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멤버 더 네임-278화 (278/956)

Unbelievabl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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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유는 갤럭시즈가 지금까지 발표한 음원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유행하는 아이돌 음악도 찾아 들어 보았다. 처음에는 핸드폰에서 음원사이트에 접속하여 듣던 단유는, 거실로 나와 컴퓨터로 동영상 사이트에 접속하기에 이르렀다.

동영상 사이트에서 찾다 보면, 뮤직비디오 뿐만 아니라 음악프로에서 방송한 무대까지 볼 수 있어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는 게 가능했다. 갤럭시즈의 경우, 세 싱글이 모두 공중파에서 한 번씩 무대를 가진 케이스였고 덕분에 안무를 곁들인 그들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었다.

500회도 안 되는 해당 영상의 처참한 조회수가 갤럭시즈의 현 위치를 확연히 드러내 주는 결과였다.

‘심심하다는 말이 이런 뜻인가?’

갤럭시즈의 멤버들에게 개인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는 단유임에도, 그들의 음악에서 썩 끌리는 부분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단유가 아이돌 그룹의 음악들에 무지하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음악이 단유와 비슷한 성정(?)을 지닌 이들에게는 매력을 어필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였다.

“뭘 봐?”

모처럼 방에 있지 않고, 거실의 컴퓨터를 차지하고 앉은 단유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낀 명수가 다가왔다.

“아, 누나들 거 찾아보는 중이야?”

“응. 넌 누나들 무대 본 적 있어?”

“당연히 봤지. 난 예전에 다 봤어.”

그래 봐야 동영상 사이트에 갤럭시즈의 이름으로 올라온 영상이 20개도 되지 않았다. 20개 중의 2개는 뮤직비디오였고, 4개는 무대 영상, 나머지는 예능에 출연했던 수련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마음잡고 몰아서 찾아본다고 해도, 모든 영상을 보는데 하루는커녕 3시간도 걸리지 않을 터였다.

“어땠어?”

명수에게 감상을 묻자, 명수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뭐, 나쁘진 않지.”

“좋지도 않고?”

“뭐, 대충.”

단유는 문득 궁금해져서 명수에게 좋아하는 그룹이 있는지 물었다. 평소에도 TV를 자주 보는 명수였고, 보육원 시절에도 가요프로를 즐겨보던 명수였으니까 좋아하는 그룹이 있을 것 같았다.

“최애는 플루토라는 걸그룹인데, 그중에서도 ‘설아’라는 멤버가 좋아.”

“최애?”

“제일 아낀다는 뜻이야. 파워 걸스힙합인데 너도 한 번쯤 들어 본 적 있을걸?”

명수는 익숙하게 마우스를 조작해서 플루토라는 걸그룹의 무대 영상을 보여 주었다. 전주가 나오자, 단유는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거실에서 명수가 자주 듣던 음악이었다.

“그게 이분들 노래였구나.”

치렁치렁한 액세서리들과 화려한 무대의상이 눈에 돋보이는 가운데, 격렬한 안무와 방긋방긋한 외모가 매력적인 걸그룹이었다.

“멋있지?”

말은 단유에게 걸면서도 시선은 모니터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명수였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어깨를 들썩이던 명수는 노래가 끝나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근데 왜 갑자기 누나들 음악 찾고 있었던 거야?”

단유는 며칠 전 있었던 일들부터 해서, 자신이 도울 일이 없을까를 고민하는 내용까지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그에 대한 명수의 대답은 심플했다.

“안 될 거 같은데?”

“···돕기 어렵다고?”

명수는 깁스를 한 발 쪽으로 다가와 코를 킁킁대는 호빵을 안아 들며 말했다.

“니가 무슨 작곡을 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유명한 ‘찍덕’처럼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직캠’을 찍을 것도 아니잖아?”

이해하지 못하는 단유에게 간단하게 용어설명을 마친 명수는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가장 기본적으로 노래가 좋아야 찾던지 말던지 할 텐데, 솔직히 말해서 계속 듣고 싶다고 여길만한 노래는 아니니까.”

단유는 병수에게서 들은 것과 비슷한 결론을 내는 명수의 답에 짤막하게 알겠다고 답을 한 뒤,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누나들이 우리랑 가까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뭘 해 줄 수 있을까? 우린 아직 중학생밖에 안 되는데? 고작해야 악플 찾아서 ‘키배(키보드배틀)’나 뜨는 정도밖에는 없을 것 같다.”

