼내고 그 위 칸의 샐러드를 꺼내 들었다. 마지막으로 케일과 사과를 갈아 만들어둔 음료까지 큰 병째로 식탁에 올려두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에게 있어서 원수 같은 윤재현이 없다면 일반식을 먹을 이유는 없었다. 식이조절을 해서 몸을 만들어두는 게 낫지. 그 와중에 샐러드에서 풀떼기는 최대한 골라낸 채 새우나 파프리카 같은 것만 찍어다 먹었다. 다행히 운동은 아침에 다녀왔다. 이대로 자고, 내일 윤재현은 회식의 여파랍시고 늦게 일어날 것이 뻔하고. 내일 저녁쯤에 만나면 엉덩이라도 걷어차 버려야지. 

꾹꾹 눌러 참던 성질이 뻗치자 정지운은 손에 들고 있던 포크를 던지듯 내려뒀다. 원목 식탁 위 유리에 부딪히며 금속성의 소리가 쨍했다. 하여튼 요즘의 윤재현은 속을 긁어대는 데 도가 텄다.

그놈의 취업을 못 하게 하려고 그렇게 놀아주고 괴롭혔건만, 윤재현은 결국 취업에 성공하고야 말았다. 그것도 어디서 이름을 들어본 대기업으로. 모두가 축하해주고, 지금껏 본 적 없는 밝은 표정으로 기뻐하는 윤재현의 곁에서 정지운은 입술을 애써 끌어 올린 채 축하 인사를 입에 올렸다. 

대체 왜 일하지 말고 놀라고 해도 꾸역꾸역 취업을 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카드를 준다고 해도 자길 무시하느냐고 성질 내고. 기껏 카드를 줬더니 결제처가 기가 막혔다. 종로 YBM학원 30만 원 월 종합반. 듣도 보도 못한 소비처였다. 정지운의 주변엔 이런 곳을 다니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어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 검색까지 해보았다. 그리고 검색 결과 윤재현이 소극적이어서 어학연수 간다고 제 카드를 긁지 않은 것이나 감사하기로 했다. 정말 묘한 것으로 사람 열받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연인이다.

오늘도 그렇다. 퇴근하고 집으로 오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더니만 회식이 생겼다며 저렇게 약속을 미뤄버린다. 정지운으로서도 애가 제 마음대로 약속을 걷어찬 것도 아닌데 뭐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그때마다 짜증이 다각도로 났다. 

아니, 재현이 얘는 내가 월급 주고 고용한다고 할 때 그냥 받아들이지 왜 남 아래서 저 고생이야 없어 보이게. 예전에 크게 싸우던 중 왜 이렇게 없게 구냐고 했다가 윤재현이 진짜 ‘씨발 놈’이라고 욕하고 나가버린 이후로 그 말은 꾹꾹 눌러 담고 살고 있다. 

그런 종류가 윤재현의 지뢰였다. 그때마다 정지운은 또 성질이 났다. 고분고분하지도 않아. 말도 안 들어. 도대체 저걸 왜 사귈까. 예쁘다고 해도 윤재현보다 예쁘고 잘생긴 애들이 대한민국에서 긁어모아 보면 한 트럭인데. 고뇌해봐도 모를 일이었다. 

내일 윤재현이 먼저 쭈뼛쭈뼛 옆구리에 와서 붙을 때까지 연락이나 안 하고 있어야지. 그래도 자기가 잘못한 걸 알고 사과할 타이밍을 찾느라 빙빙 도는 모습은 귀여운 편이었다. 주말 내내 오늘 약속 깬 거 빌미로 괴롭히고 붙어먹어야지. 

정지운은 그렇게 마음먹고는 먹다 남은 음식조차 치우지 않은 채 용기 그대로 싱크대에 넣어뒀다.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샤워를 한 다음 소파에 널브러졌다. 이제 와 어디 나가 놀기도 귀찮은 시간이다. 밤 열한 시. 다 귀찮았다. 손으로 턱을 쓰다듬다가 그냥 발걸음을 침실로 향했다. 낮은 조도의 조명만을 켜고 회색 침구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천천히 가라앉아가는 정신이 수면의 상태에 들어가려 했다. 

다른 연예인들은 잠을 못 자네 어쩌네 난리라는데 정지운은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다. 세상은 살 만했고 딱히 큰 걱정도 없었다. 하는 만큼 되는 것이고 안 되면 그냥 마는 거지. 그나마 연기 쪽으로 접어들면서 의욕이 생긴 것이지, 이전에는 의욕도 없었다. 매일매일이 어제보다 나은 삶이다. 이거면 됐지. 

