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회
시엘렌 마을 중앙 동상옆은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 않은 여행자들이 붐비는 곳이다. 이 곳은 봄의 축제 대륙의 물의 도시 러포브에서 시작으로 블루 카마디스 도시를 거쳐 상업도시 빌로아로 통하는 중요한 상업 교업로였기 때문에 무역을 위한 대규모 파티나 케러밴이 지나다니는 곳이었고 그에따라 상대적으로 숙박업이 발달한 마을이었다.
“에휴.. 어르신들도 참 털털하시군. 빌로아로 보내주신다면서 시엘렌으로 보내주시다니.. .”
오후 늦게 내리쬐는 햇살의 화창한 날씨속에 일단 중앙동상쪽 벤치에 앉아서 마을 구경을 하던 사이토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사라지면서 본 그 게이트스톤 제공자 할아버지의 웃는 얼굴이 생각나 이마에 힘줄이 약간 서는 것을 느꼈으나 노인정길드 어르신들께 빚진게 많기 때문에 한숨으로써 그냥 풀어버렸다.
“그건 그렇고.. 참 묘하군... 말을 탄 기사상이라..”
사이토는 새삼스레 자신의 뒤편에 늠름하게 서서 오후의 햇살을 막아주고 있는 말탄 기사상을 내리쬐는 햇살을 손으로 가리며 바라보았다. 혜미가 자신에게 고백하던 그날 저녁 혜미와 함께 앉아있던 벤치에서 보이던 말동상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었기에 사이토는 무심결에 한숨을 쉬었다.
“하아...”
“하아....”
갑자기 옆쪽에서 자신과 같은 한숨소리가 터져나오자 무의식적으로 그 쪽을 바라본 사이토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듯 더듬더듬 말했다. 은발을 곱게 빗어 내린 얼굴에 커다랗고 아름다운 공허해 보이는 눈동자로 기사상을 바라보는 그녀... 자신이 선물한 미스릴 플레이트를 뛸 듯 좋아라하며 입어보던 그녀
“밀...밀레나??”
사이토는 자신의 말에 깜짝놀라는 듯 하다가 자신쪽을 돌아보며 잠시 후 이내 눈망울에 송글 송글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밀레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순간 사이토는 자신과 밀레나 이외의 모든 것들이 희미하게 지워지는 것을 느꼈다.
영겁의 시간이 지나가는 듯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밀레나의 눈동자 속에는 자신만이 담겨 수 많은 말을 토해 내고 있었다.
[너무나 힘들었어요..]
“미안해...”
[지금 나만을 바라보는 사이토가 허상은 아닌가요?]
“미안해...”
[언제나 저만을 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미안해..”
사이토는 더 이상 그녀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대로 품에 안았다. 이 감촉.. 이 느낌.. 단 며칠을 보지 않았건만 그녀에 대한 사랑은 더욱 커져버린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사이토는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밀레나의 입술에 가만히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댔다.
“정말 미안해..”
그제서야 사이토는 생각이 났다. 그 날 저녁 그 밴치에 앉아 혜미에게 속삭이던 것을..“
[항상 너만을 바라보겠어. 어떤 힘든일이 있어도 어떤 오해가 있어도 항상 너를 믿는 내가 될게..]
밀레나와 사이토가 그렇게 끌어안고 비비고 키스하는 사이 나머지 떨거지 일행은 처음에는 ‘참 멋진 장면이야..’ ‘사이토형 정말 사랑도 멋지게 해요’ 하다가 둘이 떨어질 줄을 모르자 슬슬 ‘꼴값을 떨어라’ ‘사이토형 주위의 이목을 좀..’으로 변했고 주변에 모이기 시작한 구경꾼들은 환호와 야유를 닭살커플에게 아낌없이 퍼부어주었다.
“휘~익!! 멋진장면~ 스샷한방!!”
“와~~ 더 해라 더~ 더 강렬하게”
“총각!! 그대로 여관으로 가는거야!!”
사이토와 밀레나 그리고 ‘스틱스의 검’회원들은 근처에 적당한 주점으로 들어가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하여 얘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이토는 자신이 지금까지 밀레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모두 오해라는 것에 대해서 그 자리에서 ‘용서모드’로 바뀌어 밀레나에게 싹싹 빌었고 밀레나는 그런 사이토를 ‘스티브, 브랜, 미카엔’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해맑게 웃으며 용서해 주었다.
“오.. 밀레나야 네가 드디어 관용의 자세를..!!”
“와~ 누나 의외의 결정!!”
