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3화 (153/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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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서 좀 더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려보고자 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침체된 가족 분위기에 활기좀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옛날에는 새해가 지나가면 그냥 지나가나 보구나 싶었는데, 이번엔 일부러 새해되기 전에 전화를 걸어서 조금 쪽팔리지만 사랑한다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하니까 어머니께서 너무나 좋아하시더군요.

며칠간 안 쓴것에 비해 분량이 그다지 많지 않아 욕좀 먹겠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일부러 시간 내서 함께 한 보람은 있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아 십라...생각해보니 2년만 더 있으면 솔로부대 원수가 되는구나...

솔로부대 대장(포스타) 밑으로 다 집합해! 새해 복은 솔로 부대만 받아라!

PS:원래 이 부분은 2편 분량을 계획하였지만, 스피디한 전개를 위해 빠름~ 빠름~ 빠르음~신의 금속이라는 오리하르콘. 가벼우면서도 모든 광물중 아다만티움과 비등한 강도이면서도 마나의 유통이 가능한 최강의 금속.

오리하르콘으로 만들고, 한층 강해진 마나로 아케인 소드를 형성시킨 검은 그야말로 유니크 무기조차 간단히 썰어버릴 정도의 공격력을 자랑한다.

아니, 자랑했어야만 했다.

카앙!

"어째서!? 어째서 통하지 않는거야!?"

셜리는 자신의 무기를 튕겨내는 제카쿰의 그레이트 액스의 모습에 경악성을 감추지 못하였다.

처음, 제카쿰이 무기에 마나를 덧씌울때는 저만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인 만큼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그리 놀라지 않았다. 상대방이 어떤 무기를 사용하든간에 결국 자신이 그것까지 베어낼테니까.

하지만, 최초의 격돌 이후, 계속해서 오리하르콘 소드와 맞부딪혀가며 자신의 공격을 튕겨내는 그의 모습에 경악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공격 이후에는 다음 공격에 무기가 파괴될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아무리 부딪히고 충돌해도 그의 도끼날은 끝부분만 조금 상해 있을뿐,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불가사의 수준이였다.

"크하아앗!"

그 때, 제카쿰이 기합성을 내지르며 도끼로 강하게 후려쳤고, 모든 능력이 강화된 동체 시력으로도 뒤쫓기 힘든 스피드로 자신의 몸을 갈라내기 위해 날라오는 그레이트 액스를 향해 본능적으로 힘껏 휘둘렀다.

콰아앙!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마나의 충돌로 인해 강렬한 폭음이 퍼져나갔고, 셜리의 몸은 뒤쪽으로 날라갔다.

치직- 지이이익--

십수미터 가량 밀려나가면서 가까스로 두 다리에 힘을 가해 멈춰선 그녀는 오리하르콘으로 제조된 대다 온갖 보호 마법으로 무장된 아티팩트 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죽을뻔했다는 위기감에 휩쌓였다.

'대체 저 오크의 정체가 뭐야!'

이해가 안된다. 어떻게 겨우 오크 따위가 이런 힘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오크 따위가 이렇게 강한데 영웅의 후계자인 자신은…….

'안 돼……! 그럴 수 없어……!'

여기서 패배하게 되면 자신은 오크 따위에게 진 허약해빠진, 영웅 바크오의 이름을 더럽히는 최약의 후계자로서 영원한 불명예를 지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으며 제카쿰을 향해 달려든 그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그래! 힘이 강한건 어쩔 수 없지만, 속도전을 펼친다면……!'

샤악! 사사삭!

바람을 가르며 스피드를 올려 제카쿰의 주변을 맴돌며 눈과 감각을 현혹시켜갔고, 자신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정면만을 우직하게 바라보는 모습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금이다!'

오크의 등이 허점투성이라 판단한 셜리는 속도를 높히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그의 등허리를 향해 검을 찔러 들어갔다.

자신의 검이 등허리의 척추를 잘라낼듯이 들어가려는 순간,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였다.

쉬익!

"…어……?"

