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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이대로가 좋다는 여러분의 리플을 보니까 제가 문득, 처음 루나틱을 쓸때 생각했었던 다짐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았습니다.
'십라! 내 취향이 마이너리티 극소수라면 사람들의 어두운 성욕을 각성시키겠어! 좀비 바이러스처럼 전염시켜주마!'
생각해보니 제 취향과 완벽하게 같진 않더라도 마음속 깊숙한 성욕이 일깨워진 사람들이 꽤나 있군요 크크크큭...
하긴, 여기까지 봤는데 제 취향에 물들여졌거나 같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대중성 조까! 난 영원한 마이너리티다!
PS:연재 속도나 올리라는 유일한 불만점이 나왔지만...천성적으로 제가 좀 많이 게으른데다 먹고 살아야하니까 확답은 못 해드림요 ㅠㅠ"크윽! 주인님을 보호해!"
가장 먼저 디엔의 노예가 되면서 암묵적인 간부들간의 수장이 된 카니아는 바람의 칼날에 잘려져 나가 팔 다리가 너덜너덜 거렸으나, 트롤보다 한 수 위의 재생력으로 상처 부위에 거품이 일어나며 상처가 재생되어가고 있었다.
그 밖에도 다른 간부들도 모렌카린의 감옥에서 얻은 유니크 방어구 덕분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상태.
자신과 동거동락하던 워그 치프, 킬라인은 어디갔는지 헐레벌떡 뛰어온 샤쿠는 디엔과 함께 네이드의 몸을 이끌었고, 다른 전사들이 대신 몸으로 막아주면서 절반 정도 살아남은 리저드맨 주술사들과 케사르는 부상자들을 치료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엔 방심하지 않는다!"
갑옷에 걸려진 신체 강화 버프 덕분에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가볍고 활기가 넘쳐, 몬스터들의 능력을 무시하다가 한 방 먹은 셜리는 상대방을 경원시하는 마음을 지우며 직선으로 돌진하였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광명의 여신의 아티팩트로 무장하다니!"
마족인 모렌카린은 어금니를 깨물며, 멀리서 봐도 속이 울렁거리는 강렬한 신성력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특히, 여명의 물결과 창백한 정의가 그녀의 과거 기억대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은 저 칼날이 닿기도 전에 소멸해버리리라. 아니, 셜리가 팔로 후려치기만 해도 몸 한 군대가 터져나갈 것이 분명하다.
셜리가 가진 두 아티팩트는 기본적인 성능만 해도 최강급이지만, 특수 능력이 마족이나 언데드처럼 사악한 존재들을 촛점으로 맞춰진 무구다.
즉, 지상계의 주민들에겐 무엇이든 베어낼 수 있는 절살력과 그 무엇도 뚫을 수 없는 최강의 방어력을 가진 마법 아이템 수준에 지나지 않으나, 마족이나 언데드들에겐 닿기만 해도 왠만한 마족은 힘을 잃어버리는 최악의 천적.
자신을 중심으로 500m 내의 모든 부정된것을 정화하는 빛의 영역을 만들어내거나, 흑마법사나 마족같은 사악한 자들이 소유한 마나를 불태우는 오라를 발산한다거나 그밖에도 여러가지 마족이라면 치가 떨리는 특수 능력이 산개하고 있었다.
자신을 압도하는 신성력에 두려움을 가질 무렵, 그녀의 감각에서 셜리의 것과 다른 거친 살기가 느껴지자 황급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뭐, 뭐지 이건?"
함께 디엔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셰라하디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적들과 싸우면서 여러 살기를 맛봤지만, 이토록 어깨를 짓누르는 끈적한 살기는 생에 처음이였기 때문이다.
쉬이이잉--!
순간, 바람을 가르는듯한 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져갔고, 그 소리가 절정에 달하자 마찬가지로 갑작스런 살기로 잠시 멈춰서있던 셜리의 앞에 무언가가 낙하하였다.
쿠웅! 빠드드드득!
"꺄악!?"
"아앗?!"
모렌카린과 셰라하디는 낙하한 무언가에 의해 땅이 갈라지고 태풍같은 풍압을 받았으나, 그녀들의 입에서 터져나온 경악성의 이유는 낙하한 무언가가 분출하고 있는 기운이였다.
'위험해!'
갑옷의 힘으로 지근거리에서 느껴지는 충격을 여유롭게 받아낸 셜리는 본능적으로 땅이 갈라지면서 터져나온 흙먼지 안쪽의 검은 실루엣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먼지속 실루엣은 간단하게 손등으로 검면을 쳐냈고, 그 충격으로 셜리의 몸이 크게 요동쳤다.
곧바로 이어진 후속타.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라오는 주먹에 담겨진 기운이 강하긴 하지만, 자신이 입고 있는 갑옷이라면 저딴 주먹의 충격은 무효화할 것이라 여겼던 그녀였지만,
콰앙!
쿵! 쾅! 쿠르르르르---!
'어…뭐야……? 어째서 내가 땅에 구르고 있는거지?'
정신을 차리고 나니 땅을 구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주변을 살펴보니 자신이 있는 장소는 목표로 했던 몬스터들과 멀리 떨어진 곳이였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검은 실루엣이 휘두른 주먹을 갑옷의 힘만 믿고 무방비하게 있다가 그 충격으로 기절한 후에 마치 공처럼 튕겨져 나갔고, 그 후에 무구에 걸려진 신체 강화 버프 덕분에 빨리 의식을 되찾은 것이 지금까지 일어난 일의 진상이였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셰라하디와 모렌카린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특히 마나에 민감한 모렌카린은 두 다리까지 부들거리고 있는 실정이였다.
