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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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가 뭉툭한 삼각뿔처럼 생긴 형틀은 한 뼘가량의 철제 프레임을 실리콘으로 덮어 피부에 착 달라붙는 듯한 질감을 느끼게 한다. 면 없이 선만이 존재하는 독특한 형태는 기하학적이었으나, 사용해 본 바에 의하면 이는 지극히 기능적인 형태였다.

형틀에 묶이면 어느 곳이든 만져지기 좋은 자세로 단단히 고정되어 꼼짝도 할 수가 없다.

요한은 피가 몰려 어지러운 머리를 간신히 바로 들었다. 머리와 팔다리는 아래로, 엉덩이는 위로. 완만한 선을 그리는 뿔이 배에 닿도록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선 자세로 묶여 있는 탓에 피가 쏠린 머리가 핑핑 돌았다.

아니, 머리가 어지러운 것은 자세 때문이 아니라 앞과 뒤에 고루 박혀 있는 괴악한 물건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뒤에 박혀 있는 묵직한 에그가 불규칙하게 진동했다.

요한은 바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섰다. 세 개의 에그는 몸속에서 제각기 다른 곳을 자극하며 서로 다른 강도로 진동한다. 도톰하게 부어오른 내벽은 더 큰 자극을 갈구하는 것처럼 멋대로 조여들었다.

뒤가 지끈거릴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으나 요한은 한 번도 사정하지 못했다. 요도를 막은 카테터 때문이었다. 은근하게 후벼 파는 듯한 자극에 절정이 아슬아슬하게 가까워질 때면 카테터가 슬슬 밀려 나오곤 했으나, 그럴 때마다 셰어는 빠져나온 카테터를 다시 끝까지 밀어 넣었다.

그 짓이 세 번을 넘어가자 요한은 제발 카테터가 얌전히 박힌 채 꼼짝도 하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카테터가 들어올 때의 그 화끈거리는 작열감과 요의를 닮은 감각을 견디기가 괴로웠다.

폭이 넓은 패들이 울긋불긋한 자국이 남은 요한의 엉덩이를 쓸어내렸다. 차가운 가죽 패들이 얼얼한 피부를 스치자 요한의 허리가 들썩였다. 꽉 오므라든 내벽에 묻힌 에그가 크게 진동했다. 갑자기 높아진 진동의 강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배 속을 휘젓는 자극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더는 울기도 지쳤다. 요한은 기운 없이 훌쩍이며 애원했다.

“아, 아흐, 읏, 으응…… 제발, 으응? 제발…….”

“숫자는?”

하얗게 지워진 머리가 온갖 색으로 깜빡였다. 열다섯, 열둘이었나? 몇 대를 맞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답이 늦자 즉시 패들이 엉덩이를 내려친다.

“아! 흐으…… 아, 파.”

살을 둔탁하게 가격하는 무서운 소리와 함께 뜨겁고 따끔거리는 통증이 퍼졌다. 엉덩이가 바짝 긴장하며 에그가 여린 살을 뭉갠다.

아래를 향해 늘어진 성기에 박힌 카테터를 타고 묽은 체액이 뚝뚝 떨어졌다. 그새 구슬 모양의 돌기가 시작되는 부분까지 빠져 있던 카테터가 느리게 아래로 미끄러진다. 셰어는 카테터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숫자도 못 세, 입도 짧아, 말도 안 들어. 넌 나한테 미안하긴 해?”

요한은 셰어가 그대로 카테터를 끝까지 쑤셔 박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미안해. 잘못했어. 내가, 흣, 정말 잘못했…….”

셰어가 카테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느리게 돌렸다. 요도구에 걸려 있는 구슬이 빙글빙글 돌며 잘게 들어갔다 빠져나오기를 반복하는 것이 느껴진다. 요한은 힉힉거리머 울었다. 성기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질퍽거리는 물을 흘렸다. 카테터가 긁어 대는 요도뿐만 아니라 음낭까지 다 저릿했다.

“하아, 악! 아, 아…… 히, 으읏, 흐으…….”

너무 울어서 짓무른 눈가가 따끔거렸으나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넘쳐흘렀다. 둥글게 젖혀진 허리가 발발 떨렸다.

장갑을 낀 차가운 손이 화끈거리는 요한의 엉덩이를 움켜쥐고는, 움찔거리는 구멍 속으로 쑥 파고들었다. 안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진동하는 에그가 손가락에 밀려 내벽을 잔혹하게 짓눌렀다. 고통에 가깝던 자극들이 쾌락과 뒤섞여 감각을 교란한다.

이러다 정말 어딘가가 망가질 것 같았다. 요한은 미칠 것 같은 자극에 진저리를 치며 말이 되지 않은 말을 쏟아 냈다.

“제, 발, 흑! 흐으, 빼, 줘. 이상해. 아, 아읏, 나, 이상해애…….”

“이번에는 거짓말까지.”

“아니야, 하으, 윽…… 거짓말, 아닌데.”

진짜인데. 셰어가 조금도 믿어 주지 않으니 요한은 몹시 서러워졌다. 한번 서럽다고 생각하자 퇴행이라도 한 것처럼 모든 일이 다 서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요한은 어린애처럼 울며 같은 말만 반복했다.