분명히 상대는 눈 앞에 있다. 검도 몸 안으로 분명히 들어가 있다. 그런데 허공을 찌르는듯한 이 감각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녀는 자신의 검에서 느껴지는 공허한 느낌에 당황하였으나, 그 생각을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하였다.

콰앙!

"꺄학!"

누군가가 자신의 등을 가격했기 때문이다.

콰드드드득!

뒤에서 가해진 충격 때문에 십수미터 날라가면서 꼴사납게 땅에 쳐박힌채로 주르륵 밀려나간 그녀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자신이 날라온쪽을 바라보자, 그 곳에는 주먹을 휘두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제카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마…….'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할 스피드로 뒤로 돌아가 저 주먹으로 후려쳤단 말인가?

말도 안된다. 그렇다면 눈 앞의 오크는 온갖 신성력으로 강화되어 오우거조차 접근전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자신보다 강하며, 방금전까지 싸웠던 리벨리오나의 스피드에 버금가는 자신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이 아닌가?

"뭐야…그런게…그런게 어딨어……."

지금까지 피말리는 수련을 해 왔다. 자신을 죽이려는 귀족들의 사냥개들을 상대로 온갖 죽을 고비를 넘겨오며 강해져 왔다. 성녀의 희생을 통해 신급의 아티팩트를 통해 예전의 자신보다 수 배는 더 강해졌다.

그런데도…저 오크의 힘 앞에서는 자신이 거쳐온 온갖 위기를 통한 성장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아냐! 아냐! 아냐! 저 녀석은…그래, 마법 아이템…아니,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는거야! 엄청난 힘을 가진 아티팩트의 능력 덕분이라고!'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든 자신의 상식하에 이해할 수 있도록 사실을 곡해하고 끼워맞춘다.

그녀도 결국 인간이기에 그 범주에 넘어서지 못하였다.

"이제 그만하게."

"!!"

"아들의 상처에 대한 부모의 분노는 이쯤이면 충분하리라 생각되었네. 녀석도 이 일을 경험삼아 더욱 성장할 수 있을테고, 자네도 요새의 인간들을 설득하여 이만 자네들의 땅으로 돌아가는게 서로를 위해 좋은 일이라 생각되네."

자식의 아주 작은 상처만으로도 상대방을 죽이려는듯이 득달하려는 극성적인 부모들과 달리, 자식에게 어느정도의 고통과 고난, 실패의 경험이야말로 자식을 성장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 그는 부모로서의 분노를 여기까지만 해두기로 결정하였다.

게다가 이만한 힘을 가진 인간이라면 요새 내에서도 상당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한 그는 처음으로 얻은 인간과의 대화의 창을 통해 많이 늦었으나, 지금이라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살기와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문득, 네이드가 얻어온 책에서 사람들간의 교류에서 상대방을 추켜세우면서 기분좋게 하여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낸 그는 그녀를 위해 덕담을 하였다.

"자네는 충분히 재능이 있네. 여기서 얻은 경험을 통해 꾸준하게 노력어린 수련을 병행하면 높은 경지에 오르겠지. 겨우 이런 전쟁을 위해 목숨을 걸 필요는……."

하지만, 그것이 셜리의 자존심을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마치 강자가 하수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얻은다음, 여유있게 조언하는 모습이 아슬아슬한 이성의 끈이 끊어진 것이다.

"닥쳐! 몬스터 주제에 마음대로 떠들지마!"

"……!"

"너같은 하급 몬스터 따위가 이렇게 강할리 없어! 너는…아티팩트를 얻었거나 마족에게 혼을 판거야! 그게 아니라면 내가 질리가 없어! 미개한 오크 따위에게 질 수 없단 말야!"

"…까득……."

인간으로서의 자존심과 영웅의 후계자라는 자부심이 겹쳐지면서 제카쿰을 향해 막말을 퍼부은 셜리였지만, 그녀의 외침이 그로 하여금 인간들과의 대화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는 현실을 깨우쳐주게 되었다.

부하들이 자신의 말을 전하려다가 허무하게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대화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면, 문명인이라면 언젠가는 자신의 의중을 생각하여 대화의 창을 열 수 있을거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녀외 직설적인 외침으로 인간들에게 있어선 자신은 미개한 야만적인 하급 몬스터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제카쿰은 어금니를 갈며 처음으로 분노를 표출하였다.

