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5화 (155/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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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수압이 극한까지 높아진 물은 사람의 신체를 절단할 수도 있고, 단단한 금속까지 잘라낼 수 있는 절삭력을 가지게 된다.

물의 정령사들이 싸우는 방법은 대부분 이런 종류다. 물의 압력을 이용하여 대포처럼 적에게 타격을 입히거나 칼날처럼 날카롭게 베어낸다.

다른 정령들과 달리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물의 정령들을 무시하는 기사들은 갑옷조차 베어낼 수 있는 물의 칼날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져나갈 정도로 위력적이였지만, 눈 앞의 붉은 피부의 오크에게는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푸화아악! 터엉!

물의 기둥이 대포처럼 쏘아져 나가 붉은 피부의 오크를 가격하였다. 소리까지 제대로 났고, 오크의 몸도 크게 돌아갔다. 하지만.

"크카카카카캇! 간지럽다! 간지럽다고!"

붉은 오크는 성벽조차 뚫어버릴 수 있는 수압력을 가진 물대포를 맞고서도 광소를 토해내며 자신의 발을 묶으려는 물의 정령들을 주술이 걸린 쇠몽둥이로 청소하듯 쓸어버렸다.

"큿! 이 괴물 오크가!"

국가에서 인정한 최고의 정령 친화력을 가졌기에 평민의 몸, 그것도 젊은 나이로 남작의 자리를 꿰찬 닐리 시아타는 다른 정령사들이 거북이 모양의 하급 정령과 물로 이루어진 작은 소녀처럼 생긴 중급 정령들을 사용하는데 반해, 성숙한 여성의 이미지를 가진 상급 정령을 통해 독보적인 공격력을 자랑하였다.

아니, 했었다.

촤악! 쏴아아!

사방에서 반월 형태의 물의 기둥들이 날카롭게 쏟아져도 몸으로 그것들을 다 받아내는 붉은 오크, 쿠엘의 몸뚱아리에는 작은 상흔조차 남기지 못하였다.

"크하하하하하! 재밌는데, 이거!"

자신의 몸을 안마하듯이 두드려주고, 알아서 몸을 씻겨주는 물의 정령들의 공격을 오히려 즐거워한 그는 일부러 설렁설렁 공격하면서 정령사들의 공격을 일부러 받아주었다.

정령사들은 정령력의 한계까지 뽑아내며 땀을 비오듯이 흘리고 있는데, 그 혼자만 워터 테마 파크에 놀러온것 마냥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상황.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이 광경을 본다면 수많은 정령사들이 오크의 때를 벗겨주는 걸로 착각할 지경이다.

쿠우우웅!

"!!?"

"!!"

그 때, 요새 건너편 방향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마나의 파동에 정령사들과 쿠엘은 전투를 멈추고 자신들도 모르게 요새 건너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뭐지……? 이 엄청난 마나의 파동은……!? 드래곤이라도 나타난건가!?"

닐리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마력의 잔재에 드래곤이 아닐까 기겁하였지만, 쿠엘은 익숙한 느낌인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거참, 족장님이 저렇게까지 열받은적은 거의 없었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경우가 많지만, 쿠엘같은 경우엔 평상시엔 말을 더듬다가 흥분하면 오히려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하는 특이한 케이스다.

"이거 미안하게 됐는데. 원래는 재밌게 해준 보답으로 살려보내려 했는데 족장님께서 진심으로 나선 이상,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말이지."

"뭣……?"

인간처럼 유창하게 대사를 구사하는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란 정령사들이였지만, 쿠엘은 입가에 웃음기를 지우고 살기를 띄며 정령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막아라!"

정령사들은 물의 정령만으로 모자라다고 생각하여 땅의 정령들을 소환하여 바위로 이루어진 손이 튀어나와 쿠엘의 손을 덥썩 잡아챘지만, 힘있게 발을 옮기자 바위 손은 허무하게 아스라져갔다.

돌벽을 만들고, 장애물을 만들고, 끝이 뾰족한 거마창 형식으로 바위의 벽들을 세워도 우직하게 힘으로 그것들을 모두 뚫어버린 쿠엘은 정령을 다루는것 외엔 특별한 힘이 없기에 도망치지 못하고, 몇몇씩 모여 땅의 정령들을 통해 두터운 장벽으로 자신들을 보호하고있는 정령사들을 향해 거대한 철제 클럽을 휘둘렀다.

콰드득!

