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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머리아파! 아파 아파! -_-;; 아... 으으... 수명 줄어드는 소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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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 조언은 필요 없겠지요?”
“예,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유한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장간 밖으로 나가자 사이토는 눈앞에 놓인 ‘마스터의 쇠모루’ 앞에 걸터앉아 재료들을 쭈욱 둘러보았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데이모스 서쪽에 위치한 대장간의 NPC대장장이에게 ‘마스터의 쇠모루’를 퀘스트 아이템으로 받을 수 있었다. 준비 기간만 꼬박 십 몇일, 게임 시간으로는 근 몇 달이 흘러 버렸다. 물론 그 시간동안 계속해서 게임에 접속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리얼판타지아의 소문과 사람들의 기억들은 차츰 그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긴장되는군.”
성공률이 대략 70프로라고 한다. 높다고 한다면 높고 낮다면 꽤 낮은 확률, 한마디로 되는 놈은 왕창 잘되고 재수 없는 놈은 죽어도 안 되는 70프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이토는 유한이 가르쳐 준대로 재련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종의 꽁수라고 할 수 있는 이 방법은 그 효과라던가 보편성이 검증되지는 않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실패를 조금이라도 피해 보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특수한 경험담을 하나하나 조합해서 이곳저곳에 퍼뜨리고 한 것들이 뭉쳐 만들어진 것으로 그 지식의 나이도 꽤나 오래 된 것이었다.
“세 개 이상 연속으로 실패할 때까지...”
사이토는 그의 뒤편에 쌓인 강철잉곳 더미들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그 방법이라는 것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노가다성이 짙은 방법이었다. 일단 일반 아이템, 그러니까 강철잉곳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계속해서 만든다. 일반적으로 마스터의 일반 아이템 성공 확률은 근 98프로... 계속해서 만들어 내다가 실패가 세 번 이상 연속되면 그 때부터 자신이 진짜 만들고자 하는 아이템을 만들기 시작한다. 처음 유한으로부터 이 방법을 들을 때는 한귀로 흘려버렸지만, 막상 엄청나게 비싼 재료들로 도박을 하려니 그런 검증받지 않은 방법도 한번 써보고 싶어진다.
“아아, 이참에 암기나 만들어야겠군.”
생각을 굳힌 사이토는 뒤편의 강철 잉곳중 적당한 것을 하나 골라 ‘마스터의 쇠모루’위에 올렸다. 이제부터 노가다 시작이었다. 언제쯤 세 번 연속으로 실패할 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지만, 저번 테시미어 길드의 네 자매를 혼내줄 때 의외로 강철표창이 쓰임새가 좋았다. 노가다도 하고 쓸 무기들도 만들고 항상 건실한 생각만 하는 사이토였다.
“제련!”
사이토의 앞으로 불투명 사각판 하나가 떴다. 노가다의 시작이었다.
[삐이~ 수리검(手裏劍)의 재련이 실패하였습니다.]
“897번째...”
노가다 중에 아주 최고 노가다였다. 897번째, 생각 같아서는 900번째에서 좌절의 이벤트를 하고는 지금까지 만든 암기들을 모두 뿌려버리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들어간 강철잉곳 가격도 정말 만만치 않았다.
“이제... 한번만 더!”
이번 한번만 더 실패하면 세 번째다. 다른 초보 대장장이들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성공시키기 위해 발광을 하건만 사이토는 지금 실패하기 위해서 기를 쓰고 있다. 중간에 포기하고 그냥 만들어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이미 시작한 일 중간에 포기하기엔 지금까지 한 노가다가 아까워 그대로 강행했다.
“제발! 실패해라!”
중얼 중얼 손에 든 강철 잉곳에 저주의 말을 주저리주저리 내 뱉던 사이토는 다시금 불투명한 사각판을 활성화 시켰다. 그러기를 잠시 후
“아하하하! 실패다 실패! 드디어 연속 세 번 실패!”
사이토는 증발해 버린 강철 잉곳이 아깝지도 않은지 대장간 안을 제집 안방인양 뛰어다니며 기뻐했다. 글쌔, 사정을 모르는 다른 대장장이들이 이 꼴을 보면 뭐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시작해 볼까!”
두개의 오리하르콘 덩어리를 손에 든 사이토는 긴장된 어조로 모루를 노려보았다. 강철과는 다르게 잉곳으로 따로 만들 필요가 없는 오리하르콘, 어차피 광산에서 마이닝 스킬로 캐내는 것이 아닌 이상, 불순물을 제거한다는 것 자체도 우스운 것이다.
“일단 도신의 베이스는 오리하르콘인가?”
기왕이면 오리하르콘과 아다만타이트를 섞어 합금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지만, 상성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 자체적으로 마법을 증폭시켜주는 미스릴의 상위 금속 오리하르콘, 거기에 모든 마법 무효의 효과가 있는 말 그대로 ‘마법 따위는 몰라요’ 금속의 대명사 아다만타이트... 둘을 섞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꽤나 궁금했지만 일단 그 것을 섞을 만한 간 큰 메탈 메이킹 스킬 (metal-making skill) 마스터도 없을뿐더러 사이토 또한 그런 모험은 사절이었다.
“대신에 칼등쪽은 아다만타이트로 감싸서 마법 방어 효과도 높이고 강도도 높히고 음... 일체형이 좋겠지. 손잡이는 약간의 휨을 주고, 아! 코등이(검막)은 패링소드 형태로 하자!”
대략적으로 단검의 형태를 짠 사이토는 사각판을 이리 저리 누르며 단검의 모양이라던가 크기를 조절했다. 기존의 만들어진 데이터를 기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완전 프리스타일로 만드는 단검이었기에 사이토의 머리가 그만큼 깨져 나가는 것도 사실, 그러나 자신이 쓸 단검을 직접 만든다는데 사이토는 흥미 가득한 눈으로 사각판을 조정했다.
“손잡이는 좀 무거워야 하려나.”
아무래도 검신의 아다만타이트가 꽤 무거운 만큼 균형을 위해서는 손잡이의 길이가 더욱 길어져야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약간 우스운 모양의 단검이 탄생할지도 모를 노릇.
“아! 단검 코등이랑 손잡이 끝에 무언가 무거운 것을 달면 균형이 좀 맞겠군. 끝났다.”
디자인이 모두 끝나자 사이토는 입력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들려오는 도우미의 목소리...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도우미의 말에 따라 재료들을 모루위에 올려놓던 사이토는 문뜩 머리를 스쳐가는 아이디어에 배낭 속에 들어있던 드래곤 아이를 꺼내들었다.
“어떨까...”
드래곤 아이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사이토는 모루위에 드래곤 아이를 살며시 올려보았다. 어차피 쓸 수 없다면 모루위에 그대로 남을 것이다. 손해 볼 것은 없는 상황,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