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26)

* * *

[연락처를 삭제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요한은 화면을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예, 아니오. 둘 중 어느 쪽을 고를지 아직도 선택하지 못했다.

2주일 전, 요한의 연락처에는 셰어의 전화번호 두 개가 등록되었다. 모두 셰어가 사용하는 연락처였다. 나중에 연락할 테니 연락처를 모두 입력하라는 요한의 말에 셰어는 순순히 그 두 개의 번호를 등록했다. 그 태도에 저항하는 기색은 없었으나 그는 내내 희게 질린 얼굴로 액정 화면만 노려보았다.

이상하게 그 얼굴이 자꾸 아른거렸다. 요한은 지우지도, 연락하지도 못할 전화번호를 외울 듯 노려보다 화면을 아예 꺼 버렸다.

셰어에게 한 방 먹인 것은 분명 유쾌했다. 희열이 발끝까지 번져 신발 속에 숨은 발가락이 절로 움찔거릴 지경이었다. 그날 밤은 또 신나서 얼마나 잠을 설쳤던가. 꿈에서도 셰어를 보았다. 그런데 그 짜릿함은 시간이 갈수록 묘한 감정으로 변질되었다.

“아, 내가 왜 그랬지. 이러다 나 진짜 칼 맞아 죽겠다…….”

아무리 헤어진 사이라도 그렇지, 너 그러다 칼 맞아 죽어. 요한은 지인들이 종종 하던 말을 떠올리며 좌절했다. 세상에는 알면서도 고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무던하게 살아온 요한이었으나 유독 셰어와 함께 있으면 인화성 물질에 불을 댄 양 폭발이 일어났다. 그런 걸로 치면 이번 폭발은, 그야말로 처참한 유혈 사태다. 요한은 책상 위에 풀썩 엎드리고 말았다.

‘내가 부르면 와서 대 줘. 그게 대체 어떤 기분인지 나도 좀 궁금하네.’

요한은 셰어에게 한 말을 후회했다. 그렇게까지 심하게 얘기할 생각은 없었는데, 하필이면 레일라의 문제에 그간 쌓였던 유감까지 겹쳐 여과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날, 셰어는 그 뒤로 자신이 뭐라고 하든 한 마디도 대꾸해 주지 않았다.

그렇게 불편하게 헤어지고 2주가 지났다. 그사이 레일라는 셰어가 소개한 의사를 만나 치료를 시작했고, 요한은 슬슬 적응된 일을 순조롭게 처리하며 나름대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당연하지만 셰어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이제 두 사람 중 먼저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요한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셰어에게 연락을 취해야 할 때였다. 엉망으로 꼬인 관계를 제대로 청산할 시점이다.

요한은 몇 글자도 채 되지 않는 메시지를 한참이나 썼다 지웠다 했다.

[오늘 저녁에 시간 돼? 내 집으로 와.]

구두점까지 신경 쓴 메시지를 전송하자마자 바로 답장이 왔다.

[8시까지 갈게.]

혹시 기다리고 있었나? 요한은 2주 내내 자신이 언제 부를지 기다렸을 셰어를 상상하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셰어라면 분명 끔찍이도 싫어했을 것이다.

요한은 셰어의 메시지를 곱씹으며 생각했다. 역시 이런 짓은 그만해야 한다. 오늘 저녁에 만나면 의사를 소개해 준 것에 감사하고, 이제 이런 식으로 불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얘기해야겠다.

마음의 정리를 마친 후, 요한은 홀가분해진 얼굴로 노트북을 종료했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셰어에 대한 일은 늘 그러하듯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다.

8시 정각, 셰어는 숫자가 08:00으로 바뀌는 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정확한 시간에 벨을 눌렀다. 셰어는 여느 때처럼 완벽한 차림이었지만, 말도 붙이기 어려울 만큼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었다. 그는 요한과 인사하기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어…… 왔어?”

요한은 어색하게 인사했다. 상대가 영 분위기가 흉흉하니 무슨 말을 꺼내기도 불편했다. 셰어는 요한이 쭈뼛거리며 서 있는 틈을 타 빠른 걸음으로 집 안에 들어섰다. 몇 번이나 왔다고 제집이라도 된 양 거침없는 걸음이었다.

요한은 못마땅한 얼굴로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대뜸 침실로 들어선 셰어는 가장 먼저 커튼부터 쳤다. 밖에서 안이 보이기라도 할세라 빈틈없이 꼼꼼하게 창을 가리는 게, 곧 무슨 일을 할지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 그 꼴이 조금 어이없으면서도 귀여웠다.

뻣뻣하게 굴고 있지만 속으로는 겁을 먹은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예민하게 찌푸려진 미간도, 오늘따라 유독 숨 막히게 졸라맨 넥타이도, 완벽하게 잠근 단추며 벨트까지 다 귀여워 보였다.

드디어 미쳤나 보다. 저 엿을 수십 번 먹여도 부족할 놈이 귀여워 보이다니. 요한은 잠시 하려던 말도 잊고 셰어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셰어, 식사했어? 안 먹었으면 같이 먹을…….”

“너나 먹어.”

“마침 할 얘기도 있고.”

“해.”

“아니, 좀 들어 보라고.”

“할 말 없으면 가서 밥이나 먹어.”