진짜야. 진짜란 말이야. 나 이상해.

셰어가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다. 열에 녹아내린 머리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상해?”

셰어는 드디어 요한의 말을 믿어 주는 듯했다. 요한은 훌쩍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하고 착실히 대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엉덩이를 맞는다.

“난 네가 이상한 게 좋아. 아주 망가지면 좋겠어.”

찔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손가락이 내벽을 깊게 긁었다. 요한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만 벌린 채 할딱거렸다. 위험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뒤를 쑤셔 대는 손가락이 세게 피스톤질을 할 때마다 젤이 흥건한 뒤에서도 질퍽거리는 소리가 났다. 몸속에서 데워져 묽어진 젤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젤이 지나간 자리가 벌레가 뜯어 먹은 것처럼 화끈거린다.

화끈거리는 감각이 끊임없이 번졌다. 무섭도록 진동하는 에그가 좁아지는 내벽을 밀어 올리며 저들끼리 부딪친다. 배 안이 온통 뒤집어지는 것 같다.

아, 아, 정신을 못 차리고 신음하는 요한을 빤히 바라보던 셰어가 예고도 없이 카테터를 단번에 뽑아냈다.

“아, 흐, 으으읏!”

매끈한 카테터가 느릿하게 빠져나가자 차가운 바늘이 화끈거리는 요도를 긁어 대는 듯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성기에 울룩불룩하게 돋아난 핏줄이 꿈틀거린다.

카테터가 빠져나가고도 요한은 사정하지 못했다. 좆을 막은 것을 빼 주면 당장이라도 쌀 것 같았는데, 이상한 잔뇨감만 느껴질 뿐이었다. 뒤를 쑤셔 대던 손가락도 어느새 사라진 터라 오히려 에그의 진동만으로는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요한은 괴로움에 몸을 비틀며 끙끙 앓았다.

싸고 싶다. 뒤에서 느껴지는 기계적인 자극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장이라도 성기를 쥐고 흔들고 싶어 형틀에 묶인 요한의 손이 움찔거렸다.

그 생각을 읽은 것처럼 셰어가 요한의 손을 풀어 주었다. 요한은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셰어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이렇게 순순히 풀어 줄 리가 없는데, 뭔가 이상했다. 줄곧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났기에 이성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와중에도 요한은 착실하게 셰어의 명령을 기다렸다.

셰어는 젤과 체액으로 더러워진 장갑을 벗어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다. 젖은 장갑이 철퍽 소리를 내며 바닥에 달라붙는 것을 본 요한이 앓는 소리를 흘렸다.

셰어가 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만져 주기를 바랐다. 뜨거운 눈에 고인 갈망이 따끔거리며 흘러내렸다.

셰어는 얌전히 두 손을 늘어뜨린 요한의 등을 쓰다듬었다. 희미하게 소름이 돋기 시작한 등이 꿈틀거리며 곧추서더니 요한이 고개를 들었다.

“흐읏…… 제발, 이런 장난감 말고 네가.”

요한이 셰어의 팔뚝에 뺨을 비볐다. 셔츠를 걷어 올린 셰어의 팔뚝에 미지근한 눈물이 닿았다.

“네가, 망가뜨려 주는 게 좋아.”

안 돼? 울먹이는 물음 끝이 떨렸다. 요한의 머리칼을 움켜쥔 셰어가 한참 전부터 위협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던 성기를 요한의 얼굴에 비볐다. 옷 위로도 느껴지는 두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는지, 요한이 입을 벌려 불룩한 성기를 물었다. 바지를 벗길 생각도 못 하는지, 침을 질질 흘리고 혀를 날름거리며 옷 위로 빨아 대는 얼굴이 야했다.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하아…… 벗겨야지.”

셰어는 손에 쥔 머리칼을 아프게 당기며 재촉했다. 탁하게 잠긴 목소리가 그 역시 한계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요한은 마른침을 삼켰다. 줄곧 진을 뺀 탓에 후들거리는 손을 뻗어 허겁지겁 그의 바지를 벗기고 냉큼 성기를 꺼내 쥐었다. 누가 훔쳐 가기라도 할세라 냉큼 그 끝을 입에 물자, 셰어가 요한의 머리칼을 잡아 뽑을 듯 세게 쥐어 당겼다. 그 손에 끌려 도로 성기를 뱉은 요한이 억울한 표정으로 셰어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셰어는 심상한 얼굴로 요한을 도로 형틀에 눌러 엎드리게 하고는 엉덩이를 주물렀다.

“왜……?”

요한이 불안함에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이러다가 갑자기 저 커다란 물건을 제 뒤에 쑤셔 박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졌다. 셰어는 이미 한 번 그런 적이 있지 않던가. 비록 그때는 조그마한 사탕이었고, 조금 박다가 사탕을 빼 주기는 했지만 그때의 충격은 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사탕보다 훨씬 큰 에그가 세 개나 들어 있었다. 그냥 넣기도 버거운 성기를 억지로 밀어 넣는다면 뒤가 다 너덜너덜해지고 말 것이다.

