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Knotted
최기원의 입맞춤 한 번에 모든 불안이 내려간다는 건, 나언에게는 다소 생소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기원에게도 그 작은 변화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억지로 앉아 밥을 먹던 평소와 달리, 자꾸만 은근슬쩍 눈치를 살피고 기민하게 구는 게 인위적으로 애쓰는 느낌이 역력했다. 오늘따라 나언의 수저질이 빠르고 또 밥을 우물대며 넘기는 소리가 급박했다.
“천천히 먹어요. 또 다 토하지 말고.”
말을 걸자마자 어깨를 흠칫 떨더니 새하얗던 뺨이 붉게 떴다.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또 끄덕끄덕. 대답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얼른 수저를 고쳐 쥐는 나언을 바라보는 기원의 눈빛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기원은 두꺼운 스테이크를 자르며 입 안의 고기를 느리게 씹어 넘겼다.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예?”
되물었다는 것을 자각한 나언이 약하게 고개를 저으며 다시 대답했다.
“아니, 아니요……. 없는데…….”
“없어야지. 그런데 왜 자꾸 눈치를 봐.”
기원의 입꼬리가 소폭 솟았다. 나언은 그런 기원의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다 다시 죽 그릇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평화로운 식사 자리에 자꾸만 경호원의 얼굴이 불청객처럼 끼어들었다. 최기원 하나 상대하는 것도 벅찬 하루에 이젠 경호원까지 말썽이니 나언은 매분 매초가 버겁기만 했다.
“…….”
최대한 맛을 느끼지 않고 넘기려 했으나 입 안에서 미끄덩하게 넘어가는 멀건 죽의 느낌은 자꾸만 오후의 일을 떠오르게 했다. 뜨거운 것이 물컹하고 목으로 넘어가자 경호원이 제 머리를 꾹 누르며 목구멍 깊은 곳에 사정했던 순간이 재생됐다. 그럴수록 나언의 수저질이 급해졌다. 얼른 먹고 올라가 기원 몰래 토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언은 기원이 수저를 내려놓자마자 식탁에서 일어났다.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지났고 계단은 두 개씩 한 번에 디디며 올랐다. 헐떡이며 방문을 닫은 나언이 문에 등을 대고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후으, 흐…….”
하마터면 계단에서 모두 게워 버릴 뻔했다. 최기원 앞에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구는 건 너무나 고역이었다. 모든 것을 다 꿰고 있는 기원의 회색 눈이 너무나 무섭고 불안해서 저도 모르게 외면하게 된다. 나언이 괴롭게 헐떡이며 마른세수를 했다. 벅벅 메마른 얼굴을 아플 정도로 부비고 나서야 손을 떨어뜨렸다. 짜증이 나고 서러워 이유 없는 울음이 터질 것처럼 눈동자가 울망 부풀었다.
애써 마음을 추슬렀다. 이를 악물고 울지 않으려 애썼다. 엉거주춤 서랍을 잡고 일어난 나언이 힘 빠진 손으로 저녁 약을 뜯었다. 느린 걸음으로 화장실에 가 파우치에 약을 집어넣었다. 이제는 제법 도톰하게 차오른 약 봉투 소리가 묵직했다.
저걸 다 먹으면, 일주일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잠들 수 있겠지.
파우치를 바라보는 눈에 미련이 뚝뚝 떨어졌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다시 내린 나언이 옅게 한숨을 뱉었다. 그냥, 숨겨 놓는 것일 뿐 그런 못된 생각을 하려 의도한 건 아니었다.
세면대의 물을 틀었다. 씻는 척하며 물소리에 숨어 몰래 토할 생각을 하는데 끼익 소리와 함께 화장실 문이 열렸다.
“……!”
그럴 리 없는데도, 나언은 경호원이 들어온 줄 알고 지레 놀라며 문을 바라보았다. 기원 역시 나언이 소스라치는 모습을 보며 미간을 옅게 찌푸렸다. 어딘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슬슬 심기를 거슬렀다.
“…….”
기원은 손을 뻗어 세면대 레버를 돌렸다.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나언의 시선이 세면대에 묻은 물기를 한 번, 최기원의 눈동자를 한 번 차례로 담았다.
“사람 앞에 두고 왜 자꾸 다른 생각 해?”
“아….”
최기원의 표정이 사납다. 불시에 겁을 집어먹은 나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정말 딴생각한 사람처럼. 혀를 낮게 찬 기원이 손을 뻗어 나언의 머리통을 쥐었다. 점점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고, 나언의 얼굴에도 불편한 기색이 번져 갔다. 아프게 해야 겨우 시선이 똑바로 닿아 오니 날이 갈수록 손버릇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머리통을 갈라 볼 수도 없고.”
