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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건 또 뭐냐?"
중학생때부터 꿈꿔왔던 어두운 욕망을 해소시켜 기분좋게 숙면을 취하고 있던 디엔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회생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자, 이건 또 뭐시당가 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자네가 디엔인가?"
그 때, 회색의 공간 저 너머에서 검은색 배경에 금색 테두리를 쓴 고급스러운 로브의 노인이 성큼 성큼 다가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댁은 누구쇼?"
누군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자신을 죽일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고 이벤트가 아닐까 싶어 조용히 물어갔다.
로브를 쓴 노인은 로브에 달린 후드를 깊게 눌러 쓰고 있어 인중 아래쪽만 아슬아슬하게 보였지만, 그 덕분에 얼굴에 드러난 주름으로 상대방이 노인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내 이름은…이모…탈. 그래, 이모탈이였어. 자격이 있는 자를 받은지가 오래되놔서 내 이름도 잠시 깜빡해버렸구만. 껄껄껄!"
생각없는 놈이라면 여기서 '뭐야, 이 양반? 미친놈인가?' 싶겠지만, 디엔은 그런 무뇌아같은 행동을 하지 않고 그가 내뱉은 대사에서 여러가지 정보를 유추해냈다.
'자격이 뭔지 몰라도 이 노인은 자신의 이름까지 까먹을 정도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뭔지 몰라도 대박급 이벤트의 스멜이 풍겨주시는데?'
일단 무슨 이벤트인지는 모르는 만큼, 고분고분하게 입을 열었다.
"이모탈…영원 불멸이라…그런데 무슨 일로 날 찾아온겁니까?"
"으음? 지금까지의 자네의 행동을 봐선 많이 안 어울리는 말투로군?"
디엔의 성향이 악임을 상기시키는 듯한 지적이였지만, 디엔은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악당이긴 해도 무방비의 노인까지 무차별하게 죽이는 놈은 아니요."
무쌍연희 때, 이교 자매를 빼앗기 위해 무참하게 죽임을 당한 교현이 이 소리를 들었다면 피눈물을 치며 통곡했으리라.
뭐, 그래봤자 다른 게임 세계관이니까 상관은 없지만.
"홀홀홀~ 최소한의 예의는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군. 가끔씩 나를 만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이들은 성격이 나쁘면 다짜고짜 칼이나 마법부터 사용해대는 통에 골치가 아팠거든."
"그런데 아까부터 자격, 자격 하는데, 대체 무슨 자격을 말하는겁니까?"
"음, 그렇지. 원래 나의 사명은 자격을 가진이에게 자격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격을 가진 이가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설명해야 하지만, 수십년만에 자격을 가진 이와 만나게 되었으니 나도 모르게 말이 많아지는군. 미안하게 되었네."
그렇게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인 이모탈은 말이 많은 노인들 답게 중심에서 벗어난 사족을 덧붙였다.
"그래도 제카쿰이라는 예의바른 오크와 예의바른 인간을 연속으로 보게 되었으니 요 근래엔 나도 참 운이 좋군."
그가 말하는 요 근래라는게 수십년의 차이가 있지만, 아무래도 이모탈이라는 노인에겐 시간의 흐름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는듯 하다.
아니, 오히려 디엔의 귓가에 익숙한 이름, 제카쿰이라는 단어에 중심에서 벗어난 질문을 위해 입을 열었다.
"제카쿰? 그를 아십니까?"
"아아, 알고말고. 그는 현재 지상계에서 신의 힘에 가장 가까이 근접한 최강자라네. 1:1 승부에서 그를 이길 수 있는 존재는 드래곤을 제외하면 전무할걸? 아니, 드래곤도 좀 힘들지."
"크흠……."
디엔은 제카쿰 때문에 오크라는 종족 자체를 상향 평가하게 되었다.
다른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힘을 알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고기 방패에 불과한 하급 몬스터 따위가 이 게임에서는 어째서 이토록 강하단 말인가!
하지만, 제카쿰이 갔던 길을 자신도 도착하였다는 사실에 희열감을 감추지 못하고 기쁨어린 표정을 지은 디엔은 '자격' 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당신이 말하는 '자격' 이란건 대체 뭡니까?"
"어떤 생명체든간에 자신이 가진 능력의 한계치가 있지. 나의 존재 이유는 자신의 능력을 극한의 극한까지 갈고 닦아, 한계치까지 도달한 초인에게 한계를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켜주기 위해서라네."
"!!"
그러고보니 인간의 능력치 한계는 500이다. 그런데 디엔은 아티팩트를 흡수하여 근력과 건강, 민첩이 500을 초월하였다.
