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온 킹-67화 (67/82)

67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심심찮기는 했어도 월드컵은 예외였다. 세계의 화합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대회에서 뚜렷한 대립구도는 종전에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두 사람이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들에 많은 말들이 오고 갔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경기가 되었다. 딱히 싸우자는 뜻으로 그렇게 대답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이끄는 팀의 선수를 추켜세우기 위해 극적인 표현을 아끼지 않았던 게 어이가 없었다. 우주는 팀의 주장이었다. 그런 발언을 담담하게 넘기는 것도 좋지만, 그건 엄연한 무시였다. 주장으로서 그런 무시를 받고도 그냥 넘기고 싶지 않았다.

‘사베야는 메시가 최고라는 것을 증명할 자신이 있다.’

‘대한민국의 주장은 사베야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감 넘치는 센세이셔널 캡틴.’

‘그들은 2002년의 재현을 노리고 있다.’

현은 경기를 앞두고 많이 조용했다. 원래도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부쩍 말도 줄었고, 부끄러워하는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우주의 인터뷰 내용이 널리널리 퍼질 때에도 말을 않고 있었다. 사람들은 계속 사베야 감독과 우주의 인터뷰 내용을 들먹이며 이 경기에 관심을 가졌다.

경기 전날 밤에 현은 차분한 기색으로 긴장을 억눌렀다. 시간을 보내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봤던 기사 내용을 떠올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아르헨티나가 이길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한민국의 승리를 예측하는 쪽도 만만치 않았다. 이 대회에서 대한민국이 보이는 경기력은 2002년에 비견해도 뒤지지 않는다. 4강 신화를 보고 꿈을 키웠던 현이 다시 그 신화를 재현할 기회를 잡았다.

“선배님.”

둘 다 침대에 누우면 현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일은 드물었다. 혹시 우주가 쉬는데 방해될까봐 염려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먼저 말을 걸었다. 우주가 지금 둘 사이의 적막이 어색하다고 생각할 무렵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제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는데, 음...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씀해주신 거 고마워요.”

“이상해 보이지는 않는데 고마울 것 까진 없지 않나? 들개라고 하는데 기분이 좋겠냐. 우리나라 사람들은 욕하면 맨날 개뭐뭐라고 하잖아. 후배가 그런 말 듣는데 기분 안 좋지.”

“그래도 고마워요.”

“까놓고 내가 몇 년 동안이나 메시를 봤는데, 걔도 사람이야. 메신메신 거리는 거 오바라니까.”

현이 옅게 웃었다. 우주는 그 웃음을 보면서 마음을 놓았다. 그래도 인터뷰에 대한 말을 직접 꺼내는 걸 보면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그게 옥죄어 올 정도로 크진 않은 것 같다.

“난 그냥 선배님이 내 편 들어주는 게 좋았어요. 난 다른 사람들이 나보고 들개라 하든 뭐라 하든 솔직히 상관 안 해요. 경기만 잘하면 되니까. 근데 그렇게 대놓고 내 편 들어주는 건...”

“팀이니까.”

설명은 그걸로 끝이다. 하나의 단합체라는 이유로 설명이 끝난다.

“그게 좋다구요.”

선배님이랑 같은 팀으로 뛸 수 있어서 그게 좋다구요. 현이 말하는 바를 파악한 우주가 문득 생각했다.

현과 같은 팀이 되어서 경기하는 것을 바라고 있었는데, 현은 우주와 같은 팀이 되어서 경기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던 것 같다. 상상 이상으로. 우주가 어릴 적에 황선홍 같은 선수와 같은 팀으로 경기에 뛰는 것을 바라던 것과 흡사할 감정이었다.

이 아이에겐 자신의 말들이 생각보다 더 많은 의미가 되나 보다. 우주는 그간 자신의 인생이 떳떳했다는 것에 감사했다. 이 순수한 동경을 받아들이는 것이 죄악이 아니란 것이 너무 다행이었다.

소중은 경기 당일날 아침 미팅 전에 숙소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오면서도 찝찝함을 유지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베야의 그 말은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고 있다. 들개라는 표현이 후지긴 하지만 무시할 수는 있었다. 근데 굳이 그 최현이랑 동급으로 두면서 그런 말을 했어야 하나 싶다.

최현의 바보 같은 축구와 강소중의 축구는 완전히 다르다. 소중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돌던 불화설 기사를 떠올렸다. 그건 불화설이 아니라 그냥 불화 그 자체일 뿐이었다. 우주가 와서 상황이 좀 나아진 거지.