물론 입만 열면 딱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재수 없기는 했다. 요한은 욕실로 쏙 들어가 버리는 셰어를 흘겨보고는 주방으로 내려갔다. 일단 배를 채운 뒤, 씻고 나온 셰어를 앉혀 놓고 제대로 얘기를 할 생각이었다.

문제는 셰어가 한 시간이 넘도록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요한은 식사를 마치고도 시간이 남아 샤워까지 했다.

1시간이라니. 예전에 한 번은 요한이 40분가량 욕실에서 시간을 끌었다고 죽일 듯이 몰아세우더니, 셰어는 그보다 더했다.

확 엎어 놓고 똑같이 괴롭혀 줄까 보다. 심술궂은 생각이 들었지만, 요한은 그와 똑같은 사람이 될 마음이 없었기에 침착하게 문을 두드렸다.

“셰어, 아직 씻어?”

물소리는 계속 들리는데 셰어는 대꾸가 없었다.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요한은 문고리를 슬쩍 돌려 보았다. 문은 처음부터 잠기지 않았던 것처럼 스르륵 열렸다.

계속 물을 틀어 놓은 탓에 욕실에 가득 찬 수증기가 열린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온다. 요한은 치밀어 오르는 불안감을 누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셰어, 나 들어간다.”

욕실 안은 온통 뿌옇다. 델 듯 뜨거운 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옷도 제대로 벗지 않은 셰어가 셔츠와 바지를 그대로 걸친 채 맨발로 욕조 턱에 걸터앉아 있었다. 엉망으로 젖은 옷이 찰싹 달라붙어 보기 좋게 다듬어진 몸의 굴곡이 뚜렷하게 보인다. 오랫동안 뜨거운 물을 맞은 탓인지 셰어의 살갗은 온통 새빨갰다.

요한은 급히 샤워기 물을 껐다. 한창 쏟아지던 물이 멎자 셰어가 초점이 흐릿한 눈을 들어 요한을 바라보았다. 이지를 상실한 눈이 어지럽게 흔들리더니 가지런한 속눈썹을 나풀거리며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찌푸려진 미간에 고인 물기가 반듯한 콧날을 타고 흘러내린다. 살짝 벌어진 그의 입술 사이로 흐트러진 숨이 새어 나왔다. 셰어가 앓듯이 중얼거렸다.

“너, 누구 마음대로…….”

그는 똑바로 말하려 애썼지만 끝이 짓눌린 발음은 묘하게 어눌했다. 요한은 그 이상한 증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너 약 했어?”

요한은 침착하게 물으며 셰어의 셔츠 소매를 걷어 팔뚝을 확인하고는, 이미 물기에 씻겨 말간 얼굴과 입 안을 살폈다. 팔뚝에는 주삿바늘 자국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코나 입에 남은 약도 없었다. 요한이 셰어의 몸을 샅샅이 살피는 동안 그는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바닥만 바라보았다.

“조금…… 기분이, 좋아질 만큼만, 하려고 했…….”

“미치겠네. 너 평소에도 약 해?”

“아니…… 응, 아니.”

셰어는 그렇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모를 대답을 웅얼거렸다. 약을 얼마나 한 건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요한은 그를 욕실에서 질질 끌어냈다. 셰어는 순순히 요한을 따라왔으나 연신 흐느적거리는 그의 몸이 자꾸 바닥으로 허물어지려 했다. 요한은 결국 거추장스럽게 바르작거리는 셰어를 번쩍 안아 들어 침대에 집어 던졌다. 그는 머리가 빙빙 도는지 눈을 꼭 감은 채 숨을 쌕쌕 몰아쉬었다.

“어지러워…….”

“약을 했으니까 어지럽지, 등신아.”

미친 새끼, 약까지 할 만큼 싫었으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한 거야. 속으로 욕을 하며 생각해 보니, 셰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온 것은 자신이 그가 바이올렛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가뜩이나 가라앉은 기분이 끝없이 추락했다. 셰어가 자신에게 한 짓을 똑같이 갚아 준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인간 이하가 된 것 같았다.

요한은 셰어의 몸에 달라붙은 젖은 옷을 거의 찢듯이 벗겨 냈다. 머리는 차게 식었는데 가슴속은 화가 들끓어 미칠 것 같았다. 속에서 뜨거운 게 치밀 때마다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이 좆같은 새끼. 누가 내 집에서 약 하래? 사람 기분 잡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미안.”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사과하지 마, 등신아.”

셰어는 뭐가 그리 웃긴지 숨소리 같은 웃음을 흘리며 실실 웃어 댔다. 평소에는 잘 웃지도 않으면서, 약이 들어가니 아주 기분이 찢어지게 좋은 모양이다.

투둑, 뭔가가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요한은 잔뜩 힘이 들어간 손에서 힘을 뺐다. 자신도 모르게 힘을 줬는지 셔츠 단추가 죄다 뜯어져 나가 있었다. 망할, 요한이 거친 욕설을 중얼거리며 조심스럽게 셔츠를 벗기자 셰어가 또 흐느끼는 것처럼 웃었다.

“뭘 웃어?”

“요한, 하자.”

셰어가 흐느적거리는 다리를 요한의 허리에 감아 당기며 목에 팔을 감았다. 젖은 입술이 멋대로 엉겨 붙었다. 쪼옥, 적나라한 소리를 내며 요한의 입술을 빤 셰어는 얌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가지런히 내리깔린 속눈썹이 움찔거린다.

