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후원자님께 보내는 정중한 편지(본문)
2월 4일
[받는 사람 : 카렐 클레 멘치
안녕하세요. 클레멘치 씨.
저는 알렉산드르 세드린입니다 , 그런데 다들 사샤라고 불러요.
끼릴 문자로 이럿게 쓰는대요? Александр Щедрин!
조금 어려워? 사샤 세드린이라고 하세요.
전에 파티에서 보고 나서 재밌고 기뻤습니다.
발레 스타 로마시나와 사진을 찍을스 있어서 아주 좋아요.
그때 저한테 착하게 하고 명함도 주서서 감사합니다.
호원자들은 돈이 만은대, 그 돈을 저한테 줘서 감사합니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엇ㅅ어요.
그럼 잘 안녕히...]
3월 21일
[안녕하세요. 클레멫치 씨.
저는 사샤 세드린닙니다. 나를 기억하시죠?
이번 기회에 윈터텀이 끋나고 일주일 휴식시간이 있어요.
조제는 고향이가 스페인인대 거기로 갔어요.
마누엘은 프랑스에 갔어요.
그박에 많은 동지들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기숙사가 아주 한가하고 좋아요. 조용, 침묵 가득하고 마음에 드러요.
요즘 조그만 생각이 있는데 영어를 어덕게 잘할수 있을까요?
다들 영어를 잘하는데 저만 서툴러요.
말을 하고 시어서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얘기 내용이 바꺼요.
그런데 단어를 잘못 틀리거나, 말 순서가 이상하면 애들이 놀러요.
클레민치는 영어 잘해서 좋ㅇ겠다.
클레멘치는 어디서 태어났어요? 뉴욕? 아니면 미국?
안녕히 주무새요.]
4월 21일
[안녕하세요. 미스터 클레민치 씨.
저는 사샤 세드린입니다.
얼마 전에 카드 받았어요. 진짜 행복했어요.
생일에 카드 접어본 거 처음입니다.
카드가 아주 두껍고 빳밧하고 반짝거려요.
안 구거지게 숨거놓을 거에요.
침대에 배개랑 헤드 중간에 매트리스에 꽂아났는대
여기가 제일 좋을 것 같은데 문제가 일 있어요.
가금 침대에 베드버그가 나와요. 조그맣고 까만색이고 기어 다녀요.
베드버그 태치 스프레이가 방에 있어서 사람은 괜챃하요.
작아서 안 무서워요. 저는 손으로 눌러서 파괴해요.
그런데 이 벌레들이 종이를 밥으로 먹는대요.
조금 고민해 볼게요.]
5월 11일
[안녕하세요. 미스터 클레멘치.
오늘은 비가 만이 오네요.
비가 오니까 레빈 생각이 나요.
나에 형 이름이 레빈인데 아주 키가 커요. 클레멘치만큼.
클레멘치보다는 조금박에 안 작아요.
형은 키가 크고 저를 안아줘요.
레빈은 지금 공부 열심히 하러 갔어요.
언래 아주 똑똑했어요. 저보다 훨씬.
오늘은 정강이랑 엉덩이 아래 뒤가 많이 아파요.
날씨가 흐리먼 아파요.
무용수는 다들 고질병이 있대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클레멘치는 겅강하세요.]
7월 2일
[안녕하세요. 미스터 클레멘ㅊ,
사샤 세드린입니다.
다음주 조금박에 방학이 있어요.
또 기숙사가 조용해저요.
클레멘치는 방학일때 머하고 노는지 궁금하내요.
클레멘치 바쁘니까 ㅇ]
(원래 보내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지 메일이 중간에서 끊겨 있다. 임시 저장과 보내기 버튼을 헷갈린 것 같다.)
7월 6일
[안녕하세요. 미스터 클레멘 치,
사샤 세드린입니다.
다음주부터 방학이 있어요.
또 기숙사가 조용해저요. 친구들은 고향에 가는데 저는 안 갈거에요.
비행기가 비싸서 큰 문제에요. 그만큼 무거우니까 당연하갯조.
학교에 남아서 보충 수업을 듣기로 했어요;
후원자가 돈을 져서 제가 추가 레신을 받을수 있개 됐습니다. 아주 기뻐요.