"그런가……. 그래서 실패할 수 밖에 없던 거군……."

더이상 인간에게 희망을 품겠다는 미련한 생각따윈 접어버린 그는 진심으로 상대방을 죽이겠다는 살기를 퍼트렸고, 자신의 어깨를 억누르려는 듯한 그 살기를 자극제 삼아 전의를 다진 셜리는 다시 한번 제카쿰을 향해 돌격하듯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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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잠적하겠습니다

일단 내 신상 터는 개새끼부터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자세한건 나중에 말씀드릴께요자신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셜리의 모습을, 방금전과 같은 무심한 눈이 아니라 적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돌변한 제카쿰은 발을 크게 들어올려 강하게 땅을 내리찍자, 그곳을 중심으로 땅이 갈라지더니 압력을 이기지 못해 다양한 크기의 돌조각들이 공중으로 띄어졌다.

'이까짓 거!'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파가 후폭풍처럼 자신을 밀어부쳤지만, 갑옷의 힘만 믿고 달려가던 그녀는 복부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몸을 멈추고 말았다.

카앙!

"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복부를 향해 대각선으로 솟구친 돌기둥과 충돌한 셜리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렸고, 그 틈을 노려 허공에서 자신의 주먹만한 돌맹이를 삼태극에서 흔히 말하는 허공섭물로 끌어당기며 잡아채더니 마나를 가득 실어 멈춰선 그녀를 향해 날려보냈다.

마나를 실었다지만, 겨우 짱돌때문에 오리하르콘 갑옷을 입은 자신이 회피 동작을 취하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고 받아들인 그녀는 일부러 상대방의 기세를 깍기 위해 몸으로 받아냈지만, 그것이 자신의 오만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투쾅!

"캭!?"

마치 폭약이 터지는것 같은 소리와 함께 돌맹이가 충돌하자마자 몸통 전체가 뒤쪽으로 주르륵 밀려나간 그녀는 갑옷 안쪽까지 전해져오는 충격에 자신도 모르게 가격당한 부위를 내려보았다.

"이…이럴…수가……!"

그녀가 맞은 부위에는 작은 흠이 하나 생겨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조차 챌 수 없는 아주 작은 흠이였지만, 그녀의 충격은 거대했다.

아다만티움의 강도와 온갖 신성 주문으로 보호된 갑옷을 겨우 돌맹이로 흠을 낸 것이다!

아니, 돌맹이의 강도가 이리 강할리가 없으니 돌맹이에 덧씌워진 마나가 보호 주문을 뚫고, 오리하르콘의 강도까지 흠집을 낸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럼 계속해서 가지."

"으읏……."

아직도 그의 주변에는 허공섭물로 띄워진 수많은 돌맹이들이 허공에 둥둥 떠다니며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였다.

쉬익!

"큭!"

자신을 향해 빠르게 날라오는 돌맹이를 피한 그녀는 뒤이어 날라오는 돌맹이들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회피하기 시작했다. 저 공격에 계속해서 맞아주다간 상상도하기 싫은 엄청난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을 전사의 본능이 울부짖었기 때문이다.

쉬익! 쉭! 쉭! 카캉! 쉭! 투캉! 콰앙!

처음에는 돌맹이를 잡아채고 마나를 불어넣어 던졌기에 아무리 빨라도 피할 수 있었지만, 어느새 요령이 생긴 제카쿰은 자신의 주변에 마나를 개방하고, 허공섭물로 돌맹이를 회전시켜 덧씌우는 작업을 마치고 총알처럼 연사로 던지기 시작하자, 그녀의 몸에 피탄되는 돌맹이의 숫자도 늘어만 갔다.

투쾅!

"큭! 이대로는……!"

어디 한곳이 맞을때마다 몸 전체가 흔들리는듯한 충격을 받은 그녀는 원거리전으론 가망이 없다고 여기며 몸을 낮추고 다시 한번 돌진하였다.

