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셰어가 돌아왔을 때, 요한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고작 30분가량이 지났을 뿐인데, 요한은 흉흉한 기세로 셰어를 노려보았다. 최근에는 보기 어려워진 날이 선 얼굴이 셰어를 향했다.
30분이 그리 길었던가. 셰어는 태평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그는 요한이 이런 일로 짜증을 내는 게 싫지 않았다. 요한이 보고 싶다고 문자 그대로 노래를 부르며 칭얼거릴 때면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애틋한 마음이 솟았다. 좋아하는 사람을 놀리거나 괴롭히고 싶은 평소의 충동과는 다른, 다정하고도 따뜻하게 보살피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말을 할지 조금 기대가 된다.
적어도 요한이 뭔가를 셰어에게 집어 던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눈에 익은 목줄이 셰어의 발치로 날아왔다. 오래전에 도리스에서 주문했으나, 요한에게 주지는 못했던 선물이었다. 서랍 속에 처박아 둔 채 까맣게 잊어버린 물건이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를 일이다.
셰어는 내심 당황했으나 우선 요한의 의도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요한이 앉아 있는 책상까지의 거리는 겨우 몇 걸음이다. 그 몇 걸음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대치했다.
요한이 싸늘하게 내뱉었다.
“내가 더 미치기 전에 변명해 봐.”
“변명?”
목줄을 산 게 변명할 일은 아닐 텐데. 셰어는 눈썹을 삐딱하게 치켜세웠다. 바람난 애인이라도 잡아 대는 것처럼 노기등등한 요한을 보자 슬슬 이 상황이 무엇 때문인지 알 것도 같았다.
그러나 셰어가 무슨 해명을 하기도 전에 요한이 먼저 폭발했다.
“도리스가 누구야? 왜 그게 네 책상 서랍에 있냐고. 너 다른 놈 만나? 그 새끼가 여기도 왔었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은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다. 요한은 셰어를 용서했지만, 아직 셰어가 남긴 상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늘 태평하던 요한은 때때로 예민하게 굴 때가 있었다. 셰어에게서 낯선 냄새가 난다거나, 셰어가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할 때 주로 그러했다. 요한은 늘 셰어에게 질투가 너무 심하다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았다. 특히 누군가와 조금이라도 붙어 있는 사진이 찍힌 날이면 요한은 침대에서 유독 집요하게 굴곤 했다.
셰어는 그의 분노를 이해했기에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너 지금 오해하고 있어. 이 목줄은…….”
“아, 이게 진짜 목줄이야? 그 새끼랑은 이러고 놀았나 봐. 하긴 네 취향은 원래 그랬지.”
“요한.”
“왜, 나는 네 취향에 못 맞춰 줘서 따분해? 질려?”
문제는 요한이 제대로 얘기를 나눌 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건드리면 펑 터질 것처럼 화가 난 요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리에 갇힌 맹수처럼 제자리를 맴돌았다. 전형적인 불안 증세였다.
요한을 이렇게 만든 것은 셰어의 과오였다. 셰어는 욱신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목줄을 꽉 움켜쥔 채 그에게 다가갔다.
“헛소리 말고 내 말 들어. 난 널 사랑해.”
요한이 혼란스러운 눈으로 셰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물기가 어린 것이 안타까웠다. 요한이 때리면 맞아 주고, 화를 내면 사과하면 된다. 셰어는 그의 앞에 섰다.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은 요한이 이를 갈며 이죽거렸다.
“도리스도 이 말을 들었으려나?”
하지만 그를 이해한다고 해서 날을 세우는 말에 상처 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환부가 어디인지 짚을 수 없는 따끔한 통증이 느껴진다. 이것 또한 자신의 과오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셰어는 목줄을 뒤집어 금속 장식 안쪽에 새겨진 요한의 이름을 보여 주었다.
“이건 네 선물이야.”
요한이 불신하는 눈으로 셰어를 한 번, 목줄을 한 번 노려보았다. 셰어는 보란 듯이 목줄을 들이밀었다.
“도리스는 브랜드 이름이고, 이건 네 선물이라고.”
목줄과 셰어를 오가는 요한의 시선이 한결 바빠졌다. 요한의 목이 아래쪽부터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쥐어짜듯 희미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짜야?”
“네 이름 여기 있는 거 안 보여?”
“진짜네.”
말도 못 하고 입술만 벙긋거리던 요한이 고개를 푹 숙이며 긴 한숨을 내뱉었다.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주먹을 연신 쥐었다 폈다 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용을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요한은 머리끝까지 온통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셰어의 눈치를 살폈다.
이번에는 그를 괴롭히고 싶은 충동이 우세했다. 꾹 참아 왔던 가학적인 욕구가 밀려든다. 셰어는 차갑게 웃었다.
“너 나를 얼마나 헤픈 놈 취급해야 성이 풀리겠어?”
“어, 아니…… 이건 솔직히 오해할 만했잖아.”
“그래서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이걸 나한테 집어 던졌다?”
“셰어…… 화났어?”
셰어는 요한의 목에 부드러운 가죽을 휘감았다. 서늘한 가죽이 목에 감기자 요한이 흠칫 떠는 것이 보인다. 당혹으로 빠르게 깜빡이는 눈이 용서를 빌 듯 간절하게 셰어를 바라보았다. 은색 고리에 부드럽게 걸린 가죽이 요한의 목에 꼭 맞게 조여들었다.
“자기야, 나 사랑한다며.”
요한이 속삭였다. 셰어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요한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예고도 없이 요한의 목에 감긴 목줄이 콱 졸렸다. 요한은 캑캑거리며 셰어의 손등을 할퀴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목줄을 느슨하게 감아쥔 셰어가 목에 딱 맞도록 목줄을 채워 주었다. 이음새가 단단히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까만 목줄이 자리를 잡았다.