그런 무서운 생각을 하자 자꾸만 몸속이 좁아져 잘게 진동하던 에그가 아래로 밀려 내려왔다. 입구와 가까운 곳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운 자극에 구멍이 멋대로 움찔거렸다.

“박을 데는 따로 있는데 왜 네 마음대로 거기다 쑤셔 넣어?”

설마.

요한은 겁에 질린 얼굴로 제 뒤로 다가와 서는 셰어를 돌아보았다. 셰어는 정말 이대로 쑤셔 박기라도 할 것처럼 제 성기를 쥐고 느릿하게 흔들고 있었다. 그 끔찍하게 큰 성기를 보자 벌써 뒤가 아픈 것 같아 요한은 다급하게 말했다.

“잘못했, 잘못했어. 안 그럴게.”

“알아. 이제 안 그럴 거라는 거.”

그 말은 꼭 다시는 못 그럴 만큼 혼내 주겠다는 말처럼 들렸다. 요한은 한 손을 뒤로 뻗어 셰어가 줄곧 노려보고 있는 구멍을 덮었다. 요한은 뒤를 가린 손 아래로 오밀조밀한 주름이 벌름거리는 것이 느껴져 입술을 깨물었다. 에그가 거의 입구까지 내려왔는지 미약한 진동도 함께 느껴졌다. 볼기를 쥐어 벌리기라도 하면 하얀 에그의 일부가 보일 듯했다.

이런 꼴을 셰어가 보고 있었다니, 수치스러워서 죽을 것 같다.

요한의 귀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오랫동안 사정을 참은 데다 열이 오른 탓에 머리는 지끈거리고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이명까지 들렸다.

셰어가 무섭게 을러대는 목소리가 아주 먼 곳에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손 치워. 이대로 쑤셔 박기 전에.”

축축한 성기가 요한의 손등을 위협하듯 비볐다.

“안, 돼. 흐읏, 진짜 안 돼……. 찢어져. 무서워.”

“그러니까 치워. 진짜 찢어 주기 전에.”

셰어는 경고는 이만하면 끝났다는 듯이 요한의 손목을 쥐어 등 뒤에 밀어붙였다. 요한이 몸을 비틀며 저항했으나 반복된 긴장으로 흐물흐물하게 변한 근육은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요한은 등 뒤로 팔이 잡혀 꺾인 채 할딱거렸다.

이번에는 셰어의 성기가 벌름거리는 구멍에 직접 문질러졌다. 단단한 성기 끝이 그대로 쑥 밀려들어 오자 몸속을 가득 채운 에그가 짓눌린다. 징징거리는 진동이 예민해진 점막을 괴롭힌다.

공포였다. 요한은 온몸을 파들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아니야. 안 돼! 아, 안…… 아, 아! 빼 줘, 흐으…… 빼 주세요.”

다행히 성기는 선단만 조금 들어왔을 뿐 더는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겁에 질린 요한은 정신을 못 차리고 눈물만 뚝뚝 흘렸다.

찢어질 거야. 정말 거기가 망가지면 어떡하지.

셰어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잔뜩 겁을 먹은 요한의 등을 쓸어내렸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커서 안, 끄, 흐윽…… 안 들어가, 더는. 아, 아파…….”

요한이 숨을 헐떡일 때마다 배 안이 꿈틀거리며 조여들었다. 순간 치미는 사정감을 참으며 셰어가 긴 한숨을 쉬었다. 그 소리에 긴장한 요한이 딸꾹질을 참으며 급하게 말을 뱉어 냈다.

“안에, 내가, 벌려서 쌀게. 응? 제발, 나 잘할 수 있…….”

“잘할 수 있어?”

어쩐지 서늘해진 목소리가 요한의 말을 끊었다. 이어 뒤에 박혀 있던 성기가 느릿하게 빠져나갔다. 자꾸 힘이 들어가서인지 좁아진 몸속을 채우던 에그가 금세 아래로 밀려 내려가 두꺼운 선단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운다. 미처 다물리지 못한 곳으로 희게 덩어리진 젤이 떨어져 내리고, 하얀 에그가 입구에 닿았다.

셰어는 요한의 팔을 놓아주고는 슬며시 벌어진 비부에 손가락을 쑤셔 박았다. 길쭉한 손가락이 에그를 깊숙이 밀어 올린다. 하필 에그가 닿은 곳이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연약한 내벽이었기에 요한은 흐트러진 숨을 뱉으며 등을 웅크렸다.

몸속에 전류가 튀는 곳이 있다. 손발이 절로 곱아들고, 눈이 뜨거워진다. 어울리지 않게 새된 소리가 잇새로 새어 나왔다.

“응, 으응, 잘, 할 수 있어. 나, 정말, 잘…….”

셰어는 손가락을 꽉 무는 내벽을 확인하듯 훑었다. 쫀득하게 손가락에 달라붙는 구멍에서 손을 빼기가 아쉬웠다. 그러나 빼지 않으면 다시 박을 수 없다.

“그럼 해 봐.”