최소한 한번이라도 막을 수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한번의 일격으로 돌의 장벽은 물론, 그 안에 숨어있던 정령사들의 상체까지 분해해버린 쿠엘은 더이상 장난같은것을 칠 생각이 없는듯, 자신의 무용을 뽐내지 않으며 곧바로 다음 희생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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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씨... 아직 의심이 덜 풀리셨는지 사우론의 눈 어머니 ver.1 이 감시하시는 중인지라 글 쓰기가 빡셉니다.

하지만 이만한 고난은 어떻게든 해쳐나가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것을 스스로 생각해내고, 그것보단 낫지 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예?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거요?

음...여러분들도 영향좀 많이 받을테지만, 사람이 무서워하는 것을 따지는것도 개인 취향이 있으니까 솔직담백하게 고백하겠습니다.

얀데레 게이가 무서워요 ㅡㅡ

그냥 얀데레도 무서운데 게이가 얀데레! 실제로 존재하면 저의 맨탈은 파괴됩니다.

처음엔 저도 이게 뭐야, 싶었는데 조금씩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니...우와 씨발...-뭐냐! 이 마력의 파동은!-

-마왕이 다시 한번 강림한건가!-

마왕강림 시절에 엘프들 사이에서 귀족취급 받는 가문중 하나인 실버리문에서 배출한 영웅에 의해 현계에 강림했었던 정령왕들은 마왕과의 결전, 혹은 마왕을 따르는 사천왕들과의 싸움에 자주 참전하였다.

그렇기에 마왕의 힘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령왕들은 제카쿰이 분노를 실어낸 일격의 파동을 마왕의 것이라 착각하고 말았다.

'쓰으…이거 큰일났네. 족장이 제대로 열 받았나본데?'

'족장?'

'설마 이 힘이 네가 모신다는 제카쿰이라는 오크 족장이 발출하는 기운이란 말이냐?'

지금까지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로 불의 정령왕 카크넬, 땅의 정령왕 우스파푸와 대화하던 첼카루의 목소리가 심각해졌지만, 정령왕들의 관심사는 '족장' 이라는 단어였다.

'마왕이 아니라 마왕 할애비랑 맞짱도 뜰 수 있는 괴물이지. 더 지랄맞은건 뭔가 특별한 태생도 아니고, 늙어가는대도 계속해서 실력이 상승하고 있다는 거야.'

'뭣이?!'

'허어…우리가 그동안 소환되지 못한 600년동안 이 땅에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놀라는 우스파푸와 한탄 섞인 물음을 자아내는 카크넬.

그들로서도 하급 몬스터인 오크를 우습게 보는건 당연한 일이였다.

물론, 첼카루도 똑같은 오크이긴 하지만, 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세상의 균형을 지키는 묵시의 계보를 잇는 수호자의 업을 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게임 설정상, 세상의 창조와 동시에 창조신이 자신의 손을 타고 태어난 아름다운 세계가 더이상 발전하지도, 퇴화하지도 않게 그 중간을 조절하는 역활을 맡긴이들이 '묵시자' 이지만, 게임 시스템으로 설명하자면 얘기는 조금 다르다.

만약, 플레이어가 현실에서의 기술, 즉, 중세시대에서 보다 진보된 무기(예를 들자면 총기류같은), 문화를 전파하면 게임내 밸런스와 세계관이 바뀌지 않게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묵시자' 들이라는 NPC들이 플레이어를 죽이려고 찾아온다.

한마디로 게임 내의 세계관이 바뀔 수 있는 행동을 했을시, 세계관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작자들의 장애물인 것이다.

물론, 어느 한도 내에서는 세계관이 바뀌어도 문제는 없는데, 디엔이 생각하는 '종족불문 암컷 노예화' 계획은 매우 아슬아슬하게 컷트라인 안에 들어갈 수 있다. 한도치가 100이라고 하면 그의 계획은 99.99 에서 딱 멈춘 정도랄까.

이게 가능한 이유는 처음 게임 세계관 창조시, 여성이 많지만 사회적 지위를 매우 낮게 하여 소수의 남성이 대다수의 여성을 지배하는 세계관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어느 한도' 라는 말은 처음 시작하여 자신이 플레이할 세계를 창조할때, 플레이어가 변경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정령왕들은 첼카루가 마지막 묵시자라고 말하였지만, 아마 디엔이 위의 사항을 위반하는 일이 생겨나면 사방에서 지금까지 숨죽이며 지냈다는 설정의 묵시자들이 갑툭튀하면서 그를 죽이기 위해 첼카루 수준, 혹은 좀 더 낮은 실력자들이 우르르 몰려들 것이다.

