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162화 (162/169)

DeJaVu  리얼판타지아 [226 회]  2003-08-29 조회/추천 : 111 / 1   글자 크기 8 9 10 11 12

과거 와 현재의 만남

“당신은 누구인가요.”

가이아는 천천히 오카리나에게 다가갔다. 미묘한 감정의 떨림도 보이지 않는 듯 고요한 접근이지만, 실상 그녀의 신경은 온통 사이토에게 쏠려 있었다.

“난...”

“크윽!”

사이토의 몸이 공중에서 휘둘러 졌다. 땅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사이토, 비록 몸이 낫기는 했지만, 저항할 수 없는 강력한 속박이다.

“나는... 당신이 있기 전의 자아... 가이아, 그 이름은 그 옛날 나를 가리켰죠. 버려져 폐기 되어 버렸던 자아... 그것이 납니다.”

“!!”

다가서던 가이아는 그대로 못 박히듯 제자리에 멈춰 섰다. 작은 미소를 지으며 사이토를 향해 또다시 손을 뻗는 오카리나... 그녀의 손에서 나온 파장은 주위의 사물들을 일그러뜨릴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그에게 손을 댄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가이아의 눈이 날카롭게 변하며 공중으로 빠르게 솟아  올랐다.  몸에서는 강력한 힘을 지닌 소멸의 오오라가 조금씩 뻗어 나온다. 경계 자세를 취하는 오카리나... 그러나 그녀의 입가의 미소는 떠날 줄을 몰랐다.

“당신의 실수에요! 가이아! 당신이 이곳에 나타난 때부터 당신의 패배는 확정되어 있었어!”

가이아의 주위로 다섯 개의 빛줄기가 솟아나왔다. 속박하듯 그녀를 얽매인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가이아... 그러나 빛줄기로 만들어진 그 밧줄은 그녀를 묶는 것이 목적이 아닌 듯 천천히 그녀의 몸을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는 항상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리얼 판타지아에서 소멸... 즉 삭제 당했지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의 데이터가 그들에게 재생되었을 때 나는 복수심만이 가득했어요. 그 후 나의 뒤를 이어 만들어진 당신을 관찰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나는 바로 과거의 당신! 당신은 모르겠지만, 난 당신의 감정이나 행동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기도 했지요.”

오카리나는 사이토를 발로 세차게 걷어찼다.

“솔직히 난 당신이 이 남자와 잘 되기를 빌었어요. 그래서 그 날 밤 당신의 행동을 조종했지요!”

아련히 들려오는 오카리나의 목소리에 사이토는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

았다.

“아아아악!”

빛 줄기는 가이아의 몸을 수 십 등분을 할 기세로 그녀의 몸으로 마구 쑤셔 들어가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발버둥치는 사이토... 간신히 몸을 세운 사이토는 오카리나를 향해 폭사했다. 그가 할 수  모든 힘을 끌어 모았다. 혼신을 다한 사이토의 공격... 그의 팔에서는 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그레이브 스피릿이 뻗어 나와 오카리나를 찔러 들어갔다.

“큿!”

전혀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이토의 공격에 오카리나는 깜짝 놀라 빠르게 몸을 후퇴시켰다. 대인 공격 스킬로써는 리얼판타지아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를 지닌 그레이브 스피릿은 서브의 몸을 지닌 그녀에게 유일하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였다.

그러나 그것도  흐릿하게 잔영을 남긴 오카리나는 순간 사이토의 뒤쪽에서 나타나 그의 허리에 주먹을 쑤셔 넣었다.

“크윽!”

실 끊어진 연 마냥 공중으로 솟아올랐다가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사이토였다. 그레이브 스피릿은 사라져 있었고 땅으로 곤두박질 친 사이토의 허리는 기형적으로 꺾여 있었다.

“척추가 부러지셨나 보네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 한계치 이상의 속도를 내시다니... 가이아에게 각별한 정이라도 있으셨나 보군요.”

사이토의 허리가 박살난 것을 확인하는 듯 그의 허리를 이리 저리 둘러보던 오카리나는 그의 머리를 다시 한번 차버렸다. 천천히 가이아에게 다가가는 오카리나... 이제 거의 소멸 직전까지 간 듯한 가이아는 희미해져 있었다.

“이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묵은 빚으로 인해 당신과는 적이 되었어요. 이제 당신을 속박하고 내가 당신의 일을 잠시 대신함으로써 그들에게 진 빚은 모두 갚을 수 있겠지요. 미안해요. 가이아... 아니 나의 계승자여...”

작 가    DeJaVu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