요한에게서 손을 뗀 셰어가 선심을 쓰듯 허락했다. 흐으으, 요한이 한 손으로 제 볼기를 쥐어 벌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안에 든 것을 뱉어 내려 힘을 줄 때마다 내벽이 짓눌려 이상한 소리가 샐 것 같았다.

크고 둥근 에그는 아주 느리게 아래로 미끄러진다. 젤을 너무 많이 쓴 탓에 에그보다 젤이 먼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밑으로 싸는 것처럼 젤을 뱉어 내는 구멍이 흐물흐물하게 젖었다.

요한의 뒤에 선 셰어가 그곳을 유심히 관찰하며 제 성기를 문질렀다. 젖은 성기를 마찰하는 소리가 요한의 귀에도 적나라하게 들렸다.

요한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아, 셰어가 들으라는 듯이 신음 같은 한숨을 흘렸다. 요한은 눈을 감고도 셰어의 달아오른 얼굴이 상상돼 미칠 것 같았다.

“흐읍, 읏…….”

순간 에그가 크게 진동하며 아래로 쑥 밀려 내려오는 느낌에 숨이 턱 막힌다. 뒤가 빠듯하게 벌어지며 에그가 바닥에 떨어져 진동했다. 날카로운 진동이 요한의 온몸을 벌겋게 달아오르게 했다. 저런 것을 몸속에 넣고, 도로 뱉어 내는 것을 보여 준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두 개의 에그가 더 남아 있었다.

그때 셰어가 요한의 아랫배를 손바닥으로 받쳐 올리듯 눌렀다. 방광이 자극되는 듯한 느낌과 함께 남은 에그가 단번에 입구 근처까지 죽 미끄러졌다. 몸속의 구불구불한 요철이 긁히는 느낌이 끔찍하도록 생생해, 요한은 볼기를 쥔 손을 놓쳤다.

“아, 아흐읏…… 으응, 흣!”

“잘할 수 있다며. 이렇게 오래 걸리면 무슨 의미가 있어?”

“아니, 하아, 아, 잘할…… 아, 아앗! 아!”

셰어의 손가락이 함부로 뒤를 파고들어 갈고리처럼 구멍을 벌렸다. 체온이 옮아 따뜻해진 에그가 오랫동안 지속된 자극 탓에 과민해진 내벽을 벌렸다. 몸속에 서늘한 바람이 스미는 것과 동시에 에그가 주르륵 쏟아져 내렸다. 지잉, 징, 바닥에서 진동하는 에그가 젤에 젖어 음란한 광택을 흘린다.

요한은 타액이 흐르는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할딱거렸다. 무릎이 절로 붙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흐…… 후읏, 으…….”

순간적으로 앞이 희붐하게 흐려졌다. 요한은 눈을 깜빡여 시야를 가리는 물기를 간신히 털어 냈다. 신경을 날카롭게 저미는 쾌감이 온몸을 녹여 자꾸 무릎이 꺾이려 했다. 요한은 사정도 없이 절정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셰어의 손이 가차 없이 요한의 허리를 붙잡아 형틀에 제대로 엎드리게 눌렀다. 요한은 허물어진 발음으로 애원했다.

지금은 못 해. 조금만 기다려 줘.

자음과 모음이 태반은 뭉그러진 말을 그가 얼마나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셰어는 말없이 요한의 한쪽 볼기를 세게 움켜쥐었다. 그 때문에 몸속이 저려 그쪽 허벅지가 파들파들 경련했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발발 떠는 것이 퍽 가련한 몰골이었다.

설마 사람이 이런 꼴인데 냅다 쑤셔 박기야 할까? 요한은 잠시 방심하고 말았다.

셰어는 흐물흐물하게 풀어진 구멍에 제 성기를 쑤셔 박았다. 목이 졸리는 듯한 소리가 샌다.

“아, 하으, 윽…… 흐으…… 악!”

쓸려서 화끈거리는 비부에 거웃이 닿았다. 요한은 눈물만 뚝뚝 흘리며 앓았다. 배 속이 이상하게 비틀어질 만큼 깊게 박힌 탓에 제대로 울 수도 없었다. 크게 울면 배가 울려서 몸속이 다 욱신욱신했다.

이건 좀 너무하다. 사람 좆이 이렇게 큰 것도 너무하고, 얼마나 힘든데 그것도 모르고 이렇게 냅다 박아 대는 것도 정말 너무하다. 요한이 입술을 비죽거렸다.

“개새끼, 흐윽…… 너는, 네가 얼마나, 흣, 얼마나 큰지도 모르고…….”

사실은 내가 미워서 괴롭히려고 이러는 거지?

요한이 서럽게 훌쩍이며 따져 묻자 셰어가 요한의 등에 가슴을 맞대며 요한을 꽉 끌어안았다. 갈비뼈가 뻐근하도록 세게 안기자 요한은 너무 놀라 우는 것도 잠시 잊었다. 등에 닿은 셰어의 가슴이 지나치게 요란하게 박동하고 있었다. 이렇게 심장이 크게 뛰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세차게 뛰는 심장과 달리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셰어가 속삭였다.