포탄처럼 날라오는 돌맹이들은 살짝 피하거나 몸을 비스듬하게 내밀어 최대한 흘려보내는 모습을 본 제카쿰은 그녀의 노력이 가상하다고 느껴졌지만, 딱 그 뿐이였다.

아무리 약한 적이라 할지언정, 상대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이 어느정도 피해를 받아주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방의 모든 능력을 원없이 발휘하게 만들어줄 정도로 수양의 깊이가 깊은 그라 할지라도 인내심에 한계가 드러나버린 상태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따윈 없었다.

쉬익! 카앙!

"큿!"

'한방! 단 한방만 맞으면 끝이다!'

아무리 마나가 괴물처럼 뛰어나다 해도, 일단 몸 어딘가에 자신의 검이 맞기만 하면 전세는 뒤집어지리라 조금도 의심치 않은 그녀는 어떻게든 단 한 번의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해 모든 피해를 감수하며 달려들었지만, 그의 몸이 다시 한번 사라졌다.

"찻!"

똑같은 수법을 두번이나 당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뒤쪽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안타깝게도 제카쿰으로서도 간파당하기 쉬운 똑같은 수를 사용하지 않았다.

후웅!

셜리가 뒤쪽을 공격할때, 그가 나타난 곳은 그녀의 정면 허리 아래.

몸을 크게 낮추고 달려온 그는 몸을 크게 일으키듯, 그녀의 복부를 힘껏 올려쳤다.

파캉!

그에 공격이 성공할때마다 폭탄이 철판을 향해 날라가 폭발하는 것 같은 폭음이 터져나왔다.

"커……!"

순간적으로 갑옷 너머로 가해져오는 충격으로 잠시동안 숨이 막혀버린 셜리가 정신을 차렸을때는 자신의 몸이 십수미터 상공 날고 있을때였다.

쿵!

그 뒤를 따르듯, 땅에 크레이터 자국이 남도록 발을 구르며 공중으로 날아간 제카쿰은 팔꿈치로 후속타를 날리며 더욱 위쪽으로 날아갔다.

순간, 허공을 향해 마치 무언가를 밟듯, 발을 휘두르자 아래쪽으로 쏘아져 내려가며 도끼로 내리 찍었고, 또다시 무언가를 밟듯이 발을 놀리더니 다시 그녀를 향해 날라갔다.

마력을 구현화시켜 허공에 발판을 만들어 점프하는 것이였지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공중을 자유자재로 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카캉! 츠카카카카카캉!

공중으로 떠오른 셜리의 몸을 도끼로 가격하던 제카쿰의 모습은 계속해서 빨라져만 갔고, 몇초 지나지 않아 잔상만 남으며 팔방에서 가격하게 되어 그녀의 몸은 허공에서 충격에 따라 빙글빙글 돌려졌다.

"으아아아아앗!"

마치 자신의 몸을 장난감 다루듯이 가지고 노는 제카쿰의 모습에 분노성을 터트렸지만, 두 다리를 밟을 수 있는 고정된 발판이 없는 이상, 그녀의 반격은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게 전부였다.

쩌적-

그때, 그녀의 귓가에 듣기 싫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듣기 싫은 소리가 아니라 애초에 들려선 안될 소리였다.

'서…설마……!'

쿠웅!

그와 동시에 땅으로 착지한 제카쿰은 자신의 그레이트 액스를 내던지자, 자루째로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에 자신이 들었던 듣기 싫었던 소리는 그의 무기에서 들려온 것이라 생각하였다.

"크우우우---!"

자신의 무기가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눈 앞에 무언가를 쥐고 있는듯한 자세로 중저음의 기합성을 울부짖었다.

무슨 짓을 하려는건지 몰라도 지금이야말로 반격할 수 있는 최초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셜리는 낙하하면서 검을 크게 치켜 올렸고, 빠르게 몸 속의 마나 라인을 돌리자 그녀의 검에 태풍이라 부를 수 있는 공기의 소용돌이가 맴돌아쳤다.

디엔과 네이드를 공격했던 바람의 칼날보다 더욱 많은 숫자와 절삭력을 자랑하는 강화판.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낙하하는 잠깐의 시간이라면 충분했다.

