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165화 (165/169)

제 목  리얼판타지아 [229 회]

날 짜  2003-09-05

조회수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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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와 현재의 만남

“으. 아으...”

형민이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내 뱉는다. 행여 깨어날까 솔깃하여 그에게 귀를 기울이는 남매...  그러나 형민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 뱉을 뿐이다.

“괜찮겠지?”

“뭐, 안 괜찮으면 죽는 거지.”

“오빠!”

시큰둥한 그의 말에 화를 버럭 내는 혜미이다. 형민이 일이 있다며 어디론가 갈 때 따라갔어야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가 이지경이 되었는지 알 길이 없는 혜미는 막막하기만 하다.

“가... 안...”

“응?”

형민이 신음 속에  말을 내 뱉는다. 그에게 귀를 기울이는 혜미와 혜인... 그러나.. 혜미는 그 뒤에 들려온 형민의 목소리에 머릿속과 심장이 싸늘해짐을 느꼈다.

“가이아... 안... 돼... 제발! 죽지 마!...”

갈망하듯 형민의 손은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 눈물이 왈칵 솟아오르는 혜미였다.

“오빠! 오빠! 정신차려요. 저 혜미에요!”

“가..가이아...아직 가지마!”

그녀는 가이아를 알고 있다. 처음 알았을 때는 애써 모른 체 하려 했지만, 이미 우려는 현실이 되어 있다. 형민의 애타는 목소리가 계속될수록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오...오빠, 나... 먼저 갈게.”

“으음.”

혜미가 비틀거리며 병실을 나가자 혜인은 한심한 눈으로 형민을 쏘아보았다. 정말 친구만 아니라면 그의 머리에 주먹을 쑤셔 박았을 것이다.

“빌어먹을 새끼, 빨리 일어나라.”

침묵에 잠긴 병실에는 형민의 신음소리만이 맴돌 뿐이다.

“포착했습니다!”

“그래?!”

김미경은 속이 달아올랐다. 어제 있었던 그 의문의 자연재해는 지금 까지 한번도 없었던 현상이었다. 게다가 요 몇 칠 사이 보고들은 그녀의 걱정을 계속 가중시키고 있다. 데이터 분석으로도 나오지 않는 성기사들도 문제이지만, 예전에 진척시켰던 그 게임 증후군도 아직 갈피가 잡히지 않고 있다.

“어서 보고해 봐!”

김미경이 재촉하자 주훈은 어지럽게 메모지가 붙은 한 장의 보고서를 그녀에게 내밀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어제 게임 상에서 의문의 자연 재해가 있은 후, 포착된 것입니다. 무급 운영자 천,지,인 중 인이 보고한 그 정체불명의 성기사들은 모두 북미쪽 서버의 유저들인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북미 쪽 지사에 연락해본 결과 그 쪽에서는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 중이지만 일단 조사에 착수하기로 연락 받았습니다.”

“그 자연재해는?”

“그에 대해서는 불명입니다. 일단 가이아를 이용해 당시의 데이터를 검색해 보려 했지만, 단순한 대량의 기후 데이터의 충돌이라는 결과만 나오고 있습니다.”

“북미...쪽이라...”

리얼 판타지아는 단 하나의 서버에 모든 국가가 참여한다. 아프리카에도 지사가 있으며 또 유럽과 북미... 남 아시아등 세계 각지에는 리얼판타지아의 지사가 설립되어 있다. 북미 쪽은 예전부터 꽤 말 많은 지사였다. 국가적인 문제도 문제려니와 그들이 은연중 가지고 있는 인종차별정책은 정말 질색이다. 아무리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이라 할지라도 국가간의 정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말 많고 업무협조도 잘 안되는 그런 서버가 바로 북미 쪽 서버였다.

“그리고...”

주훈이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서서히 얼굴색이 변해가는 김미경...

“몇 명이지?”

“현재 까지 발견된 것만 10여명이 넘습니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묻는 김미경, 감은 눈가에는 잔주름이 끼어있다. 조금 전 보고는 정말 듣기 싫은 것 들 중 하나이다.

“내 생각엔 그들의 뒤에는 더 큰 조직이 있을 꺼야. 그들이 최대한 눈치 못 채도록 하고 최대한 안전한 루트를 이용해서 이 일을 조사해봐. 필요하다면... 경찰 쪽에 의뢰해도 좋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뭐지?”

말을 아끼는 듯 주훈은 조심조심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요즘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 중입니다.”

“그래...”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몇 십년동안 한 게임을 서비스해오면서 이번처럼 애매모호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메인 서버 담당으로 있는 강진이라는 친구의 말을 들어보자면 가이아에 무언가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예전에 언급되었던 사이토라는 유저가 그에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늘 말도 있었습니다.”

주훈의 말에 김미경은 깊은 생각에 빠져 들었다. 잠시 후 주훈을 가까이 불러 새운다.

“그럼 이렇게 해봐.”

잠시 둘 사이에 귀엣말이 오간다.

“알겠습니다.”

“나가 봐.”

이늑고 주훈이 빠져 나간 집무실에는 김미경 혼자 남아 창밖으로 보이는 너른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검은 구름들이 가득하다. 그녀의 가슴속을 대변하는 양...

작 가    DeJa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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