'이…이런 존재가 지상계에 있었단 말야?'
자신이 최강자라 인정한 마왕과 버금가는 기운과 존재감을 가진 검은 실루엣의 주인이 이쪽으로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채찍을 꾸욱 쥐어보인 그녀는 흙먼지를 뚫고 나온 존재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말았다.
"오…크……?"
"……."
오크다.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고, 뭉치면 상대하기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견습 기사도 손쉽게 잡을 수 있는 하급 몬스터.
마족들도 오크들에 대한 평가는 매우 낮다. 유일하게 인정하는 거라곤 인간 이상가는 번식력과 숫자가 불려나갈수록 강해지는 종족 특성 뿐?
그런데, 그런 하급 몬스터인 오크가 마왕과 동급의 기운을 가지고 있으니 모렌카린으로선 자신이 꿈을 꾸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저벅 저벅-
문제는 그게 아니다. 지금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저 오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현재로선 가장 시급한 문제다.
"적이 아니다. 경계 하지마."
네이드를 뒤쪽으로 옮겨다 준 디엔이 제카쿰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당장이라도 겁에 질린채 공격할것 같은 노예들을 꾸짖듯 만류하면서 불필요한 유혈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
제카쿰은 굳은 얼굴로 셰라하디와 모렌카린이 열어준 길로 걸어왔고,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네이드의 얼굴을 살짝 떨리는 손으로 매만졌다.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지금 당장 주술사들이 치료하면 흉터가 좀 남겠지만, 생명엔 지장은 없을겁니다."
"…고맙네."
디엔의 부연 설명에 나지막히 감사의 인사를 표한 제카쿰은 다시 몸을 돌려 셜리를 향해 투기를 일으켰다.
"시간을 벌어줄테니 이만 후퇴하게. 평소같았으면 간결하게 처리하겠지만…오늘만큼은 절제가 안될것 같군."
네이드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만, 그의 눈에는 피투성이가 된 사랑하는 아들의 모습만이 뇌리에 새겨져 분노로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어이! 퇴각 준비 한다! 장비 챙겨!"
"예!"
디엔의 명령에 살아남은 몬스터들은 시체를 화장한다거나 묻는 풍습이 없기에 동료들의 시체에서 갑옷과 무기를 회수하였고, 손이 남는 이들은 전원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를 이끌며 퇴각 준비를 하였다.
"어딜 가려고!"
멍해진 정신을 뒤늦게 수습한 셜리는 눈 앞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려 하였지만, 그녀의 눈앞에 자신을 공격한 장본인이 나타났다.
"오크?"
"미안하지만 여기까지다."
화아악!
아들을 피투성이로 만든 장본인을 눈 앞에 둔 제카쿰은 자신의 살기를 숨기지 않고 방출하였고, 공기가 무겁게 억눌려지는듯한 기분과 함께 옛날에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때 느꼈던 죽음의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자, 그녀는 전력으로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였다.
'겨우 오크 따위에게 내가 겁을 먹었단 말야?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는 내가?!'
그녀도 여행 도중에 오크 때를 만나 싸운적이 있었다.
숫자는 대략 30~40 마리 수준이였으나, 그녀에겐 식후 운동거리밖에 안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런 하급 몬스터인 오크가 자신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했단 말인가?
영웅의 후계자라는 자존심으로 억지로 전의를 불태운 그녀는 자신의 아티팩트를 믿었다.
비록, 특수 능력은 마족이나 언데드들에게만 통한다지만, 자신이 가진 검은 그 어떤 마법 아이템이든 종이처럼 갈라낼 수 있고, 방어구는 모든 타격을 무시한다. 물론, 충격에 의해 몸이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적을 죽이는건 당연한 일이지. 어디서 칼날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죽였다고 복수를 운운하는 것 만큼 우스운 상황은 없지만, 부모의 마음이란게 이성적으로만 되는게 안되는 만큼 각오해주게."
"저 인간이 네 아들이라도 된다는 소리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나도 젊었을땐 그렇게 생각했다만, 기르는 정이라는게 장난이 아니더군."
"그……."
다시 반박을 하려던 찰나, 뭔가 위화감을 눈치챈 셜리는 입을 다물며 조용히 고심하기 시작했다.
'잠깐, 그런데 오크가 원래 이렇게 유창하게 말하는 종족이였던가?'
오크들은 기본적으로 음색이 흥분한것처럼 거친 몬스터다. 인간과 다른 발성 구조 때문에 말을 하다가 킁킁댄다던가 짐승같은 울음성을 내뱉는다.
그것은 오크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몬스터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제로 랜드의 몬스터들은 어째서인지 그러한 신체적 결함이 없다.
대화를 하는데 어휘력만 갖춰지면 인간같은 수준의 유창한 대화가 가능하다.
마치 누군가에게 개량이라도 받은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제로 랜드의 몬스터들은 단순히 강한 몬스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후한 기세를 가진 강자와 대화하는 기분을 받은 셜리는 몬스터 따위를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동급으로 끌어올렸다는게 창피한듯, 살짝 고개를 내저으며 잡념을 털어냈다.
'그래. 지금 나는 여유있게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눈 앞의 오크를 처단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 몬스터를 토벌해야 해!'
"좋군. 나도 내 아들을 공격한 원수와 도란도란 잡담 나눌 생각은 없었는데. 그럼 시작해볼까."
제카쿰은 거대한 배틀 액스를 들어 보이며 공격 자세를 취하였고, 셜리 또한 거기에 반응하듯이 검을 치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