상상한 것보다 더 잘 어울려서 화가 났다. 이걸 이제야 해 보다니, 왜 진작에 이럴 생각을 못 했을까. 셰어는 욕설이 쏟아질 것 같은 입가를 손으로 덮은 채 잠시 요한을 감상했다.
이렇게 보니 알 것 같았다. 사실은 처음부터 그를 이렇게 하고 싶었다. 그 늘씬한 목에 줄을 채우고, 홀딱 반한 티를 내는 요한을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났다.
“네 세이프 워드 알려 줘.”
요한에게 이런 것을 물어보는 건 처음이다. 크게 뜨인 요한의 두 눈이 흔들린다. 이런 것을 물어볼 줄 몰랐는지, 그는 매우 쑥스러워하며 중얼거렸다.
“체리코크.”
요한이 살포시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이며 말했다. 셰어는 저도 모르게 입매가 일그러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대체 누가 그딴 걸 세이프 워드랍시고 쓴단 말인가.
“다시는 취향 문제로 나 욕하지 마.”
“아, 왜……. 근데 그럼 나는, 그거…… 할 때 널 뭐라고 불러?”
“부를 필요 없어.”
“뭐? 그런 게 어디…….”
요한은 말을 맺지 못했다. 그의 넥타이를 쭉 잡아당겨 풀어낸 셰어가 그것을 책상 위에 얌전히 올려놓았다. 요한이 좋아하는 넥타이 중 하나였다.
“개가 어떻게 말을 해.”
셰어의 손이 지나가기만 해도 셔츠 단추가 툭툭 풀어졌다. 남의 옷 벗기는 것쯤은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듯했다. 순식간에 셔츠가 벗겨진 요한이 제 손으로 바지 버클을 움켜쥐었다.
셰어는 마른 입술을 핥았다. 지익,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마저도 자극적이다. 요한이 열기에 젖은 눈으로 셰어를 바라보았다. 허락만 떨어지면 즉시 덤벼들 것 같은 눈이다.
“멍.”
요한이 작게 짖었다. 칭찬해 줘, 보채는 것처럼 뺨에 코끝을 비비는 것이 간지러웠다. 셰어는 몸이 뒤로 떠밀리도록 달려드는 요한을 아래로 끌어 내렸다. 요한은 알몸으로 순순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나 셰어가 몸을 바로 세우기 무섭게 요한이 셰어의 바지 앞섶에 이마를 비벼 댔다. 옷 위로도 정확하게 성기가 있는 곳을 노리는 바람에 살짝 힘이 들어가 있던 성기가 금세 심지를 세웠다.
쓰읍. 셰어가 혼내듯 날카로운 소리를 내자 요한이 멈칫했다. 시작부터 브레이크 없이 달려드는 게 눈이 돌아가서인 줄 알았더니, 다행히 말귀는 알아듣고 있었다.
“앉아.”
“멍.”
대답은 잘도 했다.
셰어는 어설프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요한의 자세를 살폈다. 그는 좀 어설프긴 했으나 마치 이런 플레이를 해 본 적 있는 사람처럼 거리낌 없이 응했다. 정말 해 본 적이 있을까? 아니면 본성이 개 같아서 적응이 쉬웠다거나.
과연 어느 쪽일까. 셰어는 고민하며 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브리프를 살짝 내려 반쯤 선 성기를 꺼내자 요한의 눈이 반들거리기 시작한다. 빨고 싶어 하는 티가 너무 났다.
“착하게 기다려야 주지.”
그러니 더 물려 주고 싶지 않았다. 셰어는 수음하듯 제 성기를 쥐고 느릿하게 흔들었다. 손안에서 부푸는 살덩이가 끄덕거릴 때마다 요한의 호흡이 거칠어진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치태에 흥분한 것인지 손도 대지 않은 요한의 성기가 완전히 발기해 있었다. 그의 성기는 완전히 발기하면 예쁘다기보다는 위협적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흉흉하게 발기한 성기를 드러낸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요한을 보자 흥분이 빠르게 치솟았다. 성기를 쥐고 흔드는 손이 점차 빨라진다. 손이 움직일 때마다 끝이 젖은 성기에서 선액이 흘러 질척거리는 젖은 소리가 났다.
“으음…… 후, 윽.”
셰어가 신음하자 그에 흥분한 요한이 끙끙 앓는 소리를 흘렸다. 그는 희미하게 붉어진 눈으로 셰어를 올려다보며 입을 벌렸다. 붉은 혀가 혼자 하지 말고 여기에 좆을 물려 달라는 듯이 야릇하게 반들거린다. 요한이 그 음란한 혀를 내밀었다.
셰어는 수음하는 손을 쉬지 않으며 다른 손으로 요한의 혀를 긁었다. 손톱을 세워 제법 아프게 긁는데도 그것에마저 느끼는지 요한이 타액을 뚝뚝 흘리며 목을 울렸다. 끄응, 끙. 그는 정말 개가 앓는 듯한 소리를 냈다.
“달라고?”
으응. 이번에는 그 소리가 좀 사람 소리 같았다.
“말도 안 듣는 네가, 흣…… 뭐가 예쁘다고 내가, 줘.”
혀끝에서 떨어진 타액이 헤프게 질질 흘렀다. 바닥에 뚝 떨어진 액체가 짙은 얼룩을 남긴다. 셰어는 구둣발로 그 얼룩을 짓밟았다. 이번에는 셰어의 구두 위에 침이 떨어진다. 먼지 하나 없이 말끔한 구두가 타액에 젖어 더러워졌다.
요한이 허리를 들썩였다. 커다랗게 성이 난 성기가 흔들리는 것이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혈관이 솟아난 흉기가 번들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퍽 음탕했다. 그것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셰어는 발끝으로 요한의 무릎 안쪽을 밀어 다리를 벌렸다.
