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지나치게 오래 이어지고 있었다. 셰어는 시간을 확인했다. 요한이 욕실에 들어간 지 정확히 42분이 지나고 있었다. 초심자가 하기에도 무리 없을 만한 일만 시켰는데, 요한은 시간을 너무 오래 끌고 있었다.
셰어는 필요한 것들을 챙겨 노크도 없이 욕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샤워 부스 안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고 있던 요한이 흠칫 놀라 셰어를 돌아본다. 셰어는 막 갈아입은 배스로브가 젖지 않게 물이 튀지 않는 곳에 서서 요한을 바라보았다.
요한은 어설프게 엉덩이 사이를 만지던 손을 떼고는 민망한 부위를 가리며 어색하게 몸을 틀었다. 그의 손에 들린 까만 플러그가 물을 뚝뚝 흘리며 반들거리고 있었다. 셰어가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42분이야, 요한. 내가 시킨 게 그렇게 어려웠어?”
“하아…….”
요한이 체념 어린 한숨을 쉬며 물을 끄고 샤워 부스의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뜨거운 물을 맞은 탓에 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셰어는 물이 떨어지는 요한의 머리카락과 얼굴, 그 아래의 잘 다듬어진 몸을 꼼꼼히 살폈다.
명령은 간단했다. 욕실로 가서 몸을 씻고 플러그를 넣을 것 그리고 잔뜩 성이 나 있는 성기를 만지지 않을 것.
비록 혼자서 플러그를 넣지는 못했지만 요한은 용케 다른 명령은 제대로 수행한 듯했다. 셰어의 좆을 빨기 전부터 흥분해 있던 그의 성기는 살짝 수그러들었을 뿐 아직 꼿꼿했다.
요한은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대강 닦아 내며 셰어의 눈치를 살폈다. 전과 달리 기가 조금 꺾인 듯한 그 표정이 오히려 좀 더 괴롭혀 주고 싶은 충동을 부추긴다. 꾸밈없이 직설적인 고백을 할 때는 반짝이던 얼굴이 그새 시무룩해져 있었다.
“아니, 내가 하려고 했는데…… 이게 도저히 잘.”
“이리 와.”
셰어가 화를 낼 것이라 생각했는지 요한이 경직된 낯으로 다가왔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며 물기를 머금은 미끈한 몸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셰어의 취향이었다.
이 남자를 가졌다. 저열한 만족감이 밑바닥에서부터 차올라 셰어는 어렵게 눈썹을 찌그러뜨렸다. 트집을 잡을 타이밍인데 이상하게 표정을 가다듬기가 어려웠다.
셰어는 요한과 연인이 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연인 같은 게 필요하지도 않았거니와 그 상대로 요한을 생각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셰어는 요한이 좋아한다고 거듭 말한 순간, 굳이 그를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마침 품 안에 떨어졌는데 일부러 밀어낼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요한은 제법 귀엽게 굴었다. 셰어는 필요하다면 요한에게 적당히 맞춰 줄 생각도 있었다. 물론 셰어의 방식대로 맞춰 줄 생각이 있다는 의미였다.
“요한.”
짐짓 다정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자 요한이 할 말이 있는 얼굴로 입술을 달싹인다. 셰어는 요한이 높은 확률로 속을 뒤집어 놓을 만한 말을 할 줄 알았기에 그의 말을 기다리는 대신 요한을 욕실 벽을 마주 보고 서게 했다. 지난번 욕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지 요한의 낯빛이 붉게 달아올랐다.
“벽 짚고 서. 엉덩이, 뒤로 좀 더 빼고.”
친절하게 자세를 고쳐 주자 요한은 곧잘 따랐다. 벽을 짚은 그의 손끝에 힘이 들어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어지간히 겁이 나는 모양이었다. 셰어는 요한이 이토록 얌전히 구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계속 이렇게 말을 잘 듣는다면 친절하게 대해 줄 생각도 있었다.