“맞아. 일부러 괴롭히는 거야.”

굵은 살 기둥이 젖은 소리를 내며 뒤로 빠져나간다. 몸속이 죄다 긁혀 나가는 듯해 요한은 그를 따라 허리를 들며 자신을 꼭 끌어안은 셰어의 팔뚝을 붙들었다. 다음 순간 반쯤 물러난 성기가 내벽을 퍽퍽 쳐 올렸다.

“하윽, 흑, 아앗! 아!”

물인지 정액인지 모를 묽은 체액이 요한의 성기에서 줄줄 흘러내렸다. 카테터가 쑤셔 댄 요도가 따끔거린다. 화끈거리는 통증은 믿기지 않게도 등줄기가 저릿한 쾌락으로 이어졌다. 사정을 하면서도 성기 뿌리가 지끈거리는 게 뭔가를 더 쌀 것만 같았다.

요한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신음하며 셰어의 팔뚝을 긁었다. 셰어가 거칠게 박아 댈 때마다 온몸이 죄다 부스러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보다 요한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셰어가 일부러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날 미워하지 마. 요한은 그렇게 말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말을 하려다가는 혀를 깨물 것 같았다.

셰어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요한의 목덜미를 마운팅하듯 물어뜯으며 휘청거리는 요한을 단단히 붙들었다. 날카로운 이가 깊게 파고들자 요한의 내벽이 좆을 씹어 대고, 손도 대지 않은 앞으로는 물 같은 체액이 줄줄 샌다. 누가 봐도 좋아 죽는 꼴이었지 벌을 받아 괴로워하는 꼴이 아니었다.

“너 좋아하는 것만, 해 주는데, 감사해야지. 하아…… 이렇게 흘리면서, 아닌 척하면, 요한. 내 기분이, 좆같잖아.”

셰어가 화풀이라도 하듯 장골에 부딪혀 빨갛게 달아오른 엉덩이를 연달아 때리자, 요한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빌었다.

“악, 아, 아읏…… 잘못, 했, 아! 아파, 아! 조, 흐으, 아, 좋아.”

좋아, 잘못했어. 요한은 이 두 가지 말밖에 모르는 것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숨이 깔딱깔딱 넘어갈 것처럼 우는 얼굴이 온통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셰어는 우느라 벌어진 요한의 입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길고 두꺼운 손가락들이 혀를 누르고 입을 벌리자, 요한은 훌쩍이면서도 이를 세우지 않으려 애쓰며 손가락을 빨았다. 손가락이 뜨겁게 달아오른 입 안을 탐하듯 쑤셔 댔다. 여린 살갗을 자극당하자 금세 흥건하게 넘친 타액이 셰어의 손등을 타고 흘렀다.

제발 아프게 하지 말라고 애원하듯 말랑한 혀가 손가락에 간지럽게 달라붙는다. 입술이 오므라들며 손가락을 쪽쪽 빨아 대자 셰어가 거친 한숨을 뱉었다.

“그렇게, 애타게 빨지 마. 그 입에 더 물려 줄 건 없으니까.”

셰어가 욕심껏 허리를 쳐 올렸다. 온통 새빨간 손자국이 남은 엉덩이가 얻어맞는 것처럼 부딪힌다. 턱에 자꾸 힘이 들어가 입 안을 가득 채운 손가락이 자꾸만 이에 긁혔다. 그다지 아프지 않았을 텐데도 셰어는 요한의 입천장을 긁으며 성질을 부렸다.

오랫동안 시달려 풀어진 몸속을 벌리고 깊은 곳까지 파고든 성기가 배 속을 갉아 댔다. 내벽이 셰어의 모양대로 긁혀 나가는 듯해 요한은 반쯤 넋이 나간 채 웅얼거렸다. 응, 너만, 네 거만. 입에 문 손가락 탓에 둔해진 발음을 용케 알아들은 셰어가 상스러운 말을 지껄였다.

요한은 그가 뱉는 겁박 같은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함부로 들쑤셔진 몸속이 정액으로 젖어 들었다. 뿌리까지 박힌 두꺼운 성기가 사정하는 내내 뒤가 단단한 살덩이를 씹어 삼킬 것처럼 조인다. 사정은 길었고, 뒤가 흠뻑 젖는 것이 느껴질 만큼 양이 많았다.

요한은 퉁퉁 부어오른 내벽이 따갑게 젖는 느낌에 떨며 셰어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배가 버겁도록 차오르자 기이하게도 체액을 흘려 대던 요한의 성기가 남은 정액을 뱉어 냈다. 어디가 잘못된 것 같았다. 요한은 앞뒤로 쥐어짜이는 듯한 지독한 감각에 떨며 사정액 같지도 않은 액체를 질질 쌌다.

“흐으읏…… 으응, 아, 하으…….”

“좋아?”

셰어가 요한의 볼기를 양쪽으로 쥐어 벌리며 물었다. 몸이 강제로 열리는 감각이 소름 끼치게 생생했다. 응, 응, 좋아. 요한은 습관처럼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울었다. 셰어가 차갑게 웃었다.

