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진출하자 선수들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4강 상대는 첼시로 정해졌다. 사실, 누구도 상관없었다. 뮌헨이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한다 하더라도 환호했을 선수들이었다. 선수들은 언제나 패기 넘치는 자세로 상대를 받아들였다. 당장의 경기에서 지고 이기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경기마다 선수들이 배워가고 서로를 신뢰하는 과정에서 팀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지금보다 더 강한 팀이 될 게 분명하다. 우주는 선수들을 보면서 예감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첼시의 경기, 0대0으로 종료됩니다.]
비센테 칼데론에서의 경기는 0대0 무승부. 첼시가 원정골을 넣지 못했기 때문에 결승 진출을 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선점한 팀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시메오네 감독도 선수들도, 원정골을 실점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았다. 오로지 이기겠단 생각 뿐이었다.
첼시와의 4강 1차전이 끝난 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발렌시아 원정을 떠났다. 우주는 주중에 있을 4강 2차전 때문에 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했다.
[팽팽한 접전이 계속됩니다.]
[김우주가 투입되네요.]
[다시 메스타야로 돌아온 김우주.]
우주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다시 메스타야에 섰다. 홈팬들은 야유 대신 조그마한 환호성을 보냈다. 2004년 마지막 우승의 주역 우주는 발렌시아에 좋은 기억으로만 남는 선수였다. 야유를 보낼 이유는 전혀 없었다.
[투란이 발끝으로 패스 밀어줍니다. 김우주!]
[음!]
[김우주의 슛! 골! 골! 골! 골! 고오오올!]
유니폼을 갈아 입어도 우주의 능력은 여전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만 잡으면 세상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우주는 교체 투입 된지 단 5분 만에 강력한 슛으로 득점을 올렸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그 1골로 경기에서 승리했다. 그래도 발렌시아 홈팬들은 우주에게 야유를 보내지 않았다.
우주는 메스타야 홈팬들에게 다가가서 인사까지 했다. 잠깐의 환호성이 일었다. 그들과는 보이지 않는 연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우주는 드레싱룸으로 갔다. 이게 메스타야의 발렌시아 팬들에게 보일 수 있는 마지막 모습이었다.
발렌시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2위 바르셀로나와의 4점의 승점 차이도 굳건히 유지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1경기 덜 치른 상태에서 승점 6점 차이가 나기에 2위와 승점 차이가 최소 3점도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마하다온다 훈련장에서부터 피우는 긍정적인 에너지들로 걱정들을 떨쳤다.
[4강 2차전입니다. 총합 스코어 0대0의 상태에서 맞붙는 두 팀.]
우주는 4강 2차전에서 선발 출전하며 첼시를 상대했다. 스탬포드 브릿지에서의 첼시는 1차전보다 더 매서운 공격력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압박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아즈필리쿠에타!]
윌리안과 아즈필리쿠에타가 동시에 측면을 공략하면서 골문 앞으로 위협적인 패스가 들어왔다. 패스를 기다리던 토레스가 골문으로 슛을 시도했고, 토레스를 막으려던 수비수에 굴절된 공이 오히려 골문 구석으로 가며 골망을 흔들었다.
[토레스의 선취골!]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첼시를 응원하는 홈팬들은 아주 광분했다. 첼시 감독 무리뉴의 분위기도 그러했다. 일단 첼시는 원정골이 없기에 이번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데, 선취골을 얻게 됐다면 승산은 높아지게 된다.
그만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산이 더욱 낮아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티아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활발히 공격을 시도하는 시점이었다. 첼시 수비진은 깊이 내려앉았고, 티아고는 박스 근처에서 공을 잡은 뒤 패스할 공간을 찾았다. 오른쪽 측면에서부터 공격에 가담한 후안프란이 박스 안으로 들어서는 게 보였다. 그는 아자르 옆을 지나치며 박스 안으로 들어왔다.
[띄워줍니다!]
골대 거의 앞에서 뚝 떨어진 정확한 패스가 후안프란에게 연결됐다. 슈와처 골키퍼는 어정쩡한 움직임으로 공도 후안프란도 막아내지 못했다. 후안프란은 떨어지는 공을 재빨리 발안쪽으로 쳐내며 반대편 포스트 앞에 있는 우주에게 패스했다. 첼시 수비수들 3명이 골문 앞에 모여있었지만 후안프란의 패스를 차단하는데 실패했다.
[김우주! 슛팅! 들어갑니다아아!!!]
[고오오오올!!! 김우주우우우!!!]
[1대1 동점!!!]
우주는 가볍게 골문으로 공을 차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아자르의 순간적인 집중력 부재나 첼시 수비수들의 수비 실패는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원정골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결승 진출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애쉴리 콜을 대신해서 사무엘 에투가 들어갑니다.]
반드시 이겨야만 결승에 진출하는 첼시 입장에선 다급한 게 정상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득점을 위해 에투를 투입했다. 에투를 투입하면서 애쉴리 콜을 교체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시메오네 감독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그러한 전술 변화에 침착하게 대응했다.