무거워진 눈꺼풀이 감기기 직전, 멀리서 현관문 비밀번호 눌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눈을 뜨고 가만히 그 소리를 들었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집 안으로 들어섰다. 침실 벽에 걸린 무소음 시계를 돌아봤다. 매니저가 이 시간에 올 일은 없다. 저 문 비밀번호는 미국에 계시는 부모님도 모르고. 남은 사람은 하나다. 

정지운은 그걸 뻔히 알면서도 몸을 일으키지 않은 채 침입자의 발소리를 들었다. 익숙한 인기척이다. 거실을 살금살금 돌아다니던 발소리가 침실 앞에서 멈추더니 조용하다. 아마도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는 모양이다. 그리고 뒤돌아 욕실로 멀어진다. 아마 정지운이 자고 있다고 판단한 듯했다, 이 늦은 밤의 침입자께서는. 

정지운은 이미 깨버린 잠에 눈을 크게 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강아지처럼 쪼르르 와서 발소리도 조심하는 게 귀엽다. 나오면 한두 마디 하다가 넘어가야지. 

그 나름대로 자신의 관대함에 감탄하고 있는데 한참 만에 다시 거실에서 소리가 들렸다. 샤워를 끝내고 나온 모양이다. 혹시 어디 다른 방에서 자는 건 아니겠지. 다시 촉각을 곤두세우다가 침실로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한두 해 한 게 아닌 연기가 무엇보다 도움이 되었다. 

소리조차 내지 않고 문이 열렸는지 발소리가 천천히 침대와 가까워졌다. 그리고는 이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고 따끈한 손이 그의 팔을 들어 올려 어떻게 자세를 잡으려 한다. 감각이 간질거려서 정지운은 웃음을 참느라 죽을 뻔했다. 어떻게 된 게 잠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한 번을 안 물어보냐. 

어떻게 자리 잡을지 조심조심 움직이던 몸이 정지운의 옆에 딱 붙어 누웠다. 어깨 근처로 윤재현의 머리가 기대왔다. 익숙한 샤워 워시의 냄새와 윤재현 특유의 살 냄새가 났다. 이상하게 같은 걸 사용해도 냄새가 달랐다. 윤재현에게선 포근하고 방금 빨아 널어둔 듯한 냄새가 난다. 그리고 끄트머리에 걸리는 알코올 냄새도. 하긴, 이렇게 제 발로 붙어 누우려면 단순히 미안해서 애교로 그러는 것뿐만 아니라 알코올의 역할도 클 것이 뻔했다. 

그의 손을 끌어다 알아서 안겨온 윤재현을 두고 정지운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여기서 일어나서 괴롭힐까. 아니면 일단은 이대로 자고 내일 아침 일어나 모르는 척해줄까. 그 생각이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은 완전히 자리 잡아 누웠다고 생각한 윤재현이 몸을 불쑥 일으켜 정지운의 배 어딘가를 짚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자세가 불편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다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눈을 감고 있어도 시선이 얼굴에 향해 있음을 알아 초인적인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갑갑해서 눈을 뜰까 하던 찰나 숨결이 얼굴 근처를 간질였다. 입술에 윤재현의 입술이 닿는 것을 느끼고도 정지운은 어리둥절했다. 

내가 지금 잠을 자서 꿈을 꾸는 건가. 아니면 얘가 술을 도대체 얼마나 처먹은 건가. 알코올을 링거로 꽂아다가 수혈을 했나? 

정지운은 대한민국 회식 문화에 대해 잠시 욕을 한 뒤 꼬물꼬물 위에서 입술을 맞대고 있는 윤재현의 얼굴을 실눈 뜨고 바라보았다. 눈을 꼭 감은 채 키스하려 하기에 입술도 열어줬다. 섞이는 혀는 치약 향이 났고 술 냄새도 났다. 역시 제정신이 아닌 게 뻔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윤재현은 키스를 더럽게 못 했다. 

여기서 정지운은 제가 키스를 잘한다는 것을 좀 감안해야 했는데 도통 그러질 않았다. 그의 기준에서 윤재현은 다 미숙했다. 키스도 못 해. 섹스 한 번 하려고 해도 한참을 빼. 섹스할 때도 야한 말 하나도 잘 못 해. 그래도 그게 귀엽고 더 괴롭혀서 정신을 못 차리게 하고 싶으니 정지운도 중증은 중증이었다. 가르치다 보면 언젠가 잘하겠지. 그런 마음으로 귀여워하는 게 이미 한참이 지났다. 

깊게 넣지도 못한 채 움직이던 혀가 빠져나가기에 정지운은 가만 늘어뜨리고 있던 팔을 들어 윤재현의 몸에 감았다. 힘을 줘 제 위에 올렸다. 갑작스레 눈을 뜬 정지운에 놀란 윤재현의 몸이 굳었다. 순식간에 단단한 몸 위로 올려진 윤재현이 눈을 크게 떴고, 정지운은 자는 척에 이어 다른 표정 관리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화난 척이다. 저를 향한 연한 눈동자가 아직 탐탁잖은 기색으로 가득한 것을 보고 윤재현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 왔어?”