“내가 너무 잘해 줬지. 좋아?”

단단한 배가 부딪치도록 맞닿은 몸이 떨어지자 빠듯하게 맞물린 좆이 내벽을 긁으며 빠져나간다. 자극에 달아오른 내벽이 좁아지며 아쉬운 듯 좆을 물어 댄다. 셰어가 벌리고 있지 않았더라면 빼기도 어려울 만큼 좁아졌을 터였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성기가 반쯤 빠지자, 그 틈새로 걸쭉한 점액이 떨어졌다. 셰어는 체액으로 젖은 채 붉게 벌어져 있는 비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실제로 느끼기라도 하는 것처럼 구멍이 움찔거리며 오므라든다. 반쯤 박혀 있던 번들거리는 성기를 도로 삼키려는 듯했다.

저속한 말이 들렸으나 요한은 그 말을 반도 알아듣지 못했다. 성기가 맞물려 있는 곳을 비집고 손가락 두 개가 파고들었다.

“아! 아윽, 아! 아니. 아흣, 아파.”

젖은 내벽은 단번에 끝까지 파고든 손가락을 잘도 물었다. 사정 후에 조금 물러진 성기와 달리 손가락은 단단했다. 아파, 잘못했어. 요한이 흐느끼며 빌자 깊게 박힌 손가락이 구부러지며 내벽을 밀어 올린다.

형틀에 엎드려 있던 요한의 팔다리가 파들거렸다. 무릎에 멍이 들도록 세게 부딪쳤는데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몸속을 느리게 되짚는 손가락은 감각을 희게 바래게 만드는 지점을 비벼 대고 있었다.

말초 신경까지 찌르르한 감각이 내달리고 몸속의 액체란 액체는 죄다 끓어오르는 듯했다. 눈은 뜨겁고 몸은 달아올랐다. 타액마저 달구어져 혀가 다 녹아내린 것 같다. 요한은 둔해진 발음으로 간신히 애원했다.

“하, 안 돼. 윽, 흐으…… 아, 나, 방금 했잖아. 살려, 줘어.”

“닥쳐. 진짜 죽여 버리기 전에.”

“잘못, 했…… 아, 아!”

절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몸이 끝없이 반복되는 자극에 희롱당하며 다시 달아오르고 있었다. 아직도 따끔거리는 성기에 피가 몰린다. 요한은 몸속을 잔혹하게 헤집는 자극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허리를 들썩였다.

그러나 내벽을 괴롭히는 자극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손가락이 거칠게 박아 대던 자리를 그새 단단해지기 시작한 좆이 밀고 들어온다. 번갈아 가며 안을 쑤셔 대는 바람에 요한의 숨이 엉망으로 흐트러졌다. 찔꺽거리는 소리를 내는 뒤가 무섭도록 좁아진다.

“아으읏…….”

요한의 배가 당겨지며 전기라도 흐르는 것처럼 등이 튄다. 허벅지 안쪽이 경련하는 통에 제대로 설 수가 없었다. 다리뿐만이 아니었다. 뼈가 녹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흐물거리며 늘어진다.

요한은 또다시 사정 없이 절정에 도달했다. 연달아 극렬한 쾌감에 시달린 탓에 엉망으로 갈라진 소리가 샜다. 맥없이 벌어져 신음하는 요한의 입술이 금세 타액으로 젖었다.

“요한.”

등골이 오싹하도록 낮은 음성이 요한의 등 뒤에서 들려온다. 요한은 셰어가 자신을 부른 것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 어쩔 수 없었다. 지나치게 뜨거워진 머리 때문에 귀에서 이명이 울렸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셰어는 요한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번갈아 극점을 누르던 손가락과 성기가 동시에 밀려들어 왔다. 뒤가 찢어질 것처럼 벌어지는 바람에 겁에 질린 요한이 휘청거리는 발끝으로 바닥을 밀었다. 그러나 힘이 빠진 다리는 휘청거리고, 발은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헛돌기만 할 뿐이었다.

손가락과 성기가 예민한 곳을 짓이기며 들어왔다. 요한은 숨을 쉴 때마다 배에 말뚝이 박힌 듯한 버거운 존재감을 느꼈다.

“하윽…… 으, 흐윽.”

뒤에서 처박아 대는 힘이 더 강해졌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요한은 목 끝까지 차오른 숨을 할딱거렸다. 셰어의 성기는 아직 완전히 발기하지 않은 상태였으나 빠르게 부피를 늘려 가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괴로운데 손가락까지 박아 대니 팽팽하게 늘어난 입구가 무섭도록 벌어진다.

“제, 바알. 하아, 하, 나만 빼 주면, 흣, 으읏…….”

“어떤 거.”

대답을 하기도 전에 손가락이 희롱하듯 내벽을 긁으며 빠져나간다. 요한의 등이 파르르 떨었다. 거북스러운 압박감이 느껴지던 곳에 딱 손가락 두 개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완전히 발기한 성기가 밀려들어 왔다.

“아아! 아, 으응…….”