“허허.. 사랑을 하면 마음이 저렇게 고와지는가..”
“앗! 그럼 이제 누나가 마녀모드에서 천사모드로?”
밀레나가 너무나 깨끗하게 사이토를 용서하는 관용을 베풀자 브랜 외 일동은 밀레나에 대해서 한마디씩 하며 서로 잔을 부딪쳐 자축하려 했으나 그들에겐 곧 밀레나가 응징의 솜방망이로써 밀레나의 성깔이 아직 건재함을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서로의 머리를 다정스레 건배시키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매들 벌어요! 아주!!”
그렇게 사이토와 밀레나의 관계가 다시금 예전의 관계로 회복됨으로 탁자는 왁자지껄 해 졌고 사이토는 그 동안 있었던 일들과 자신이 이번 여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일행들에게 말해 줌으로써 이번 PK길드의 사건의 주역이 사이토였다는 것과 사이토가 데이모스에 도착하게 되면 8계급이 된다는 사실에 또다시 놀랐다.
“8계급이라.. 꿈의 계급이군..”
“그렇군요. 솔직히 저는 사이토형의 케릭터가 물려받은 것이라는 것도 처음 들어요.”
만난지 그리 되지 않은 관계로 사이토가 할아버지의 케릭터를 물려받았다는 것을 처음 들은 미카엔이 약간 서운한 듯 말하자 사이토는 미안하다는 시늉을 하며 미카엔에게 말했다.
“하하.. 미안! 솔직히 그걸 말할 만한 타이밍도 없었고 또 그때는 좀 서먹했잖아”
“헤헤.. 뭐. 별로 상관없어요. 그냥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죠”
그때 잠시 메시지를 주고받는 듯 하던 밀레나는 갑자기 탁자를 내리치며 마구 웃다가 간신히 웃음을 참고서 탁자에서 일어나 일행에게 말했다.
“자~! 주목!! 지금 아레나와 포프에게 메시지가 왔는데요. 아무래도 이쪽으로 그 얘들을 불러서 같이 행동해야 할 것 같네요. 쿡쿡..”
“무슨 소리야? ”
밀레나가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모두에게 말하자 그 말을 다 들은 브랜이 이유를 물어보자 밀레나는 웃음이 진정시킨 뒤 차분하게 말했다.
“그 얘들이 그러는데 우리가 떠난 다음에 잠시 다른 파티에 합류하려고 했데요. 그런데 인원이 많아서 아무도 받아주지 않으니까 자기들끼리 파티조직해서 쾌스트를 얻었는데 우리하고 다닐때하고는 너무 차이가 나서 지금 리더인 포프가 아미르한테 얻어맞구 있대요. 아무튼 그 얘들 말로는 힘들더라도 이쪽 인원과 행동을 함께 했으면 한다고 메시지가 왔어요.”
밀레나가 모두에게 메시지 내용에 대한 전달과 함께 다시 재합류에 대한 의중을 물어오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합류를 허락했다.
“하긴.. 그 녀석들 없으니까 뭔가 허전했어”
“그러지...뭐... 어짜피 지금 파티로는 균형이 잘 맞지도 않으니까”
“또~ 걔네들이 불평을 해야 밀레나누나가 강행군같은 것도 자제하니... 앗....!”
그날밤 그들은 일단 나머지 얘들이 합류할때까지 시엘렌에서 머무르기로 합의하고 각자 로그아웃을 위해서 방으로 들어갔다.
“밀레나..로그아웃하고 이따가 만날까?”
“예?.. 근데 어디서요?”
“우리 학교 앞에 ‘하이델 베르그’라고 있을거야. 9시에 거기서 보자”
약속을 하고 먼저 들어가라고 시늉하는 사이토를 바라보며 빙긋 웃어준 밀레나는 방의 문을 닫으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앗! 오빠.. 미안.. 좀 늦었죠?!”
“아냐! 나도 방금 나왔어!”
약속을 너무 일찍 잡는 바람에 게임에서 로그아웃하자마자 급하게 나온 듯 한 혜미의 모습에 공연히 미안해 진 형민은 20분가량 기다렸으나 오히려 뛰어온 혜미가 안쓰러운 듯 늦게 온 혜미의 코트를 받아주며 말했다.
“일단 주문 먼저 할까?”
“네..오빠..”
마침 둘 다 저녁을 먹지 못했기에 출출했던 둘은 곧 주문했던 음식이 나오자 웃으면서 식사를 시작했다.
“근데... 저 지배인 아저씨... 좀 이상해요!”
“뭐가?”