“으….”
“씨발 좆같아서 진짜.”
날 선 욕을 듣자마자, 나언의 눈빛이 탁해졌다. 당연한 소리를 들은 것처럼 금세 풀이 죽어 버리는 모습에 기원은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받는 기분을 느꼈다.
기원이 고개를 비틀어 나언의 입술을 머금었다. 역시나 빠짝 굳은 몸이 반사적으로 기원의 어깨를 밀었다. 뒷머리를 우악스럽게 틀어쥐며 나언의 입술을 가르고 혀를 넣었다. 뜨겁게 열이 오른 혀가 섞이고 나언의 작은 입술 사이로 삼키지 못한 침이 넘쳐흘렀다. 나언은 기원의 어깨를 하릴없이 밀어 보다 손을 툭 떨어뜨렸다. 무의미한 반항에 괜한 힘을 축낼 필요가 없었다.
차가운 손이 헐렁한 홈웨어를 끌어 올리고, 여린 허릿살과 뼈가 도드라진 갈비를 훑고 지나갔다. 옅은 색의 작은 유두를 비틀듯 꼬집고 이내 등 뒤를 쓸어 툭 튀어나온 날개 뼈와 옴폭 패인 척추의 그림자를 손끝으로 쓸었다. 어느새 등에는 미지근한 식은땀이 솟아, 기원의 손바닥에 피부가 끈적하게 들러붙었다.
기원이 입을 떼어 낼 때마다 거센 숨을 겨우 몰아쉬는 나언의 눈이 게슴츠레했다. 아래를 마른 허벅지에 비빌 때마다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나언이 비틀대며 세면대에 엉덩이를 자꾸만 부딪쳤다. 불편함을 느낀 기원은 나언을 침대 위로 이끌었다.
마른 몸이 시트 위로 풀썩 쓰러지고, 기원의 옷도 하나둘씩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나언의 목덜미에 이를 세워 잘근대던 기원이 다시 자그만 입술을 빨기 위해 고개를 틀었다.
“…….”
나언의 얼굴이 흠뻑 젖어 있었다. 눈물로 흥건하게 젖은 뺨은 울음을 참느라 동그랗게 헛숨이 차 있고, 눈동자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자꾸만 시트 아래로 떨어졌다. 우는 걸 빤히 내려다보는 기원을 바라보며 나언이 얼른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하지만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것처럼 눈물이 금세 다시 차올라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죄송, 해요…….”
침묵을 못 견딘 나언이 먼저 힘겨운 사과를 뱉어 냈다. 기원이 무감한 얼굴을 내리고, 혀를 꺼내 나언의 뺨을 핥았다. 따뜻한 혀 위로 달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번졌다.
“뭐 어때. 너 우는 거 야해.”
기원은 어떻게 말해야 나언이 눈물을 쉽게 그칠지 알았다. 역시나 얕게 히끅대던 가슴이 움직임을 멈추고 어딘가 초연해진 표정의 나언이 손바닥으로 남은 눈물을 열심히 닦아 냈다. 기원이 작게 비웃음을 터뜨리곤 나언의 하의와 속옷을 한 번에 벗겨 냈다.
제 손가락을 핥은 기원은 식은땀 때문에 미끈해진 엉덩이 살을 벌려 구멍 주위를 둥글리듯 쓰다듬었다. 주름 사이를 문지르다 틈 사이로 손가락 끝을 밀어 넣었다. 뻑뻑한 구멍 사이로 침 묻은 손가락이 버겁게 들어갔다. 허벅지와 배를 연신 움찔대던 나언이 손에 잡히는 이불을 꾹 그러쥐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쉽사리 적응되지 않는 이물감이었다.
구멍 안을 느리게 파고든 손가락이 뻑뻑함에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자, 결국 기원이 손을 물리고 콘솔 서랍을 열어 젤을 꺼냈다. 차가운 젤을 나언의 성기와 구멍 주위에 담뿍 짜내고, 손에도 남김없이 묻혔다. 손가락이 재차 안을 파고들었다. 이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손가락 끝까지 머금은 구멍은, 젤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며 말랑하게 풀어지기 시작했다.
“흐, 읏…….”
아래를 휘젓는 손가락이 두 개에서 세 개가 되자 이제 나언의 잇새로도 신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불쾌한 성감이 고조된다. 물기 어린 눈을 꾹 감으며 나언이 입술까지 꾹 깨물었다. 귀와 목이 발갛게 달아오른 나언이 허리를 비틀며 간지러운 자극을 회피하려 하자, 기원은 나언의 배를 꾹 눌렀다.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왜 움직여.”