분명 셰어는 눈을 감고 입을 맞추는 사람이 아니었다. 요한이 입을 맞출 때는 눈을 감아 달라고 조르기 전까지 그는 매번 두 눈을 똑바로 뜬 채 요한이 입 맞추는 것을 지켜보곤 했다.

요한은 묘한 감상에 사로잡혀 셰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혀로 입 안을 치근덕거리듯 핥아 대는 것을 받아 주었다. 속에서 절절 끓던 화가 다른 곳으로 향하는지 허리 아래가 욱신거린다. 요한은 끈질기게 입술을 핥아 대는 셰어를 침대에 짓누르며 그를 노려보았다.

얌전히 눈을 감고 있던 셰어가 눈을 떴다. 흐릿한 습기에 물든 눈은 새순처럼 여린 초록색이었다. 요한은 무심코 셰어의 뺨을 감싸 쥐었다. 약으로 예민해진 몸에는 그것도 자극인지 셰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목을 울린다. 소리 죽인 신음 같은 소리에 육욕적인 충동이 위험 수위까지 치솟았다.

“망할, 이러려던 게 아니었다고. 나는…….”

“시끄러워.”

요한의 멱살을 세차게 틀어쥔 셰어가 그를 끌어당겼다. 티셔츠 목 부분이 죽 늘어나며 옷에 쓸린 목 뒤가 화끈하게 달아오른다. 어쩌면 열이 번지기 시작한 것은 옷 때문이 아닌지도 모른다.

요한은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손길에 끌려 셰어의 위로 풀썩 넘어졌다. 젖은 소리를 내며 맞붙은 입술이 열리고 사나운 이가 요한의 입술을 물어뜯었다.

“하자, 빨리. 얼른 넣고 싸 줘.”

얄팍한 트레이닝팬츠 위를 더듬는 젖은 손이 이미 반쯤 발기한 성기를 움켜쥐었다. 수음하듯 쥐고 문지를 뿐인데도 요한의 성기는 빠르게 부풀었다. 셰어의 손에 붙잡힌 성기가 선액을 질질 흘려 속옷을 입지 않은 트레이닝팬츠 안쪽이 눅진하게 젖어 들었다.

“하아…… 씨, 취해서 혀도 못 굴리면서, 이건 왜 이렇게 잘해?”

혀도 못 굴린다는 말이 짜증 났는지 요한의 입술을 깨무는 입질이 더욱 성가셔졌다. 이제는 입술뿐만 아니라 턱까지 물어 대는 게 이갈이 하는 강아지가 따로 없었다. 요한은 셰어의 입에 엄지손가락을 밀어 넣어 더는 입질을 하지 못하게 입천장을 간지럽히듯 긁었다. 그러자 그는 이제 이갈이가 끝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달갑게 빨아 대기 시작했다. 셰어의 입 안은 온 신경이 곤두설 만큼 부드러웠다.

약에 취한 사람과 섹스하는 것은 강간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까맣게 타들어 갔다. 셰어가 발간 혀를 날름거리며 보란 듯이 손가락을 핥아 대자, 그 까맣게 타들어 간 이성마저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 미친 새끼.”

저 얼굴로 이런 짓을 한 게 잘못이다. 요한은 셰어의 오금을 쥔 채 그의 무릎이 거의 어깨에 닿을 만큼 깊게 다리를 눌렀다. 희고 매끈한 허벅지가 벌어지며 그 사이로 모양 좋은 성기가 발기한 채 끄덕거리는 것이 보인다. 셰어는 제 성기가 코앞에서 흔들리는 것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봐?”

요한은 유독 매끄러운 무릎 뒤며 허벅지 안쪽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이 허벅지에 대고 싸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허벅지를 물고 빨자, 셰어가 할딱이는 숨을 흘리며 고개를 저어 댔다. 요한의 입술이 허벅지 안쪽에서 더 위로, 긴장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둔부로 향한다.

“싫어, 빨리…… 그냥 박아.”

요한의 혀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눈치챈 셰어가 허공을 걷어차며 몸을 비틀었다. 그에게 차일 뻔한 요한이 셰어의 다리를 단단히 붙잡아 무게를 실어 누르며 활짝 벌어진 둔덕 사이를 길게 핥았다. 숨만 닿아도 파르르 떨며 질색하던 곳을 적시듯 혀로 문지르자, 저항하며 몸을 비트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

“흐, 아…… 싫어. 이런 건, 필요 없으니까 그냥…….”

요한은 버둥거리는 셰어를 단단히 붙잡은 채, 조금의 틈도 내어 주지 않을 것처럼 바짝 오므라든 곳을 혀로 벌리듯 쑤셔 댔다. 물컹한 살덩이가 예민한 곳을 쓸어 대자 셰어의 등이 경련하듯 움츠러들었다. 셰어는 빨갛게 익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신음했다.

“흐읍, 읏…… 으…….”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끈질기게 녹여 대는 혀를 이기지 못한 비부가 벌어지며 안까지 혀가 밀려들자 타액이 스며들었다. 안쪽까지 타액이 흘러들 때마다 셰어의 허벅지 안쪽이 연방 파르르 떨었다.