정지운이 진짜 못된 게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물었다.

“방금 왔어.”

“왜 왔어.”

“어……, 나갈까?”

“취해서 뇌도 술에 절었냐.”

거기서 냉큼 갈까라는 질문이 나오다니, 윤재현은 진짜 갈 길이 멀었다. 동그란 눈매의 끝을 정지운이 엄지로 문지르다가 그 손을 뒷목으로 해서 끌어 올렸다. 다시 입술이 겹쳐졌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 달리 정지운이 리드했다. 호흡을 먼저 맞추고 입안의 점막을 혀로 문지르며 성감을 고조시켰다. 

딱딱한 몸 위에 올려진 윤재현의 몸이 흠칫거렸다. 다리를 가만있지 못하겠는지 움직이다가 정지운의 다리와 서로 얽혔다. 갑갑하게 차려입은 속옷과 잠옷이 서로 거슬렸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떨어져 나간 쪽은 엎드려 뒷목이 잡힌 채 키스하던 이였다. 고개를 들어 피하더니 눈앞에 보이는 흰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정지운의 목덜미에 닿은 윤재현의 뺨이 촉촉했다. 

뒷목을 누르던 손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등을 쓸어내렸다. 도닥거리다가 허리를 만지작거리고 그 아래 바지 속으로 파고들어 통통한 엉덩이의 살집을 만졌다. 윤재현은 앓는 소리를 내며 늘어져 있었다. 움찔거리는 다리가 아래의 다리와 더 얽혀들었다. 

엉덩이 사이의 어딘가로 손가락을 은근슬쩍 미끄러뜨릴 때까지 느긋하던 정지운은 손끝에서 느껴진 감촉을 다시 확인하고자 미세하게 움직여보았다. 그제야 몸을 일으켜 피하려는 윤재현을 더 꽉 끌어안고 씨익 웃었다. 다른 팔로는 움직이려는 상체를 꼭 부여잡아 붙였다. 손가락이 파고들면서 마디의 걸리는 부분마다 움찔거리는 윤재현의 귓가에 정지운이 낮게 속삭였다.

“준비하고 나왔어?”

“응. 그냥. 혹시 몰라서…….”

“나 자는데? 덮치려고?”

“아니, 그건 아닌데.”

안절부절못하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윤재현의 귓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열이 오른 귀를 핥으며 정지운은 신이 났다.

“하긴 우리 재현이는 윗입보다 아랫입이 훨씬 잘하지.”

“야!”

“키스는 가르쳐줘도 안 늘고. 언제 아랫입만큼 따라올 거야?”

능글거리는 말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손가락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젖은 구멍을 천천히 들쑤시고 들어갈 자리를 넓히는 사이 윤재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몸을 움찔거렸다. 정지운은 도무지 그 얼굴 생김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을 저렇게 해댔다. 윤재현은 가끔 정신이 같이 썩어들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미친놈아. 제발 그러지 말랬지.”

“근데 생각해보니까 키스는 혀만 몇 번 넣고 마는데 여기는 하는 동안 계속 쑤시잖아.”

“아, 제발…….”

“많이 해주는 만큼 잘하나 보다.”

“아, 나 안 해. 못 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윤재현 나름의 항복 선언이 나왔다. 하지만 이미 달아오른 몸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섣불리 일으켜지질 않았다. 게다가 제 품을 빠져나가려는 윤재현의 움직임에 정지운은 나름 눈에 힘을 주고 입술을 꽉 물었다 떼며 말했다.

“약속 깨먹고 와서 덮치려 했던 게 누군데 여기서 내빼.”

“덮치려고 안 했어!”

“약속은 어겼지?”

“그건 회식이잖아.”

“어쨌든.”

“……그래서 뭐.”

기세가 결국 꺾였다. 정지운은 더없이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윤재현의 엉덩이 사이로 파고드는 손가락을 늘렸다. 아직 젤을 쓰지 않아 쓸리는지 찌푸려지는 눈가에 입술도 촉촉 찍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천천히 물려서는 윤재현의 입가에 꾹 눌렀다. 미약한 물기가 묻은 손가락이 제 아랫입술을 꾹 누르자 뺨이 붉어진다.

“입 벌려.”

“젤로…,”

말을 하려고 벙긋하는 입안으로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밀려들어 갔다. 고인 타액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정지운은 여유 있게 웃었다.

“싫어, 적셔줘.”

윤재현의 눈길이 살짝 날카로워지려다가 눈앞의 흰 얼굴이 보이는 태연한 표정에 결국 졌다. 입안의 손가락을 오물거리듯 물고 타액을 삼키지 않은 채 적셨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단지 배웠다고 해도 하고 싶지 않아서 버티는 것이었지. 