소중이 아침 운동을 끝내고 방에서 가볍게 씻고 나왔을 땐 미팅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소중은 바로 세미나실로 갔다.

“우리 전형은 이거다.”

4-3-3의 배치였다.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배치 같기도 했다. 4-2-3-1 전형을 주로 사용하던 대한민국에겐 아주 어색한 전형만은 아니었다. 소중은 대충 선발 선수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엔 우주가 있고, 왼쪽엔 소중이가 있고 오른쪽엔 현이가.”

공격진의 배치는 전형을 보자마자 예상한 그대로였다. 중앙 미드필더 자리는 어떨지. 소중은 한미르 혹은 기성용이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그 짝을 맞추는 선수는 누굴까. 구자철처럼 활동량이 많은 선수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볼란치 자리에 위치하는 선수가 가장 중요해 보였다.

“여긴 현성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엔 현성의 자석이 놓였다. 확실히 현성은 경기를 준비하는 짧은 시간 동안 상대 선수를 집중해서 마크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성의 피지컬이나 반응 속도는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기에 수비에선 걱정이 없었다.

이제 현성이 어떻게 메시를 묶어내는가가 관건으로 보였다. 우주는 현성 정도면 이 역할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경기가 열리는 에스타디오 미네 가린샤 근처에는 수많은 팬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 아르헨티나 관중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보였다. 같은 남미 대륙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인 터라 아르헨티나 관중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우주는 오늘 경기에 노을이 오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남미 응원단은 워낙에 호전적인 터라 경기 결과에 따라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진 않아도 그 많은 팬들 가운데 일부는 그럴 염려가 있었다.

대한민국 선수단 버스가 보이자 경기장 근처에 있던 아르헨티나 응원단이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버스 안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그 모습을 봤다. 저들은 대한민국 선수들의 기를 꺾으려 갖은 수를 쓰고 있었다. 대한민국에게 그닥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선수들은 애써 그 모습을 무시하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니 좀 나았다.

경기장을 찾은 브라질 사람들은 현과 소중이 몸을 풀 때 공을 다루는 모습을 보고 환호를 보냈다. 브라질 사람들은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바라지 않았다. 대놓고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어차피 대한민국이 4강에 올라가도 브라질과 4강에서 만날 일도 없으니 마음 편한 응원이었다.

경기 시작 직전의 미팅에서 홍명보 감독은 이 경기를 준비하는 동안 훈련에서 강조했던 점을 재차 설명했다. 아르헨티나의 장점이자 약점은 메시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메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들도 메시에게만 의존하고 싶어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공격수들이 그만큼 메시처럼 활약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공격보단 수비에 주안점을 둔다. 수비가 강하다면 공격에선 언제든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딱히 우주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현이나 소중은 드리블을 통해 혼자서도 기회를 만드는 선수였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의 승산을 매우 높게 점쳤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요구했다. 홍명보 감독의 자신감, 여기까지 찾아온 대한민국 응원단의 믿음, 2002년 4강 진출의 모습을 지켜보며 키우던 자신들의 꿈에 대해 이제 선수들이 대답할 차례였다.

경기장 통로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우주는 메시와 가볍게 스페인어로 인사를 나눴다. 인사를 나누면서 메시는 경기가 끝나면 유니폼을 바꾸자고 미리 말했다. 그는 우주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니면 안에 악마를 숨겨놨을지도 모르겠다. 메시가 축구를 잘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구보다 강한 승부욕에 있다. 오늘 그 승부욕이 어떻게 표출되는지가 경기를 좌우할 수 있었다.

[이제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경기 직전에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선언문을 낭독할 차례였다. 메시가 먼저 선언문을 읽었다. 다음은 우주의 차례였다. 우주는 선언문 내용과 마이크를 전달 받고 차분한 목소리로 선언문을 읽었다. 경기장에 우주의 육성이 울렸다.

“대한민국 대표팀을 대표하여 우리는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든 그에 반대하며, 지금 이 경기를 보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사회적 차별을 반대하는 데에 함께 해주길 바라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할 위치까지 올라섰다. 우주가 한국어로 세계에 전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그를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다만 경기 직전인 터라 우주는 그런 것까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국가 다음엔 대한민국의 애국가였다. 애국가 연주가 끝난 뒤 대한민국 선수들이 움직이며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악수를 나눴다.

[아르헨티나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세르히오 로메로, 호세 바산타, 에세키엘 가라이, 마르틴 데미첼리스, 파블로 사발레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루카스 빌리아, 앙헬 디 마리아, 에세키엘 라베찌, 리오넬 메시, 곤잘로 이구아인.]