앞이 아찔해지는 자극에 떨며 요한이 사지를 늘어뜨렸다. 배 속을 깊게 후벼 파는 자극에 힘이 풀린다. 지쳐서 더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죽을 것 같다.

요한이 넋을 놓고 웅얼거린 말을 용케 알아들은 셰어가 실소했다.

“정신 못 차리지.”

셰어는 성가신 것이라도 다루듯 요한의 허리를 함부로 쥐어 당겼다. 멍이 올라오기 시작한 엉덩이에 단단한 몸이 거칠게 부딪친다. 엉덩이를 연방 얻어맞는 것처럼 세게 박힐 때마다 고통인지 쾌락인지 모를 지독한 자극이 비산해 의식이 멀어지려 한다. 시야가 위태롭게 깜빡였다.

짜악!

매서운 소리와 함께 요한의 엉덩이가 뜨거워졌다.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짜악, 짝. 거침없이 갈겨 대는 손길에는 자비란 없었다. 요한은 엉덩이를 맞을 때마다 몸을 떨며 허리를 들썩였다. 살갗이 찢어질 것처럼 따갑고 화끈거린다. 까물거리던 의식이 매서운 손찌검이 가해질 때마다 선명해졌다.

차라리 기절하고 싶다. 요한은 자신도 모르게 생각나는 말을 웅얼거렸다.

셰어가 우악스럽게 움켜쥔 탓에 온통 빨갛게 달아오른 엉덩이가 불쌍하게 짓이겨진다. 뜨거워. 요한은 멍청하게 입술을 벌렸다. 아, 아. 열기 어린 신음이 터졌다. 혹독하게 끌어 올려진 쾌락이 통증을 지웠다.

“기절해도, 안 끝나.”

그러니까 정신 차려. 이를 갈 듯 무서운 말이 들려왔다.

흐으으, 요한이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등줄기에는 소름이 돋는데, 여전히 헤프게 흘리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 요한의 성기가 눈치 없이 선액을 질금거렸다. 배가 욱신거리도록 쑤셔 박힐 때마다 꼿꼿하게 선 성기가 배에 탁탁 부딪치며 투명한 체액을 뿌렸다.

“아, 나, 진짜아, 죽어. 이, 러다가, 하윽, 으읏!”

“안 죽기만 해 봐.”

꼭 제 손으로 죽여 버리겠다는 듯한 말투였다. 동시에 깊게 박힌 좆이 나갈 생각은 않고 좁은 내벽을 밀어 올린다.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은 곳까지 두꺼운 선단이 쑥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새된 소리가 샌다.

“악! 아윽, 아!”

“읏…… 좁아.”

셰어가 낮게 신음하며 요한의 엉덩이를 뭉그러뜨리듯 주물렀다. 좁아,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꼭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좁은 것을 질책하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좁은 기관을 직접 벌려 주겠다는 듯이 거칠게 허리 짓을 했다. 두꺼운 살 기둥을 가까스로 받아 내던 몸속이 온통 헤집어진다. 허리 아래가 죄다 망가진 것 같았다.

묽은 정액을 분수처럼 쏟아 내며 요한은 마지막 남은 이지가 쓸려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끝내 요한은 인간의 언어를 상실했다. 아프면 끙끙거리며 가여운 척을 하고 그의 비위를 맞추려 허리를 들었다. 스치기만 해도 질질 싸는 곳을 두들겨 맞듯 박힐 때면 더 심하게 굴어 주기를 바라며 셰어를 불렀다. 요한이 할 줄 아는 말은 셰어 하나인 것처럼 그의 이름을 부르면, 셰어는 그 단어에 담긴 요한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기분 좋은 곳을 쑤셔 주고 다정하게 만져 줬다.

요한, 언제부터인지 셰어도 요한처럼 한 가지 단어로만 얘기했다. 요한, 하고 부르면 요한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다 알아들었다. 그가 요한을 부르는 건 모두 한 가지 뜻이었다.

사랑해. 그의 모든 것에 깊이 조각된 단어를 오독할 리가 없었다.

온몸이 부스러질 듯 안긴 순간 열을 품은 내벽에 사정액이 뿌려졌다. 요한, 셰어의 입술이 요한의 등에 말을 걸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몸을 바로 세웠다.

줄곧 한 몸처럼 결합되어 있던 몸들이 두 개로 나누어진다. 요한은 울음 같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성기가 빠져나가는 감각이 소름 끼쳤다. 한참을 박힌 터라 뒤는 다물릴 줄을 모르고 벌어져서는 안에 쏟아진 것들을 줄줄 흘렸다.

끝인가?

요한은 멍하게 눈만 깜빡였다. 거의 죽을 뻔했지만 그래도 이걸로 셰어의 화가 풀렸다면 다행이었다. 요한은 긴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셰어가 요한의 머리칼을 홱 쥐어 당겼다. 결코 끝내려는 마음이 없는 손길이었다.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몸이 발작하듯 후들거렸다.

“나, 못 해, 더는 못 해……!”

요한이 진저리를 치며 버둥거렸다. 머리칼을 붙들린 채 턱을 바짝 치켜든 요한을 셰어가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담담한 눈을 보자 요한은 진심으로 서러워졌다.