셰어는 손에서 녹기 시작한 동그란 구슬을 요한의 엉덩이 골 사이로 가져가 슬슬 문질렀다. 낯선 것이 닿자 펄쩍 튀어 오른 요한이 불안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래도 자세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초심자치고는 제법 용했다. 셰어는 그를 칭찬하듯 긴장으로 잔뜩 오므라든 입구에 구슬을 문질렀다.
고체형 젤은 몸속처럼 상온보다 조금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녹는다. 그리고 캡슐처럼 얇은 표면의 젤이 녹아내리면 안쪽에 든 액체형 젤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셰어는 구슬의 표면이 완전히 녹기 전에 그것을 요한의 안에 깊게 쑤셔 넣었다. 검지가 푹 잠겨 들 만큼 깊은 곳까지 밀어 넣자 요한의 숨이 거칠어진다. 손가락을 부러뜨릴 것처럼 요령 없이 조여 대는 몸속은 여전히 좁고 빡빡했다.
“뭐야. 방금 뭐 넣은 거야?”
“기분 좋아지는 거.”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젤이 녹아 나오면 부드러워진 뒤로 뭔가를 받아들이기가 더 편할 테니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요한은 셰어의 의도대로 뒤에 넣은 것이 나쁜 약이라도 되는 줄로 착각한 듯했다. 요한이 황급히 몸을 비트는 바람에 그의 뒤에 박혀 있던 손가락이 안을 들쑤시며 빠져나왔다.
요한은 셰어를 피해 멀찍이 떨어진 벽에 등을 기댄 채 연신 씨근거리는 숨을 뱉었다. 손을 등 뒤로 돌려 깔짝거리는 것이 어떻게든 안을 긁어내려는 듯했다. 남이 보는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제 구멍을 쑤시는 꼴이 야했다. 셰어는 노골적으로 그의 모습을 관찰했다. 빨갛게 달아오른 눈이 셰어를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미쳤어? 너 마약, 뭐 그런 것도 해? 야, 이건 아니지. 난 이런 건…….”
정신없이 말을 쏟아 내던 요한이 말을 제대로 맺지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셰어는 요한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 흐르는 투명한 것을 보았다. 겉면의 고형 젤이 녹아서 액체가 흐르는지 요한의 허벅지 안쪽이 젖어 들고 있었다.
“미친…… 아, 너 진짜 미친 거 아냐?”
터질 듯 새빨갛게 달아오른 요한이 질색하며 샤워 부스로 달아나려 했다. 셰어는 그를 낚아채었다. 손목을 부러뜨릴 듯 억세게 감아쥔 채 등 뒤로 잡아 꺾자, 저항하기 어렵다는 것을 쉽게 깨달은 요한이 금세 항복을 외쳤다. 잔뜩 오므라든 그의 손가락이 미끈하게 젖어 있는 것이 야했다. 그의 손가락이 몇 개나,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그의 몸속에 들어간 것인지가 뚜렷하게 보였다.
“늦었어. 점막으로 흡수되는 약은 효과가 더 빨라.”
그러니까 그게 정말 약이라면 말이다. 요한이 드물게 거친 욕설을 터트렸다. 흥분한 요한은 목 뒤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셰어는 요한의 목덜미를 깨물며 그를 세면대 앞에 세웠다. 거울을 마주 보고 선 요한이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길게 늘어진 목덜미에 빨간 잇자국이 남았다.
셰어는 요한의 손을 풀어 주고는 그에게서 까만 플러그를 빼앗았다. 가운데가 유독 둥글고 크게 부풀어 오른 모양의 플러그는 끄트머리가 짧고 도톰했다. 번들거리는 액체를 뱉어 내는 입구에 그 끝을 맞추자, 휘청거리며 세면대를 짚은 요한이 어깨를 굳혔다.
“힘 풀어야지.”
“그게 될 리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아윽!”
