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생각이 든건데...다들 알다시피 저는 제 소설들을 자기만족형으로 쓰고 있습니다. 즉, 제가 꼴리는대로만 쓰고 있달까요.
그런데 너무 제 취향만 고집하다보면 언젠가 애독자분들께서 정나미가 떨어져버릴수도 있는데, 문득 제 소설이 마음에 드는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너무 제 취향만 챙기는게 아닌지 싶어 좀 더 대중화적인 전개가 필요한지에 대해 대답해주셨으면 합니다 ㅇㅁㅇ/찰칵! 끼릭- 철컹!
격철 소리와 함께 진칼리의 몸에 새겨진 타투에서 황금빛의 금속이 튀어나오며 그를 둘러쌓기 시작하였고, 순식간에 황금의 기사로 돌변한 그는 주변 오크들의 놀란 눈빛을 뒤로 하고 백금의 기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일격으로 거대한 발리스타 화살을 베어낸 기사의 실력이라면 주군에게 충분한 위험이 될거라는 본능이 그로 하여금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게 만든 것이다.
원래 쓰던 시미터를 버리고, 모렌카린의 감옥에서 얻은 유니크급 펄션(광도검)을 휘두르며 달려든 진칼리는 탐욕스런 악마의 마음에 드는 무기인 만큼, 반격을 위해 휘둘러져 오는 눈 앞의 특색없는 은백의 바스타드 소드를 가차없이 베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스으윽-
철과 철이 맞부딪히면 당연히 듣기 싫은 쇳소리가 나야 정상이지만, 두 눈으로 확인했을땐 이미 이쪽의 검날이 반쯤 잘려나갔다.
삐빅-!
투구 안쪽의 화면에서는 아래쪽이 위험하다고 빨간불이 들어오자, 블레이드 트루퍼의 경고음과 야수에 가까운 본능으로 진칼리는 검을 내던지듯 내놓고 몸을 엎드렸다.
사악!
유니크 급의 무기가 그야말로 두부나 종이처럼 맥없이 갈라지며 엎드린 자신의 몸 위로 백은의 검날이 잔상을 남기며 휘둘러지는 것을 목격하였다.
'죽을뻔했다!'
자신이 가진 최강의 무기, 블레이드 트루퍼의 방어력으로도 저 검의 절삭력에 당해낼 수 없다고 본능이 울부짖고 있다.
만약, 조금이라도 행동이 늦었다면 갑옷째로 몸이 반토막 나버렸을것이다. 아니, 분명히 토막된다.
'피했어?'
백금의 기사, 셜리는 그야말로 최상의 몸 상태였다.
리벨리오나에게 받은 부상들은 말끔히 회복, 오히려 신성력의 힘인지, 갑옷의 힘인지 몰라도 컨디션은 최상인데다가 갑옷이나 검에 신체 강화 마법도 걸려있는듯, 온 몸에 활력이 넘치고 자신을 가지고 놀던 웨어울프를 간단히 한 손으로 제압할 정도였다.
그 어떤 무기나 방어구도 여명의 물결이라는 아티팩트 앞에서 무용지물이였기에 간단히 베어내려 하였는데, 눈 앞의 황금의 기사 차림을 한 몬스터는 본능적으로 무기를 놓고 볼썽사납게 엎드렸다.
다른 기사였다면 비웃었겠지만, 자신의 공격이 얼마나 강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는 몬스터의 본능을 칭찬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핫!"
다시 검을 휘둘러 엎드린 진칼리를 공격하려던 찰나,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다리를 살짝 들어 점프하였다.
후웅!
갑옷으로 둘러쌓인 꼬리가 맹렬하게 그녀의 발목을 후려칠듯이 휘둘려졌고, 그 잠깐의 틈을 이용하여 네발로 기어가듯이 거리를 벌린 그와 달리 도끼를 휘두르며 발리스타의 탄약 장전을 보조하던 오크 전사들이 달려들었다.
