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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 : 그 남자가 아들과 딸을 키우는 법-아들의 경우 (28/31)

    레이디 비스트 외전

    외전 1 : 그 남자가 아들과 딸을 키우는 법-아들의 경우

    꺄악꺄악- 위층에서 비명 같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소거실에서 4공 모의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진저는 대번에 인상을 썼다.

    마크빌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도 도련님이 마님을 기쁘게 했나 보군요.”

    진저는 대답하지 않고 마크빌이 작성한 서류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시선이 이글이글한 것이 양피지를 불태울 것만 같았다.

    진저가 엘리사의 1순위에서 밀려났다. 아내는 아이의 사랑스러움에 푹 빠져 아이를 낳기 전의 반도 안 되는 관심만을 줄 뿐이었다.

    태어나 너덧 달까지는 참았다. 신생아는 연약하니 어미로서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런데 다섯 달이 지나서도 그녀의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아이를 낳은 후 고대하던 첫 관계를 맺었을 때조차도.

    아이가 없을 적에 엘리사는 관계를 맺은 다음 날이면 진저의 품에 안겨 달콤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아파요’, ‘나빠요’, ‘너무해요’ 사랑스러운 투정을 하면 진저는 입이 함지박하게 벌어졌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달랐다. 격렬한 정사를 치룬 뒤에도 아침이면 벌떡 일어나 쏜살같이 아이를 보러 달려갔다. 남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럼 몸만 목적이었나 싶어 분통이 터진다.

    진저의 눈치를 보던 하우벡이 마크빌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마님이 갈릭 도련님에게 푹 빠진 이후로 그는 산후 우울증이라도 걸린 사람 같았다.

    하루에도 열두 번 기분이 바뀌었다. 우울하다가도 마님이 ‘여보’ 하고 부르면 두 귀가 쫑긋 서고, 행복해하다가도 마님이 도련님만 보고 있으면 눈썹이 착 늘어졌다.

    지금은 예민한 상태였다. 하녀들에게 듣자 하니 갈릭 도련님의 교육 문제로 다투신 듯했다.

    비상, 도망치자. 하우벡의 신호에 회의에 참가했던 기사들이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출구 확인, 방해물 없음, 줄행랑 가능. 기사들이 의자에서 궁둥이를 1센티가량 뗐을 때였다.

    쾅!

    진저가 테이블을 내려쳤다.

    그 소리와 함께 기사들의 심장과 궁둥이도 쿵, 떨어졌다.

    “아니, 저, 그게…….”

    “오해, 오해십니다.”

    “저희는 도망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마님과 결혼한 후로 부드러워졌다고 해도 미친개 성질이 어디 가겠는가. 낯빛이 시퍼렇게 변한 기사들이 동시에 손을 내저었다. 손바닥을 붙여 빌 준비를 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진저는 기사들을 요절내기는커녕 관심도 두지 않았다. 소파에서 일어난 그는 성큼성큼 걸어 위층으로 향했다.

    엘리사는 갈릭의 재롱을 보며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갈릭은 날이 갈수록 쑥쑥 커서 안으면 금세 팔이 저려왔다. 갈릭은 그녀의 기쁨이었다. 팔이 저릴 때마저 기쁠 정도로.

    “아부-!”

    갈릭은 진저의 친구인 카발디가 선물한 말랑말랑한 재질의 칼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어쩜, 각하를 닮아서 검술에 재능이 있으신가 봐요.”

    하녀가 까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엘리사도 빙긋 웃으며 갈릭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정말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부모를 닮았을까. 그녀는 갈릭에게서 진저와 닮은 구석을 발견할 때마다 행복했다.

    “자, 아가, 한 입만 더 먹자.”

    엘리사가 묽은 오트밀을 떠서 갈릭의 입으로 가져갔다. 갈릭이 부우, 하는 귀여운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도련님, 입이 짧아서 어떡한담. 이 점도 각하를 꼭 닮았어요.”

    “그렇구나.”

    엘리사가 갈릭을 볼을 쓰다듬었다.

    “조금 남았으니 이것만 마저 먹으렴.”

    갈릭은 빵빵한 볼을 실룩였다. 오트밀에 당근을 넣었더니 용케 알아채고 먹지 않는다. 엘리사가 아이의 등을 토닥이려 할 때였다.

    쿵쿵, 발을 구르며 등장한 진저가 엘리사에게서 스푼을 빼앗았다. 진저가 오트밀을 푹푹 떠서 갈릭에게 가져갔다.

    이글거리는 눈이 말하고 있었다. 네놈이 맘마를 먹지 않으니 내 아내가 나와 놀 시간이 없다. 갈릭이 아앙 소리를 내며 엘리사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진저는 아들을 번쩍 들어 제 앞에 앉혔다.