잠시 얌전하다 싶었더니 그새 또 기가 살아서 떠들어 댄다. 셰어는 그의 입을 틀어막을 목적으로 조금도 봐주지 않고 플러그를 꾹 밀어 넣었다. 손가락 하나도 겨우 삼킨 뒤가 빠듯하게 벌어지며 플러그를 반이나 삼켰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조금 깔짝거린 것이 다인지라, 본격적으로 두꺼워지는 중간 부분까지는 제대로 받아먹지를 못했다.
셰어는 잔뜩 굳은 채 떨고만 있는 요한의 등을 눌러 세면대 위로 상체를 숙이게 하며 낮게 윽박질렀다.
“힘 풀어. 다 찢어 놓기 전에.”
거울에 숨이 닿을 만큼 가까워진 요한의 얼굴이 비친다. 그는 시선을 내리깐 채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 입술을 달싹일 때마다 셰어가 플러그를 꾹꾹 짓누르는 바람에 요한은 애꿎은 입술만 씹어 댔다.
“아, 으으…… 아파. 나 이거, 못 하겠…….”
“말 들어야지. 나한테 맞추기로 했잖아. 못 하겠으면 그만둬.”
차가운 말이 쏟아지자 요한은 서운함이 금방이라도 후드득 쏟아질 것 같은 눈으로 셰어를 노려보았다. 셰어는 울음을 참는 듯한 그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요한, 못 하겠어?”
답지 않게 다정하게 묻자 요한이 한숨을 쉬며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못 하겠다고 하면 관계는 이대로 끝이다. 셰어는 요한에게 선택권을 넘겼다. 비록 그가 선택할 답은 뻔했으나, 셰어에게 맞추겠다고 결정한 것은 요한의 의지였다. 어둡게 물든 푸른 눈동자가 거울 너머로 셰어를 바라보았다.
“아니.”
요한은 짧은 대답을 끝으로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셰어는 거친 삽입으로 빨갛게 부어오른 구멍에 플러그를 전부 삽입했다. 납작하고 긴 손잡이를 남기고 플러그를 모두 삼킨 엉덩이 사이가 점액과 물기에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셰어는 유독 보기 좋게 젖은 볼기를 가볍게 한 대 때렸다. 크고 단단한 손바닥이 마찰하며 따가운 소리를 냈다. 가볍게 때린 것이 준비되지 않은 몸에는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는지 요한이 몸을 움츠렸다. 금세 빨갛게 달아오른 엉덩이가 긴장으로 바짝 올라붙어 있었다. 셰어는 몇 대쯤 더 때려 주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말했다.
“침실로 가.”
이만한 플러그도 겨우 삼켰는데 여기서 엉덩이까지 맞으면 요한은 제대로 서지도 못할 것이다. 셰어는 그가 딱딱한 타일 바닥에 넘어져 다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 외에도 셰어의 손에 의해 요한이 아파할 일은 많았다.
셰어는 먼저 침실로 향했다. 욕실에서 침실까지는 거의 코앞이나 마찬가지였으나, 몸속에 박힌 플러그가 불편한지 요한은 걸음이 느렸다. 셰어는 침대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요한이 다리 사이를 두 손으로 가린 어정쩡한 자세로 걸어오는 것을 관찰했다.
입술을 꾹 깨문 요한은 셰어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손만으로 제대로 가려지지 않는 크기의 성기는 좀 전보다 더 가파른 각도로 선 채 미끈거리는 액체를 흘리고 있었다. 몸속의 플러그가 마침 절묘한 곳을 누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요한이 걸을 때마다 근육이 파들거리며 부풀어 오르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셰어는 그 치태를 감상하며 괜히 사납게 을러대었다.
“싸지 마. 바닥에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가만 안 둬.”
겨우 셰어의 앞에 선 요한이 괴롭게 미간을 찌푸리며 앓는 소리를 했다.
“으, 진짜, 너무, 하아…… 힘들어. 이제 빼면 안 돼?”
“빼고 싶어?”
