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4화 (15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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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일단 처음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저번편 올리던 전 날에 갑자기 제가 즐기던 게임 아이디가 해킹당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 십라, 어떤 개생키야?' 라며 투덜거리고 말았습니다만...

그 다음날 아침에 어머니께서 절 부르시더군요.

저보고 야한 소설 쓰고 있냐는, 뭔가 확신에 찬 추궁이였습니다. 인터넷에서 '사베트' 라는 이름을 쓰고 있냐고 물어볼때는 진짜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뼈저리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외국어에 익숙치 않는 어머니의 한계상, 이름을 이상하게 부른다고 가정하였을때 누가봐도 어머니께서 말한 단어는 제 아이디였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제가 뭐라 변명을 했는데 겉으론 태연한척 했지만, 속으론 진짜 미쳐 돌아가시는줄 알았습니다. 너무 당황해서 제가 무슨 말로 변명했는지 아직도 기억이 잘 안나요.

어찌됐든간에 이름이 비슷하다 라는 변명으로 인터넷에 대해 잘 모르는 어머니를 속이는데 성공했지만(죄송합니다 어머니) 이성이 돌아오고 나니까 분노랑 의문이 떠오르더군요.

어떤 개새끼가 내 비밀을 꼬바른걸까? 대체 어떻게 내가 사바트인지 알고 어머니에게 말한걸까?

그렇게 궁리하다보니 게임 아이디가 해킹당한 것도 그 녀석의 소행이고, 나의 신상을 터는게 아닐까 라면서 많이 비약적인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내 아이디를 해킹한 놈을 알아봤는데, 알고보니 그 녀석은 짱개였고(ㅅㅂ 산둥성) 단지 우연찮게 시기가 겹쳐져 저의 의심을 사버린겁니다.

결국엔 어머니께 꼬지른 그 새끼는 못 찾았지만...이 글 보고 있으면 경고한다. 일단 어떻게 내가 사바트인지 알아낸건 진짜 미치도록 궁금하지만 이건 일단 그냥 넘어가자.

다시 한번 이와같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찾아갈거다. 니가 어머니한테 말했다는 건 역으로 봤을때 너도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놈이니까 네 놈 정체 반드시 알아내서 찾아가주마.

PS:글을 다 쓰고나니 문득, 제 정체를 알아낸것에 대한 한가지 가설이 생각났습니다. 제 후기글을 통해 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커다란 사건이 알려졌는데, 그만한 사건이 두개나 겹칠리 없으니 이 부분을 통해 알아낸게 아닐까 싶네요.영원히 지속될것 같았던 지루함. 드래x볼에 나오는 정신과 시간의 방 이라는 표현을 들먹거려야 설명이 가능한 영겁의 흐름.

-신성력을 타락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도중에 촉수를 회수하지 마십시오. 타락율 99%-

그 영겁의 흐름이 지금 드디어, 그 끝을 도달하려고 한다.

-모든 신성력을 타락시켰습니다!-

"으오아앙아ㅏ아아아아아아아!"

신성한 기운을 내뿜던 성물이 검은색으로 완전히 뒤덮히자, 괴성섞인 환호성을 내지른 디엔은 드디어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데 희열감을 느끼게 되었다.

"아아…자유란게 정말 위대한 것이였구나…….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았던 거야……."

누가 들으면 도를 터득한 도인의 것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깨닫음이 섞인 희열어린 목소리로 자유를 찬양한 그의 모습에 주변 몬스터들은 '쟤 왜저래?' 라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말고 있었다.

"큼큼."

'일단 타락시키면 뭐가 좋은지 확인부터 해볼까나.'

부하들의 눈빛에 멋쩍은듯, 헛기침을 내뱉으며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성물을 타락시키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확인하였다.

-성물이 완전히 타락하자 아트로팔의 척추가 성물을 흡수하고자 합니다. 흡수하지 않으면 워배너로서 사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트로팔의 척추에게 성물을 넘기겠습니까? Y/N-

'워배너로!?'