"크와아아!"
"으워어어!"
수 명의 오크 전사들이 합공을 위해 사방으로 퍼져 한꺼번에 덤벼들었지만.
스카카칵!
순간, 셜리의 팔이 사라졌다.
무언가를 베어내는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사라진 팔이 모습을 드러냈을땐,
파삭- 촤르르륵!
그녀를 사방에서 습격하던 오크 전사들의 몸이 수 개로 토막나며 내장과 피를 쏟아냈다.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서, 그리고 멀찍이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진칼리와 디엔은 경악어린 신음성을 삼키고 말았다.
잔상의 꼬리조차 쫓아가기 힘들고 팔이 사라진것처럼 보일 정도의 스피드.
특히나 적의 비밀 병기를 탈환하면서 이 전쟁을 다 이겼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디엔은 갑작스런 반전에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옘병할……. 어째 일이 잘 풀리나 싶었다!'
꼭 소설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오는 반전에 분노를 토했으나, 이미 터져버린 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법.
'저 녀석이 알아서 나서주면 이쪽의 전력을 소모시키지 않아도 좋으니 좋을텐데…….'
"어이……."
"감히 형제들을……! 곱게 죽여주지 않겠다!"
네이드가 백금의 기사를 공격하여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 수 있다면 이쪽이 소모해야 할 전력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은근슬쩍 도발하려던 디엔은 알아서 분노를 표출하는 그의 모습에 남몰래 환호성을 질렀다.
디엔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네이드는 눈이 뒤집히기 일보직전이였다. 종족애를 소중히 여기는 오크족 특유의 성향과, 어릴때부터 함께 동거동락하던 형제나 마찬가지인 동료들이 허무하게 죽어나가자 분노가 이성을 참식한 것이다.
땅을 박차며 달려나간 네이드는 손도끼를 휘두르며 셜리를 향해 공격하려 하였지만, 그녀는 빠르게 네이드의 목을 노리며 검을 찔러 넣었다.
휙!
빠르긴 해도, 디엔과 진칼리와 달리 마이스터의 경지에 오른 네이드는 그녀의 공격을 어느정도 눈으로 인식할 수 있었기에 목을 옆으로 꺽으며 찌르기를 피하더니 그대로 상체를 숙였다.
쉬익!
그와 동시에 검의 각도가 바뀌어 머리 위를 스쳐지나가자, 그대로 허벅지를 찍어냈으나 청명한 소리와 함께 흠집은 커녕, 파편 부스러기도 내지 못하였다.
"큿!"
빈틈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풀 플레이트 아머임에도 불구하고 변초를 사용할 수 있는 부드러움, 마나를 실어낸 도끼날로 찍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흠집조차 나지 않는 강도.
네이드는 재빨리 뒤쪽으로 몸을 빼야만 했다.
'빌어먹을! 내 공격이 조금도 통하지 않는 갑옷이라니!'
그의 공격이였다면 대마법사가 만든 마법 갑옷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자국은 남을테지만, 인간이 무슨 짓을 저질러도 만들 수 없는 아티팩트 등급의 방어구는 어떤 공격이든 무위로 되돌렸다.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무적의 갑옷을 입은 셜리의 모습에 기겁한 네이드였지만, 셜리 또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상태였다.
'방금 뭐였지? 내가 검로를 바꾸는것과 동시에 몸을 숙이다니?'
감각이 예민한 이들은 보이지 않아도 자신에게 날라오는 살기의 방향을 통해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네이드의 회피 동작은 마치 처음부터 그쪽에서 날라올 것을 예상한 행동이였기에 네이드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피할 수 있는 공격을 받아줬으나, 결과는 평범한 마이스터 급의 무인에 불과하다는 것이였다.