그 때, 첼카루와 정령왕들은 마왕급 마력의 파동을 가진 이가 가까워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건너편에 있는 제카쿰이 요새 안쪽으로 돌입한 것이리라.

콰앙! 우지직!

"으아악!"

"막아! 막으라고!"

서로 말을 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과 생긴게 다르다는, 몬스터 따위와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인간들의 행태에 절망한 제카쿰이 요새 안쪽으로 난입하여 분노를 토해내자,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인간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자신을 귀찮게 만드는 레인저들을 처리하면서 성벽에 방금 도착한 첼카루는 높은 성벽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더이상 자신이 나설 이유가 없음을 깨달았다.

"성벽이 무너진다!"

요새 안쪽에서 들려오는 비명같은 경악성과 함께, 자신의 시야를 가로막고 있던 요새의 성벽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쿠르르르----!

"이크."

자신을 향해 넘어오는 성벽의 모습에 후다닥 거리를 벌린 첼카루는 무너진 성벽 너머로 만약을 대비하여 요새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백여명에 가까운 예비대의 시체와 피웅덩이의 중앙에서 발을 제외하고 피 한방울 묻히지 않은 제카쿰이 오연하게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아…으아……."

이 요새의 지휘관인, 다른 기사들과 달리 고풍스러운 갑옷을 입고 있는 여기사, 오리아 벤토르 백작과 살아남은 병사들과 마법사들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몰라도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대충은 예상 가지만.'

어째서인지 몰라도 불필요한 살생을 증오하는 그가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파괴자가 되어 수많은 인간들을 죽이고 성벽을 단신으로 붕괴시킨다면 누구라도 공포에 질리는게 당연하리라.

"네가 지휘관인가."

자신을 공격하던 예비대 백여명, 요새 병력의 거주지에 성벽까지 무너뜨리는데 5분도 걸리지 않은 제카쿰의 모습에, 압도적인 절망감을 맛 본 오리아는 눈 앞의 오크가 하급 몬스터이기 이전에 자신을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맹수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듯이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은 졌다. 이 땅에 남아있는 인간은 너희들이 전부다."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는 강탈당하고, 양동은 완전히 실패. 레인저들은 첼카루가 땅을 뒤집고, 불태우면서 완전 소각. 정령사들은 쿠엘이 이 시각,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던 닐리의 몸뚱아리를 피떡으로 만들면서 전멸하였다.

제카쿰은 첼카루가 요새 근처까지 도착한것이 숲에서 저항하던 레인저들을 전부 처리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오리아를 향해 확신어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후퇴한다면 추격은 하지 않겠지만, 끝까지 결사항전하겠다면 나 또한 전사로서의 예우로, 내가 직접 모두 고통없이 끝내주지."

"으으……."

공성전에서는 모든 병력을 성벽 위에다 올려두는 것은 그야말로 저잣거리에서 파는 쓰레기같은 3류 병법서조차 읽어보지 못한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렇기에 만약을 대비하여 요새 내부에 대기시켜둔 백여명의 예비대의 생명을 언제 공격하였는지조차 확인이 불가능한 스피드로 앗아가는데 30초도 걸리지 않고, 성벽을 파괴하는 힘을 가진 괴물에게 이정도 숫자로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

이번 원정을 실패하면서 오리아 백작의 가문은 직위가 낮아진다거나 감옥에 갇힌다거나 온갖 처벌을 받겠지만,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것보단 나아보였다.

"크으윽……. 알…겠다……."

결국, 고개를 떨구며 항복하자, 제카쿰은 살기를 깊은 한 숨과 함께 날려보냈고, 인간들의 눈빛을 뒤로하며 정문 방향으로 향하였다.

"어라, 거긴 땅의 정령들이 갇혀있는 장소인데?"

첼카루도 이번엔 그가 무슨짓을 하려는건지 몰라 그 뒤를 따라갔다.

제카쿰보다 좀 더 늦게 정문을 통과하자 우스파푸의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이 빌어먹을 인간놈들이! 정령들을 뭘로 보고 이딴 짓거리를 하는게냐!'

정령들의 성격은 대체적으로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한 장소나 물건을 보금자리마냥 틀어박혀있는 정령들과, 드넓은 자연을 마음껏 만끽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는 정령들.

일반적으로 인간과 계약하지 않는한, 아주 작고 미약한 이변밖에 만들어낼 수 없는 힘과 지능을 가진 하급 정령들만이 지상계에 체류하고 있는데, 땅의 정령왕인 우스파푸는 자신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하급 정령들을 강제로 가둬둔 인간들의 행태에 분노하였다.

"큿……."