요한은 무릎을 꿇은 채 허벅지를 활짝 벌리고 앉아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셰어의 손가락을 애타게 빨았다. 좆이라도 빨듯 손가락을 혀로 샅샅이 훑으며 볼이 우묵하도록 쪽쪽 빨아 대는 게 흡사 그것에 환장한 사람 같았다.
셰어는 매정하게 그에게 물려 주었던 손을 뺐다. 오므라든 입술은 손이 멀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며 끝까지 우물거렸다.
끙끙. 앓는 소리가 애처롭다.
“안 흘리고 잘 먹을 수 있어?”
좆을 움켜쥐고 뺨을 툭툭 치자 요한의 눈가가 붉게 달아오른다. 그의 뺨에 미끈거리는 체액이 길게 달라붙었다. 요한은 그것마저 아까운 듯 마른침을 삼키고는 멍, 하고 짖었다.
셰어는 요한의 머리칼을 쥐어 당겼다. 좆에 얼굴을 비벼 대던 요한이 겨우 미끈거리는 선단을 입에 물었다. 익히 아는 바였으나 요한은 오럴에 능숙했다. 커다란 성기를 빠는 것쯤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 거침없이 성기를 집어삼킨다. 젖은 소리를 내는 성기가 뜨거운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쾌감이 무섭도록 빠르게 차오른다. 셰어는 한숨처럼 앓는 소리를 흘렸다.
굵고 긴 성기가 오돌토돌한 입천장과 연신 움찔거리는 점막을 지나 좁은 목구멍까지 단번에 미끄러져 들어간다. 강렬한 자극에 신음하는 셰어를 올려다보는 요한의 눈이 초점을 잃고 흐트러져 있었다. 한계까지 벌어진 젖은 입술이 우물거리며 게걸스럽게 좆을 빠는 소리가 점차 커진다.
셰어는 탁한 숨을 흘리며 새빨갛게 달아오른 요한의 귀를 쓰다듬었다. 예민한 곳을 만진 탓에 요한의 목구멍이 급격히 좁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우물거리는 입술 사이로 도로 밀려 나온 성기가 번들거렸다. 요한이 물기에 젖어 반들거리는 눈으로 셰어를 올려다보며 눈치를 살핀다.
“하아…… 더, 깊게 삼켜야지.”
셰어가 다정하게 귀를 어루만지자, 그것에 자극받은 요한이 성급하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절반을 넘기자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요한은 생리적인 눈물이 고인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움직였다. 목구멍까지 파고드는 성기가 버거우니 일단 절반쯤 삼킨 것이나마 어떻게든 해 보려는 수작이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요한의 뒤통수를 붙잡은 셰어가 벌어진 입 안으로 좆을 쑤셔 박았다. 요한의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성기의 모양대로 불뚝하게 솟아오른 목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요한은 욱욱거리며 셰어의 허리춤을 붙들었다. 눈물에 젖은 속눈썹을 빠르게 깜빡이며 애걸했다.
“우, 으응…… 욱, 크, 흐윽…….”
“요한, 네가 달라며.”
셰어는 머리칼을 감아쥔 손에 힘을 주어 당겼다. 좁은 기관을 비집고 거대한 성기가 머리를 들이민다. 뜨겁고 축축한 내벽을 비벼 댈 때마다 요한이 사지를 떨며 울었다. 성기가 찔꺽대며 입 안을 드나들 때마다 욱, 우욱 하고 뭔가를 참는 소리가 울린다. 거친 추삽질이나 다름없는 행위가 길어지자 그 소리는 흐느끼는 것처럼 희미한 소리로 바뀌었다.
목구멍까지 들어찬 좆을 삼키느라 숨이 막혀 씩씩거리면서도 요한의 성기는 묽은 선액을 흘리며 발기해 있었다. 셰어가 벌려 놓은 대로 활짝 벌어진 허벅지가 파들거린다.
“으응…….”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요한이 고개를 비틀었다. 더는 못 하겠다고 고개를 젓는 듯했다. 셰어는 뻐근하게 벌어진 그의 턱 언저리를 눌러 입을 더 크게 벌리게 했다. 끝내 뿌리까지 성기를 집어삼킨 요한의 눈이 물기에 젖어 혼탁해졌다.
“하아……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잖아.”
세이프 워드 한 마디면 간단히 끝낼 수 있다. 하다못해 손짓만 취해도 간단히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둘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쑤셔 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입술을 오물거리고 뜨거운 혀로 살 기둥을 비볐다.
겁도 없이.
“요한, 네가 바란 거야.”
셰어가 서늘하게 웃었다. 젖은 소리를 내며 성기가 목구멍을 쑤셨다. 달아나지 못하게 뒤통수를 세게 붙든 채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이자, 지레 겁을 먹은 요한이 벌써부터 우는 소리를 내며 밑으로는 선액을 질질 흘렸다. 위로 박히면서 밑으로 싸는 게 장관이었다.
벌벌 떨리는 허벅지며 딱 보기 좋을 만큼 복근이 두드러진 배에 투명한 체액이 묻어 번들거렸다. 저 몸을 저렇게 만든 것이 누구인가. 얌전히 다리를 벌린 자세부터 파렴치한 짓으로 느끼는 것까지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의 치태에 정욕이 위험하게 치밀었다.
셰어의 허리 짓이 점차 격렬해진다.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치대자 자꾸만 이가 닿았다. 그럴 때마다 셰어는 벌하듯 요한의 뒤통수를 더 깊게 눌렀다. 그러면 그는 끅끅거리면서도 열심히 목구멍을 조이는 것이었다.
처음 자는 사람 좆에 달려들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힘겹게 빨면서도 좋아하는 게 아주 이 짓에 미친 새끼였다. 욕설을 삼키는 셰어의 얼굴에도 붉은 열기가 아릿하게 스며든다. 사정감이 빠듯하게 치밀었다.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여기서 성하게 못 나갈 줄 알아.”