이거라면 제카쿰의 몸을 잘게 다질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며 마음속으로 외쳤으나, 그녀의 희망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으오오오오!!"

부우우웅!

짐승같은 울부짖음과 함께, 그의 손아귀에 짙은 푸른색, 순도 높은 마나로 이루어진 6m에 가까운 거대한 검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심검!?'

삼태극의 무인과 교류하면서 독자적인 마나 라인을 개발한 바크오는 후손들에게 자신의 기술과 함께 기록된 일지가 있다.

거기에 의하면 바크오는 삼태극 최고의 무인이 만들어낸 심검의 묘용에 감탄하여, 일지 후반부에는 심검에 대한 자세한 서술과 찬양에 가까운 개인적 감상과 더불어 죽을때까지 심검의 초기 단계조차 이루어내지 못한 것을 한탄하였었다.

기록에는 진정한 심검이란, 마음으로 적의 영혼을 베는것이나, 그 초기 단계가 심상만으로 마나 혹은 기를 형상화 시켜 한 자루의 검으로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런데, 그 바크오의 일지에 기록된 그대로 정확하게 만들어진 심검의 초기 단계와 자신을 압도하는 기세에 전의를 상실하며 검을 내리고 말았다.

믿기 힘들지만, 눈 앞의 오크는 전설의 대영웅, 바크오보다 몇 수 위의 무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게다가 삼태극 최고의 무인도 심검을 롱소드 정도의 크기밖에 만들어내지 못하였으나, 눈 앞의 오크는 6m나 되는 집채만한 대검을 만들어내버렸다.

"하…하하……. 말도 안 돼…이건……."

"크하아아아앗!"

'어째서 오크 따위가' 라는 의문을 느끼기도 전에 절망감에 빠진 자신를 향해 6m의 푸른색 대검을 몸을 한바퀴 돌리며 대각선으로 내리베자, 자신의 눈 앞을 가득 채우는 푸른색의 검광과 함께 의식이 날라가버리고 말았다.

셜리의 몸을 베어내었지만, 자기 때문에 자존심을 잃어버린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마지막에 힘을 뺀 제카쿰은 오리하르콘 아머 덕분에 완전히 잘려나가지 않고 공중으로 날라간 셜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슬픈듯한 눈동자와 함께 이를 악 물며 몸을 돌렸다.

그의 마지막 목표는 인간이 방어하는 요새였다.

"마…막아!"

셜리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요새의 병사들은 지휘관의 독촉에 시위를 당기면서도 공포어린 눈빛을 지우지 못하였다.

"흐아아앗!"

6m의 검을 요새 방향을 향해 힘껏 위아래로 휘두르자, 심검은 땅을 가르며 사라졌으나 그 충격파로 지층이 위로 솟구치며 요새쪽으로 쏘아지듯이 나아갔다.

쿠르르르릉!

"우와아앗!"

"으아악!"

갑작스런 지층의 율동으로 요새의 성벽이 어긋나고 튀어나오면서 엉망진창으로 무너져내렸고, 그 위에 올라가 있던 병사들과 지휘관들은 무너져 내리는 나무 성벽과 위로 올라오는 지층에 짓눌려 몸이 터져나가거나 압사당하며 전멸하고 말았다.

그 모습을 지켜본 제카쿰은 자신이 만들어낸 참사를 조금도 자랑스러워하지 못하였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핏줄이 죽은것마냥 슬퍼하여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듯이 주저앉으며 통곡하였다.

"말이 통하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대화를 할 수 없는건가! 죽이니까 죽이고! 죽임 당하니까 증오하며 또다시 죽이는 이런 엉겁의 사슬이 만들어진 이유가! 겨우 종족이 다르다고! 생긴게 다르다는 이유뿐이란 말이냐아아아아!"

차라리 지금의 현실이 종족간을 이간질 시키려는 사악한 단체나 마족들의 음모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도피어린 상상을 하였지만, 몬스터들과 인간이 싸우는 이유는 단지 인간이기에, 몬스터이기에, 자신들과 생긴것이 다르기에 생긴 증오의 연쇄라는것이 그의 마음을 더더욱 아프게 찔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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