축축해진 손가락이 빠져나와 다시 아래로 향했다. 움츠러들려던 몸은 다른 손에 의해 다리가 벌려졌다. 저항 없이 벌어진 하얀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엉덩이가 눌리고 내벽이 만져질 때마다 움찔거리면 정지운의 발기한 성기와 제 성기를 문지르는 꼴이 되었다. 답답했는지 정지운이 윤재현의 엉덩이 아래 걸린 속옷과 바지를 한 번에 벗겨냈다. 끙끙거리며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윤재현에게 속삭였다.

“재현아. 내 바지 벗겨야지.”

“…….”

대답은 없었지만 방황하던 손이 천천히 정지운의 허리에 걸쳐져 있던 바지와 속옷까지 걸고 끌어 내렸다. 상의는 본래 안 입고 자는 게 습관이었다. 발기해 딱딱해진 성기를 겹쳐 문지르며 허리가 음탕하게 움직였다. 위아래 할 것 없이 그랬다. 특히 엉덩이 안쪽까지 들쑤셔지고 있는 윤재현은 더했다.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만 같았다. 

사정감을 떨치려 눈을 빠르게 깜빡이다가 눈앞의 어깨를 이로 꾹꾹 물었다. 윤재현의 반응을 느끼며 정지운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빨리했다. 더듬듯 건드리던 내벽에 손가락을 하나 더 쑤셔 돌렸다. 거기에 당하는 쪽은 죽을 맛이었다. 차라리 할 거면 빨리하는 게 낫지. 이 이상 전희가 길어봤자 고통이었다. 

“읏, 이제 좀… 하자. 아으.”

“우리 재현이 빨리 먹고 싶어?”

“아니. 미친…… 그거 아니고.”

“이제 먹자. 일어나 봐.”

“어?”

손가락이 빠져나와 허전해진 뒤에 적응되기도 전에 윤재현의 몸이 잡혀 일으켜졌다. 얼떨결에 정지운을 깔고 앉은 모양새가 되었다. 정지운은 허리 뒤에 베개를 하나 더 가져다 대 상체를 기대고 몸을 반만 일으켰다. 허벅지를 깔고 앉은 제 자세와 꽉 잡힌 골반을 보고 윤재현은 울상이 되었다.

“이렇게 해?”

“응. 오늘은 이렇게 할 거야.”

“나 힘들어.”

“누가 늦으래?”

우는소리를 해도 정지운은 신이 났다. 성감이 돋우어진 표정은 이미 기대감에 가득 차 봐줄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 그 기색을 읽은 윤재현은 체념이 빨랐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방금까지 같이 맞대 문지르던 정지운의 성기를 손바닥으로 감싸 만졌다. 그 주인의 생김새와는 너무도 다르게 생겨 볼 때마다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고운 선으로 이루어진 정지운이 결코 여자 같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나치게 남성미 넘치는 것을 달고 있는 건 아니지 싶었다. 

두꺼운 기둥부터 손길이 닿아 조물조물 만져질 때마다 정지운은 숨을 한 번씩 골랐다. 당장 저 엉덩이를 들어다가 위에 주저앉히고픈 생각이 치솟았지만, 어디 윤재현이 어떻게 하려나 볼 생각도 있었다. 서투르게 만지작거리고 귀두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하기도 전인데 이미 겁을 집어먹은 모양새였다.

“나 그냥 해?”

“왜.”

“콘돔…….”

“그냥 넣어.”

“야아…….”

“안에 안 쌀게.”

물론 거짓말이다. 윤재현도 그것이 불안한 모양이었다. 오랜 시간 달래놔서 맨살끼리 닿고 안쪽이 부벼지는 것까지는 넘어간다지만, 제 안에 정액을 싸는 것만큼은 아직도 기꺼워하질 않았다. 처음 노콘으로 섹스했던 날 자제하지 못하고 말도 없이 장내 사정을 했다가 나중에 윤재현이 얼마나 발작했는지 모른다. 씻는 내내 잔소리했고 잠들기 전까지도 웅얼거렸다. 

하지만 그다음 날 몸살이 나서 끙끙거리는 걸 보면서도 그의 머릿속에는 뒤로 정액을 흘리던 윤재현의 모습만 아른거렸었다. 그리고 오늘은 술에 취해 침대에 기어들어 온 만큼 그렇게 만들 생각이었다. 어딜 약속도 안 지키고 술까지 마신 주제에 뒤를 씻고 들어와. 죽으려고. 