파정은 거친 추삽질보다 더 버거웠다. 줄곧 쓸려 예민해진 목구멍에 끈적한 정액이 끼얹어지자 열감이 번지는지 요한이 눈을 찡그리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훌쩍였다.
셰어는 경련하는 점막을 짓이기듯 좆을 비벼 대며 느리게 허리를 뒤로 물렸다. 미끄러져 나온 성기에 엉겨 있던 타액과 정액이 요한의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당혹한 요한이 물기 어린 눈으로 셰어를 바라보았다.
“흘리지 말라고 했는데.”
셰어가 뒷머리를 붙든 채 도로 깊숙이 성기를 처박자 요란하게 캑캑거리는 소리가 난다. 허우적거리던 요한이 급히 셰어를 밀어내며 고개를 숙였다. 잿빛 카펫이 희고 투명한 점액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요한은 등을 구부린 채 한참 기침했다.
“켁…… 크, 흐으…….”
겨우 진정한 요한이 훌쩍이며 고개를 들었다. 한껏 겁을 먹은 그가 끙끙거리며 셰어의 손바닥에 뺨을 비볐다. 자비를 갈구하듯 애처로운 몸짓에 마음이 달콤하게 녹아내린다. 셰어는 흐트러진 요한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요한.”
“멍.”
“너 개 새끼야, 사람 새끼야.”
무슨 대답을 해야 덜 혼날지 고민하는 것이 뻔히 읽혔다. 셰어는 요한의 뺨을 가볍게 때렸다. 찰싹, 생각보다 매서운 소리가 난다. 겨우 정신이 바로 들었는지 요한이 냉큼 멍 하고 울었다.
“그래, 대답은 빨리 해야지.”
“멍.”
이번에는 대답이 정말 빠르다. 셰어는 방금 때린 요한의 뺨을 쓰다듬어 주었다. 질척하게 젖은 피부가 손바닥에 달라붙는다.
“그래, 개 새끼지. 개 새끼니까 모르고 여기저기 흘리고 지릴 수도 있어.”
셰어가 발끝으로 여태 서서 물을 흘리고 있는 요한의 성기를 툭 건드렸다. 요한이 크게 움찔하며 작게 짖었다. 밑창이 단단한 구두가 예민한 성기를 짓밟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분명하다. 셰어는 웃으며 그의 귀 뒤를 긁어 주었다. 보통은 개가 좋아하는 짓인데, 요한도 기분이 좋았는지 성기에서 묽은 액체가 왈칵 흘렀다.
“큰일이다. 그렇다고 사방에 지리고 다니면 안 되는데.”
“흐, 으읏…….”
“내 개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네.”
“머엉.”
울먹이는 듯한 울음 뒤에는 앓는 소리가 길게 따라붙는다. 셰어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바닥에 납작 엎드리도록 목덜미를 내리눌렀다. 조심스럽게 바닥에 엎드린 요한이 셰어가 등을 쓸어내릴 때마다 발발 떨었다. 짙은 색 카펫에 튄 액체가 눈에 띄었다. 등을 쓸어주는 것만으로도 느낄 대로 느껴서 체액을 계속 흘리는 것이다.
“진찰해 봐야겠다. 착하게 있을 수 있지?”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린 채 엉덩이만 치켜든 요한이 작게 멍 하고 울었다. 보기 좋게 올라붙은 엉덩이를 세게 움켜쥐자 바닥에 얌전히 놓여 있던 요한의 손가락이 손톱을 세워 바닥을 긁었다. 셰어는 그것을 못 본 체하며 책상 서랍을 뒤졌다. 요한이 불안하게 자신을 힐끔거리는 게 보인다.
“왜 그래?”
핸드크림의 뚜껑을 열자 그의 등이 떨린다. 셰어는 질게 흘러내리는 핸드크림을 손에 짰다. 차가운 크림이 묻은 손가락을 요한의 뒤로 가져가자 떨림이 더 심해진다. 굳게 오므라든 곳은 크림을 듬뿍 발라도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도 없어 보였다.
이보다 더 두꺼운 것도 삼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안쓰러울 만큼 오므라든 곳을 보자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엽다는 것은 괴롭게 만들고 싶다는 뜻과도 통했다.
손가락이 단번에 안으로 파고들었다. 살점이 안으로 밀려들어 가며 빡빡하게 손가락을 물어 댄다. 하얀 크림이 밀려 나온 입구가 희뿌옇게 젖은 채 손가락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셰어는 손가락을 구부려 뜨거운 내벽을 더듬으며 요한의 볼기를 때렸다.
“흐읏!”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요한이 온몸을 긴장하며 떨었다. 뒤가 손가락을 끊어 먹을 듯 좁아졌다. 그는 엉덩이를 때린 대가로 손가락을 부러뜨릴 작정인가 보다. 셰어는 빨갛게 손자국이 올라오기 시작한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요한을 달랬다.
“힘을 빼야 진찰을 하지. 진찰도 안 하고 주사부터 맞고 싶어?”
“아, 흐으…… 아니야. 아, 안 돼.”
“어느 개가 이렇게 짖지?”
좀 잘한다 싶었더니 또 실수를 한다.
셰어는 그의 좁은 몸속을 쑤시던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렸다. 긴장으로 좁아진 곳은 손가락 두 개도 버겁다는 듯이 빡빡하기만 해 전혀 벌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요한은 카펫이 깔린 바닥을 긁어 대며 훌쩍였다. 우습게도 그의 다리 사이에서 끄덕거리는 물건은 손만 대면 사정할 것처럼 발기한 채 미끈거리는 체액을 흘려 댔다.
손가락을 푹푹 찌를 때마다 쿨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요한은 그 소리를 견디기가 어려운지 자꾸 앓는 소리를 흘렸다.