셰어가 의미심장하게 되묻자 당장 고개를 끄덕이려던 요한이 떨떠름한 얼굴로 잠시 말을 골랐다. 그렇게 쉽게 빼 줄 리가 없다는 것을 자각한 듯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플러그를 삼킨 채 계속 서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셰어는 요한의 성기가 거의 한계에 다다를 만큼 바짝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불그레하게 달아오른 성기는 끝이 흠뻑 젖어 있었다.
요한의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그는 조금 자신 없는 투로 말했다.
“응, 빼 주면…… 좋겠는데.”
“알았어. 내 무릎 위에 엎드려 봐.”
요한은 셰어가 말한 자세가 무엇인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그 앞에 서서 애타는 눈으로 셰어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 얼굴이 제법 귀엽기는 했지만 셰어는 심술궂게 요한의 엉덩이 사이에 비죽 튀어나와 있는 플러그 손잡이를 세게 짓눌렀다. 몸속이 긁히는 느낌에 요한이 몸을 웅크리며 신음했다.
셰어는 휘청거리는 요한의 팔을 끌어당겨 제 무릎 위에 엎드린 자세를 취하게 했다. 요한은 대략 무슨 자세인지 감을 잡았는지 자세를 고치며 바짝 곤두선 제 성기가 셰어에게 닿지 않게 하려 애썼다. 하지만 요한의 성기는 지나치게 크고 길었기에 어떻게 해도 셰어의 허벅지에 비벼질 수밖에 없었다. 요한의 숨이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
“멍멍아, 진짜 발정이라도 났어? 한 것도 없는데 뭘 이렇게 질질 흘려.”
치켜든 엉덩이 사이에 자그마한 꼬리처럼 솟아오른 손잡이를 꾹꾹 누르자, 요한이 시트를 찢을 듯 감아쥐며 그 손길을 피하려는 듯 허리를 들썩였다. 공교롭게도 선액을 질질 흘리는 성기가 자꾸 셰어의 허벅지에 비벼지고 있었다. 요한은 악문 잇새로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셰어는 그의 귀며 목덜미가 여태 울긋불긋하게 달아오른 것을 보았다.
온몸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도록 괴롭혀 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 치민다. 셰어는 한 손으로는 요한의 목덜미를 누른 채 보기 좋게 솟아오른 엉덩이를 슬슬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어떤 불길함을 예감했는지 요한이 자꾸 고개를 들려 했다.
“그만, 빼 준다고 했잖아. 뭐야?”
“자꾸 아무 데서나 좆물을 질질 흘려 대는 네 버릇을 먼저 고쳐야지.”
셰어의 손바닥 아래에 짓눌린 요한의 목덜미에 뜨끈한 열이 번졌다.
“하…… 그, 네 허벅지가 부드러운 걸 어떡해. 미친, 왜 거기가 그렇게 부드럽냐고.”
때마침 셰어의 허벅지에 눌린 선단 끝에서 미끈거리는 선액이 번져 흘렀다. 흡사 영역 표시라도 하듯 좆을 은근슬쩍 문질러 대는 짓을 하는 게 파렴치하기 짝이 없었다. 셰어는 헛웃음을 흘리며 요한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그다지 세게 때린 것도 아니었는데 뒤에 박힌 플러그가 눌려 자극이 컸는지, 요한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플러그 손잡이가 꼿꼿하게 설 만큼 뒤가 야물게 오므라든 것이 보였다. 셰어는 플러그 손잡이를 쥐고 당장 뽑아낼 듯 세게 당겼다. 플러그를 문 채 딸려 오던 구멍이 결국 벌어지며 빨간 속살이 보인다. 미끈거리는 젤에 젖은 플러그는 손쉽게 절반가량이나 쭈욱 빠져나왔다.
“흐윽! 아…… 싫어.”
플러그가 빠져나가는 압력으로 몸속에 녹아 있던 젤이 같이 흘러나오며 셰어의 손을 흥건하게 적셨다. 셰어는 잠시 젖은 손을 내려다보다 곧 반쯤 빠져나온 플러그를 도로 모질게 쑤셔 박았다.