전에도 설명했듯이 네이드의 능력은 상대방의 공격이 날라오는 각도, 속도를 자신만의 계산을 통해 회피하고 반격하는 능력이라 소개했지만, 그의 능력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날라온 방향, 각도, 속도를 통해 그 후에 자신이 돌출해낸 답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각도의 후속타조차 계산하여 계산한 공격의 2~3회 공격을 미리 읽어낼 수 있는 반 예지 수준의 연산 능력.
그것은 감각이나 본능따위가 아니라, 하나부터 끝까지 철저한 계산 능력에 불과하였다. 단지, 그 능력의 깊이가 보통 깊은게 아니지만.
그의 연산 능력을 모르는 셜리는 잠시 주춤하였지만, 오늘 하루동안 몬스터들을 최대한 처리하고, 아군을 구원하기 위해 쓰러진 성녀까지 챙겨야 하는 사명을 가진 그녀는 의문은 접어두고 일단 눈 앞의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위해 검을 치켜 들었다.
휘이이이잉---!
그와 동시에, 그녀의 검 주변으로 유형화된 바람이 소용돌이처럼 맴돌기 시작하였고, 가볍게 검을 한차례 휘두르자 소용돌이가 분해되면서 곡도처럼 구부러진 유형화된 바람이 검기처럼 사방에서 날라들어왔다.
"젠장! 피…막아!"
피할 수 없다. 피할 공간을 철저하게 틀어막으며 몬스터 부대를 향해 날라오는 바람의 칼날들은 속도나 양을 봐도 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디엔은 몸을 쪼그리며 두 팔을 앞으로 가려 머리 부분을 막았고, 유니크급 방어구를 가진 몬스터들도 거기에 따라하여 자신을 보호하였다.
촤촤촤촥!
카카캉!
"크갸악!"
"크워억!"
"찌익!"
방어구를 입고 있는 전사들은 효율적으로 방어하는데 반해, 방어구가 없는 궁병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모습을 팔 사이의 틈으로 목격한 디엔은 분노를 토해내며 외쳤다.
"빌어먹을! 네 년은 절대로 곱게 안 죽인다!"
후우우웅---
소용돌이의 파편들이 사라지자 자욱한 흙먼지만이 남게 되었고, 마침 한차례 강풍이 불자 단 한 명의 공격으로 이루어진 참상이 드러났다.
"카으윽……!"
"으아아아아!"
"내 팔! 크아악!"
데드 스컬 클랜의 궁병은 전멸. 전사들중 머리를 미쳐 모두 가리지 못해 목과 얼굴이 이등분된 전사들도 소수이긴 해도 존재하였다.
하지만, 트와일라잇 엑스 클랜은 더욱 심했다. 저쪽은 방어구라도 갖춰입었지만, 전원이 무두질된 가죽 갑옷을 입고 있던 오크 전사들은 대다수가 전멸, 살아남은 이들도 팔다리가 잘려나가 고통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너…대체 정체가 뭐지……?"
자신이 만들어낸 참상을 자랑스러워해도 좋으나 셜리는 옷이 여기저기 찢겨져 있고, 잔상처가 얼굴을 가득 채웠지만 몸이 멀쩡한 네이드의 모습에 경악어린 목소리로 질문을 날렸다.
다른 몬스터들이 꼼짝없이 자신이 만들어낸 바람의 칼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때, 유일하게 그만이 방해가 되는 무기를 내던진 후에 치명타를 피하며 몸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었던 것을 목격하였기 때문이다.
자신도 그 안에 들어가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의문인데, 그는 그 안에서 어디로 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원래부터 알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크…크으……!"
경이로는 경로 계산 능력을 통해 살아남은 네이드는 그녀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뒤를 돌아보더니, 자신과 함께 고된 훈련을 마치고 자신들의 평화를 해치려는 겁없는 클랜들을 상대로 함께 등을 맞대왔던 전우이자, 동료이자, 형제들이 모두 죽거나 극심한 부상을 입고 있는 모습에 입술을 꽉 물며 절망어린 비명을 가까스로 참아내었다.