셰어는 손등 뼈가 닿을 만큼 깊게 쑤셔 박은 손가락을 벌렸다.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빨간 속살이 얼핏 보였다. 몸속에 바깥 공기가 닿는 것이 생소한지 요한이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젓는다.
“흣, 흐으으…… 아, 아으으…….”
그 틈새에 핸드크림을 대고 쭉 짜자 묽은 크림이 반쯤은 흐르고 반쯤은 그의 안에 고인다. 손가락으로 벌려 줘도 안이 좁기 때문인지, 얼마 들어간 것 같지도 않은데 크림이 도로 흘러나왔다. 셰어는 크림을 안쪽까지 펴 바르듯 손가락을 깊이 쑤셔 박았다.
뜨거운 몸속에서 반쯤 녹은 크림이 손가락 사이로 흐른다. 이제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여도 외설적인 소리가 난다. 셰어는 자꾸만 거칠어지려는 손길을 애써 부드럽게 바꾸었다. 요한이 울든 말든 당장 쑤셔 박고 싶은 충동이 피어오른다. 어울리지도 않게 공을 들여 뒤를 풀어 주고 있으려니 미칠 것 같았다. 셰어는 무섭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을러댔다.
“자꾸 짖으면 혼나. 얌전히 있어야지.”
“윽…… 흐읍…… 으, 우, 흐으읏!”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온다. 요한이 야릇한 신음을 흘릴 때마다 추삽질을 흉내 내는 손길이 점차 거칠어졌다. 종래에는 거의 밀어 넣은 크림을 도로 긁어낼 듯 거칠게 박아 대는 바람에 요한의 허리가 자꾸 아래로 무너졌다.
셰어는 발발 떨리는 허벅지를 때렸다. 짜악, 공기가 얼어붙는 매서운 마찰음과 함께 요한이 파르르 떨며 뒤를 조였다. 손가락 사이가 뻐근하도록 틈 없이 맞붙는다. 요한은 맞는 걸로 절정에 도달하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을 떨고 있었다.
“벌인데 너무 좋아하지 마.”
손가락들이 깊게 파고든다. 벌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듯 내벽을 둥글게 휘젓는 손가락에는 자비가 없었다. 아, 아, 울음에 막혀 끊어지는 신음이 퍽 애절했다.
이내 요한이 납작 엎드리며 바닥을 기었다. 안에 박혀 있던 손가락이 빠져나가며 크림이 스멀스멀 새어 나온다. 그는 허연 크림을 정액처럼 흘리며 셰어에게서 달아나 벽 쪽으로 바짝 붙었다. 벽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은 요한의 다리 사이로 크림이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요한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울며 다리 사이를 가렸다.
“못 해. 나, 못 하겠어. 흐으, 아, 아파. 너무, 흣, 너무해…….”
못 하겠다면서 그런 얼굴로 울면 어쩌라는 거지?
머리가 터질 것처럼 열이 올랐다. 셰어는 속으로 욕설을 뱉으며 숨을 골랐다. 아프도록 부풀어 오른 바지 앞섶이 괴롭다. 셰어는 낮게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요한, 이리 와.”
“셰어…… 셰어, 흐으…….”
요한은 망설이면서도 다시 셰어에게 기어갔다. 그는 허락도 없이 셰어의 팔뚝에 이마를 비볐다. 셰어의 셔츠에 정체 모를 액체가 묻었다. 셰어는 조용히 말했다.
“그쳐.”
애써 울음을 참으며 요한이 딸꾹질을 했다.
“내가, 잘못했어. 이제 봐줘.”
요한이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셰어의 구두를 더듬었다. 그는 셰어가 냉랭한 얼굴로 내려다보기만 하자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을 깜빡였다.
“멍.”
뒤늦게 개처럼 짖는 게 우스웠다. 셰어는 퍽 다정하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못했어?”
“멍.”
요한은 고개까지 끄덕이며 긍정했다. 여태 눈물이 어룽거리는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셰어가 바닥에 함부로 굴러다니는 요한의 재킷 주머니에서 쏟아진 사탕을 집어 들었다. 제법 알이 큰 사탕의 껍질을 벗기는 것을 본 요한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그건 왜?”
그는 얼마나 놀랐는지 그새 개처럼 짖어야 한다는 걸 또 잊어버렸다. 셰어는 대답 없이 요한의 자세를 고쳐 주었다. 요한이 겨우 엎드린 자세를 바로잡으며 셰어를 힐끔거린다.
“멍?”
이번에는 개처럼 짖기 하나는 맞혔다. 셰어는 그 상으로 요한의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다. 그러자 엉덩이 사이에서 흐르던 크림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하여간 그는 입이 너무 짧았다. 먹여 주면 뱉기 바쁘니 성질이 난다.
“맛있게 먹어. 네가 좋아하는 사탕이잖아.”
셰어는 사탕을 하나 까서 요한의 입에 넣어 주었다. 요한은 영문도 모르고 제 입에 들어온 사탕을 혀로 굴렸다. 제법 커다란 사탕이 요한의 뺨을 둥글게 부풀린다.
화가 난 게 아닌가? 눈치를 살피는 시선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셰어는 요한을 빤히 마주 보며 사탕을 하나 더 깠다.
그건 셰어의 입으로 들어가려니, 속 편한 생각을 하던 요한이 몸을 굳혔다. 제법 커다란 둥근 사탕이 비부로 쑥 밀려들어 왔다. 셰어는 사탕을 손가락이 닿는 곳까지 깊이 쑤셔 넣었다.
요한이 당황해 손을 뒤로 뻗었다. 셰어는 그 손을 매몰차게 쳐 냈다. 쓰읍. 사납게 을러대며 사탕을 하나 더 집어넣자 안에 든 사탕이 밀려들어 가며 젖은 소리가 난다.
“하, 아으읏…….”