[아르헨티나는 가라이와 페르난데스를 중용하면서 연계 능력을 끌어올렸거든요. 오늘 경기에서는 데미첼리스가 파트너가 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어떤 세밀한 연계 플레이로 이어지면서 빌드업이 진행될지 우리가 주의해야 합니다.]

[데미첼리스는 수비 라인에서 빌드업에 능숙한 선수로 알려져 있죠.]

[그렇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그러한 역할로 강소중 선수와 호흡을 맞췄는데, 이젠 상대로 만납니다. 사발레타도 강소중 선수와 같은 맨체스터 시티구요. 아마 오늘 여러번 맞붙을 장면이 나올 것 같습니다.]

우주는 중앙선 위에서 메시와 마주보며 심판진과 코인토스를 했다. 메시의 선택이 맞았다. 메시는 자신들의 진영을 정하고 경기 시작 킥오프를 대한민국에 맡겼다.

[대한민국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김승규, 박주호, 김영권, 홍정호, 이용, 신현성, 한미르, 구자철, 강소중, 최현, 김우주.]

[오늘은 원래 중앙 수비수 포지션을 맡는 선수가 3명이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이게 백3의 전조일지는 지켜봐야 알겠습니다만 일단은 제가 생각하기엔 백4를 유지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신현성 선수를 배치하는 게 아닐까 하는. 홍명보 감독의 전술 변화라고 볼 수 있겠죠.]

[메시에 대한 대응책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가 경기를 이기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메시를 막을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홍명보 감독은 신현성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기용하면서 말이죠.]

우주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선수들이 둥그렇게 모였다. 가까운 거리에 서로의 호흡마저도 느껴졌다.

“무조건 이긴다. 뒤로 물러설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나갈 생각만 하자. 현성아, 우리 목표가 뭐지?”

“우승!”

“우리 목표를 세상에 보여주자.”

대한민국 선수들은 커다랗게 기합을 넣고 각자의 위치로 갔다. 관중들의 환호성이 커지고,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경기 시작됩니다!]

일단 경기를 앞두고 맞춰놓은 판을 들고 나온 대한민국은 자신들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선수 배열에 빠르게 적응해야 했다. 우주는 수시로 선수들의 간격을 확인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가 격해질수록 우리는 즐겁다, 김우주 선수가 경기 전에 이렇게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건 우리 대표팀의 강점이라고 하는 것이, 수비를 하고 있다가도 공을 빠르게 운반하는 한 선수를 통해 단번에 치고 올라가는 속도가 있다는 건데요. 아르헨티나가 만약 공격적으로 나서서 라인을 올릴 경우엔 뒷공간이 많아지게 되거든요. 특히 최현 선수는 그 뒷공간을 파고드는데 전문적인 선수입니다.]

현성은 메시를 막다가도 수비 앞에서 공을 받으면 직접 공격을 풀어나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소중과 패스를 주고 받은 현성은 달리 전진 패스할 공간을 찾지 못하고 공을 다루고만 있었다. 메시와 이구아인이 동시에 중앙 수비수들을 마크하고 있어 후진 패스는 내주지 못했다. 그 때 마스체라노가 움직였다. 원래는 수비진 앞에서 움직여야 할 마스체라노였지만 소중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전진해 나왔고, 소중이 현성에게로 패스하자 내친김에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몸싸움이 거친데요!]

신경전이라도 펼치듯 마스체라노는 현성에게 몇 번이고 몸을 부딪쳤다. 현성은 몇 차례 마스체라노가 몸을 들이밀자 아예 어깨로 마스체라노를 밀어버렸다. 마스체라노가 뒤로 넘어지면서 파울 휘슬이 울렸다.

[경기 초반부터 치열하게 신경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신현성 보다는 마스체라노의 파울이죠. 유니폼을 끌어 당기면서 계속 몸을 들이밀었어요.]

[신현성의 파이터 기질을 확인할 수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파이터들끼리의 대결이었는데요.]

현성이 불쾌한 기색을 보이면서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지만 곧 별일없이 무마되었다. 대한민국의 프리킥이 선언되었고, 박주호는 프리킥을 짧게 연결하며 공을 처리했다.

[이용의 크로스 올라갑니다만 가라이에게 막힙니다. 마스체라노, 머리 위로 공 넘깁니다! 이구아인이 공 잡는데요! 네! 홍정호의 수비!]