“아악! 아, 아파, 으…… 미쳤, 지금, 뭐 하는 거야.”
“누가 이렇게 아무거나 흘리래. 내가 조신하게 있으라고 했지 앞뒤로 질질 싸라고 했어?”
피스톤질을 하듯 플러그를 쿡쿡 쑤셔 대자 요한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셰어는 요한의 목덜미를 누르던 손을 떼고 팔꿈치로 요한의 등을 찍어 눌렀다. 뾰족한 팔꿈치에 등을 아프게 찍힌 요한이 셰어의 무릎 위에 그대로 납작 엎드리며 끙끙 앓는 소리를 흘렸다.
“어딜 가려고? 누구 마음대로.”
셰어는 손가락 한 마디가량 솟아오른 플러그 손잡이를 그대로 꾹 밀어 넣었다. 이미 가장 두꺼운 부분을 삼킨 구멍은 가느다란 손잡이를 쉽게 삼켰다. 빨갛게 부어오른 입구는 손톱만큼 솟아오른 플러그 손잡이만을 남기고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흐, 아파. 셰어…… 그만, 빼.”
요한이 갈라진 목소리로 신음했다. 아쉽게도 아직 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셰어는 모양 좋게 솟아오른 엉덩이를 억세게 쥐고 주물렀다. 그저 주무를 뿐인데도 몸속이 짓이겨지는지 요한이 몸을 떨었다. 시트를 쥔 손이 마디가 불거진 채 희게 굳어 있는 것이 보기 좋았다. 셰어는 손자국이 뒤늦게 올라오는 볼기를 때렸다.
“하, 윽!”
“잘못은 네가 했으면서 뭐가 이리 뻔뻔해. 아직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지?”
질책과 함께 내려친 손은 한결 더 매서워져 있었다. 나름대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요한의 허리가 내려앉으며 셰어의 허벅지에 좆이 노골적으로 비벼졌다. 셰어는 허벅지 사이에 미끄러지듯 문질러지는 성기 끝에서 미지근한 액체가 번지는 것을 느꼈다.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조신하지 못하게 고작 엉덩이 몇 대 때렸다고 이렇게 질질 싸다니, 갈 길이 멀었다. 셰어는 날카로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소리에 움찔한 요한이 시트에 이마를 처박으며 긴 숨을 토해 냈다.
“하아…… 씨, 잘못, 했…….”
“네가 오늘 진짜 죽고 싶어서 이러지.”
아무것도 모르는 게 자꾸 사람 꼭지 돌게 하는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멋대로 만지지 말라고 했더니 남의 허벅지에 꼴리는 대로 좆을 비벼 대지 않나, 흘리지 말라고 했는데 앞뒤로 질질 흘려 대기까지 했다. 그러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욕설을 뱉으려다 마는 것이 여러 가지로 속을 긁었다.
그러나 우스운 것은 이렇게 말을 안 듣는데도 정작 플레이를 그만둘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셰어는 말을 지독히도 안 듣는 이 남자의 버릇을 제대로 고쳐 놓고 싶어졌다. 욕실에서 요한이 기가 꺾인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았을 때 느꼈던 기묘한 고양감을 원했다.
셰어는 그새 손잡이가 죄다 밀려 나와 있는 구멍에 그대로 손가락을 쑤셔 박았다. 단단한 고무를 밀어내며 빠듯한 공간을 벌리자 젤이 흐르며 젖은 소리가 난다. 촘촘한 주름이 손가락을 꽉 물고, 손끝에 걸리는 플러그의 두꺼운 부분이 젤에 젖어 미끈거렸다. 셰어의 손가락에 밀려 플러그가 안으로 깊게 박혀 들었다.
“아! 아, 찢어져. 잘못했…… 흐으, 잘못했다니까.”
“찢어지기는. 이대로 쑤셔 박아도 너 안 찢어져.”
“미친! 소리…… 하지 말, 읏…… 잘못했어.”