머뭇머뭇하던 윤재현은 결국 침대 위를 무릎으로 지탱하고 서서 각도를 맞췄다. 답답할 정도로 느린 행동이었지만, 정지운은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보고 있었다. 어차피 조금만 더 있으면 시작이었다. 조금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어금니를 꽉 깨물며 그는 성기의 끝에 닿는 연한 허벅지 안쪽 살의 감촉을 견뎠다. 윤재현은 제 입구 근처에 성기를 두고 주저하고 있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는 뒤에 맞춰 몸을 내렸다. 천천히 내렸지만 부담스러운 귀두가 입구를 통과하는 동안 한숨이 나왔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온몸이 떨렸다. 커다란 손이 엉덩이를 주물거리며 그것을 도왔다. 딱딱한 성기는 조금의 물러짐도 없이 내벽을 갈라 들어갔다. 모양새대로 긁히는 내벽이 움찔거리며 조여들었다. 

엉덩이에 까슬한 음모가 닿을 정도로 깊게 삽입되고 나서야 몸무게가 아래의 몸에 실릴 수 있었다. 긴장으로 뻣뻣해진 몸이 품고 있는 성기를 요령 없이 조여 물었다. 뿌리부터 끝까지 꽉 잡힌 압박감에 정지운도 눈을 찡그렸다 떴다. 몇 번을 해도 저랬다. 손으로 허리 부근을 살살 쓸어주며 덜덜 떨고 있는 제 연인을 불렀다.

“재현아, 힘 풀고.”

“아. 니가 해봐. 되나.”

“몸은 힘 빼고 아래로만 물어.”

“휴우…….”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버거운 성기를 품고 있는 저 자신이 힘들었기에 정지운이 말하는 대로 어떻게든 긴장을 풀려 했다. 탄탄한 배를 짚고 있는 손 위로 정지운의 손이 올라와 마주 잡아 지탱했다. 허리를 세우고 앞으로 쏠리려는 몸무게를 깍지 낀 손에 실었다. 그제야 바짝 들어간 힘을 뺄 수가 있었다. 미세하게 움직일 때마다 깊게 움찔거리는 성기가 느껴져 몸을 떨었다. 

잠시 숨을 고르던 윤재현이 살짝살짝 몸을 움직였다. 조금 들어 올렸던 몸을 내리고 일으키기를 반복했다. 의도치 않아도 하체에 들어가는 힘 때문에 쓸리는 성기가 내벽에 달라붙었다. 예민해진 안쪽 감각에 두드러진 핏줄이나 굴곡까지 그대로 느껴졌다. 제 성기를 품은 채 감질나게 허리짓 하는 윤재현을 보며 정지운은 이를 사리물었다. 윤재현이야 이미 신음을 참느라 힘겨웠지만 아래쪽에게는 아직 부족했다.

“더 세게 해봐.”

“읏, 안 돼. 아. 으….”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허리는 유연하게 움직였다. 몇 년간의 연습이 만들어낸 움직임이었다. 몸을 일으켜 입구에 걸리도록 빼낸 뒤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다가 다시 깊게 품어 삼켰다. 그때마다 신음이 뚝뚝 떨어졌다. 좋기는 했지만 삽입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느렸다. 

움직임을 지켜보던 정지운은 마침내 일으킨 몸을 다시 내릴 때 저도 허리를 튕겨 깊게 박아 넣었다. 신음성과 함께 윤재현의 몸이 앞으로 쏠리다가 정지운의 손에 지탱되었다. 한 번 시작한 움직임은 점점 더 커졌다. 결국 소극적이던 위쪽의 움직임이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성기에 휘둘렸다. 허리를 받치던 손이 풀리고 윤재현의 상체를 끌어다 안았다. 그리고는 제멋대로 박아 올렸다. 깊게 박히는 성기에 딱딱한 뼈와 부딪힌 하얀 엉덩이가 빨갛게 변했다. 

“아아. 아니. 응, 으읏… 좀, 천천히…….”

“잘하잖아. 자, 더 벌리고.”

허벅지를 올라탄 다리가 더 벌려지고 무자비하게 성기가 파고들어 왔다. 시달리는 몸이 움츠러들고 숨을 헐떡이는 입에서는 울음 같은 신음이 터졌다. 그러면서도 쾌감 때문에 혀가 굳었다. 말리고 싶은 마음과 파고드는 성기가 더 거칠게 움직이길 바라는 마음이 공존했다.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몸을 괴롭히는데도 뭐가 좋다고 배 속이 근질거렸다. 안쪽의 어딘가가 성기에 찔릴 때마다 울컥 조이며 조르듯 움찔거렸다. 

가슴에 묻고 있던 얼굴이 강제로 들려지며 키스당했다. 신음이 웅웅 울렸다. 곧이어 파고드는 박자가 감당할 수 없이 빨라졌다. 높아지는 살 소리에 윤재현은 어떻게든 빠져나와보려 몸부림쳤다. 사정의 때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안에 하는 것만은 싫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러면서도 멍한 머릿속이 거부하는 방법을 자꾸 차단시켰다. 이윽고 깊게 들어온 성기가 가장 안쪽을 누르며 정액을 뿌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역시 이미 언제부터인가 사정을 하며 정액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물고 빨리는 입술이 아팠다. 