“아, 그만…… 싫어. 흣, 싫어.”

싫다고 버둥거리면서도 그의 다리 사이에서 끄덕거리는 성기는 오히려 부피를 더욱 늘려 가고 있었다. 요한은 선단에서 뚝뚝 물을 흘리는 셰어의 성기를 보았다.

그러니까 왜 약까지 해서, 이렇게 잡아 드시라고 대령한 건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것을 비웃음으로 이해한 셰어가 얼굴을 가린 손가락 틈 사이로 요한을 노려보았다. 원망 어린 눈을 마주하자 요한의 입술에 남아 있던 웃음기가 사그라들었다.

위기를 감지한 셰어가 요한의 어깨를 발로 밀어내며 몸을 위로 미끄러뜨렸다. 그의 발목을 붙잡아 다리를 꺾어 누른 채, 요한이 그의 위로 더욱 깊게 몸을 겹쳤다. 몸이 완전히 접힌 자세가 힘든지 셰어가 숨을 몰아쉬었다. 자꾸만 초점이 흐려지는 눈이 겨우 요한을 노려본다.

“놔, 이거…… 안 넣을 거면 비켜.”

“가만히 있어. 난 안 하려고 했는데 네가 하자고 꼬셨잖아.”

“아니, 읏…… 할 거면, 빨리.”

셰어는 눈을 질끈 감은 채 화가 난 것처럼 씨근거리는 숨을 흘렸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진짜 화난 사람처럼 보였다.

이러다 사람 치겠네. 셰어가 약을 먹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몇 대 맞았을 것이다. 요한은 조금 풀어질 만하면 도로 오므라드는 곳을 벌리며 그를 달랬다.

“손가락도 안 들어가는데 내 걸 어떻게 넣겠다고 그래. 어? 보채지 말고 좀 있어 봐.”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불쑥 희고 긴 손가락이 셰어의 등 뒤로 내려온다. 셰어가 아직 조금도 벌어지지 않은 젖은 곳에 제 손가락을 함부로 쑤셔 넣고 있었다. 겨우 타액으로 적셔진 곳은 손가락을 밀어 넣을 때마다 더욱 바짝 오므라들며 금세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 좁은 곳을 억지로 넓히려 들자 물기 젖은 살이 차지게 달라붙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셰어는 고통을 참느라 일그러진 눈가를 손등으로 덮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됐으니까…… 빨리.”

요한은 셰어의 허벅지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비볐다.

“무슨 약을, 어떻게 하면 이래.”

요한은 격렬하게 치미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입술에 닿는 살점을 세게 물어뜯었다. 흐윽, 흐느끼는 듯한 신음과 함께 손가락을 물고 있는 곳이 꽉 오므라드는 게 적나라하게 보인다. 있는 힘껏 깨문 탓에 하얀 허벅지 안쪽에 치열을 따라 붉은 자국이 또렷하게 새겨졌다.

그리고 요한은 뿌듯해할 틈도 없이 셰어에게 어깨를 걷어차였다. 셰어는 미묘하게 초점이 흐트러진 눈으로 요한을 노려보았다.

“이게 어딜 깨물어.”

“야, 나도 아파.”

사실은 약 기운 탓에 힘이 없었는지 차여도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요한은 괜히 엄살을 떨었다.

애매한 저항은 애써 갈무리해 둔 야만적인 욕구를 부추겼다. 요한은 당장 쑤셔 박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흐느적거리는 셰어를 엎드리게 했다. 그 와중에도 셰어는 혼자서 손가락을 두 개나 넣고 쑤셔 대고 있었다. 요령이랄 것도 없이 억지로 손가락을 욱여넣고 무작정 좁은 곳을 벌려 대는 것이 영 무모해 보였다. 요한은 그의 등허리를 슬슬 쓰다듬으며 긴장한 몸을 달래듯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간지러운 입술이 닿을 때마다 셰어가 목을 움츠렸다.

“하지, 마.”

“왜? 혼자서 용쓰는 게 기특해서 예뻐해 주는 건데.”

“으읏…… 하지 말라면, 좀…… 하지 마.”

“하지 말라는 것도 오지게 많네. 그냥 다 네 마음대로 하면 되겠다, 그치.”

얼핏 한숨과 함께 셰어가 욕설을 지껄이는 듯했다. 귀엽게 굴고 있네. 요한은 셰어의 목덜미에 쪼옥 소리가 나도록 입 맞추며 혼자 웃었다.

슬슬 몸이 달았다. 그냥 벗고만 있어도 자극적인데 셰어는 남의 속도 모르고 온갖 음란물에 나올 만한 짓은 죄다 해 대고 있었다. 그 탓에 완전히 발기한 요한의 성기가 아프도록 당겨 왔다. 이게 다 셰어 때문이었다.

요한은 셰어의 허벅지를 모아 그 양옆에 무릎을 대고 선 채, 살짝 벌어진 그의 허벅지 사이에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좆을 삽입하듯 밀어 넣었다. 부드러운 셰어의 허벅지 사이로 축축한 선액을 흘리는 좆이 비벼진다. 요한은 셰어의 목덜미에 콧등을 비비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하아, 좋아……. 다리, 좀 더 붙여 봐.”

“후, 윽…… 으, 잠깐.”