“흐윽…!”
늘어져 있던 성기가 미세하게 힘을 받아 서는 모습을 보며 기원이 말했다. 나언은 그걸 조롱이라고 느꼈는지 고개를 잘게 저으며 다리를 조금 오므렸다. 기원의 손가락이 적당하게 풀어진 구멍을 빠져나왔다. 남들보다 길고 굵은 손가락 세 개가 들어갔던 구멍은 채 다물리지 못하고 벌어져 딸려 나오려 하는 발간 속살이 언뜻 보였다.
“와…….”
작게 탄성을 뱉은 기원이 움츠러든 다리를 더 넓게 벌리고 곧장 하체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이제는 사 놓고 쓰지도 않는 콘돔을 뜯으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가 벌어진 틈 사이로 쑥 박혀 들었다.
“아, 아아…….”
머리끝까지 아찔하게 파고드는 압박에 나언이 발가락을 움츠리며 허리를 띄웠다. 기원은 앓는 나언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피며 느리게 성기를 뒤로 물렸다가 다시 한번 거세게 처박았다. 자꾸만 침이 고여 혀로 아랫입술을 축였다.
나언의 떨어지지 않는 열이 고까울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좋기만 하다. 내벽 안쪽이 모두 끓는 물에 삶은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꽉꽉 붙어 오는 살결이 보드랍게 귀두와 기둥을 물어 댔다. 미끈미끈한 감촉이 소름 끼치게 좋아 기원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허릿짓을 시작했다.
“하, 아아, 아윽…….”
“아 씹.”
철썩철썩 접합부에서 소리를 내며 오랫동안 맞부딪히던 움직임이 멈추었다. 구멍이 아래를 끊어 먹을 것처럼 조여 오는 탓이었다. 나언은 삽입의 아찔한 감각을 채 떨쳐 내지 못해 뒤늦게 몸을 파르르 떨며 경련했다.
기원이 나언의 몸을 돌렸다. 성기가 들어선 채로 몸이 돌아간 나언이 ‘흐윽.’ 하며 우는 소리를 냈다. 어떻게든 팔을 들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침대 위로 무너졌다.
시트에 뺨을 대고 엉덩이만 높게 든 자세로 엎드리게 된 나언이 넘어가려는 숨을 겨우 붙잡았다. 기원은 엎드린 채 개처럼 헐떡이는 나언을 만족스럽게 감상했다. 선이 낭창하게 고운 예쁜 몸이었다. 잘록한 허리에 깊게 팬 기립근, 엉덩이 바로 위쪽에 보조개처럼 파인 그림자와 흔들리는 머리카락이 시각적인 자극을 극대화했다.
기원은 땀과 젤이 묻어 미끈하게 빛나는 하얀 엉덩이를 홀린 듯 쓰다듬었다. 볼기짝 하나가 손바닥 하나에 알맞게 들어찼다.
짝!
“아…!”
기원의 손바닥이 나언의 엉덩이를 세게 후려쳤다. 유일하게 나언의 몸에 붙은 살집이 얕게 흔들리며 맞은 부위에 발간 자국을 띠었다. 나언이 깜짝 놀라 몸을 굳혔는지, 내벽이 갑작스레 수축하며 기원의 성기를 제멋대로 자극했다.
“힘 빼.”
짝!
제가 때려서 내벽이 조여든 것임에도 기원은 기어코 조이지 말라는 이유로 나언의 엉덩이를 수차례 더 후려쳤다. 배를 괴롭히는 쾌락을 참는 것도 버거운데, 논리 없이 엉덩이까지 아프게 맞자 급격하게 서러움이 밀려들었다. 겨우 눈물을 그쳤던 나언이 시트에 고개를 처박고 흐느끼는 소리를 냈다.
“아, 아파요, 흐윽…….”
“주먹이라도 넣어야 헐렁해지려나.”
“흐윽…….”
저급한 농담에 덜컥 겁이 났는지 숨을 급하게 들이켠 나언은 손을 뒤로 뻗어 기원의 손을 힘없이 밀었다. 기원은 허공을 헤매는 가냘픈 몸짓을 가소로운 듯 지켜봤다. 허우적대는 마른 팔뚝을 붙잡고 다시 허리를 쳐올렸다.