한계 능력치까지 도달하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능력치를 얻을 수 있는지 몰라서 다른 능력치 위주로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디엔에겐 그야말로 수십억의 황금만큼 가치 있는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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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틱 돈 전설의 항해, 루나틱 돈 서드북에서는 최종 능력치가 100이지만 90에서 성장이 멈춥니다.
그 이후부터는 이모탈이라는 캐릭터를 찾아가 대화를 하면 근력의 탑, 민첩의 탑, 지식의 탑 이런 형식으로 90 제한치를 초과시켜주는 던전을 소개해주죠.
기왕 루나틱 돈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으니 루나틱 스러운 이벤트를 넣어주고자 처음 소설을 쓸때부터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루나틱 돈의 이모탈 이벤트는 진짜 짜증나기 때문에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두고 내용물을 제 마음대로 수정했습니다.
PS:성녀 능욕씬을 욕하시려면 타임머신 타고 중학생 2학년이던 저를 찾아와서 따지세요. 그러면 현재의 성녀 능욕 장면이 여러분의 취향대로 바뀔겁니다. 낄낄낄~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여러가지 정보를 얻고자 질문을 하였다.
'생각보다 말이 많아. 일단 뽑아낼 수 있는 정보는 뽑아두자.'
"그런데 저를 제외한 인간이 당신과 마주한적은 몇 년 전입니까?"
이 질문은 수십년만에 자격을 가진 자와 만나게 된 이모탈의 수다에만 의지한 질문이였다.
말이 많은 노인이 대화를 할 상대를 찾게 되었으니 그만큼 많은 대답을 해줄것이라 기대하였고, 그 기대는 곧 현실로 다가왔다.
"한…200년은 좀 넘었으려나…너무 오래되서 나도 잘 기억이 안나는구먼. 인간들은 실리적인 발전에만 치중해서 적을 효율적으로 죽이는 방법은 마왕강림으로 인해 소멸된 기술들과 동급이지만, 육체라던가 정신을 집중적으로 수양하는 방법은 도외시하고 있으니 원…쯧쯧."
1년을 노력하여 5의 수치만큼 강해질 수 있는 방법과 10년을 수련하여 40의 수치만큼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1년의 노력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10년을 수련할땐 40밖에 되지 않지만, 20년째에는 200의 수치를 얻을 수 있다면?
흔히들 무협에서 사파의 무공은 빠르게 강해지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벽에서 더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정파의 무공은 꾸준하고 속도는 느리지만 안정성있게 고수가 될 수 있다는 설정을 사용하곤 한다.
현재, 인간들의 기술은 쉽고, 빠르고, 강하게 라는 생각만으로 발전하면서 사파의 것과 같은 성격을 띄게 되었고, 그로인해 일정 수준까지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벽에 가로막히게 되어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찌어찌 그 벽을 뚫은 이들은 마이스터라는 칭호를 받게 되지만, 마이스터에 도달한 이들은 거기서 안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200년동안 이모탈의 존재를 아는 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디엔도 블러디 바이퍼에서 여기저기 구르다보니 주워먹은 기본 상식이라던가 정보를 이모탈이 내뱉은 대사와 조합하여 위의 설명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좋아, 이 몸의 민첩성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는데 나를 따라올 녀석은 인간중에선 거의 없다는 뜻이잖아? 큭큭큭!'
인간들이 가진 기술의 수준이 낮다면 자신의 강함은 충분히 세계 레벨에서 통할거라 예상한 디엔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흠흠. 꽤 오래됐군요. 어쨌든 이제 슬슬 본론으로 돌아가죠. 제가 자격이 있는 자라면 이 자격으로 한계를 어떻게 돌파해야 합니까?"
"현재 자네가 달성한 초인의 영역은 근력, 건강, 민첩이군. 한가지씩 따로 한계를 돌파할 시련을 받는걸 원하는가, 아니면 3개의 능력을 한꺼번에 돌파하길 원하는가? 참고로 사족을 덧붙이자면 한계에 도달한 여러가지 능력을 한꺼번에 시험하려 한다면 난이도가 꽤 올라가지만, 스스로의 역량, 사정에 따라 적당하게 선택하는게 좋을걸세."
보아하니 능력치별로 시련의 종류가 다르고, 여러가지 능력을 종합시킨 시험도 존재한가 보다.
디엔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3개의 시련을 한번에 돌파하겠습니다."
"시련은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만 해결해야 하며, 한번 결정하면 다시는 변경이 불가능하네. 후회하지 않겠는가?"
"예."