워배너의 숫자와 워배너로부터 받는 버프의 제한은 없기 때문에 아무리 효과가 작은거라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하지만 척추에게 이걸 넘겨주면 그에 상등한 이득이 돌아올것 같은데 말이지.'

이런 종류의 선택지는 전혀 다른 방향이긴 하지만, 비슷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굳이 예로 들자면 퀘스트를 해결하고 무기를 얻느냐, 방어구를 얻느냐라는 선택 보상과 비슷하달까.

문제는 아트로팔의 척추가 성물을 흡수할때 생기는 메리트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쪽은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반대쪽의 경우엔 거의 도박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아트로팔의 척추가 가진 능력을 알게 된 이상, 언제나 워배너만 챙길순 없는 노릇. 궁금한게 있으면 그 즉시 풀지 못하면 답답해하는 성격인 디엔은 도박의 심정으로 성물 흡수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모 아님 도다! Y!'

-아트로팔의 척추가 성물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쉬리릭!

등허리에서 튀어나온 척추는 그대로 성물을 빼앗듯이 채가면서 자신의 본체로 되돌아가기 시작했고, 디엔은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이질적인 감각에 작은 신음성을 흘려보냈다.

이번엔 방금전처럼 진행율을 따지지 않는듯, 별다른 시스템음이 들려오지 않았다.

'크흐음…마치 주사 맞는 기분인데…….'

몸속으로 손바닥보다 좀 더 큰 조각상이 들어가는 것을 기다린 디엔은 더이상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지지 않자, 또다시 메세지음이 떠올랐다.

-성물을 완전히 흡수, 용해하였습니다. 타락된 신성력을 얻게된 아트로팔의 척추는 강화되어, 신성 공격에 5% 면역력과 건강, 민첩, 근력이 9 상승합니다.-

'오!?'

기본적으로 아트로팔의 척추로 인해 음 에너지와 신성력에 10%의 면역을 갖춘데다 건강, 민첩, 근력이 영구적으로 80이 증가되었는데, 성물을 흡수하면서 신성력에 대한 면역력과 추가 능력치를 얻게 되자 디엔의 눈이 희열로 번뜩였다.

레벨업을 할 필요 없이 성물만 낼름낼름 먹어치우면 위에 명시된 능력치들이 상승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메리트. 아니, 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시간이 좀 걸리고 부하들 외의 사람들 앞에서 이런짓을 하기 힘들지만, 이러한 능력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트로팔의 척추가 가진 가치가 몇십배, 아니 몇백배는 올라갔다.

"크크크큭! 드디어 내게도 기연이란게 찾아왔구나!"

솔직히 까고 말해서 그가 얻은 기연은 은근히 많다. 그레이 케이브 클랜을 얻으면서 얻은 유니크 등급의 할버트, 모렌카린의 감옥을 털면서 얻은 수십가지의 무구들, 정작 본인은 스스로 설정해놓고 잠시 깜빡한것 같지만, 레어 아이템 드랍율을 보통에서 한단계 하향시켰음에도 이러한 아이템을 수십개나 얻는다는 것은 보통의 행운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그만한 노력과 고생을 했기 때문에, 그가 직접적으로 기연이라 판단한 일은 이번이 두번째였다.

첫번째는 지금까지 자신의 기초 능력치를 올려주는데 큰 역활을 해준, 레벨업 할때 추가 포인트를 올려주는 수련서, 쿠룸 칼라리를 시작하자마자 얻은 것이다.

슈우우--

'후후. 기다려라, 루이네. 이 몸을 여기까지 키우는데 도와준 네 년은 나의 애첩으로 만들어 두고두고 길러주마.'

일단, 블러디 바이퍼에서 뽑아먹을 수 있을때까지 뽑아먹고 난 후에 루이네를 납치하기 위해선 능력치가 조금이라도 높아야 하기에 아트로팔의 척추는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보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우웅---!

"그런데 아까부터 짜증나게시리 뭔 소리가……."

"주인님! 뭔가 날라와요!"