요한은 허리를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고 등을 웅크린 채 바닥에 엎드렸다. 남은 사탕은 세 개. 셰어가 눈으로 센 것을 요한 또한 생각해 냈는지 그가 흐느끼며 애원했다.
“셰어, 이상해. 이거 그만하자……. 어? 그냥, 그냥 네가 해 줘. 제발.”
“뭐가 이상한데?”
셰어는 잘 보이지 않는 엉덩이 사이를 더듬어 사탕을 하나 더 밀어 넣었다. 손가락이 푹푹 파고들 때마다 요한이 바닥에 손톱을 세우며 훌쩍였다.
“아, 아, 싫어…… 나, 이제 저 사탕, 어떻게 먹어…….”
정말 짜증 나게 귀엽다. 셰어는 인상을 찌푸리며 크림에 젖어 미끈거리는 손가락으로 조금 풀어진 내벽을 느릿하게 비벼 올렸다. 요한이 바닥에 정액을 줄줄 싸지르며 몸을 떨었다. 뒤에서 느껴진 자극으로만 사정했기 때문인지 파정은 영 시원치 않았다. 사정 후에도 미처 가라앉지 않은 성기가 반쯤 선 채 흔들린다.
“요한, 그만하고 싶어?”
셰어가 요한의 몸속을 휘저으며 물었다. 손가락이 닿는 곳에 굴러다니던 사탕이 밀리며 예민한 곳을 자극하는지 내벽이 한껏 조여들었다. 요한은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응?”
세 개의 손가락이 안을 콱 찍어 눌렀다. 그러자 성기 끝에서 희끄무레한 정액이 흘러내린다. 이번에도 사정이라기에는 어딘가 부족했다. 하지만 요한은 그것만으로도 지독한 자극을 느끼는지 정신도 못 차리고 울먹였다.
“아흐, 읏…… 빼 줘. 그거, 그만 빼…….”
손가락에 밀려 깊은 곳까지 들어간 사탕은 크림에 엉켜 처음에 비해 크기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 것을 안에 담고 있으려면 아마 꽤 괴로울 것이다.
안을 들쑤시던 손가락을 빼내자 차지게 달라붙던 내벽이 오므라들며 희뿌연 크림을 뱉어 낸다. 사탕이 하필 레몬 맛이었는지 달고 새큼한 냄새가 났다.
“너 때문에 나도 멀쩡하긴 글렀어.”
비슷한 냄새만 맡아도 아무 데서나 발기하고 말 것 같다. 셰어는 곤란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온갖 체액으로 젖은 손을 바닥에 뒹구는 요한의 셔츠에 닦았다. 요한이 온통 새빨간 얼굴로 셰어를 올려다본다. 애원 어린 눈이 눈물로 젖어 있었다.
그런 눈으로 보면 그만두려다가도 눈가가 문드러지도록 우는 꼴을 보고 싶어진다. 셰어는 얌전히 바닥을 짚고 있는 요한의 두 손을 잡아당겨 그의 엉덩이를 붙잡게 했다. 잠시 감을 못 잡고 휘청거리던 요한은 바닥에 뺨을 대고 엎드린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설마, 아니겠지. 현실을 부정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셰어가 명령했다.
“벌리고 싸 봐.”
이미 울긋불긋하던 요한의 얼굴이 걷잡을 수 없이 새빨갛게 타올랐다. 그는 말도 못 하고 입술만 뻐금거렸다. 셰어는 움찔거리는 비부를 벌리듯 입구를 문지르며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엉덩이를 벌리고, 네가 직접 여기로 싸 보라고.”
경악으로 떨리는 눈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요한이 눈썹을 찌푸리며 서럽게 입술을 꾹 깨문다. 그는 안타깝게 훌쩍거리며 호소했다.
“안 돼……. 나, 그런 거 못 해…….”
말귀를 알아듣는 게 그렇게 어려웠던 걸까.
못 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셰어는 온통 울긋불긋한 요한의 뒷덜미를 한 손으로 잡아 누르며 높이 쳐든 엉덩이에 제 성기를 느릿하게 비볐다. 쑤셔 박을 곳을 찾듯 비비적거리는 성기에 질겁한 요한이 허리를 들썩였다.
“안 돼, 안에 아직…… 읏, 미쳤…….”
두꺼운 선단이 크림에 젖어 흐물거리는 입구를 비집어 열었다. 손으로 적당히 풀어 줬다고는 해도 가장 두꺼운 부분을 한 번에 삼키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셰어는 제 성기를 쥐고는 선단으로 입구를 꾹꾹 눌러 대며 좆을 박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비부가 성기에 이리저리 짓눌려 벌어질 때마다 안에 든 크림이 흘러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안으로 조금씩 진입할 때마다 요한이 파들거리며 튀어 올랐다. 어디로든 달아나고 싶은 모양이다. 셰어는 요한의 목 뒤를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러자 납죽 엎드린 요한이 앞으로 기며 바닥을 긁었다.
“아, 하으읏…… 윽, 하아…… 흐으, 으읏…….”
“자꾸 어딜 가.”
셰어는 손자국이 남은 그의 목에 걸린 목줄을 잡아당겼다. 앞으로 기던 요한이 목줄에 걸려 캑캑거리며 등을 젖혔다.
“켁! 케헥…… 셰, 어, 목이…….”
“목이?”
“흐…… 우, 으읏…….”
“말을 해야지.”
요한은 목을 조르는 가죽끈을 어떻게든 해 보려 목을 더듬었으나, 보지도 않고 복잡한 잠금장치를 혼자 풀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치켜든 턱 아래로 눈물이며 타액이 뚝뚝 흘렀다. 엉망으로 젖은 그의 얼굴이 블라인드가 끝까지 내려가지 않은 탓에 드러난 창에 어른거린다.