요한이 삽입을 흉내 내듯 허리 짓을 할 때마다 뒤를 쑤셔 대던 셰어의 손등이 얻어맞는 것처럼 퍽퍽 눌렸다. 그 때문에 내벽이 자극되는지, 셰어가 시트를 깨물며 헐떡였다.

“아, 아, 빨리, 끝내.”

“왜 자꾸, 빨리 하래. 어?”

“빨리…… 그냥, 흣, 좀, 빨리.”

정말 요한을 빨리 싸게 만들 셈인지 셰어가 자꾸만 벌어지는 무릎 사이를 바짝 좁혔다. 순간 앞이 아찔해질 정도로 강렬해진 쾌감에 휘둘려 요한은 정신없이 셰어를 몰아붙였다. 체액에 젖은 셰어의 허벅지며 엉덩이가 금세 맞은 것처럼 빨갛게 쓸렸다.

엉덩이가 아픈 건지 좋은 건지 셰어는 연신 빨리 하라고 앓는 소리를 흘려 댔다. 빨리, 대체 누구 좋으라고 자꾸 빨리 하라는 건지.

요한은 그의 목덜미를 물고 빨아 대며 구멍을 쑤셔 대는 셰어의 손등 위에 제 손을 가져다 댔다. 잠시 허리 짓을 멈추자, 뭔가를 감지한 셰어가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제 손등을 덮은 요한의 손을 떨쳐 내려 한다.

“뭐야, 이거…… 치워.”

“셰어, 왜 자꾸 빨리 하라고 해?”

셰어의 손가락 두 개로도 빠듯한 곳을 벌리며 요한의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뻑뻑한 진입이 이어지는 내내 셰어는 몸을 떨며 시트를 잘근잘근 씹어 댔다. 셰어의 손가락보다 더 깊은 곳까지 미끄러져 들어간 요한의 손가락이 오돌토돌한 내벽을 더듬었다.

셰어의 몸속은 건드리기 무서울 만큼 좁았다. 조금만 건드려도 손가락을 부러뜨릴 것처럼 씹어 대는 게 아무래도 한참은 더 풀어 줘야 할 것 같았다. 느긋하게 내벽을 더듬는 요한의 손길이 감질났는지 셰어가 성급하게 안을 넓히기 시작했다. 딱히 기분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삽입을 위해 넓힌다는 의도가 뚜렷하게 보였다.

빨리 쑤시고, 싸고, 떨어지라는 의미인가. 요한은 셰어가 안을 넓히는 내내 애써 스치려고도 하지 않는 곳을 은근히 문질렀다. 말랑한 손가락 끝이 스치기만 해도 뒤가 꽉 오므라들며 셰어의 등에 선명한 근육의 결이 그려진다.

“흐, 으읏…….”

셰어가 시트를 깨문 채 흐느끼는 듯한 신음을 삼켰다. 요한은 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

“묻잖아. 왜, 빨리 해야 하냐고.”

셰어의 몸속에서 요한의 손가락과 나란히 겹쳐진 셰어의 손가락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요한은 셰어의 손가락을 겹쳐 쥔 채 그가 벌벌 떨 만큼 좋아하는 곳을 느리게 지분거렸다. 과연 셰어는 그의 위에 올라타 있는 요한이 들썩거릴 만큼 버둥거리며 좋아했다.

“하아…… 읏! 그만, 아, 아, 그만해.”

“좋아서 대답 안 하는 거야? 왜 자꾸 내 말을 씹어.”

요한은 몸속을 움켜쥐듯 손가락을 구부린 채 허리를 잘게 치댔다. 빨리 보내겠다고 무릎을 모을 때는 언제고, 이제 셰어는 다리를 제대로 모으지도 못했다. 요한이 허리를 쳐 올릴 때마다 셰어는 예민한 곳이 긁혀 반쯤 흐느끼며 신음했다.

“흐, 아…… 약, 아읏…… 약이, 깨기 전에 하면…….”

“뭐?”

“약, 깨면…… 흐읏, 기억, 못 할 테니까.”

그러니까 약 기운이 있을 때 빨리 해치워 버리고, 편리하게 싹 다 잊어버리겠다는 뜻이었다. 요한은 차갑게 웃었다.

“아,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요한은 협박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날의 셰어가 너무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잠시 착각했는데, 그는 그런 걸로 상처받는 사람이 아니었다.

요한은 자꾸 벌어지는 셰어의 다리를 허벅지로 눌러 모으며 좁아진 몸속을 헤집었다. 일부러 예민한 곳만 끈질기게 비벼 대자 셰어가 이를 갈듯 신음하며 턱을 치켜들었다. 둥글게 젖혀진 등에 배어난 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너 대단하다. 후…… 대 달라니까, 어? 약 빨고, 기억을, 지워 버리려고.”

요한은 땀에 젖은 셰어의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어 대며 그를 짓눌렀다. 자꾸만 움찔거리며 튀어 오르는 등을 상체로 누른 채 허리를 점차 빠르게 치대기 시작하자, 요한의 손가락과 겹쳐져 있던 셰어의 손가락이 슬그머니 빠져나가려 했다.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협박 한마디면 이렇게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없는 거래일 뿐, 셰어에게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 줄도 모르고 요한은 그에게 미안해했다. 의미 없는 일이었다. 요한은 이제 셰어에게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다.