무슨 말을 못 하게 입을 막고는 정액을 다 내보내고서야 정지운은 입술을 떼고 자세를 바꿨다. 이번에는 옆으로 쓰러지며 윤재현의 몸을 아래로 깔았다. 순식간에 올려다보는 자세가 된 윤재현은 숨을 골랐다. 아직 안에선 꿈틀거리는 성기가 정액과 진탕이 되어 자리 잡고 있었다. 쾌감 때문에 입술마저 떨렸다. 매섭게 쏘아보는 눈길에 정지운은 웃으며 콧대에 입술을 대고 떨어졌다.

“안에 하지 말랬지.”

“왜 그렇게 싫어해?”

“으……, 느낌 이상해…. 아, 잠깐만 좀 쉬자. 야.”

“뭐가 이상해. 뒤에 내 좆도 넣고 흔드는데.”

사정한 것이 방금인데 벌써 단단해진 성기가 안쪽을 파고들며 슬금슬금 움직였다. 아래 깔린 자세로써는 윤재현이 어떻게 피할 방법이 없었다. 몸은 달아올랐고 벌려진 다리 사이는 이미 정지운에게 점령당했다. 올라오는 쾌감에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드는 것을 내려다보다가 정지운은 허리짓을 빨리했다. 어차피 주도권은 위에 있는 사람이 가지는 것이었다.

“자기도 좋으면서 그러더라.”

“내가?”

“응.”

“언제.”

쏘아보려던 눈길은 안을 들쑤시는 성기 때문에 도로 흐물해졌다. 대화가 아니었으면 이미 신음만 흘리며 몸부림치고 있을 것 같았다. 

“안에 싸면 그날은 더 예민해.”

“후……, 너 죽는다. 아, 아응….”

어떻게든 정정하려 해도 신음이 섞여서야 통할 리가 없었다. 정지운도 마음이 급해져 아래 깔린 몸을 부여잡고는 난잡하게 허리짓을 시작했다. 아래의 몸이 쾌감에 몸부림치며 소리를 냈다. 목덜미보다 아래쪽, 가슴 근처를 꽉 깨물며 허리를 밀어붙인 정지운은 자지러지는 손안의 허리를 꽉 쥐며 말했다.

“힘 풀고 어떻게 하랬지?”

“아으…. 몰라. 아……. 미친…,”

“내 좆은 여기로만 물라고 했지.”

“야, 개소리… 하지, 아! 흐으……. 아, 좀, 살살…… 읏, 흐… 으으….”

한 대 칠 기세로 덤벼들기에는 자세가 지나치게 좋질 않았다. 뻗어지던 손은 어깨 근처를 후려치려다가 다시 박혀오는 성기에 흔들렸다. 이렇게 쫀득하게 붙어오면서 아니기는. 정지운은 뒷말은 그래도 삼키며 허리를 퍽퍽 밀어붙였다. 예전엔 아니었다 해도 이제는 길이 다 들어 부정할 게 없는데도 그랬다. 그 미숙하고 뭣도 모르던 애를 내가 이렇게 만들었지. 

흉흉하게 선 성기가 길게 밖으로 나왔다. 거세게 박히는데도 괴로워하는 게 아니라 입을 벌리고 헐떡였다. 좋아 죽었다. 이제 와 거절하기에는 몸에 인이 박인 쾌감이었다. 사정없이 찍어 누르던 정지운도 마지막 박차를 가해 박아 올리다가 아래의 엉덩이가 짓눌릴 때까지 거세게 누르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 기세를 알고 허우적거리던 그가 뒤늦게 몸부림쳤다.

“아. 사정하지 마. 야! 밖에! 아…….”

이미 깊게 자리 잡은 성기는 정액을 내벽 이리저리 쏘아내고 있었다. 두 번째임에도 기세가 전혀 죽지 않은 사정이었다. 그렇잖아도 오르가즘의 꼭대기에 있던 윤재현은 부들부들 떨며 그것을 느꼈다. 이상한 감각이었다. 지나치게 좋았고, 그래서 선을 넘은 것만 같아 무서웠다. 

긴 사정이 끝나고 오랜 시간 박혀 있던 성기가 그제야 물러났다. 조금씩 새고 있던 정액이 빠끔히 열린 구멍 아래로 흘러내렸다. 축축한 감각에 윤재현은 몸부림치며 짜증냈다.

“안에 좀 하지 말라니까.”

“어차피 첨부터 해서 이제 똑같잖아.”

“그래서 더 안에 쌀 거라고?”

“어.”