명수 말처럼 단유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단유가 갑자기 작곡을 배워서 곡을 줄 수도 없는 일이었고, 설령 배운들 대중에게 먹힐만한 곡을 만든다는 게 쉬울 리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여러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느낀 문제이지만, 단유의 감성이 대중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갤럭시즈의 노래가 매력적이지 않게 들리기도 했지만, 현재 대세라고 알려진 그룹들의 노래를 들어도 썩 좋다는 느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단유는 순수하게(?) 음악을 듣는 행위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음악, 아니 소리라는 것 자체가 결국 공기라는 매질에 운동성을 가미해 만들어낸 음파의 구성을 인간의 귀가 포착하여 느끼는 감각이었다. 음량, 음정, 박자를 음파의 구성에 집어넣어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을 감각적으로,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였기에 단유에게는 특정 음악이 특별히 감성적이지는 않았다.

모든 음성, 소리는 사인함수로 표현할 수 있었고, 음악은 복합적 사인함수의 데이터가 모인 집합체였다. 음악을 수학책으로 배운 단유에게 듣기 좋은 화음이란 피타고라스의 발견처럼 진동수가 단순 정수들의 비율이 되는 소리로 이해되었고, 다양한 음정의 진폭들은 보기 좋은 비율의 수열과도 같았다.

‘이래서는 제대로 평가하기도 어렵잖아.’

단유가 동영상으로 갤럭시즈의 무대를 찾아보는 이유였다. 청각이 아닌 시각적으로 자극이 될만한 걸 찾아보기 위해.

****

“안녕하세요. 이번에 같이 지내게 된 정나윤이라고 합니다.

보컬 레슨 전에 연습실에서 간단히 몸을 풀고 있던 갤럭시즈 멤버들은 수영, 예영과 함께 나타난 나윤의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반갑다.”

지수가 먼저 손을 내밀어 나윤을 반겼다.

“잘 지내보자.”

“네, 언니.”

지수는 살짝 미소를 지어준 뒤, 연습실을 나갔다. 그 태도에 나윤은 지수가 자신을 반기는 것인지, 아니면 반기는 척만 했던 것인지 분간이 잘 안 되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명지가 다가왔다.

“나윤이라고? 너 연습실에서 몇 번 본 거 같다?”

“아, 네. 토요일에 몇 번 뵌 적 있어요.”

연습생들이라고 연습실을 무한으로 쓸 수는 없어, 각자 시간표를 짜서 정해진 시간에만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데뷔한 갤럭시즈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연습생들과 같이 연습실에서 만나는 경우는 꽤 드물었는데, 그럼에도 가끔 시간이 겹쳐서 잠깐씩이나마 얼굴을 마주할 때가 있었다. 나윤의 경우도 그래서 토요일 오후 시간에 갤럭시즈와 얼굴을 마주할 때가 있었던 것인데, 갤럭시즈 멤버들 중 나윤의 얼굴을 기억하고 이를 지적한 이는 명지가 유일했다.

“너 열심히 연습하는 것 같더라. ···잘 지내자.”

“네, 언니.”

그리고 수련의 차례. 나윤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에 진정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멤버들도 사실 일반 연습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적어도 나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연예인이었지만, 특히 예영과 수련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이들처럼 보였다. 예영의 경우는 막내임에도 외모만큼은 다섯 멤버 중 가장 뛰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었는데, 차갑게 보인다거나 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도도하고 고고한 탑 연예인의 얼굴처럼 보였기에 가까이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수련의 경우, 물론 외모가 뛰어난 편이긴 하지만, 다섯 멤버 중 가창으로는 가장 최고의 실력을 보여 주는 멤버였고 다른 또래 걸그룹들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 주는 이였기에 또 다른 의미에서 나윤에게 ‘스타’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멤버였다.

“반가워. 이렇게 보니까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하네. 잘 지내자.”

그리고 잠시 뒤의 시선을 신경 쓰며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지수 언니나 다른 언니들이 너한테 악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냐. 알겠지만, 요즘 회사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고 해서 조금 다운이 돼서 그런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알았지?”

“네, 언니. 고마워요.”

나윤은 진심으로 고맙다는 얼굴을 하고 수련이 내민 손을 맞잡았는데, 그때 연습실의 문이 열리면서 태호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어, 나윤이도 벌써 왔구나. 넌 연습시간 지금 아니지 않아?”

나윤의 연습시간은 1시간 뒤였지만, 이 자리에서 그렇게 이야기하기가 곤란했기에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는 나윤이었다.