손가락을 안으로 깊게 쑤셔 박자 플러그의 두꺼운 부분에 눌린 내벽이 거세게 조여들었다. 셰어는 안을 넓히려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손가락이 내벽을 벌리며 퍽퍽 처박힐 때마다 요한이 무릎으로 시트를 밀어내며 몸을 일으키려다 자극에 눌려 도로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어차피 안 된다는 걸 빨리 이해하면 좋을 텐데, 몸으로 하는 걸 못하는 편도 아니면서 요한은 이런 면에서는 지나치게 배움이 느렸다.
몸속을 넓히는 과정에서 어느 부분을 자극당해서인지 셰어의 허벅지에 닿는 성기에서 자극이 온 것인지, 요한의 성기는 그새 다시 반쯤 서 있었다. 적당히 벌어진 뒤에서 손가락을 빼자, 정말 그대로 좆을 쑤셔 박기라도 할까 봐 겁이 났는지 요한이 반쯤 쉰 목소리로 재빨리 말했다.
“살려 주세요.”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시트에 흩어진다. 셰어는 젤에 젖은 손으로 요한의 다리 사이를 더듬었다. 겁먹은 요한이 숨을 죽이며 다리를 오므리려 했다. 셰어는 요한의 음낭과 성기 뿌리를 한 손에 잡히는 대로 쥐었다. 큼직한 손바닥에 엉망으로 짓눌린 음낭과 성기가 미끈거리며 뭉그러진다. 요한은 폭력적인 자극에 신음하며 셰어의 손이 밀어 올리는 대로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잘못한 거 알겠어?”
“으응, 알, 았…… 크, 흑, 아파.”
“그럼 너 몇 대 맞아야 해?”
“흐읏…… 뭐?”
요한은 조금 따라오나 싶었더니 또 멍청한 짓을 했다. 셰어는 미끈하게 젖은 손으로 성기 뿌리를 서서히 감아쥐었다. 점차 아프게 조여드는 것을 자극으로 느끼는지 요한이 허리를 벌벌 떨며 좆을 세웠다. 버릇처럼 셰어의 허벅지와 손에 좆을 문지르려 허리를 흔드는 것이 이미 이성이라고 할 만한 게 남아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열, 스물…… 몰라. 조금만…… 후으, 안 넣을 테니까, 조금만.”
“이게 계속 정신 못 차리네.”
셰어는 싸늘하게 중얼거리고는 제 위에 엎드려 있던 요한을 바닥으로 밀어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바닥에 널브러진 요한이 몸을 웅크리며 가쁜 숨을 흘렸다. 그의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라 희미하게 젖어 있었다.
몸을 일으킨 요한이 셰어의 발목을 대뜸 움켜쥐고는 발가락을 입에 물었다. 말랑한 살점이 발끝을 핥고, 입술이 볼록한 둔덕을 스친다. 축축하고 부드러운 것들이 온통 타는 듯 뜨거웠다. 유독 붉은 혀가 날름거리며 발바닥의 오목한 골을 핥고 입술이 복사뼈 안쪽을 더듬는다.
어쩐지 오싹한 감각이 밀려들어 셰어가 눈썹을 찌푸린 순간, 요한의 이가 셰어의 발가락을 세게 물었다. 발끝이 저릿하게 느껴질 만큼 세게 물린 발가락이 희게 바랬다가 간질거리는 감각과 함께 제 빛깔로 돌아왔다.
이런 건 플레이가 아니다. 통제하고 통제당하는 것을 교환하는 상호 호혜의 관계가 아니었다. 어떤 식으로 유인해도 요한과 하는 짓은 플레이가 될 수 없었다. 결국 목적에 맞지 않는 관계였다.
둘 사이에 놓인 것은 쾌락의 교환도 감정의 교류도 아니었다. 이런 불분명한 관계는 그만두어야 한다. 셰어는 머리로는 그것을 이해하면서도 머릿속의 뇌관이 폭주하는 것처럼 타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
셰어는 말없이 요한을 노려보았다. 냉담하게 굳어진 얼굴 아래 뇌수에 불이 붙은 듯 머릿속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요한은 여전히 몽롱한 눈으로 셰어의 발가락 사이를 핥으며 뜨끈한 숨을 가쁘게 흘렸다.
