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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들의 피해는 크지만, 그나마 이걸 얻어서 다행이군."
디엔은 부하들이 끌고 가는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를 보물단지 마냥 애지중지 하였다.
그거라도 못 얻었다면 죽어나간 부하들이 계속해서 속을 쓰리게 만들테니 말이다.
피해 상황은 전에도 설명했듯이 궁병 부대는 완전 전멸, 주술사들은 절반 정도가 사망, 워그 라이더들은 워그가 대다수 죽었고, 샤쿠가 타고 다니던 킬라인은 샤쿠가 마법 방어구의 힘을 믿고 몸으로 막아준 덕분에 상처를 입어 절뚝 거릴 뿐, 안전한 곳에서 상처를 치료하면 금방 호전될 것이다.
콰아아앙!
"시작했나보군."
어느정도 거리를 벌리자 뒤늦게 들려오는 폭음 소리에 디엔은 좀 더 부하들의 속도를 올리도록 체근하였고, 문득, 이 기회에 마나에 가장 민감한 모렌카린에게 제카쿰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물어보기로 하였다.
"어이, 모렌카린. 그 제카쿰이라는 오크, 네가 봤을땐 어느 정도의 강자지?"
솔직히 말해서 계속해서 신경에 거슬려왔다.
플레이어로서의 감이 그가 자신이 손도 대지 못할 강자라는걸 알려주긴 하는데, 그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감이 안 잡힌다.
'저 녀석을 구해준 이번 일로 친밀도가 오르면 능력치 확인좀 해봐야겠어.'
호감도가 60 이상이면 상대방의 스탯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카쿰의 기본 스펙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호감도를 올릴 생각이었다. 일단은 모렌카린의 감상평부터 듣고.
"그 오크는…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일단 싸움이란게 기세 싸움이 전부가아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던 기세는 제가 모시던 옛 마왕님과 동수준입니다."
"뭐……?"
"아마 그 오크가 600년전에 태어나,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줬다면 그 쪽이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을거예요. 대체 600년동안 이 지상계에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하급 몬스터인 오크 따위가 마왕님과 동급의 힘을 가지고 있다니……."
그건 디엔으로서도 묻고 싶어 미칠것같은 의문이였다.
어떤 판타지 소설을 뒤져봐도 아무리 좋게 쳐봤자 뛰어난 전사 정도로 취급 받고, 심할 경우엔 주인공의 강함을 보여주기 위해 대량학살되는 페이지 때우기용의 단골 손님, 오크가 마왕과 동급의 힘을 가지고 있다니? 양판소 주인공 대신에 드래곤 하트라도 쳐 먹었나?
"으음…그렇단 말이지……. 아직 내 감이 죽은건 아니군."
하급 몬스터인 오크라는 편견 때문에 자신의 감을 반신반의하던 그는 좀 더 스스로를 믿기로 다짐하면서 제카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아, 주인님, 리벨리오나가 양동을 막던 곳이예요."
"그래? 모두 잠시 휴식도 취할겸 저쪽으로 향한다. 전리품을 공으로 얻을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놓치긴 아깝지."
그 때, 셰라하디가 디엔이 사지로 몰아넣었던 그녀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고, 그는 죽은 기사들의 시체에서 갑옷을 벗겨내기 위해 발을 그쪽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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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녀님과 리벨리오나 겟 하겠군요.
이번 전쟁에서 가장 득을 보는건 결국 디엔입니다. 노예들 얻었지, 남들과 수준이 다른 전리품을 얻었지, 또다른 기연도 얻으니까요.
어쨌든간에 전쟁은 이제 막바지. 좀 더 스피드를 늘리거나 약간 급전개하여 빠르게 전쟁을 끝내고 조교씬으로 가겠습니다.'저런 년이 여기서 나왔다는 것은 리벨리오나도 죽었다는 소리군. 쩝, 아깝구만.'
내심, 리벨리오나의 죽음을 확신하고 있던 디엔 일행이 샛길로 들어가자마자 목격한 것은.
촤악!
"캬아악!"
"저 괴물의 재생력이 낮아졌다! 약해져가고 있는거야! 계속해서 상처를 입혀!"
살아남은 십수명의 기사가 상처 투성이인 리벨리오나를 중심으로 합격진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였다.
"하악…하악……."
평소같았으면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기사들을 상대로 온 몸을 땀으로 샤워하는 것처럼 땀에 절어가며 힘겨워하는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원래의 컨디션이 아닌것 같아 보였다.