아무리 잘못한 게 있다고 해도 애인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걸레짝으로 만들어 놓을 수가 있느냐는 말이다.

“개새끼, 이 나쁜, 좆같은 새끼. 흐으…….”

욕을 하다 보니 점점 더 설움이 북받쳐 오른다. 요한은 한참 바락바락 욕을 하다 말고 울기 시작했다.

셰어는 빨갛게 달아오른 요한의 우는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둑이 터지듯 새어 나온 울음은 뜻밖에도 금세 잦아들었다. 셰어가 달래 주지도 않고 우는 걸 보고만 있으니 혼자 울기도 민망해진 것이다. 게다가 도무지 속을 읽을 수 없는 셰어의 불투명한 표정은 눈물이 쏙 들어갈 만큼 무서웠다.

셰어가 억세게 쥐고 있던 요한의 머리칼을 놓아주었다. 사방으로 뻗친 머리칼을 퍽 다정하게 매만져 주며 그가 말했다.

“더 해 봐.”

음습한 목소리가 오싹했다. 셰어는 형틀 위에 힘없이 늘어져 있던 요한의 두 손을 다시 고정했다.

요한의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뒤늦게 손목을 비틀어 봐도 단단히 고리가 걸린 잠금장치는 쉽게 풀어질 것 같지 않았다.

“이, 미친, 사이코패스 같은 새끼! 이, 이…….”

요한은 욕을 하다 말고 할 말을 잊었다. 요한의 앞에 다가와 선 셰어가 다시 우뚝하게 발기한 성기를 들이밀었다.

이 미친 새끼, 설마 우는 걸 보고 꼴린 건가?

너무 어이가 없으니 눈물도 나지 않았다.

셰어가 제 성기를 요한의 입술에 비볐다. 요한은 얼결에 입을 벌려 그것을 달게 빨아들였다. 비릿한 맛이 나는 성기가 숨통을 막으며 깊게 파고들었다.

“우, 으응…….”

요한이 불안하게 눈을 굴려 셰어를 올려다보았다. 허옇게 정액이 엉겨 붙은 좆을 입에 물고 우물거리는 꼴을 셰어가 묘하게 반들거리는 눈으로 바라본다. 멍청해진 머리로도 요한은 그게 좋은 신호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요한은 다급하게 고개를 뒤로 빼며 입 안을 괴롭게 찔러 대는 성기를 혀로 밀어냈다. 손이 묶여 있으니 그것 하나도 쉽지 않았다.

“아읍, 으, 우윽, 체리, 체, 리이…….”

체리, 그다음이 뭐였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분명 조금 전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막상 쓰려니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요한은 세이프 워드를 써 본 적이 없었다.

등신 새끼, 이걸 까먹다니. 요한은 희게 질린 채 자책했다. 이러다 오늘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체리코크.”

셰어가 뒷말을 받았다. 요한의 입을 들쑤시던 성기가 물러났다. 셰어는 열이 식지 않은 얼굴로 빨갛게 짓무른 요한의 눈가를 쓰다듬었다. 하다가 그만두는 게 찝찝할 텐데도 그는 왠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이번만 봐주는 거야. 기억해.”

셰어가 만개한 꽃처럼 해사하게 웃는 걸 보자 요한은 몹시 심란해졌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지도록 시달렸는데,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세상 근심 없는 사람처럼 웃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어쨌든 화는 풀린 모양이다. 그것 하나는 다행이었다.

“으응, 고마워.”

요한은 겨우 대꾸했다. 너무 울어서 쉰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렸다.

절대로 셰어를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 지독하게 배운 교훈이 마음 깊이 남았다.

* * *

셰어는 고요히 잠든 요한을 바라본다. 밤늦도록 시달린 것이 힘들었는지 요한은 침대에 눕혀 주자마자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한번 깊게 잠든 요한은 아무리 만져 대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잘도 잤다.

평온하게 잠든 얼굴이 침대 옆에 켜 둔 미약한 조명에 물들어 부드럽게 빛난다. 밤새 들여다봐도 질릴 것 같지 않았다. 셰어는 그의 머리칼을 가만히 쓰다듬다가, 부르튼 입술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새근거리는 숨이 새어 나오는 입술은 무척 따뜻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요한을 보고 있으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이 엉망이 되어도, 아무리 그에게 화가 나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 같잖은 세이프 워드를 듣는 순간 우습게도 화가 다 풀려 버린 것처럼.

어쩐지 억울한 마음이 들어 셰어는 요한의 입술을 꾹꾹 짓누르듯 입을 맞춰 댔다. 그러자 요한이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끙끙 앓았다.

“셰어.”

그가 숨결처럼 뱉은 단어가 셰어의 입술에 닿았다. 뻣뻣하게 굳어 있던 입술이 부드럽게 풀어진다. 셰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얌전히 다물린 요한의 입술에 답을 흘려 넣었다.

요한.

입술에 간지러운 요한의 숨이 닿는다. 고작 그 날숨 하나에 세상은 따뜻한 빛으로 물든다. 동전을 뒤집듯 간단히, 완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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