“미친 새끼야. 이걸 왜 이렇게 집착해.”

자꾸 욕을 해대서 도로 몸을 짓눌러 키스했다. 웅얼거리는 욕설이 서로 넘겨받는 타액 사이로 흩어졌다. 이제야 조용하네. 좋아서 안에 싸는데 뭘 이유를 찾아. 

정지운은 그렇게 생각하며 윤재현의 몸을 뒤집어 엎드리게 했다. 곧바로 덮쳐 눌러 반쯤 선 성기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떨궈내려는 듯 몸부림치는 것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미 힘이 풀릴 대로 풀린 뒤였다. 성기를 눌러 삽입하는 것쯤이야 쉬웠다. 윤재현도 제 뒤가 쉽게 열려 금세 성기가 파고드는 것을 느끼고는 짜증냈다.

“아! 있다가 하자. 너 또 안에 쌀 거지.”

“응.”

“좀 하지 말라고…, 읏, 아아. 야…….”

뒤에서 박히는 자세는 더 좋지 않았다. 엉덩이만 끌려가 치켜 올라갔고 팔은 아무리 뒤로 뻗어도 닿을 수가 없었다. 짐승처럼 접붙어왔다. 눈앞의 침대 시트만 어른거리며 뒤는 막힘없이 열린 채 성기를 받아먹었다. 들어올 때마다 뒤에서 흐른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흐르며 움찔거렸다. 가끔 박은 채 꽉 누르거나 허리를 돌리면 내벽이 움찔거리며 성기를 빠는 것이 느껴졌다. 입안이 말랐다. 이상해지다 못해 성감이 날뛰었다. 이제는 우는소리가 되어 빌다시피 했다.

“아…, 지운… 씨. 나. 봐주라… 아. 너무 힘들어. 흐응, 흣. 으응….”

“휴우…. 그만, 해? 응? 좋잖아.”

이것 보라는 듯 허리가 더 반동을 실어다 성기를 안으로 처박았다. 거기에 쓸려 탁탁 밀려 올라가다가 도로 끌려 내려와서는 엉덩이만 내민 채 엎드렸다. 

“그만 좀. 앗, 아….”

“그만하고 싶으면 니가 내 좆물 다 빨아 먹어야지.”

“시발. 너 알아서…. 아! 아으…….”

“내 거가 여깄는데, 니가, 다 받아야지. 어?”

“야!”

아래에서 온갖 험한 욕설이 들려오는 것을 한 귀로 흘리며 정지운은 손아귀에 들어온 엉덩이를 꽉 잡고 힘껏 박아 넣었다. 하얗고 매끄러운 엉덩이 사이로 검붉은 성기가 들락날락하는 것은 볼 때마다 신기한 일이었다. 발갛게 부은 입구 안쪽을 파고들면 쫀쫀한 내벽이 조르듯 달라붙었다. 빠져나올 때마저도 물고 늘어졌다. 이러니 안에 싸야지 밖에 어딜 싸겠어. 치미는 사정감에 허리를 거세게 움직이며 정지운은 이를 악물었다. 쾌감이 전신을 달렸다. 

그 예전 얼굴만 알던 시절, 윤재현의 이런 소질을 알아본 제가 스스로도 신기했다. 공연장을 돌아다니는 남자애를 보고 뜬금없이 잘 때 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그때 말이다. 반듯하고 곱게 생긴 얼굴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는데 그땐 뭘 보고 엉뚱한 생각을 품었던 것일까. 

지금도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제 앞에서 엉덩이를 내민 채 엎드려 성기를 받는 흰 몸은 그 어떤 상상보다도 자극적이었다. 정지운은 저와 부딪힌 부분마다 붉게 열이 오른 몸을 욕심껏 흔들다가 다시 무게를 실어 박아 넣었다. 아래서 자지러지듯 신음이 터졌다.

“아! 야……. 제발 좀, 흐응….”

안에서 다시 정액이 터졌다. 기운 없이 늘어지는 몸을 붙든 채 마지막 사정액까지 안에 뿌린 정지운은 그제야 성기를 뽑아내고 널브러진 몸을 천천히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추스를 힘도 없는지 무너지듯 옆으로 엎드린 채 흥분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벌려질 대로 벌려진 아래에서 정액이 울컥 흘렀다. 그것을 보고 정지운은 눈을 꾹 감았다 뜨며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제는 진짜 그만해야 함을 알았다. 여기서 더 했다가는 윤재현이 주말 내내 침대에 누워 패악을 부릴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 한 것만 해도 내일 아침부터는 전세가 역전될 것 또한 알았다. 등신처럼 수발이나 들어야겠지. 그런데도 자꾸만 일어서는 성기가 문제였다. 눈을 딱 감고 늘어져 누운 윤재현의 말랑한 엉덩이에 힘을 받는 성기를 문지르며 정액을 발랐다. 기운 없는 목소리가 온갖 욕설을 끌어다 외쳤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너 진짜, 그만해. 나 죽어.”