“미리 와서 보컬 연습 좀 하려고요.”

“그래? 그래. 그럼 지하 내려가서 자리 있는지 보고 연습하고 있어. 그리고 나중에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너한테도 고지할 내용이 있으니까, 연습 끝나면 집에 가지 말고, 여기로 오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나윤은 얼른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나윤이 떠난 뒤, 태호는 멤버들을 연습실 바닥에 앉힌 후, 그 앞에 섰다. 헛기침을 한 태호은 태연한 척, 볼을 살짝 붉게 물들이며 말을 시작했다.

“어제는 내가 너무 무리해서 달렸던 모양인데, 추태를 보이지 않았기 바란다.”

“에이, 언제는 안 그랬나? 오빠는 늘 추태예요.”

라는 농담이라도 나오면 쑥스럽게 받아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지만, 멤버들은 굳은 표정으로 태호를 바라볼 뿐이었다.

“흠, 어쨌든 미안하고. 그래서 오늘 나윤이 안내도 내가 못했는데, 인사는 다 했지?”

“······.”

“야, 대답은 좀 하고 살자. 무슨 청문회장에 온 것도 아니고, 이러면 내가 뭐가 되니?”

“······.”

분위기는 쉽게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알았다. 아무튼, 어제 이야기한 것처럼, 나윤이랑 같은 숙소를 쓰게 되었는데, 박이사님 말씀으로는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갤럭시즈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셨다.”

태호의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멤버들은 긴장감이 더해져 가는 기분이었다. 마치 재판에서 판사의 주문(主文)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태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었다.

“우선 오늘 오전에도 잠깐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단 해체는 없다.”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태호의 말이 이어졌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공식적인 해체는 없어.”

응? 무슨 말이냐는 뜻으로 태호를 바라보는 갤럭시즈의 시선이 감당하기 어려워, 태호는 시선을 살짝 들어 올리고 연습실 천장의 조명들을 쳐다보았다. 대낮인데 이렇게 환하게 조명을 켜고 있을 이유가 있나?

“일단 다음 싱글 제작은 무기한 연기야. 알다시피, 갤럭시즈 다음 싱글을 내년 봄에 맞춰서 하려고 했잖아? 그런데 일단 그건 스톱.”

왜 이런 잔인한 이야기를 지금 이 시간에 하는 걸까? 정 하려 했으면 어제저녁에나 하지. 술도 없이 맨정신에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는 걸까? 라는 생각이 스칠 무렵, 수영은 태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따라서 보컬이랑 안무 레슨 일정도 조금 변화가 생길 것 같은데, 그건 수영이한테 알려줄 테니까, 나중에 듣고 참고했으면 좋겠고. 수영이 너는 이야기 끝나고 나 따라와. 사무실에서 따로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태호는 거기까지 이야기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궁금한 거 있는 사람?”

“그럼 나윤이는 왜 숙소에서 지내게 되는 거예요?”

데뷔 조도 아닌데, 왜 숙소 생활이냐는 물음에 태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입술을 달싹이던 태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살짝 한숨을 내쉬던 태호는 물음을 던진 명지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이건 위에서 시킨 거라, 나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어서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는 걸 밝힐게.”

태호가 의미심장하게 서두를 던진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유닛으로 싱글을 낼 모양인갑다.”

“네?”

태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왕 내친김에 이야기한다는 식으로 털어놓았다.

“갤럭시즈로는 현 시장에 마땅히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나 봐. 하지만, 지금까지 투자한 것도 있고, 너희들이 그렇게 형편없는 팀은 아니라는 실무진들의 항의도 있어서 해체는 하지 않기로 했어. 하지만, 이대로 놀 수는 없잖아? 게다가 이미 계약한 작곡가에게서 받기로 한 곡도 있고. 그래서 나온 게 탄력적으로 운용해서 시장에 유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유닛으로 출격시키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게 누군데요?”

예영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한 명은 나윤이라는 거겠죠?”

“그래.”

“그럼 다른 사람은 누군데요?”

태호는 망설였다.

“아직 결정이 안 된 거예요?”

태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인원이 확정된 거예요?”

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인즉슨, 갤럭시즈에게 이야기만 하지 않았을 뿐, 이미 오래전부터 유닛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언제부터였을까? 단유의 스캔들이 터진 후? 아니면 그 전? 수련의 생각이 이어지고 있을 때, 태호가 입을 열었다.

“유닛은 듀엣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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