“하게, 해 줘. 어? 셰어, 내가…… 흐으, 어떻게 하면, 어?”
“이 버릇없는 개새끼를 어쩐다.”
억양 없이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셰어의 목소리는 유독 낮고 거칠었다. 셰어가 요한의 타액에 젖은 발로 바닥을 딛고 섰다. 두 발로 선 셰어의 그림자가 요한을 덮쳤다.
요한은 바닥에 엉망으로 흐트러진 채 셰어가 찍어 누르는 대로 늘어졌다. 억센 손아귀가 요한의 목을 붙들어 잡아 바닥에 눌렀다. 힘없이 벌어진 다리 사이로 파고든 셰어는 쾌락에 물러진 요한을 쉽게 제압했다.
요한은 코앞에 어른거리는 셰어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정체 모를 액체에 젖은 손이 함부로 셰어의 뺨을 문지르며 아래로 끌어 내린다. 셰어는 그것에 저항하듯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었다. 요한이 안타까움에 벌어진 입술로 탄식했다. 그는 무심코 고개를 들려다 셰어의 손아귀에 목이 졸려 숨통이 틀어막히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처박혔다.
“컥, 흐으…… 셰어, 셰어.”
“얌전히 좀 있어.”
셰어는 천지 구분도 못 하고 덤벼드는 요한의 목에 목줄을 거는 것을 상상했다. 손바닥 아래에서 팔딱거리는 맥박이 터질 듯 부풀었다 꺼지기를 반복한다. 이 목에 자국이 남을 만큼 딱 맞는 목줄을 묶어 놓고 매일 이렇게 넋이 나갈 만큼 괴롭히면, 그는 셰어를 볼 때마다 혀를 빼물고 만져 주기를 바라며 침을 질질 흘릴 것이다.
어쩌면 처음 요한을 봤을 때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셰어는 입맞춤을 조르며 달싹이는 요한의 입술을 노려보았다. 이상하게 요한을 만질수록 더 심한 갈증이 일었다.
요한에게 박혀 있던 플러그는 꽉꽉 조여드는 내벽에 밀려 손잡이가 길게 삐져나와 있었다. 셰어는 그것을 느릿하게 뽑아냈다. 안에 남아 있던 젤이 왈칵 쏟아지고 벌어진 구멍이 빠끔거리며 오므라든다. 그 감각을 견디기가 버거운지 요한이 몸을 떨며 낮고 긴 신음을 흘렸다. 찌푸려진 요한의 눈가가 젖어 있었다.
셰어는 물렁하게 풀어진 입구에 제 성기를 가져다 댔다. 단단한 고무와 다른 질감이 닿는 느낌에 놀란 요한이 빠르게 눈을 깜빡였다. 그가 빨간 손자국이 남은 목을 비틀며 셰어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아, 잠깐만…….”
선단이 풀어진 곳을 파고드는 것과 동시에 요한이 고개를 모로 꺾은 채 소리 죽여 헐떡였다. 바닥에 함부로 짓눌린 젖은 머리칼이 사박거리는 소리를 냈다. 셰어는 느릿하게 허리를 쳐 올리며 반쯤 박힌 좆을 물고 있는 교접 부위를 바라보았다. 빨갛게 부어오른 곳이 가여울 만큼 벌어진 채 겨우 좆을 삼키고 있는 것이 오히려 가학적인 욕망을 부추겼다.
뜨겁고 말랑한 몸속이 녹아내린 젤로 젖어 미끈거린다. 요한이 아프도록 셰어의 어깨를 긁어 댔으나, 셰어는 묵직한 숨을 토해 내고는 요한의 몸을 비집어 열었다.
“하, 으윽…… 흐, 아파. 셰어, 아!”