“알아. 안에 안 넣을게.”

“그럼?”

보통은 안 넣는다는 말은 끝을 의미할 테지만, 윤재현은 정지운의 미친 짓을 몸으로 받아온 사람이었기에 이게 끝이 아님을 알았다. 엎드려 있는 몸을 조심스레 돌려 바르게 눕히고는 정지운이 그 위로 슬그머니 올라왔다. 얼굴 가까이 다가오는 성기는 흰 점액질이 묻어 더욱더 흉악해 보였다. 윤재현이 질린 듯 고개를 돌리려 했다. 정지운은 붉어진 뺨을 손으로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가만히만 있어.”

“뭐하게!”

“눈앞에서 살짝만.”

윤재현은 눈앞에서 심이 서며 크기를 키워가는 성기를 질린 듯이 바라봤다. 탁탁 하는 소리와 함께 손아귀를 꽉 채운 성기가 자위를 시작했다. 차마 시선을 두고 있기 어려워 고개를 돌리면 다른 손이 얼굴을 잡아다 고정했다. 위에서 신음 소리가 간간이 흘렀다. 그것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망연히 보고 있는데 정지운이 결국 한마디 했다.

“재현아. 나 조금만.”

“뭘.”

대답은 오지 않고 뜨거운 성기가 볼을 쿡 찔렀다. 부들부들 떨리는 감각을 참지 못하는데 닿은 성기가 뺨에 문질러지더니 입가로 왔다. 윤재현은 입을 꾹 닫은 채 숨을 참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결국 숨을 쉬었다. 방 안을 가득 채운 사정의 냄새가 코앞에서 느껴지자 발끝이 떨렸다. 역시 제가 미친 게 분명하다며 윤재현은 한탄했다. 제 성기를 연인의 입술에 문지르던 남자는 결국 애원 같은 말을 내뱉었다.

“재현아. 살짝만.”

“…….”

“안 넣어. 그냥, 입술 사이에. 응?”

“…….”

어떤 말도 하지 않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많이도 아니고 그저 힘을 뺐을 뿐이다. 정지운도 차마 깊게 넣지는 못하고 그 사이를 얕게 넣었다가 금세 빼고는 문질렀다. 귀두의 앞부분만 살짝 닿았을 뿐인데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 때문에 더는 할 수가 없었다. 진짜 엉망으로 붙잡고 목 너머까지 깊게 해버릴까 봐. 

마음 같아서는 이미 뒷목을 잡아다가 익숙해질 때까지 목구멍을 열어젖혔겠지만, 마지막 자제라는 것이 있었다. 혀에 성기가 닿았을 때 움찔 굳어버린 윤재현의 표정을 봐서는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리 막 나가도 수용되는 한계라는 것이 있었다. 

콧잔등 위로 성기를 옮겨 끝을 문지르다가 드디어 정액을 왈칵 쏟아냈다. 윤재현의 반듯한 얼굴 위로 눈가에 고인 정액이 코 옆을 타고 뺨까지 흘러내렸다. 완전히 제 것이 된 것만 같았다. 그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지금 윤재현이 얼마나 한계 근처에서 버티고 있는지를 알면서도 그랬다. 

급한 대로 손으로 얼굴에 묻은 것들을 훑어내고 일으켜 앉혔다. 앉는 것만으로도 윤재현은 앓는 소리를 냈다. 침대 옆 협탁에서 잡히는 대로 무언가를 쥐었다. 자기 전 벗어둔 티셔츠였다. 거기에 생수를 부어다 적셔서는 일단 얼굴부터 닦았다. 흰 것들로 덮여 있던 얼굴이 그제야 말끔해졌다. 

질린 듯 저를 보는 윤재현에게 정지운은 입술을 가져다 댔다. 살짝살짝 입술을 맞추고 매달려서 눈가도 핥았다. 무슨 속셈인지 아는 사람으로서는 웃음이 나올 뿐이다.

“다 하고 이제야 이따위로 나오냐?”

“다정한 거 좋다며.”

“내가 말한 건 전체를 말한 거거든?”

“섹스 자체도 다정했잖아.”

“니가 죽었으면 좋겠다.”

말에 진심이 섞인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지만, 정지운은 제 연인이 그럴 리 없다 단정하고 웃었다. 여전히 지치고 성감에 젖은 윤재현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다. 이제 내일 기운을 차리고, 반대로 몸은 후유증을 토해낼 때쯤 위험해지지. 아직은 이렇게 해도 됐다. 깨끗해진 자리마다 입술을 누르며 따라 내려가자 결국 간지러움에 머리 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 정도면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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