나언은 주먹을 꾹 쥐며 최대한 아래를 덜 조이기 위해 애썼으나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었다. 기원의 팔뚝만 한 성기가 퍽퍽 처박힐 때, 아찔한 현기증에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 고작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아, 아으…, 으……. 흑…….”
기원의 허릿짓이 격렬해질수록, 나언은 제 아래와 기원의 성기에서 올라오는 비릿한 향에 속이 뒤집혀 갔다.
속이 갑갑할 만큼 틀어져 있던 히터의 무거운 공기. 경호원의 사타구니에서 느껴지던 특유의 체취, 침과 뒤섞여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뜨겁고 비릿한 정액. 터져 흐르는 눈물과 기원의 성기가 배 안을 짓이기는 버거움에 나언의 눈동자가 깜빡, 깜빡 넘어가려 했다.
고작 배 안에서 성기가 오가는 것일 텐데도, 크고 단단한 귀두가 배 속에 깊숙하게 처박힐 때면, 목구멍까지 이물감이 치밀었다.
‘토, 할 것 같아….’
자꾸만 무너져 내리는 나언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붙잡은 기원은 자비 없이 움직였다. 나언은 이제 신음을 참고, 아래를 덜 조이는 노력 따위 할 정신이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모든 걸 토해 낼 것만 같아 틈만 나면 기원의 밑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씨발, 가만히 좀 있어.”
그러나 애꿎게도 엉덩이만 두 차례 더 얻어맞은 나언은 눈물을 흘리며 기원에게 사정했다.
“흐윽, 화…장실, 윽, 하, 화장, 실….”
“그냥 싸, 저번처럼.”
“아니, 속이, 토…, 흐윽.”
나언이 화장실 염불을 외는 것이, 지난밤처럼 묽은 액을 사정할 기미라 여긴 기원이 차갑게 일갈했다. 나언이 시트에 이마를 처박고 입을 틀어막았다. 쓴 토가 금방이라도 왈칵 넘어올 것만 같았다.
기원의 몸짓은 점차 거세졌다. 어느새 반항도 잊은 채 엎드린 채로 흔들리기만 하는 나언의 몸을 붙잡은 기원은 나언의 깊숙한 곳 안에 사정했다.
“후….”
몇 번 더 성기를 짓이긴 기원이 맞붙은 사타구니를 떼어 내자, 나언의 구멍에서 젤과 뒤섞인 정액이 주룩 흘렀다.
고꾸라져 있던 나언이 사색이 된 채로 몸을 일으켰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매트리스를 밀고 개처럼 기어 침대에서 내려온 나언이 바닥을 딛자마자 몸을 무너뜨렸다.
“우웩…!, 우, 우욱! 쿨럭, 흐으, 욱…….”
바닥으로 먹었던 죽이 모조리 쏟아졌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눈물, 콧물을 쏟아 내며 나언이 캑캑댔다. 나언은 한참 등을 들썩이다, 숨을 할딱이며 손등으로 침을 걷었다. 무언가 서늘한 느낌에 그제야 아차 싶어 고개를 들자 싸늘한 표정의 최기원이 보였다.
“그렇게 좆같았어?”
“…….”
쓰게 웃은 기원이 침대에서 내려섰다. 무릎을 꿇고 있는 나언을 지나쳐 떨어져 있는 옷을 주워 입었다. 기원은 그대로 나가지 않고 책상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첫 번째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꺼낸 기원이 다시 나언에게로 걸어왔다. 나언은 두려움이 깃든 창백한 낯으로 기원을 올려다보았다.
“토하면 한다고 했잖아. 그치?”
멀건 토사물 위로 까만색의 짖음 방지 목걸이가 툭 떨어졌다. 기원은 그대로 등을 돌려 나갔다. 나언은 흩어진 토사물 위의 목걸이를 멍하게 내려다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화장실에서 새 수건을 꺼내 와 토사물을 훔치고 닦아 냈다. 끈적한 토가 묻은 짖음 방지 목걸이도 맨손으로 건져 내 물 묻힌 휴지로 닦아 냈다.
흐르는 물에 몸을 대충 씻은 나언이 무감한 표정으로 목걸이를 들었다. 붉은 화상 흉터 위로 퍼즐처럼 맞춰진 목걸이를 스스로 꽉 조였다. 비틀대며 침대 가까이로 걸어온 나언이 옷을 입을 생각도 못 하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아…….”
배가 뒤틀리는 통증에 몸을 웅크리고 앓았으나, 기다렸다는 듯이 목에서 찌릿한 진동이 울렸다. 자칫하면 잊을 뻔한 통증이 목을 파고들자, 이상하게도 미미한 웃음이 터져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