[아르다 투란, 크로스! 수비 맞고 굴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 상황에서 거의 모든 첼시 선수들이 실점을 막기 위해 페널티 박스 안에 있었다. 투란의 크로스가 수비수에 맞고 굴절되었고, 높이 떴다가 떨어지는 공을 잡기 위해 코스타가 움직였다. 코스타가 공을 받아내는 순간 수비에 가담하고 있던 에투가 발을 걸었고, 주심은 페널티 킥을 선언하는 휘슬을 불었다.
[페널티 킥!]
분명한 페널티 킥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그 순간 코스타가 페널티 킥을 성공한다면 결승 진출에 거의 다가서는 것이라 생각했다. 코스타는 페널티 스폿에 공을 매우 신중한 태도로 놓아두었고, 그 모습은 결승 진출을 위해 경기에 집중하는 아틀레티코 선수들 모두의 자세를 대변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경고를 받았고 첼시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여왔지만.
[디에고 코스타! 들어갑니다!]
[오오!!!]
골문 뒤로 보이는 첼시 홈팬들이 온갖 야유로 집중력을 흐렸지만 코스타는 정확한 킥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2대1, 원정골을 2골이나 기록하며 앞서 가기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결승행이 더욱 확실시 되었다.
[윌리안의 프리킥... 헤디이이이잉!!! 골대! 아아아!!!]
[어어...!]
윌리안의 프리킥을 통해 올라온 크로스에서 다비드 루이즈가 헤더슛을 날려 보냈지만 그마저도 골대에 맞고 쿠르트와가 바로 걷어냈다. 첼시는 이 경기에서 운마저도 따라주지 않았다.
[오른쪽 연결 됐습니다! 크로스! 헤딩!!!]
티아고가 오른쪽으로 넓게 열어주는 로빙 스루 패스가 또 다시 후안프란에게 정확히 연결되었다. 후안프란은 페널티 박스 측면에서 공을 받아내고 바로 반대편으로 크로스를 보냈고, 왼쪽에서 침투하던 아르다 투란이 헤더슛으로 연결했다.
[골대 맞고!!!]
크로스바 하단에 맞은 공은 골대 앞으로 튀어나왔다. 공은 우주 앞으로 떨어졌고, 우주는 다시 한 번 공을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들어갑니다아아!!! 3대1!!!]
[골!!!]
우주의 발끝에서 다시 골이 들어간 순간 결승행은 거의 확정되었다. 첼시의 수비는 후반전 들어 무기력했고, 결국 우주에게 쐐기골마저 허용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결승 진출이 거의 확실해 집니다!]
남은 경기 시간 동안 우주는 교체되어 피치에서 나왔지만 결정적인 2골을 넣었다. 계속 첼시가 공격을 시도하긴 했으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결국 첼시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3대1, 2차전의 승리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36라운드에서는 레반테에게 충격적인 패배로 선두권 수성에 위기가 왔다. 이어진 37라운드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만 획득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도 비겼고, 레알 마드리드는 패배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은 그 순간에 물 건너 갔다. 이제 38라운드 최종전을 남긴 상황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승점 89점, 바르셀로나는 86점을 기록하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최종전 38라운드는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였다. 사실상 결승전이었다. 바르셀로나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승리한다면 승점 89점, 승점이 동점이 되기에 승자승 원칙을 우선시하는 라 리가의 순위 방식에 따라 우승은 바르셀로나의 차지가 된다. 그렇기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매우 신중한 태도로 38라운드 경기를 준비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김우주에게 재계약 제의할 듯.’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운영진은 우주에게 완전한 믿음을 가진 듯 했다. 재계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오고 갔다. 급료는 아주 조금 삭감되고, 계약을 다시 1년 연장할 수 있는 제안이 들어왔다.
“계속 우리랑 함께 할 거지?”
어느 날, 훈련이 끝났을 때 시메오네 감독이 우주에게 물었다. 굳이 시메오네 감독이 계약에 대해서 묻는 이유는 자명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라는 팀의 소속감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다. 때로는 그 소속감이 절실함이 되어 경기력을 끌어올려주니까.
“감독님.”
우주의 대답은 시메오네 감독이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제 마지막은, 여기가 아니라 월드컵이에요.”
============================ 작품 후기 ============================
지금 국대 선수들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국대 선수들이 브라질 알제리 독일 이런 팀들 때려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런 내용 기대하는 사람이 태반이면서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차라리 다른 인물들이 나오는 게 낫다고 판단했음. 또 이런 팀들한테 지면 왜 주인공이 지냐고 뭐라할 거 아님. 난 그런 게 매우 화가 남.
김우주 외에도 최현이나 강소중의 등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단지 이 글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의 차이임.
지단과 같은 선수를 제외하자면 선수 말년까지 제 기량 유지하고 인정받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함.
그냥 이 글을 먼치킨 소설 보는 의도로 볼 거면 보지 말라고 하고 싶음. 제발 부탁 하고 싶음. 읽으라고 애원 안할테니 그냥 읽지 말라고 하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