그 때, 모렌카린이 무언가를 느끼고 손가락으로 공중을 가리키자, 디엔과 더불어 모든 몬스터들의 눈이 그녀의 손가락 끝을 향하였다.

"씨발! 이번엔 또 뭐야! 기다려! 당황하지 마라! 이건 공명의 함정…이 아니라 빠르지만 아직 떨어지기까지 거리가 있다! 낙하 지점을 잘 보고 거기서 피해!"

지금까지 운이 좋거나 일이 잘 풀리면 꼭 뭔가가 태클이 걸려오기에 신경질적인 욕설을 퍼부으며 이쪽을 향해 날라오는 무언가를 피하도록 지시하였고, 몇몇 몬스터들이 자신들쪽으로 날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후다닥 몸을 피하면서 추락한 무언가에 의해 사상자가 생겨나진 않았다.

쿠웅! 콰르르르르!

공중에서 추락한 무언가는 땅과 충돌하자마자 흙을 뒤집듯이 바닥을 갈아대며 수미터까지 전진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멈추게 되었다.

몬스터들은 무기를 치켜들며 조심스럽게 흙먼지 안에 있는 무언가를 향해 다가가려 하자, 디엔이 그것을 만류했다.

"모두 멈춰! 모두 거리를 벌리고 경계를 취해라!"

공중에서 떨어진 미지의 무언가에게 섣불리 다가가서 기습적인 공격에 죽어나가는 엑스트라들의 모습을 괴수 영화에서 수없이 많이 본 그는 자신마저 그런 멍청한 짓을 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후우우웅--

땅에서 떨어진 충격파, 바닥을 긁어가며 날라간 덕분에 자욱한 흙먼지 밖으로 부하들을 유도한 디엔은 흙먼지가 모두 개일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몇차례 바람이 불고, 시간이 지나면서 흙먼지가 가라앉자 서서히 추락한 무언가의 형태가 드러났고, 앞을 보는데 크게 방해되지 않을 정도가 되자 디엔은 자신의 방어력을 믿고 천천히 다가갔다.

"뭐야 저거, 시첸가……?"

인간의 형상을 한 누군가가 널부러진 모습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두 눈이 희둥그래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이익!? 아까 그 갑옷 기사년이잖아!"

셜리의 이름을 모르기에 갑옷 기사라고 칭한 디엔의 외침에 다른 몬스터들도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자신들의 주군과 함께 침착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눈깔이 병신이 아닌 이상, 저 모습은…….

"죽은것 같은데?"

"죽은거 아냐?"

"거의 죽기 일보직전의 모습일세?"

대체 무슨 충격을 받았는지 몰라도 갑옷과 투구의 정면 부위는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고, 개방된 얼굴 너머에서는 내상이라도 입은듯이 검은 피를 토해내는 셜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쯧. 꽤 예쁜 년인데 얼마 안가서 뒈지겠는데?"

안색은 창백해진 상태, 부서진 갑옷 안쪽에서는 몸을 절단하려다 만듯한 상처에서 피를 꿀럭꿀럭 분출하고 있었다.

투구에 가려져서 몰랐는데 꽤나 예쁜 외모를 지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안타까웠지만, 그녀의 공격으로 HP가 손상된 몬스터들의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포션을 모두 사용했기에 회복 도구는 하나도 없는 상태였기에, 그녀의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잠시후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대장. 이 암컷, 상처가 계속 낫는것 같은뎁쇼?"

"뭔 개소리냐, 샤쿠? 내가 적들한테만 개드립치랬지 나한테까지 치랬…어랍쇼?"

완전히 등을 돌려 시야를 땔때, 미련을 못 버린 샤쿠가 그녀의 상처가 낫는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빠른 속도로 상처가 아무는 모습에 신기해하며 지근거리까지 다가가자, 그의 귓가에 방금들은 익숙한 메세지음이 떠올랐다.

-아트로팔의 척추가 성물을 발견하였습니다. 신의 사생아인 아트로팔의 잔념이 신성력을 타락시키길 원합니다. 마음대로 하게 둘까요? (Y/N)-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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