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리얼 판타지아 [54 회]발렌타인데이(3) - 1
“냠냠냠!! 우물우물우물...”
“야.. 천천히 먹어라!”
지금 혜인과 형민은 몇 십년간 전주대 뒤편 높은 고지에서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며 이 곳을 매일 걸어서 올라오는 전주대여성분들의 다리근육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중앙도서관 앞 잔디밭에 앉아 우정 초콜렛을 까먹고 있었다.
“냠! 냠! 냠!! 쩝쩝...”
“얌마.. 너 초콜렛에 원한들렸냐?”
“응..”
혜인은 형민의 물음을 긍정으로 표시한 체 형민이 이름모를 꽃들에게 수확한 우정초콜렛들을 원수 보는 마냥 먹어치우고 있었다.
“에휴...”
엄청난 먹성을 자랑하는 혜인을 무시하고 형민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전주시를 바라봤다.
높이도 솟은 고층건물들 ... 예전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뿌연 매연이 깔린 도시는 이제 석화연료를 대신한 무공해 연료로 가는 자동차들로 인하여 꽤 맑아졌다지만 아직도 저 웅크린 짐승같은 도시 곳곳에는 빈민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19살에 이 대학교의 Rogas마스터학과에 들어오면서 들었던 총장의 그 엿같은 거짓말 연사속에 시작된 생활은 그에게 Rogas마스터가 될 수 있는 조그마한 길과 총장이 했던 연사는 모두 뻥이었다는 가르침을 남긴 채 어느덧 26살이라는 막중한 나이를 남겨주었다. 자신도 이렇게 사회의 부품이 되가는 건 아닐까 하는 씁쓸함과 함께...
“에휴... 휴학도 밥먹듯 했으니 그럴만 하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던 형민은 곧 석양으로 지는 해를 바라봤다.
“후우.......”
“삐리비 삐삐~ 띠리리링링!!”
잠시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문득 떠오르는 당시 학장의 빛나는 대머리를 잠시 씹어볼까 하던 형민은 곧 날카롭게 울리는 헨드메신져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메신져 폴더를 열었지만 폴더에 떠오른 한 줄기 글귀와 그 위에 있는 시계를 본순간 형민은 뒤에서 아직까지 열심히 먹고 있는 혜인을 무시한 채 달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내머리 저주할꺼야!!”
현재 남은시간 3분 전주대 정문 백마상과 중앙도서관의 거리는 짧게 잡아도 1.6km...
형민은 죽을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오빠!!! 빨리 좀 가봐!!!”
“지지배야! 넌 지금 차 밀리는 거 안보이니?”
전주대 들어가는 입구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혜원의 차는 멈춰서 있었고 혜미는 초조한 듯 혜원을 닦달하고 있었다.
“그냥 갓길로 가봐!!!”
“얘가 나 면허 끊기게 하고 싶어? 저 앞에 카메라는 보이지도 않아!!”
지금 혜원과 혜미가 타고있는 차 30미터 전방에는 경찰이 설치해 놓은듯한 카메라가 “당신들의 위반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라는 듯이 이쪽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과거 존재했던 속도위반 카메라와 달리 이 카메라에는 2급 AI에 달하는 경찰 컴퓨터와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차를 수동으로 전환하여 갓길을 위반하는 순간 위반사실은 직통으로 온라인으로 날아와 혜원의 통장사정을 악화시켜 버릴 것이다. 지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경찰 카메라의 사용 범위는 자질구레한 자동차 번호판 불량에서 갓길, 속도위반까지 모든걸 잡아내게 되어있는 최신의 기기였고 이런 기계가 있음에도 이놈의 교통은 뚫릴 생각을 안했다. 시계를 쳐다보니 이미 6시 5분... 숙녀의 약간의 늦음은 웃음으로 넘어갈수 있지만 현재상황으로 보아 충분히 가능성있는 20분정도가 넘어가면 상황이 좀 심각해 질 거라고 느낀 혜미는 곧 차에서 내려 바람에 나풀대는 치마를 부여잡고 뛰기 시작했다.
“헉헉헉.. 꺄악! 털푸덕!!”
아까 나오면서 혜미의 응분의 거대신발에 맞고 떨어져 바닥에 천연기념추상화를 그린 마지막 남은 천연기념물 까마귀의 한이었는지 어쨌는지 혜미는 다리가 꼬이면서 가슴에 소중히 안고 있던 백속에 들어있는 발렌타인 초콜렛을 쿠션삼아 앞으로 넘어져 버렸다.
“꺅! 초콜렛!!”
구두 한굽이 부러졌든 왼쪽 스타킹의 올이 무릎에서 발 뒤꿈치가지 대폭적으로 갈라졌든지 말든지 지나가던 연인 또는 남녀들이 수군대며 쳐다보든지 말든지 혜미는 백속에서 이미 기존의 모양과는 전혀 차별화된 모양을 수줍은 듯이 보여주는 초콜렛의 모습에 절망하고 말았다.
“우...우엥......흑흑흑...어엉!!”
자신의 꼴이 서러웠는지 아니면 형민에게 줄 초콜렛이 본연의 형체를 알수 없어 슬퍼졌는지 혜미는 초콜렛을 가슴에 안고 다리를 절뚝이며 전주대 교문 백마상으로 향하였다.
“헉! 헉! 헉!.... 휴....헥..헥...헥...!!”
백마상에 거의 도착할 때가 되어 헨드 메신져를 꺼내 보니 시간은 이미 6시 10분 분명 발렌타인과 연관되어 있을 혜미가 정한 시간은 6시.... 속으로 죽음의 기도문을 암기하며 백마상에 도착한 형민은 정문을 붙잡고 헥 헥 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아..아직...안온건가? 헉..헉”
그 때 그의 앞으로 울면서 절뚝이며 걸어오는 혜미
“어? 헥.헥.. 혜미야 그...그 꼴이 ...헉..헉....뭐야...”(아이구 숨차)..
그러자 형민을 본 혜미는 가뜩이나 울음이 그쳐가는 얼굴에 다시 눈물을 솟으면서 말했다.
“이... 나느 오빠 즈려구...흑~! 흑! ~ 초콜..렛 ...흑... 만들어왔는..훌쩍..데.. 오...다...가..훌쩍.....넘어져서.... 다 망가져...훌쩍....버렸어..”
혜미의 말을 가까스로 이해한 형민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웃으며 혜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
“.... 훌쩍..”
형민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자 뭔가 분위기가 달라짐을 느낀 혜미는 말없이 자신을 웃으며 응시하는 형민의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