요한은 빠져나가려는 셰어의 손을 억세게 붙든 채 빠듯하게 좁아 드는 내벽을 함부로 긁어 댔다. 겹쳐진 손가락이 안을 푹푹 찔러 대자 셰어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떨었다.

허리가 부딪칠 때마다 어디선가 찰박거리는 젖은 소리가 난다. 예상대로 부드러운 허벅지는 당장 싸고 싶을 만큼 좋았다. 그래서 더 좆같았다. 화풀이라도 하듯 세게 허리 짓을 하자 여태까지 씹어 대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뒤가 좁아졌다.

첫 사정이었다. 뒤는 처음이면서 손가락으로 좀 쑤셔 줬다고 질질 흘리다니, 그 빌어먹을 약이 대단하기는 대단한 모양이었다. 아직 사정하지 않은 요한은 셰어가 막 사정한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더 거칠게 움직였다.

“잠, 깐…… 아, 잠깐, 만.”

시트를 쥐어뜯는 셰어의 손등에 푸릇한 핏줄이 두드러진다. 그는 사정 후에도 이어지는 자극이 못내 견디기 어려운지 자꾸 몸을 비틀며 요한을 피해 침대 헤드 쪽으로 기었다.

요한은 좁아서 손가락이 절로 구부러지는 몸속을 억지로 벌리며 이죽거렸다.

“손가락 부러지겠다. 내 좆도 이렇게 씹을 거야?”

“아읏! 너, 죽여 버릴…….”

“지금도 죽겠어, 너 때문에.”

셰어의 한 손이 침대 헤드를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셰어의 몸속을 쑤셔 대던 손가락이 갈고리처럼 악랄하게 내벽을 긁어 올렸다. 눈앞이 희게 아찔할 만큼 지독한 감각에 생리적으로 고인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흐윽…… 흐, 으으…….”

“허리 좀 들어 봐, 어? 여기에 싸 줄게.”

당장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성이 난 성기가 셰어의 허벅지 사이를 쿡쿡 찔렀다. 빨리, 요한이 퍽 상냥하게 달래는 척 독촉하며 셰어를 꿰뚫은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낚싯바늘에 꿰인 물고기처럼 셰어는 떨면서도 그 손이 이끄는 대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시트에 한 차례 쏟아 낸 정액을 뭉개고 있던 그의 성기가 훤히 드러났다. 줄곧 시트에 쓸려서 사정 후에도 불그레하게 물든 성기가 아래를 향해 늘어졌다. 그 때문에 시트와 선단 사이에 늘어진 불투명한 체액이 가느다란 선을 그리다 이내 툭 끊어진다.

겨우 몸을 지탱한 무릎이 제대로 맞붙지 못하고 벌벌 떨리며 양쪽으로 벌어졌다. 그 틈에 셰어의 허벅지 사이에서 쑥 빠져나간 요한의 성기가 셰어의 엉덩이에 붓질을 하듯 마구 비벼졌다. 투명한 선액이 하얀 둔덕에 덧발린다. 미끈하게 젖은 선단은 셰어의 음낭과 회음부, 손가락을 물고 있는 비부를 함부로 들쑤셨다. 흡사 영역 표시라도 하듯 선액을 뿌려 놓은 곳을 훑어보던 요한이 나른한 한숨을 흘리며 제 성기를 움켜쥐고 수음하듯 흔들었다.

“하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탁한 신음이 영 불안한지 요한이 숨소리라도 낼 때마다 셰어가 움찔거렸다. 여태 손가락을 물고 있는 곳이 덩달아 조르듯 조여 댔다.

“너 아닌 척하면서 되게 좋아한다.”

요한이 실실 웃으며 속삭였다. 셰어는 자신의 몸속을 긁으며 빠져나가는 손가락에 정신이 팔려 요한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다. 요한은 친절하게도 푹 젖은 셰어의 손을 옮겨 반대쪽 손처럼 침대 헤드를 붙잡게 해 주었다. 무심코 손에 잡히는 것을 쥔 셰어가 어질어질한 눈을 꾹 감았다 떴다.

한참 들쑤셔져 슬며시 벌어져 있는 비부를 선단이 비집어 열고 있었다. 선액에 젖어 미끈거리는 좆이 흐물거리는 곳으로 미끄러졌다. 셰어는 침대 헤드를 꽉 붙들며 엉망으로 뒤엉킨 숨을 헐떡였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갈라진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아, 아파…… 하, 읏, 아파.”

수월하게 선단을 박은 요한이 뜨끈한 숨을 뱉었다. 셰어는 아프다고 했지만 좆을 빨아 먹을 듯 조여드는 내벽은 오히려 빨리 움직이라고 조르는 것 같았다.

욕심껏 그를 휘두르고 싶다. 요한은 마른 입술을 핥으며 셰어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감한 것처럼 침대 헤드를 붙잡은 셰어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쾅, 쾅, 침대 헤드가 흔들릴 때마다 셰어는 숨죽인 신음을 흘렸다. 지나치게 빠른 추삽질이 감각을 교란한다. 부지불식간에 몸속의 스위치가 마구 짓눌려 어디가 좋은지도 알 수 없었다.