혜미가 음식을 먹다말고 갑자기 문가에 서있는 지배인 아저씨를 바라보며 얘기를 하자 지배인 아저씨를 등뒤에 두고있던 형민은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배인 아저씨는 마침 허름한 옷을 입은 부랑자들 같은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있었기에 그 모습을 본 형민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너는 모르겠구나. 저 사람들 북한 노숙자들이야..”
“북한 노숙자들은 몇 년전에 다 없어지지 않았어요?”
혜미는 방송에서 이미 북한 노숙자들은 이제 거의 없어진 추세라는 보도를 본 일이 있었기에 북한 노숙자들이라는 형민의 말에 의아함을 느꼈으나 형민은 곧 그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무슨 소리야... 방송을 그대로 믿니.. 아직도 꽤 많이 남아있어. 당장 전주대 부근만 하더라도 전주대 주변에서 자취하는 학생들이 안쓰거나 버리려는 물건들을 주워다가 쓰거나 하면서 여기저기 스며들어 노숙하며 사는 것 뿐이지.
사실 여기를 운영하는 저 지배인 아저씨도 사년전에 거의 맨손으로 들어오셔서 이 레스토랑을 차리셨어. 아무리 연방제니 뭐니 했어도 일단 정확한 통일은 2013년에 되었고 또 아무리 빨리 발전을 했다고 해도 그 당시 북한의 기득권층이 독점적으로 자본을 관리했으니, 그만큼 빈부의 격차는 커졌지. 너도 알잔아. 아직 북한은 그리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걸.”
말을 마친 형민은 입안이 씁쓸해지는 듯 옆에 놓인 냉수를 조금씩 들이키자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혜미는 고등학교 한국사 시간에 배운것들을 생각하며 생각에 잠겼다.
2004년 극적으로 연방제 타결이 된 후, 북한으로 한국과 외국의 자본은 끊임없이 흘러 들어갔고 그 사이 한국은 그 만큼 많은 통일자금들을 주변의 열강들과 미국을 달래기 위해 상납해야 했으며, 그 때가 한국의 가장 침체기였다고 한다.
그러한 일이 있은 후 정확히 9년 뒤 북한은 한국에 완벽히 흡수 통일이 되며 통일 대한민국으로 개명했으나, 그렇게 통일 된 이후에도 수 많은 문제들은 통일대한민국을 괴롭혀 갔다. 한국정부의 수 많은 민족합일화 정책도 막상 통일이 되어 보니 엄청난 괴리감은 아직도 그대로 북한에 남아서 끊임없이 이질감을 확산시켰고 또 9년동안의 남한과 각 국의 투자들은 북한내의 기존의 군사권력층들이 모조리 흡수하여 새로운 기득권자로 탈바꿈 시켜줄 뿐이었다. 그 후에 남은 것은 꽤 많은 수의 북한의 또다른 빈민층과 통일비용에 지쳐버린 한국의 소시민들, 그리고 다시 예전의 북한이기를 원하는 반사회테러단체들...
그나마 지금같이 어느정도 안정될 수 있었던 것은 2024년에 있었던 일본의 대침몰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2024년의 일본의 대침몰은 하나의 재앙과 하나의 새로운 사회문제 그리고 하나의 이익으로써 통일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쳤는데 하나의 재앙은 일본의 침몰로 인한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였고 하나의 새로운 사회문제로는 한국에 귀화하여 적응하지 못한 수많은 일본인들과의 뿌리깊은 반감으로 인한 문제들, 마지막으로 이익으로는 당시 일본사람들이 귀화하면서 끌어온 자금으로 인하여 통일에 지쳐버린 통일대한민국의 숨통을 어느정도 트여줬다는 것이었다.
이런 과도기를 어느정도 느끼고 있던 혜미는 방송매체에서 이제 통일대한민국은 안정되었다라고 떠들었기에 어느정도 수긍하고 있었지만 지금 형민의 얘기에서와 같이 진정한 안정이란 아직 묘연한 길로만 비쳤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정신없이 생각에 빠져있는 혜미를 형민이 식사를 다 마친 듯 턱까지 받치고 물끄러미 쳐다보자 문득 현실로 돌아온 혜미는 스푼을 입에 물고 미안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헤헤..조금. 남겨야 할거같네요..”
레스토랑을 나온 혜미는 형민에게 그 동안 보여주지 않은 자취방을 보여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했고 형민은 그럼 구경도 시켜줄 겸 차나한잔 하자며 혜미를 자취방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이때까지 형민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이 언제 청소를 마지막으로 했는지 기억못한다는 것을...