클레멘치는 방학일때 머하고 노는지 궁금하내요.
클레멘치 바쁘니까 일을 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불쌍해요.
심심하면 저한테 답장 써주세요.
억지로는 하지 마고요.]
8월 14일
[안녕하세요. 미스터 클레멘치.
사샷 세드린입니다.
오늘은 조금 신각한 이야기를 할게요.
보통적으로 편지를 보내면 답장이 와요.
답장은 필수는 아니지만 아므툰 답장하는 것이 예이에요.
클레멘치는 저에게 큰 결례를 범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래요.
그래도 세 번중에 일번은 답장 주세요.
법은 아니니까,, 무서워하지 마세요.]
10월 27일
[미스터 클레멘치.
안녕하세요. 사샤 세드린입니다.
저번달에 편지업어서 깜짝 놀랐죠.
저는 클레멘치를 잊어버리러고 노력했어요.
답장을 안 주니까 화가 나요.
그래서 화내지 않으러고 클레멘치 생각을 안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구 생각이 나서,,, 조금 힘들었어요.
미스터 클레멘치는 전에 처음 봤을 때 대게 친절한 사람이줄 알았는데 배신감이 조금 느껴요.
하지만 욕은 한 번도 없어요.
뉴욕에 올수 있게 도와주고 돈도 내줘서 감사합니다.
화가난건 거짓말이에요. 클레멘치 좋아합니다.]
11월 2일
[안녕하세요. 미스터 클레멘치.
사샤 세드린입니다.
진급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왓는대요.
바딤이 미치광이처럼 변헸어요.
제가 시스템 설명 조금 해줄게오.
진금 시험을 패스하야 2학년이 될수 있어요.
일학년들에 나이는 제각각인데 열네살부터 열여섯살 사이가 1학년이고
저는 가운데 십오. 내년엔 열여섯살이에요.
각금 멍청한 애들은 이것도 떨어저서 일학년 두 번 해요.
근데 열여섯살 넘을때가지 일학년 두 번하면 강제 퇴학해요.
건방진 애들이 진급시험 아무나 다 통과하는거라고 그러는데,,그렇게 쉽지는 앉아요.
저는 일등할거에요.
일등하면 답장해주세요.
부탁이니까 한번만 답장해주세요.]
11월 21일
[클레멘치. 저가 1등 했어요.
최우수 학생 했어요!
최우수가 머나면 1학년 중에서 제가 최우수라는 뜻이에요.
이제 이해 잘 됏죠?
편지 보면 얼른 답장해주세요.
근데 하기 실은대 하는 거는 말고요.
편지는 억지로 쓰먼 안 되요. 누가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정말 정말 아주 쓰고 싶을대만 편지 써요.
안영이 주무세요.]
12월 24일
[미스터 클레멘치.
메리 크리스마스]
기상 이변으로 초봄에 한파가 닥쳐 창밖에는 때늦은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멀리 회색빛으로 가라앉은 센트럴 파크의 정경은 점차 포근한 흰 눈으로 그린 점묘화처럼 변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렐은 안경을 쓴 채로 서재에 틀어박혀 있었다. 사샤 세드린의 보낸 메일함을 뒤져서 스펠링 미스로 저에게 닿지 않았던 메일을 뒤늦게 한 줄, 한 줄 아껴 읽어 본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렸다가 종내에는 차분히 가라앉았다.
편지의 행간마다 숨어 있던 외로움을 읽었기 때문이다.
업무용 노트북을 닫고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올려둔 후, 조용히 서재를 빠져나온 카렐은 이내 거실로 향했다. 흩날리는 눈발에 달빛이 부서지듯 반사되어 평소보다 더 밝은 밤이었다. 하얗고 폭신한 이불에 창백한 흰 피부를 가진 마른 몸이 파묻혀 있었다. 이불 위로 도드라지는 것은 흐트러진 검은 머리뿐이었다.
잠든 소년의 곁에 앉은 카렐은 그 동그란 정수리에 소리 없이 키스했다. 소년이 외롭지 않은 꿈을 꾸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