혈관을 도는 약 기운이 퍼지며 눈앞이 핑핑 돌았다. 피가 너무 빠르게 몸속을 휘돌아 온몸이 우쭐거리는 듯하고 귀에서 이명이 들린다.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셰어는 그것이 자신이 내는 소리라는 것을 한참 만에 깨달았다. 몸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멋대로 좆을 물어 대는 내벽은 넣을 때도, 뺄 때도 좋다고 흐물거렸다.

“아, 아, 요한, 흣…… 천천, 히…… 조금만, 천천히 해.”

차가운 손이 요한의 아랫배를 밀어냈다. 그마저도 요한에게는 자극이었다. 열에 잠식된 머리가 어지러웠다. 기능을 정지한 머리와 달리 몸은 충실하게 움직였다.

침대 스프링이 거칠게 삐거덕거린다. 오히려 더 거칠어진 추삽질에 떠밀려 셰어는 침대 헤드에 머리를 처박았다. 요한을 밀어내려던 그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그만, 그만, 발음을 알아듣기 어려운 목소리가 셰어의 입 안에서 뭉그러졌다. 그 소리는 셰어가 침대 헤드에 머리를 부딪칠 때마다 더 작아졌다.

둔탁한 소리가 몇 번은 더 울린 뒤에야 요한은 뒤늦게 속도를 늦췄다. 셰어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로지 감각만이 살아 있었다. 좁고, 뜨겁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미친 듯이 좋아서 어디가 잘못된 것 같다. 요한은 둔한 혀를 입 안에서 굴려 본 뒤, 겨우 한 마디 물음을 던질 수 있었다.

“뭐라고?”

셰어는 몇 번이나 딱딱한 데 부딪쳐 욱신거리는 머리를 팔뚝에 묻으며 말했다.

“하아…… 이러다, 죽겠다고…… 개새끼야.”

깔깔하게 갈라진 셰어의 목소리가 성대를 긁었다. 요한은 마른침을 삼켰다. 낮고 탁하게 잠긴 셰어의 목소리가 성감을 부추겼다. 개새끼야, 이 말이 이렇게 야한 말이었던가. 요한은 빨갛게 물든 셰어의 귀를 입술로 물었다.

“그거 또 해 봐.”

“좀…… 뭘, 또 하라는…….”

“개새끼야, 또 해 보라고.”

요한을 피해 고개를 비틀던 셰어가 그 말을 듣고 그야말로 미친놈 보듯 요한을 흘겨보았다.

“하아…… 내가, 욕 들으면서 흥분하는 새끼는 많이 봤어도…….”

“아, 많이 봤어?”

욕 들으면서 흥분하는 새끼를 많이도 보셨구나. 요한이 삐딱하게 중얼거리며 셰어를 끌어 내렸다. 순식간에 침대 가운데로 끌려온 셰어가 시트에 쓸려 빨개진 무릎을 비틀거리며 다시 세웠다. 알아서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게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열받았다.

요한은 그를 찍어 누르며 거의 빠져나와 있던 좆을 끝까지 박아 넣었다. 여태 들어간 적 없는 곳까지 길을 내며 밀려들어 간 좆이 더 안으로 파고들려는 것처럼 좁아 드는 내벽을 쿡쿡 밀어 올렸다. 숨이 턱 막히는지 시트를 긁던 셰어가 간신히 거친 날숨을 토해 냈다.

“흑, 아…… 하아, 악! 그만…….”

요한은 눈썹을 찌푸린 채 자신의 밑에 깔려 움찔거리는 셰어의 등을 바라보았다. 느릿하게 허리를 털듯 움직이자 셰어는 거의 정신도 못 차리고 앓는 소리를 흘렸다. 잔뜩 힘이 들어간 등이 파들거리는 것이 보인다. 요한은 그의 등을 쓸어내리고는 바짝 올라붙은 엉덩이를 감아쥐었다.

“음, 아…… 너무 좋은데, 너무 좁아서 아파, 셰어.”

셰어가 흐릿한 목소리로 무어라 중얼거렸다. 대충 닥치라는 뜻 같았다.

요한은 한숨을 쉬며 무게를 실어 좆을 박아 넣었다. 단단하게 뭉쳐진 엉덩이가 요한의 손안에서 뭉그러졌다. 젖은 살갗이 미끄러지며 손가락이 짓누른 곳을 따라 빨갛게 손자국이 남았다.

“너는 진짜, 뭘 믿고 이래? 나는 너 약 했을 때부터, 후…… 빡쳐서, 돌아 버리는 줄 알았는데.”

“흐윽! 으, 흣…… 아, 아!”

“너 오늘, 내 화 풀어 주려면…… 응?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거의 선단만 남기고 빠져나온 성기가 빨갛게 벌어진 비부로 젖은 소리를 내며 끝까지 파고들었다. 팽팽하게 늘어난 입구는 번들거리는 성기를 뱉어 낼 때도, 그것을 도로 삼킬 때도 마냥 좋다는 듯이 오물거렸다. 누구와는 다르게 참 솔직하고 귀여웠다.

“약발 다 떨어질 때까지 해야 해.”

어? 아냐고. 요한이 속살거리는 말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셰어는 대답이 없었다.

셰어가 어떻게 생각하든, 요한은 정말 셰어가 약에서 깰 때까지 할 생각이었다. 약효는 얼마나 지속될까? 지금은 이렇게 맛이 가 있는데. 아마도 3시간, 혹은 길면 아침까지 갈지도 모른다.