“으에!! 더러워. 가정용 로봇이라도 하나 들여욧!! 오빠!!”
형민의 방을 처음 와 본 혜미가 탄식을 하면서 조심조심 침대가에 앉자 혜미를 자신의 방에 들여놓은 것을 후회하며 형민은 컴퓨터 의자에 앉아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길밖에 없었다.
“야...오빠가 갑부냐. 이 조막만한 방에 가정부 로봇을 들이게.”
형민이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어조로 혜미의 말에 대답하자 혜미는 코트를 옷걸이에 걸곤 팔을 걷어붙였다.
“에잇...안되겠어요. 나라도 치워야지!!”
“앗!! 그냥 나둬. 어짜피 오늘은 늦었는데 뭘. 내일 내가 꼭 치워두마. 일단 대충 옆으로 치우고 차나 한잔 하자.”
형민은 침대밑에 쑤셔 박아버린 속옷을 차마 혜미에게 보여 줄수 없었기에 혜미의 대청소발동경보에 두 손을 싹싹빌며 다음에 치워놓을 것을 약조하는 것으로써 무마한 뒤 말도 돌릴 겸해서 혜미에게 차를 권했다.
“음... 그럼 녹차로..!!”
[말 돌리기 성공!!]
“그래 잠시만 기다려”
잠시 후 형민이 주방에서 두잔의 녹차를 타서 한잔을 혜미에게 건네주자 혜미는 뜨거운 녹차를 후후 불면서 마시기 시작했고 형민은 그런 혜미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녹차로 입술을 적셨다.
“근데.혜미야 넌. 언제부터 날 좋아했어?”
발그레한 얼굴로 말없이 고개를 숙인 혜미를 바라보며 이런 질문을 뱉은 자신의 입도 당황스러웠지만 왠지 조금 더 혜미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진 형민이 짓궂게 다시금 묻자 혜미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음……. 처음에는 그냥 오빠 친구로밖에 안 보였어요. 근데 한 3년전인가 저희가족이랑 오빠랑 바다에 놀러가서 제가 물에 빠졌을때 오빠가 구해주셨잖아요. 아마 그 때부터 오빠를 좋아하게 된거 같아요.”
막상 대답을 듣고 보니 자신도 얼굴이 빨개져 버려서 몸 둘 바를 모르게 된 형민이 이제는 거의 빈 녹차 잔으로 시선을 내린 채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렸다.
“오빠..”
대답을 마친 혜미가 형민을 바라보며 부르자 형민은 녹차잔을 만지작 거림을 멈추고서 지금 침대에 앉아 자신을 지그시 쳐다보는 혜미를 응시했다.
“오빠는 언제부터... 예요?”
혜미가 묻자 형민은 혜미의 젖은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 그날.. 발렌타인때 학교 정문에서 널 봤을때 부터였지. 아마 그 때부터 네가 내 가슴속에 들어온 거 같아..”
눈을 지그시 감고 뭔가를 음미하듯이 형민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고 꿈결같이 혜미의 물음에 대답하자 혜미는 그런 형민을 나직히 불렀다.
“오빠..”
혜미가 그를 부르자 눈을 떠 혜미의 눈을 바라본 형민은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혜미의 눈에 홀린 듯 의자에서 일어나 혜미의 옆에 앉아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마주봤다.
“오빠..”
혜미가 안타까운 듯이 다시금 말하자 혜미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던 형민은 그대로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고 혜미또한 호응하듯 입술을 부딪혀갔다.
“하아~ 음...”
“혜...혜미야..”
그렇게 격렬히 서로의 입술을 탐하던 둘은 뭔가 부족하다는 듯이 서서히 침대로 누우며 서로의 몸을 감싸고 있는 껍질을 벗겨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오빠!”
혜미는 가슴에 잠시 차가운 기운이 쓸고 지나가자 놀란 듯 형민을 불렀지만 형민이 다시금 입술로 따듯이 덥혀주자 다시금 머릿속에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끼곤 형민의 행위에 동참했다.
다음날 아침 창문 창밖 햇살에 잠이 깬 형민은 자신의 팔을 베고 꿈나라에 빠져있는 혜미의 얼굴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비록 충동적 사랑이었지만 후회가 없었기에 형민은 곤히 자는 혜미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조심스럽게 베게를 혜미의 머리밑에 넣어주었다.
“자~ 아침식사는 뭘로 할까!”
매일 아침 혼자 일어나 귀찮음으로 아침 굶기를 밥먹듯이 하던 형민은 오늘따라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러 가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