    “여보…….”

    엘리사는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이런 분위기로 밥을 먹였다간 아이가 체할 것이다. 그러나 진저는 스푼을 거두지 않았다. 갈릭이 울먹거리며 코를 실룩였다.

    “먹어.”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쫓아다녀도 입을 벌리지 않던 아이가 아기 새처럼 쩍 입을 벌렸다.

    ‘위험한 사람을 구분할 줄 아는 건가?’

    아버지가 아들에게 위험한 사람이겠냐만은 엘리사처럼 쉽게 져 주지 않는다는 걸 아는 것 같았다.

    진저는 어느새 아이에게 오트밀을 다 먹였다. 그는 아들을 번쩍 안아 기계처럼 등을 두드렸다.

    아이는 예뻐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중요한 것들은 세심하게 챙겼다. 밥을 먹인 뒤엔 꼭 트림을 시켜야 한다는 것도.

    ‘이젠 안 시켜도 되는데.’

    5개월이 넘어가서 트림을 시키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귀여우니 말하지 않기로 했다. 엘리사가 배시시 웃으며 남편과 아들을 쳐다보았다. 가슴속에서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가슴께를 꾹 눌렀다. 행복해서 죽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이 모든 걸 진저가 주었다. 사랑, 쉴 수 있는 집, 보고만 있어도 눈물 나는 이 아름다운 풍경까지도.

    아이를 오 분가량 두드리던 진저가 왈칵 성질을 냈다. 왜 트림을 하지 않느냐면서.

    하녀들이 얼른 갈릭을 끌어안았다. 개중엔 ‘아기가 트림을 안 할 수도 있지’ 하며 입술을 삐죽거리는 하녀도 있었다. 엘리사는 하녀들을 내보냈다.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

    진저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제 자존심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남자는 나이가 먹을수록 아이가 된다는 말 같은 건 믿은 적이 없는데 지금은 절절히 동감하고 있다. 아들에게 관심을 빼앗겼다고 이렇게 화가 나다니.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오늘 나와 눈이 마주친 게 몇 번인 줄 알아?”

    그의 말에 엘리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더니 ‘눈이요?’ 하면서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기 시작했다.

    진저는 기가 막혀서 말을 잃었다. 아니, 정말 눈을 마주친 횟수를 물은 게 아니잖아. 그렇다고 아내에게 소리를 지를 순 없어서 진저의 속이 새카맣게 타들었다.

    “으음, 그게 몇 번이냐면…….”

    “됐어.”

    진저가 한숨을 쉬며 등을 돌리려 했을 때였다. 엘리사가 그의 손을 잡았다.

    “고개 숙여 봐요.”

    뭐가 묻었나. 진저가 뺨을 문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엘리사는 그런 그가 귀여웠다. 서운해서 화가 났는데도 자신의 말이라면 일단 따르고 본다. 언제 이렇게 커다란 강아지가 되었을까. 엘리사가 그의 얼굴을 덥석 잡았다. 진저의 눈이 커졌다.

    쪽.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춘 엘리사가 으음 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한 번은 아니고, 그럼 두 번인가.”

    쪽쪽.

    “두 번도 아닌 것 같고, 그럼 세 번?”

    쪽쪽쪽.

    진저의 입매가 흐물흐물 허물어졌다.

    “가만 보자. 점심 전에도 봤던 것 같은데 네 번이구…… 앗!”

    엘리사를 번쩍 안은 그가 그녀를 벽에 몰아붙이고 거칠게 입술을 문댔다. 윗입술, 아랫입술 정신없이 물고 빨았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언제 맛봐도 달콤한 살덩이를 찾아 입안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그녀를 안아 올리느라 허벅지에 있던 그의 손이 슬금슬금 위를 향했다. 허벅지와 엉덩이의 경계를 더듬었다.

    엘리사는 혀가 침입자에 의해 정신없이 끌려다니느라 느끼지 못한 듯했다. 그가 기어이 그녀의 살덩어리를 찾아 괴롭히고 있을 때였다.

    엘리사가 그의 손을 덥석 잡고 고개를 조금 젖혀 입술을 뗐다.

    여기까지인가. 진저는 아쉬운 듯 입을 달싹였다.

    “문이요.”

    그런데 엘리사는 그를 흘기지도, 타박하지도 않고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정말.’

    부부는 눈으로 대화를 마쳤다. 진저는 냉큼 문을 닫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문밖에서 고용인들의 발소리,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한 달 전만 해도 문밖에서 조그마한 소리만 들려도 기겁을 하던 그녀였다. 그러나 이젠 문만 닫고도 그가 주는 감각에 집중했다. 놀라운 변화였다.