제 꼴에 충격을 받은 건지 요한이 눈을 동그랗게 홉떴다. 그러나 충격을 받은 것과는 별개로 그의 성기는 또 질금거리며 정액을 흘리고 있었다. 몇 번이나 정액을 흘리면서도 완전히 도달하지 못해 숨이 죽지 않은 성기가 흔들린다.
그 꼴을 곱게 봐 주기가 심히 어려웠다. 긴장으로 경련하는 내벽을 긁으며 좆이 파고들었다. 몸속을 굴러다니던 사탕이 작은 돌기처럼 성기를 자극했다. 셰어가 씨근덕거리는 숨을 뱉으며 퍽퍽 치받을 때마다 요한의 입에서 짧고 새된 비명이 튀어나왔다.
“아아! 아! 아, 흐으, 그, 마안…….”
“뭐가. 후…… 뭐가, 그만이야. 요한, 응?”
“내가, 으, 으응! 읏, 뺄게. 잠, 깐만.”
“너무, 늦었다고는…… 생각, 안 해?”
“흣, 아아! 이…… 아, 아! 좆같은 새, 끼야, 아읏!”
요한은 도무지 배울 줄을 모른다. 셰어는 헛웃음을 흘렸다.
다음 순간 요한의 목줄이 뒤로 사정없이 당겨졌다. 위태롭게 몸이 홱 젖혀진 요한이 캑캑거렸다. 부족한 숨을 채우려 벌어진 입에서 타액이 흘러내린다. 질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좆이 빠듯한 내벽을 벌리며 파고들었다. 요한의 동공이 크게 벌어졌다.
불긋하게 핏줄이 돋아난 목덜미를 더듬는 손길이 떨리고 있었다. 끄흑, 끅, 애처롭게 울먹이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추삽질은 조금도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간신히 세우고 있던 무릎이 벌어지며 허리가 아래로 내려간다. 그 바람에 성기가 주르륵 빠져나왔다.
성기가 한참이나 드나들던 터라 둥글게 열려 있는 비부에서 거품 어린 크림이 흘러내려 허벅지를 흥건하게 적신다. 질척한 액체가 흐르며 간질거리는 감각이 번지는지 요한이 정신을 못 차리고 신음했다.
“아으읏…… 으응…….”
둥글게 젖혀진 등줄기가 땀에 젖어 반들거린다. 셰어는 조금 느슨해진 목줄을 고쳐 쥐어 당겼다. 목이 졸린 요한이 완전히 쉰 목소리로 애원했다.
“켁, 흐으…… 제바알…… 살려…….”
“누가 너 죽인대?”
셰어는 개폐 운동을 반복하는 비부에 손가락 두 개를 밀어 넣었다. 뭔가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에 쩍쩍 달라붙는 내벽이 음탕하다. 요한은 목줄에 매여 엉망으로 흐트러진 얼굴을 감추지도 못하고 헐떡였다. 흥분으로 부풀어 오른 뜨거운 내벽을 문지를 때마다 혀를 빼문 채 벌어진 입가에 흐른 타액이 뚝뚝 떨어졌다.
이렇게 좋아하면서 입으로는 살려 달라고. 셰어는 그를 비웃으며 어느새 손가락이 닿는 곳까지 밀려 나온 사탕을 긁어냈다. 희뿌연 크림에 젖은 사탕이 바닥을 구른다.
요한은 크고 둥그런 사탕이 입구를 벌리며 떨어질 때마다 허리를 들썩이며 사정했다. 제대로 사정하지 못해 서 있던 성기가 연신 정액을 쏟아 내느라 거의 수그러들었다. 정액과 크림으로 범벅이 된 허벅지가 연달아 이어진 사정의 여운에 젖어 경련한다.
셰어가 목줄을 놓아주자 한껏 뒤로 젖혀져 있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흐으으, 요한은 추위라도 타는 것처럼 떨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셰어는 요한의 허리를 제 쪽으로 붙잡아 당겼다. 흐물흐물해진 뒤에 닿는 게 뭔지 알아차린 요한이 혀가 풀린 목소리로 애원했다.
“흐으…… 잘못, 했어. 으응?”
“네가 뭘 잘못했는데?”
엄지로 벌어진 비부의 상태를 확인하듯 벌리자 빨갛게 속을 보이던 곳이 오므라든다. 크림을 듬뿍 발랐기 때문인지 다행히 찢어진 곳은 없어 보인다. 수치로 온몸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요한이 가쁜 숨을 쌕쌕거리며 다급하게 말을 쏟아 냈다.
“내가, 오해한 거랑, 너한테 나쁜 말 한 거, 물건 집어 던진 것도!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 아윽!”
이미 한계에 가까웠던 성기가 단번에 끝까지 파고들었다. 꽤 오랫동안 풀어 준 것 같은데 이토록 갑작스러운 삽입에는 준비되지 않았는지 뒤가 좆을 잘라먹을 듯이 조였다. 셰어는 좁은 곳을 좆으로 벌리듯 천천히 움직였다. 긴장하던 몸이 서서히 그 모양대로 벌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딱히 요한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진이 빠질 대로 빠진 요한이 축 늘어져서인 것 같다. 그러나 그러고도 입이 짧은 요한은 좆도 끝까지 받아먹지 못했다. 끝까지 넣으려 해도 손가락 한 마디쯤은 꼭 남기고 마는 것을 보자 오기가 치밀었다. 요한이 죽을 것 같다고 울먹였지만 셰어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기게 내장을 밀어 올리듯 처박아 대자 저항하던 몸속이 억지로 열리며 기어이 좆을 뿌리까지 삼키고 만다.
요한은 바닥에 늘어진 채 서럽게 울음을 터트리며 웅얼거렸다.