이구아인이 마스체라노가 처리한 공을 받아낸 순간 뒤에서 홍정호가 나타나 공을 쳐냈다. 좋은 수비였지만 공을 쳐내는 과정에서 둘이 엉켜 넘어지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공이 흘렀다.

[메시가 공 잡습니다! 역습 조심해야 하는데요!]

[이제부터의 대응이 중요하죠!]

홍정호가 쳐낸 공을 메시가 잡아냈다. 그러자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전속력으로 대한민국 진영을 향해 파고들었다. 왼쪽 측면으로는 라베찌가 의도적으로 거리를 벌렸고, 이구아인이 없는 중앙은 디 마리아가 파고들었다. 메시는 중앙선을 넘어 공을 몰고 가면서도 그 위치를 전부 파악했다.

[신현성이 메시를 막고 있습니다!]

현성은 메시의 드리블 돌파를 거친 파울이나 태클로 막아내기 보다는 전진할 길목을 막아내면서 패스를 견제했다. 메시는 중앙선을 넘고 현성의 수비로 인해 전진을 멈췄다.

[아! 반대편 연결하는데요!]

[막아주러 가야죠!]

구자철이 현성을 돕기 위해 메시에게로 다가가던 순간이었다. 현성과 구자철 사이의 간격을 통과한 공이 쭉 뻗어가며 왼쪽 측면의 라베찌에게 정확히 연결되었다.

[그대로 라베찌! 라베찌 왼발!]

라베찌는 골문 앞으로 움직이는 디 마리아를 향해 패스했다. 골문 바로 앞, 발만 제대로 갖다대도 골이 나올 수 있었다.

[김영권이 걷어냅니다!]

디 마리아에게로 패스가 연결되기 전에 김영권이 먼저 공을 처리했다. 라베찌의 선택은 과감하지 못하고 주춤한 기색이 있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데미첼리스가 전진 패스 시도했습니다만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박주호가 받아내고 김영권에게.]

아르헨티나의 공격이 무산된 순간, 공을 받게 된 김영권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다가오는 이구아인을 가볍게 제쳐내고 중앙선 근처로 전진했다. 그 순간 메시가 빠르게 앞으로 다가왔다. 공을 내주지 않기 위해 김영권이 소중에게 패스하려 했지만 마스체라노에게 막혀버렸다.

[메시에게 연결합니다!]

현성이 곧바로 메시에게 달려들었다. 메시는 공을 가진 채로 360도로 드리블 방향을 전환하며 유연하게 현성을 피했다. 그리고는 어느새 오른쪽에 위치한 디 마리아에게 패스했다. 메시의 플레이에 관중들이 환호성을 보냈다.

[디 마리아! 가운데 이구아인 들어가는데요...!]

디 마리아는 오른쪽 수비수 사발레타가 공격에 가담하는 것을 보고 사발레타의 앞으로 굴려주는 패스를 시도했다. 소중이 사발레타를 쫓긴 했으나 사발레타가 훨씬 앞선 상태였다.

사발레타에게로 향하는 패스는 박주호의 발에 걸렸다. 그것이 굴절되어 절묘하게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이구아인에게로 튀어갔다.

[이구아인쪽! 슛!]

[아아...!]

이구아인은 튀어오는 공을 기다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공이 오자 몸을 돌리지 않고 침착하게 바로 발리슛으로 이어갔다.

[아...! 들어갑니다... 이구아인의 골...]

사베야 감독은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구아인의 발리슛이 통렬하게 골망을 갈라버렸다.

[전반 8분만에 아르헨티나가 선제골 가져갑니다.]

내가 여기서 골로 나를 말하고 있다는 듯 이구아인이 포효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환희에 잠긴 표정으로 서로를 얼싸안았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침울했다. 특히 앞선 상황에서 공을 그대로 내준 김영권은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 우주는 김영권에게로 가서 실수에 연연하지 말라며 토닥여주었다.

선제골을 내주는 건 중요하지 않다. 언제라도 한 골은 따라갈 수 있다. 어떤 과정이 이어지더라도 분위기를 내주지 않는 것, 승리를 위해서는 분위기를 내줘서는 안 되었다.

“강소중.”

소중이 굳어진 표정을 하고 있는 동안 우주가 소중에게로 다가갔다.

“넌 메시보다 잘해. 세상 사람들한테 그걸 보여줘.”

당연한 소리였다. 소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는 소중의 어깨를 힘있게 두드리고 나서 현에게로 갔다.

“이 경기는 네가 끝낸다.”

우주가 현에게 말했다. 우주는 현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건네는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영향이 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이 말이 현에게 큰 의미가 되어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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