중요한 선택지인 만큼 다시 한번 되물어오는 이모탈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디엔은 스스로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볼만한 장소가 필요했기에 난이도가 올라간다면 오히려 반길 상황이였다.
기연 형식으로 갑작스래 강해지면 좋을것 같지만, 스스로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그의 플레이 방식으로선 기연을 얻어 강해졌다고 룰루랄라 할 수 없었다.
강해진 힘의 한계가 얼마인지, 체력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어디까지 기민하게 피할 수 있는지는 실전이 최고라고 믿고 있는 디엔이 확답하자, 이모탈은 자신의 펄렁한 팔소매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주먹만한 구슬을 꺼내왔다.
'뭐지? 로브를 입으면 저 부분만 4차원 주머니로 변하나?'
이모탈과 비슷한 로브를 입은 케사르도 절대 나올 수 없는 부피의 물건을 꺼내드는 모습을 기억해낸 디엔은 가방을 들고다닐 필요없이 로브만 입으면 다 해결되지 않을까, 라는 망상을 하게 되었다.
"자, 받게. 원래라면 어디로 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만 주면 내 임무는 끝나지만, 요즘에는 초인들이 너무 없어서 내가 서비스해주는 걸세. 이 구슬을 부수면 자네가 시련을 받아야 할 장소가 나타나지. 언제 사용하는지는 자네 마음이네. 아, 시련을 돌파하면 자동으로 구슬을 사용한 장소로 돌아오게 되니 그렇게 알게."
"무슨 시련인지 몰라도 제가 사용하는 아이템을 그대로 사용해도 됩니까?"
"물론이지. 단, 가져올 수 있는 숫자가 제한되는데, 정확하게 24개의 아이템만 가져올 수 있다네. 수량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화살은 한 통에 1개로, 투척용 단검은 10개에 1개로 쳐준다네."
"으음……."
확실히 시련을 받은자가 힐링 포션이라던가 마법 스크롤 같은걸 잔뜩 가져와서 사용하면 그건 시련이 아니라 테마파크 수준에 불과하다.
주먹만한 구슬을 받은 디엔은 손바닥 위에서 아무런 특색없는 투명한 구체를 만지작 만지작 거렸다. 차가움이 느껴지고 특별한 기운이 없는 평범한 유리 구슬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빛내줄 최고의 아이템이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시련의 내용은 알 수 없겠습니까?"
"직접 그 구슬을 사용하고 5초만 주변을 둘러보면 무슨 시련인지 알 수 있을걸세. 그래도 모른다면 자네의 무식한 머리를 탓해야지. 껄껄껄!"
어지럽거나 복잡한 시련이 아니라고 확신한 디엔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이상 들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었다고 생각하며 얘기를 끝내려던 찰나, 이모탈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지금 자네가 겪는 것은 1차 시련이라네. 1차 시련을 겪고 강해진 힘을 또다시 한계까지 도달하게 된다면 마지막 2차 시련이 존재하니까 이 시련이 끝이라 생각하여 안주하지 말게나."
"에……."
기연을 얻고 지금까지 그 개지랄을 떨어가며 겨우겨우 강해졌는데 시련 후에 또다른 시련이 있다고?
'그 전에 내가 원하는 이상향을 먼저 만들겠구만.'
아티팩트급의 성물을 냠냠 해주신다면 모를까, 평범하게 레벨업해가며 강해진다면 평생 볼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자, 내 역활은 여기까지네. 참, 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되도록 피해주게나. '이모탈' 이라는 존재는 스스로의 의지로 육체와 정신을 갈고 닦은 이에게만 찾아가는 조언자니까."
즉, 자신을 만나고자 노력하는 이와 스스로 강해지고자 노력하는 이는 전적으로 다르다는 의미였다.
'당연히 피해야지! 나외의 다른 놈들이 강해지면 뭐 어쩌자고?'
괜시리 이모탈에 대해 언급했다가 엉뚱한 놈들이 시련을 겪고 강해진다면 스스로 강적을 만드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아군에게도 그 사실을 숨겨야 하지만, 의도적으로 한계치까지 도달하도록 유도한다면 충분하리라.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네. 다른 능력을 한계까지 도달하면 또다시 나를 만나게 될걸세. 그럼."
이모탈이 손을 휙 휘두르자 회색의 공간이 메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깨지기 시작하더니 완전하게 공간이 붕괴되자 그와 동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수면에서 깨어난 디엔은 가장 먼저 자신의 손에 잡혀있는 이질적인 감촉을 느끼고 팔을 들어올리자 이모탈이 건내준투명한유리 구슬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씨익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