내가 잘못했다고 했는데, 죽을 것 같다고 했는데.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지만 대략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왜 요한이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는 온통 쥐어뜯거나 물어뜯고 싶은 거친 충동이 드는 걸까. 셰어가 거의 수직으로 꺾인 허리를 추켜들며 밀어붙이자, 그가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끅끅거렸다. 요한은 등을 웅크리며 깊은 삽입을 피하려는 것처럼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었다.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셰어는 오히려 더 집요하게 요한에게 달라붙었고, 질척거리는 소리가 한층 격렬해졌다.
“아! 으, 흐윽…… 나, 배가, 흣, 아아…… 이상해, 배가, 어? 제발…….”
“뭐가?”
“거기, 하지 마, 아, 아으…… 흐, 우으.”
“그러니까, 뭐가.”
말을 바로 해야 알아듣지. 셰어는 탁하게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위협 같은 목소리에도 정신을 못 차린 요한은 비슷한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배가, 이상해. 아파. 너무 깊어.
물 같은 정액을 질질 싸는 사람이 할 만한 얘기는 아니었다. 바닥에 웅덩이가 고일 만큼 정액을 흘려 대면서 요한은 계속 아프다고 울었다. 그 때문에 셰어는 정말 아픈 게 뭔지 가르쳐 주고 싶어졌다. 마운팅을 하듯 요한의 등을 찍어 누르며 처박아 대자 그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떨며 실금하듯 투명한 것을 쏟아 냈다.
그러나 요한은 끝나도 셰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요한은 완전히 지쳐 늘어진 채 숨만 할딱거렸다. 울음에 가까운 신음만 간헐적으로 새어 나왔다. 한참이나 체액을 뱉어 낸 성기는 더는 제대로 서지도 않았다.
“하, 읏! 더, 못 해. 나, 으응…… 더는, 안 나와.”
“아니야. 너, 잘하고 있어.”
개새끼, 잘하긴 뭘 잘해. 요한이 갈라지고 띄엄띄엄 끊어지는 목소리로 앓았다. 셰어는 그가 세이프 워드의 존재를 잊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 한 마디만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굴리지는 않았을 텐데, 생뚱맞은 걸 세이프 워드랍시고 말했을 때부터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 셰어는 자꾸 휘청거리는 요한의 허벅지를 꽉 움켜쥐며 자비를 베풀듯 말했다.
“끝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잖아.”
하지만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용서해 주는 게 좋아.”
그는 용서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세이프 워드를 잊은 게 아니었다. 셰어는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용서할 때까지 계속할 수 있다고?”
그 말만은 조금 무서웠는지 요한의 등줄기가 파르르 떨리며 굳어진다. 긴장으로 동그랗게 올라붙은 엉덩이 사이로 밀려 나온 성기를 도로 깊게 파묻자, 그는 제 팔뚝에 고개를 파묻으며 끙끙 앓았다.
“흐읏…… 이제, 용서해 주면, 아, 안 돼?”
기묘한 만족감이 차올랐다. 셰어는 몸을 숙여 붉게 달아오른 요한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사정없이 물어뜯은 탓에 요한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순간 뒤가 꽉 물듯 조여들었기에 셰어는 사정할 뻔한 것을 참아야 했다. 셰어가 욕설을 뱉자 그 아래 깔린 몸이 움찔거린다. 빨리 싸게 만들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뒤가 우물거리며 좁아졌다.
잠시 느려졌던 추삽질이 다시 격렬해진다. 셰어는 선명한 치열이 새겨진 피부를 핥았다. 짭조름한 맛과 함께 산뜻한 체향이 혀끝에 묻어난다. 이거면 충분했다.
해일처럼 강렬한 감각이 밀려든다. 단순히 육체를 겹치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충만함이 넘쳐흘렀다. 셰어는 달뜬 숨을 뱉으며 속삭였다.
“용서할게.”
한참 만에 겨우 원하던 말을 들려주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말을 들을 때의 요한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셰어는 체액으로 범벅이 된 채 바닥에 늘어져 있는 요한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간헐적으로 떨리는 등이 움츠러들었다. 흐으으, 요한이 나직하게 신음하며 몸을 뒤틀었다. 크림과 정액이 흘러내리는 엉덩이 사이가 외설적이다.
셰어는 눈썹을 찌푸리며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흘깃 쳐다보았다. 오후에는 몸이 안 좋아서 조퇴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요한과 함께 그의 집으로 가서 아주 오랫동안 간병을 받아야 할 것 같다. 간병을 하는 게 어느 쪽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야 할 일들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으나 그것도 요한이 흐리멍덩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순간 사라졌다.
“나 못 걷겠어.”
요한이 잔뜩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정할 때의 얼굴을 연상시키는 달아오른 낯빛이 잠시 수그러든 욕구를 부추긴다. 셰어는 정액이 달라붙은 요한의 입술을 훔쳤다. 그리고 손가락에 묻은 정액을 요한에게 도로 먹여 주었다. 불온한 기색을 느꼈는지 요한이 눈을 나름대로 매섭게 치뜨며 셰어의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핥는다.
그는 아마도 양심이 있으면 여기서 설마 더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셰어는 자신의 양심 같은 건 오래전에 고사한 줄도 모르는 요한이 사랑스러웠다.
“집에 데려다줄게.”
셰어가 퍽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래, 일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이 아프다는데, 뭘 어쩌겠는가.
요한이 긴 한숨을 쉬며 바닥에 축 늘어졌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좀 전과 달리 한없이 부드럽기만 한 셰어의 손길을 즐겼다. 사랑해. 요한이 유언처럼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랑해.”
착각할 수 없을 만큼 선명한 목소리에 요한이 눈을 감은 채 미소 지었다.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을 나눈다. 계획이나 책략 따위는 없는, 온전히 감정적인 관계에 휘둘리는 것이 더는 두렵지 않았다. 셰어는 호선을 그리는 요한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풋내를 닮은 비릿한 사랑의 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