기습적인 공격으로 리벨리오나의 몸을 세로로 갈라내며 그녀를 죽였다고 생각한 셜리는 기사들을 도와 웨어울프들을 처리하였고, 살아남은 기사들에게 뒷처리와 성녀의 보호를 부탁하며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를 탈취하기 위해 자리를 이탈했다.
하지만, 그녀와 다른 기사들은 그레이터 웨어울프가 가진 재생 능력이 가진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다.
기사들이 움직이다가 걷어차면서 가까스로 몸이 이어지게되어 재생하게 된 리벨리오나는 평소같았다면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이 장소에서 벗어났겠지만, 뇌가 받은 충격으로 제대로 된 판단 능력을 상실하였고,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는 분노로 정상이 아닌 몸으로 무리하게 기사들에게 싸움을 걸어 지금의 상황이 오게 되었다.
아무리 트롤 이상의 재생 능력을 가졌다지만, 몸 전체가 반으로 갈라졌다가 가까스로 붙은 상태. 아무리 그레이터 웨어울프라 할지라도 그만한 충격을 받으면 정상이 될때까지 며칠은 요양을 취해야 제대로 된 판단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아마도 팔다리를 휘두르는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휘적 휘적 거리는것도 그와같은 이유이리라.
좀 더 구경해볼까 싶던 찰나, 합격을 펼치던 기사들이 데드 스컬 클랜원을 발견하였다.
"몬스터들이다!"
"젠장! 성녀님을 피신시켜!"
'성녀?'
기사들의 회화는 중요 인물을 피신시키는데 필요한 당연한 행동이였다.
하지만, 그녀들의 앞에 있는 데드 스컬의 수장인 디엔의 앞에서 만큼은 절대로 내뱉지 말았어야 할 대사였다.
"크크큭! 이거 운이 좋은데! 얘들아, 쓸어버려라! 우리들 외의 눈은 없으니 마음대로들 해!"
"키샤아앗!"
"키햐하하하!"
자신들 외에 다른 클랜원은 아무도 없기에 본성대로 움직여도 된다는 그의 말에 셜리의 공격에 살아남은 리자드맨 전사들은 괴성을 지르며 기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몬스터들이 몰려오자, 후방에 있던 기사 둘이 쓰러져 있는 백의의 수녀복을 입은 여성의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포착한 디엔은 다시 한번 외쳤다.
"카니아! 저 녀석들이 안고 있는 암컷을 확보해!"
"옛!"
그의 명령에 네 발로 뛰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포켓X스터의 '피X츄! 몸통 박치기다!' 라는 장면이 연상되는 모습이지만, 그 기세는 살기로 피가 뚝뚝 떨어질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자세한 묘사를 할 것도 없이, 살아남은 기사들은 어떻게든 저항하려 하였으나, 압도적인 숫적 열세와 유니크 무기와 방어구를 장비한 리자드맨 전사들에게 일방적으로 공격당했고, 성녀를 피신시키려던 기사도 카니아의 속도에 따라잡혀 목이 따이고 말았다.
그야말로 거친 물결에 휩쓸리듯이 전멸당한 기사들은 몇몇은 기절시켜 포로로, 몇몇은 거친 저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죽이게 되었다.
리벨리오나는 자신을 공격하던 기사들이 사라지자, 억지로 버텨오던 정신력의 끈이 끊어지면서 쓰러져버렸다.
"크큭, 이거 끝에와서 운이 따라주는데."
뛰어난 전술 무기인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는 앞으로의 활약이 무궁무진하고, 리벨리오나와 성녀를 확보하였으며, 떨이로 임신 공장에 들어갈 기사 몇몇을 얻게 되었다.
궁병들이 전멸한게 조금 뼈아프긴 하지만, 본거지로 돌아가면 이정도 피해야 얼마든지 충원이 가능하다.
"어이, 카니아. 성녀를 이쪽으로 대려와봐."
"…예에……."
기사들을 죽이고 성녀를 확보한 카니아는 그의 의도를 잘 알고 있기에 조금 힘없으면서도 불만인듯한 목소리로 그녀를 디엔에게 넘겨주었다.
"호오, 역시 성녀라서 그런지 꽤 예쁜데."
햇빛에 반짝이는 백금발과 의식을 잃었음에도 청초함과 기품을 잃지 않는 아름다우면서도 고귀해 보이는 외모를 지닌 성녀의 모습은 지금까지 자신이 본 인간 여성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미인임은 분명했지만, 그를 더욱 흥분시키는 요인은 따로 있었다.
"수녀복이라……. 내가 수녀복 페티시가 있다는건 또 어떻게 알고 이렇게 내 취향까지 딱딱 맞춰왔을까?"