요한은 바짝 긴장한 셰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

추삽질은 점점 더 느려졌다. 사정을 지연시키려는 요한의 수작을 눈치챘는지 셰어가 스스로 허리를 흔들며 졸라 댔다.

“읏, 빨리…… 싸 줘. 거기, 싸 준다고 했잖아.”

“으응, 이따가.”

“하아…… 개새끼, 너 진짜…….”

그나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요한의 손에 허리를 붙들리는 바람에 셰어는 꼼짝없이 느린 정사를 견뎌야 했다. 격렬하고 빠른 삽입은 견딜 만해도 괴로울 만큼 느린 움직임은 참을 수 없는지, 셰어가 제 성기를 스스로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셰어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마찰에 달아오른 내벽이 좆을 애무하듯 눅진하게 감겨든다. 정액을 쥐어짜 내려는 것처럼 달라붙는 내벽을 쿡쿡 쑤셔 대며 요한이 밭은 숨을 흘리며 이를 갈았다.

“후…… 뭐 이런 게, 다 있어.”

이제는 사람을 대놓고 딜도 취급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약. 그놈의 약이 뭔지, 다음번에는 약이고 뭐고 손도 못 대게 현관 앞에서부터 홀라당 벗겨 먹어야겠다. 요한은 위험한 상상을 하며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번 움직이기도 전에 한쪽 팔로 몸을 지탱하기가 버거운지, 셰어가 침대에 얼굴을 묻으며 신음을 삼켰다.

“흐읏…… 아, 읍, 윽…….”

곧게 뻗은 등이 뒤로 둥글게 젖혀지며 오목한 등골에 짙은 음영이 어린다. 깊은 삽입이 반복될 때마다 긴장으로 단단해진 엉덩이 위에 보조개 같은 골이 팼다.

요한은 무심코 그곳을 엄지로 꾸욱 눌렀다. 그러자 여태 들쑤신 덕분에 풀어져 제법 유연하게 좆을 받아들이던 곳이 숫제 처음으로 돌아간 것처럼 빠듯하게 조여 물었다. 빠르게 차오르는 사정감에 숨을 몰아쉬며 요한이 셰어를 찍어 눌렀다.

“좋아…… 읏, 셰어, 너무 좋아.”

정욕이 뚝뚝 떨어지는 음성이 거친 숨과 함께 셰어의 목덜미에 닿기가 무섭게 셰어가 사정했다. 그는 사정하는 줄도 모르고 사정하며 흐느꼈다. 힘이 풀린 허리가 허물어져 내렸다. 그 허리를 붙잡은 요한이 파정이 가까워진 것을 예감한 듯 셰어의 등 위로 몸을 겹쳤다.

두 번째임에도 농도 짙은 정액을 줄줄 흘리는 성기가 시트에 문질러진다. 좋아, 달게만 들리는 말이 셰어의 귓속에서 맴돈다. 셰어는 무슨 말인가를 입 속으로 굴려 보다 젖은 한숨만 뱉었다.

“후우…….”

요한은 깊게 삽입한 채 안쪽을 두꺼운 선단으로 긁어내듯 훑어 올리며 허리를 잘게 치댔다. 먼저 사정한 탓에 좁아진 셰어의 몸속에 정액이 흩뿌려진다. 깊은 곳까지 죄다 정액으로 덧칠하듯 꾹꾹 눌러 대던 성기가 느릿하게 빠져나왔다. 성기를 뱉고도 완전히 다물리지 않은 비부는 빠끔하게 열린 채 발간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틈으로 희뿌연 것이 이슬처럼 맺힌다.

요한은 정액이 스멀스멀 삐져나오는 구멍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침대에 힘없이 늘어져 있던 셰어는 조금 움찔거렸을 뿐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안을 헤집는 손가락이 금세 두 개가 되고 곧 세 개가 되자, 셰어는 늘어져 있던 상체를 일으켰다.

“흣…… 또 해?”

그는 약간 질린 듯한 표정이었으나 딱히 거절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요한은 아직 붉은 기가 가시지 않은 셰어의 목덜미에 쪽쪽 입을 맞춰 대며 손가락을 꿈질거렸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셰어의 몸속이 애액으로 젖은 것처럼 꿀쩍거리는 소리가 난다. 야했다.

“싫어?”

요한은 순수하게 궁금한 것처럼 물었다. 하지만 내심 셰어가 거절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과연 셰어는 순순히 엎드린 채 요한의 입맞춤을 받았다. 그가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배고파서.”

“뭐야. 아까는 나나 먹으라더니. 진짜 배가 고픈 거야, 헛짓거리하는 거야?”

요한은 뾰족하게 쏘아붙이면서도 민감한 내벽을 지분거리던 손가락을 뺐다. 몸을 반쯤 비틀어 모로 누운 셰어가 요한을 바라보았다. 그는 조금 지친 듯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눈썹을 찌푸렸다.

“입으로 할 테니까 좀 봐 달라는 뜻인데.”

셰어의 무릎이 요한의 다리 사이를 슬그머니 누르고 있었다.

이 요망한 새끼, 가만 안 둬. 요한은 험악한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셰어의 입술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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