    진저는 그런 그녀가 예뻐 볼에, 입술에 쪽쪽 입 맞추었다.

    엘리사가 푸후 웃으며 그의 뺨을 잡았다. 막 결혼했을 땐 두렵기만 하던 눈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달콤해졌을까.

    진저가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요?”

    “갈릭 녀석 보듯이 보니까.”

    “사랑스러워서 그런 건데요?”

    “난 내 여자에게 항상 멋져 보이고 싶어.”

    “항상 멋져요. 멋진데 귀엽기도 한 거죠.”

    멋지다는 말엔 웃음을 짓다가 귀엽다는 말에 시무룩해진다. 이런 남자를 어떻게 귀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근래 진저의 심술이 심해져 두 아이를 돌보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전혀 힘들지 않다는 게 신기했다.

    그저 가슴이 벅차고 매일이 행복하다.

    시무룩해졌던 진저의 표정이 금세 장난스레 변했다. 아이 보듯 하니 정말 철부지처럼 이것저것 괴롭혀주겠다는 듯.

    진저가 그녀와 딱 붙어 있던 가슴을 조금 뗐다.

    “풀어줘.”

    말뜻을 알아챈 엘리사가 천천히 손을 올려 단추를 푸르기 시작했다. 요새 훈련이 많아진 탓에 피부가 구릿빛으로 탔다. 피부는 금가루를 뿌린 듯 단단하게 올라온 근육을 따라 반짝인다.

    평소에도 좋은 몸이지만,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면 아찔할 정도로 흥분되는 몸이 된다. 엘리사의 뺨이 달아올랐다.

    진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순진하기만 하던 아내가 이제 슬슬 정사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달궈놓기만 하면 색스러운 신음이 잔뜩 흘러나오는 야한 몸.

    그 또한 아내의 드레스를 풀어주었다. 진저는 상반신만 나신이 되었고, 엘리사는 속옷만 달랑 입은 몸이 되었다.

    그가 아내의 가슴을 매만졌다.

    “아, 여보…….”

    그녀가 젖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슬슬 단유를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매일같이 가슴을 빨아 대서 계속 젖이 돈다.

    남편은 그녀의 가슴을 몹시 좋아했다. 아이를 낳기 전에도 탱글탱글, 부드럽다며 틈만 나면 주무르고 핥으려 들었다. 아이를 낳으면 조금 달라지리라 생각했건만 변함이 없었다.

    도리어 전보다도 가슴에 집착했다. 갈릭에게 젖을 물리고, 진저에게 괴롭혀지면 천만 닿아도 따끔거린다.

    “조금만, 응?”

    문제는 자신에게도 있었다. 이렇게 애타는 목소리로 부르면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것이다.

    진저는 아예 제 무릎 위에 그녀를 앉혀놓고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젖꼭지에 스민 모유가 똑똑 그의 손가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진저는 부러 야릇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핥았다. 엘리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관계는 익숙해졌지만, 이런 건 창피했다. 갈릭에게 묘한 죄책감까지 든다.

    그가 다시 가슴을 쥐려 하자 엘리사가 손으로 밀어냈다.

    슬슬 이유식을 먹이고 있어서 가뜩이나 젖이 부풀었다. 가뜩이나 아픈데 남편이 빨고 주무르면 아이 젖 줄 때처럼 줄줄 나오고 만다.

    “싫……!”

    엘리사가 그의 무릎에서 일어나려 하기 전에, 그는 허리를 눌러 소파에 눕혔다. 아차하는 새에 밑에 깔려버렸다.

    진저는 그녀의 허벅다리를 들었다. 그리고 유두를 만지던 것처럼 음핵을 지분거렸다.

    “아흑! 싫어요, 그거.”

    “가슴을 못 만지게 하니 대신 이거라도 만져야지.”

    엘리사가 그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가장 민감한 부분만 콕콕 건드려대며 심술 맞게 웃는다. 얄미운데 허리께가 간질거렸다. 곧이라도 동굴 속에서 눈물이 펑펑 흐를 것처럼.

    그는 이젠 손이 아닌 혀로 클리토리스를 괴롭혔다.

    “흐으윽.”

    울음소리가 악 물린 잇새를 비집고 터졌다. 밖은 여전히 하인, 하녀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웠다. 신음이 커지면 들킬 것 같아 슬슬 불안해진다. 평소라면 괜찮겠는데 오늘은 쉬이 흥분을 해소시켜 줄 것 같지 않았다.

    저들은 곧 이 방도 정리하려 들어올 거다. 그 전에 끝내야 한다. 그러나 애무만 점점 더 농염해질 뿐, 동굴 안에 들어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

    결국 엘리사가 움직였다. 바지 단추를 풀었다. 그가 허리를 들어 그녀를 도왔다. 스륵, 바지와 함께 드로즈가 내려갔다.