그렇다. 그의 눈에서는 아슬아슬한 초 미니 스커트,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비키니 따위보단 이런 청초한 수녀복이 더더욱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자극적인 성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아마 그의 가학적인 성욕이 신의 종을 타락시키는 즐거움을 기대하기 때문이리라 예상되지만, 그런건 이제와서 그런걸 따져봤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미 성녀는 그의 손아귀에 들어가버리고 말았으니 말이다.
"죽은 기사들의 갑옷과 무기들을 모두 노획해서 한 곳에 모아놔! 본거지로 한번 다녀오겠다!"
디엔은 어찌보자면 9클래스 마법같은 효율을 자랑하는 능력을 이용하여 포로들과 물자, 병기를 한꺼번에 본거지로 이동시키기 위해 부하들에게 명령하였고, 어째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플레이어의 능력을 파고들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화벽이 교묘하게 의식이 약탈쪽으로 바꾸어진 부하들은 열심히 기사의 시체에서 갑옷을 벗겨내기 시작하였다.
쿠웅! 콰쾅!
"쯧. 저 괴물놈들은 아주 잘들 노는구만."
멀리서 들려오는 폭발같은 굉음에 언젠가는 자신도 저 경지에 오르겠다며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뜬금없이 시스템음이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아트로팔의 척추가 성물을 발견하였습니다. 신의 사생아인 아트로팔의 잔념이 신성력을 타락시키길 원합니다. 마음대로 하게 둘까요? (Y/N)-
'응? 이건 또 뭐시냐?'
뜬금포처럼 들려오는 메세지음에 디엔은 잠시동안 고민하기 시작했다.
'판타지 게임에는 빛이 어둠에게 상성상 유리한데, 이 게임에서는 좀 다른가?'
디엔은 성직자가 아니다보니 잘 모르겠지만, 루나틱 돈을 즐기는 다른 유저들중에서 성직자의 길을 걸어가는 유저들은 이 부분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었다.
게임마다 오행 상성 관계가 조금씩 다르거나 똑같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빛이 어둠 계열에게 상성상 유리한게 일반적인 상식.
하지만, 루나틱 돈에서는 이 부분만큼은 달랐다.
빛의 신성력과 암흑의 신성력이 맞부딪히면 속성의 힘이 강한쪽이 상성상 우위를 점치는 것이다.
간단히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빛의 신성력이 가진 힘이 10, 어둠의 신성력이 가진 힘이 11이라면, 어둠의 신성력의 힘이 더 강하기에 상성상 우위를 점쳐 2배 이상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즉, 빛과 어둠의 싸움은 힘이 강한쪽이 상성의 이점을 차지한다. 그냥 힘쎈 놈이 짱먹는 거다.
'일단 해볼까? 뭔지 몰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치면 되겠지, Y.'
Y를 선택하자, 등 뒤에서 그의 의지 없이 아트로팔의 척추가 튀어나왔고, 원래라면 뿔만 솟아나야 하는 평상시 모습과 달리 아래쪽으로 3개의 촉수가 튀어나와 성녀의 수녀복 속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뒤지기 시작했다.
스르르륵--
'으윽! 이 부러운 새끼! 나도 아직 이 년 속살을 만지지 못했는데 촉수 따위가!'
…뭔가 분노의 방향이 이상하지만 무시하자.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촉수들은 그녀의 몸속에서 작은 원타형의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
아름다운 여신이 우아한 자태로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는 작은 소형 상이였는데 아트로팔의 척추와 한 몸이 된 덕분인지, 그 동상에서 기분나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척추들은 여신의 동상을 옭아매기 시작하였고 온 몸을 모두 휘감자, 디엔은 묘한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이제 신성력을 타락시키는 암흑의 준동을 보게 되는건가? 이거 꽤 재밌는 구경거리가 될…….'
-신성력을 타락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도중에 촉수를 회수하지 마십시오. 타락율 1%-
"……."
잠깐, 이건 아니다. 진짜진짜 이건 아니다.
뭔가 빛과 어둠의 대결이라는 연출이라던가 효과음을 기대했건만, 겨우 이런 메세지음이 전부라니!
중2병틱해도 좋으니까 이럴때는 연출좀 팍팍좀 쓰란 말이다!
"옘병할……. 윈도우 업데이트 중이냐?"
윈도우 업데이트에서 자주 보던 문구가 여기까지 따라붙을거라곤 예상 못했던 디엔은 원래 담배를 싫어하는 성격이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절대적으로 담배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