좆을 잘라먹을 듯 조여 대는 내벽을 찔러 올리자 요한의 눈가가 끝내 흠뻑 젖어 들고 눈물이 눈꼬리를 따라 흘러내렸다.
셰어는 내키는 대로 갈증을 채웠다. 그의 숨통을 죄며 밑을 쳐 올릴 때마다 요한은 참았던 신음을 흘리며 울었다. 작게 흐느끼던 소리가 점차 커졌다. 그는 더 이상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지 열락에 들떠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아무렇게나 드러낸 채 목줄기를 움켜쥔 셰어의 손목에 매달렸다.
“아, 제발, 살려…… 으, 흑!”
살려 달라며 매달리는 남자의 얼굴에는 붉은 열꽃이 피었다. 요한은 의식의 흐름대로 지껄여 댔다. 입을 맞추어 달라고 했다가, 살려 달라고 했다가 하는 식이었다.
“시끄러워.”
정신 사나워 죽겠다. 가뜩이나 머릿속이 그 짓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희게 지워져 요한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요한은 그 말이 제법 서러웠는지 조금 전과 달리 눈조차 제대로 맞추지 않으려 들었다.
괜히 약이 오른 셰어는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내벽을 느릿하게 긁어 올렸다. 거의 선단이 빠지기 직전까지 빠져나갔다가 배꼽 아래까지 밀려들 것처럼 파고드는 느리고 격한 삽입 탓에 요한이 몸을 웅크리며 끙끙 앓았다. 가뜩이나 좁은 몸속이 빠듯하게 조여들자 셰어는 빠르게 치미는 사정감을 참아야만 했다.
“너, 후…… 제대로 안 해?”
“내가, 흑, 뭐를…… 아, 학…… 하아, 으.”
더는 참지 못하고 거칠게 허리 짓을 하자 요한이 다급하게 셰어를 붙잡았다. 연신 때려 박는 듯한 거친 추삽질에 요한의 몸이 자꾸 위로 밀려 올라갔다.
셰어는 충동적으로 요한에게 입을 맞추었다. 벌벌 떨리는 입술이 벌어지며 뾰족한 혀끝이 셰어의 입술을 스쳤다. 몸이 들썩일 만큼 거친 추삽질이 이어지는 바람에 입맞춤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하지만 고작 몇 초였던 접촉은 강렬하고도 달았다. 셰어는 요한이 제 배 위에 허연 정액을 쏟아 내는 것을 보았다. 열꽃이 핀 얼굴이 셰어를 보며 괴로운 듯, 울듯 일그러진다. 그의 입술이 조악한 말을 간신히 맺었다.
“좋아해.”
셰어는 사정의 여운으로 조여드는 요한의 안에 제 성기를 묻은 채 거의 동시에 절정에 도달했다. 완전히 녹초가 된 요한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 셰어가 몸을 일으키자 진득거리는 체액과 젤이 엉겨 붙은 가랑이가 희게 젖어 든 것이 훤히 드러났다.
요한은 셰어가 무엇을 보는지 알았는지 젖은 눈가를 손등으로 덮은 채 헐떡이는 숨을 골랐다. 그의 얼굴이며 온몸이 단풍이 든 것처럼 울긋불긋했다.
그저 정상적인 관계밖에 모르던 바닐라를 맞으면서 싸게 하고, 온몸이 붉게 물들도록 거칠게 안았다. 그가 이렇게 된 것은 전부 셰어의 손이 닿은 탓이었다. 셰어가 요한을 처음부터 끝까지 길들였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만족감이 갈비뼈 안을 뻐근하게 채웠다.
셰어는 눈가를 덮은 요한의 손목을 잡아떼었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달라붙은 이마 아래의 눈썹은 희미하게 찌푸려져 있고, 축축한 푸른 눈동자는 어둠에 젖어 반들거렸다. 셰어는 조금 울적해 보이는 그의 젖은 눈이 마음에 들었다.
어떤 식으로든 손을 대기 시작했으니 이제 어떻게 되더라도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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