    그녀는 잔뜩 젖은 곳으로 그의 성기를 이끌었다. 흥분으로 거대해진 성기가 손 안에서 꿈틀거린다.

    “후우.”

    드디어 그의 입에서도 달뜬 한숨이 새어 나왔다.

    엘리사는 엉덩이를 조금 들어 그의 것을 앙 물었다. 애액으로 축축이 젖은 곳은 순식간에 성기를 먹어 치웠다.

    크흑.

    그의 신음과 동시에 그녀의 교성이 터졌다.

    “하읏!”

    억누르려 해도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의 쿠퍼액과 그녀의 애액이 섞여 찔꺽거리는 소리가 몹시 야했다.

    뜨거워서 내부가 녹아내릴 것 같다. 그녀는 다리로 그의 허리를 꽉 조이고 허리를 살살 움직였다.

    진저가 입술로 가슴을 더듬었다. 제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돌리는 그녀가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다.

    “하으응!”

    억눌린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진저의 풀무질이 점점 거세졌다. 성기는 내벽에 감싸인 상태로도 더욱 부풀고 있었다. 거대한 것이 온 몸을 점령하는 느낌이었다.

    푹, 푹.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야들야들한 속살이 떠밀리고 딸려 들어오길 반복했다.

    “흑!”

    “크.”

    질의 저 깊은 곳까지 강하게 쳐올림과 동시에 허리 짓이 멎었다. 마주 안은 두 사람이 바르르 떨었다.

    * * *

    진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파에 누워 색색거리는 아내를 쳐다보았다. 관계에 늘 소극적이던 아내가 재미를 알아가고 있었다. 몹시 즐거운 일었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으응, 추워요.”

    진저는 아쉬운 듯 그녀의 나신을 쓰다듬었다. 백옥 같은 피부는 감촉마저 도자기처럼 매끈해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데다 직접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저는 그렇게 아내를 몰아붙이고도 2차전을 바라는 것 같았다. 머리칼을 쓰다듬는 그의 손에서 음욕이 느껴졌다.

    엘리사가 다리에 걸쳐진 속옷을 끌어 올렸다. 완고한 거절이었다. 남편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녀의 목에 얼굴을 부볐다. 그녀는 그런 그가 귀여워 웃음을 터뜨렸다.

    “일은 괜찮아요?”

    “응.”

    “아닌 것 같은데.”

    “당신보다 중요한 건 없어. 당신은 다르겠지만.”

    “제가요?”

    엘리사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갈릭 녀석한테만 관심을 주잖아.”

    그의 말을 들은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진심으로 서운해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의 뺨에 얼굴을 부볐다.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사랑에 빠진 남자는 멍청이가 된다. 다른 남자를 볼 때면 가지가지 한다며 비웃던 그는 막상 자신이 사랑에 빠지자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도 아들을 질투하는 게 기막힌 짓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기막힌 질투를 하는 자신도, 아내의 미소 한 번에 질투가 눈 녹듯 사라져 흐물흐물해지는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

    진저가 엘리사의 얼굴에 잔뜩 키스하며 중얼거렸다.

    “나한테도 관심을 가져줘. 당신 관심에 목마르다고.”

    “갈릭은 아기니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죠.”

    엘리사가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당신이 제게 주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들. 모두를요.”

    진저가 눈가를 비볐다. 이상하다. 아내의 다정한 말을 들을 때면 자꾸만 코끝이 찡해졌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모든 걸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 그리고…….

    “나도…… 워.”

    “네?”

    “나도 갈릭이…… 사랑스러워.”

    아하하. 엘리사는 참을 수 없다는 듯 폭소했다.

    “자식이 사랑스러운 건 당연하죠. 근데 왜 이렇게 부끄러워해요.”

    “그러게.”

    “그런 사람이 아카데미를 일찍 보내겠다고 해요?”

    오늘 아침에 부부가 싸운 이유가 그것이었다. 그는 갈릭이 걸음마를 하는 즉시 기숙사가 있는 아카데미에 입학시키겠다며 이를 갈았다. 엘리사는 그렇게 어린아이를 어떻게 부모와 떨어뜨릴 수 있냐고 화를 냈다.

    “당신이 갈릭에게 너무 빠져 있으니까.”

    “아까도 말했잖아요. 아기라서요.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요. 너무 일러요.”

    “알았…….”

    으아아아앙!

    부부가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때, 문밖에서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엘리사가 다급하게 옷을 입고는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홀로 남겨진 진저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가장 사랑하는 남자라며! 그가 이를 악물었다.

    “젠장! 걷기 시작하면 아카데미에 보내버릴 테다!”

    아내를 빼앗긴 짐승이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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