그 때, 첼카루의 신음성과 함께, 그의 몸을 뒤덮고 있던 화염과 암석의 갑옷이 일부분 무너졌다.

제한시간을 넘어서면서 그의 몸에 무리가 온 것이다.

'하필이면 이럴때……! 첼카루! 조금만 더 버텨다오! 단 한번! 단 한번만 힘을 낼 수 있으면……!'

'걱정할 필요 없어, 할망구. 지금 생각해보니 저 작자가 지금 저기로 가는 이유도 댁과 같은 이유일테니까.'

'뭐……?'

그리고선 정령왕들간의 계약을 끊어버리자, 그의 뇌리속에 불의 정령왕, 카크넬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크하하하! 간만에 힘좀 쓰니 시원하구만! 앞으로 자주 불러다오!'

간만에 중간계에 강림한 카크넬은 속 시원하다는 음색으로 사라졌지만, 우스파푸는 끊어져가는 계약을 간신히 잡아당겼다.

'잠깐! 난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 내 자식들이 저런 꼴이 되어버렸는데 그냥 돌아가라니!'

'아오, 이 끈질긴 할망구가!'

창조신에 의해 창조된 후, 수많은 정령들을 태어나도록 한 모체인 우스파푸에겐 어떤 심한 모욕을 들어도 이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빌어먹을……! 이대로 가다간 말라죽고 만다고! 알겠으니까 그만좀 버텨!'

그리고선 어깨 부위에 손가락 마디 만한 크기의 암석만을 남겨놓고 남은 정령왕의 정수를 모조리 정령계로 귀환시키면서 아슬아슬하게 합의점을 보게 되었다.

힘을 쓰기 위함이 아니라 단지 상황을 볼 수 있는 만큼만 존재를 남겨둔 것이다.

'저 양반이 하는걸 보기만 하라고. 왠만하면 나서지 않는 양반인데 일단 한번 나서면 깔끔하게 모조리 정리해버리니까.'

'…….'

쿠르르르!

그 때, 요새 바깥쪽으로 나가 어느정도 걸어가자, 살아있는 생명체를 발견한 땅의 정령들이 분노를 토하고자 암석으로 이루어진 골렘같은 몸을 이루기 시작했다.

"자연과의 친화력을 가진 정령사들이란 작자들이 이딴 짓거리를 하니 분노할 수 밖에……. 그대들의 분노, 충분히 이해하고 있소. 이제 그만 가고싶은데로 가서 자연을 만끽하시오."

그리고 전력을 담아 진각을 밟자, 

쿠웅!

콰드드드득!

진각을 중심으로 가뭄을 겪은 논밭처럼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쿠웅!

빠그그극!

뒤이어 발을 바꾸어 다시 한번 진각을 밟자, 말라붙은 논밭처럼 갈라지던 땅의 균열은 더더욱 커져갔다.

쿵!

우르르르르--!

마지막으로 세 번째의 진각을 밟자마자 땅이 위아래로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마나를 관통보단 퍼트리는 위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면서 그 반동으로 진도 7.0을 겪은것처럼 땅이 붕괴시킨 것이다.

단 세 번의 진각으로 수백m의 땅을 붕괴시키자, 지층 안쪽에 새겨진 마법진이 망가지면서 자유를 되찾은 땅의 정령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다.

자신이 할 마지막 일을 끝낸 그는 크게 한 숨을 내쉬며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듯이 터덜 걸음으로 자신이 붕괴시킨 땅을 가로지르며 연합군쪽에 위치한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갔다.

'대지가 붕괴된건 슬프지만…그래도 내 자식들을 풀어주기 위해서이니 오히려 감사를 표해야겠군. 내 고집을 들어줘서 고마웠다.'

'알겠으면 빨리 꺼져. 지금 당장 뒤질것 같으니까.'

'…미안하다.'

평소였다면 자신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그를 향해 지지 않겠다는 듯이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겠지만, 자신에 의해 그의 몸이 얼마나 가혹한 무리를 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더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연결을 끊었다.

파스스--

어깨에 붙어있던 마지막 암석이 재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한 첼카루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아주 작은 암석이였지만, 정령왕을 유지시키는 일인만큼 엄청난 압박감으로 온 몸이 짓눌리는듯한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전쟁도 끝이군."

첼카루는 뭉친듯한 목을 좌우로 풀어주며 제카쿰의 뒤를 따라 막사쪽으로 향하였고, 단 한 명의 오크가 벌인 행위를 지켜보고 있던 요새의 생존자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후퇴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인간과 몬스터의 전쟁은 끝이났지만, 다른 종류의 전쟁을 치루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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