콰칙!
"크아아아아아!"
아니, 참아내지 못했다.
입술을 이빨로 뜯어내버린 그는 문자 그대로 피를 토하며 눈이 뒤집혀진채 짐승같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칫! 정신이 나갔나!"
상대방의 정체를 캐묻으려던 셜리는 괴성과 함께 달려오는 네이드의 머리를 갈라내기 위해 디엔의 눈으로 팔이 사라지는것 같은 속도로 내려치기를 하였지만, 놀랍게도 그는 양손을 마주치면서 검날을 잡아챘다.
"잡았어!?"
"아아아아아아!"
상대방의 당혹감따윈 아랑곳 없는 네이드는 당황하는 셜리의 팔을 밀쳐내며 그녀의 양 어깨를 붙잡더니 그대로,
쾅!
"아?"
"으아아아아아!"
쾅! 쾅! 쾅!
아티팩트급 투구를 향해 전력으로 박치기를 해 나갔다. 그것도 연속으로.
쾅! 우직! 쾅! 우드득! 쾅!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투구가 일그러지며 박살이나면서, 그 충격이 고스란히 얼굴로 돌아가 이마가 찢어져 피가 터져나왔지만, 이성을 잃은 그의 분노는 그칠줄 몰랐다.
쾅! 쾅! 쾅! 콰창!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그것도 신의 힘으로 강화된 투구와 전력으로 부딪혀가니 당연하게도 네이드의 투구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박살이 나버리면서 양쪽으로 거칠게 분해되었고, 투구 안쪽으로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인간!?"
"죽어! 죽어어엇!"
쾅!
투구 안쪽의 얼굴은 왕국에서도 잘 먹히는 잘생긴 남성, 그것도 인간의 얼굴이 드러나자 어째서 인간이 몬스터들과 같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네이드의 박치기는 계속되어갔다.
쾅! 우득!
쾅! 파직!
쾅! 파각!
모든것을 실어낸 박치기가 행해질때마다 그의 이마는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듣기 싫게 들려오고, 살이 터져나가 피가 사방으로 튀어나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살점 파편까지 섞여나갔으나, 네이드의 공격은 자신의 목숨이 끊어질때까지…아니, 끊어져도 상대방을 박살내겠다는 흉폭한 의지가 실려나왔다.
"큿!"
어째서 인간이 몬스터들과 같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몬스터 따위를 위해 자신을 공격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한 적이였기에 자신에게 조금 뒤로 밀리는듯한 충격밖에 안주는 박치기를 무시하고 검을 휘두르려 하였다.
"으리야아앗!"
"꺅!?"
디엔의 방해만 없었더라면.
상대방의 시선이 네이드에게 고정되어있는 것을 깨닫은 디엔이 전력으로 달려나가 어깨로 그녀의 옆구리를 가격하였고,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규격을 벗어난 힘으로 몸통 박치기를 당하자, 셜리는 그대로 나동그라져버렸다.
"크…커……."
끝까지 셜리의 어깨를 붙잡았지만, 그녀가 날라가는 힘이 상당하였기에 놓쳐버린 네이드는 그제서야 고통을 느끼게 되었는지 몸을 비틀거리며 힘없이 무릎 꿇고 말았다.
"어이! 정신차려! 임마!"
질질질--
네이드가 죽으면 다음은 자기 차례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디엔은 지금의 기회를 살려 조금이라도 타격을 주기 위해 기습 공격을 성공하자, 그의 몸을 질질 끌며 후방으로 끌고 나갔다.
하지만,
쉬익!
어느새 일어선 셜리가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바람의 칼날이 날라들어왔고, 디엔은 양손으로 막아냈으나 그 충격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쪽으로 비틀거렸다.
"감히 몬스터 따위가!"
예상외의 타격을 입어버린 셜리는 분노를 토해내며 달려오자, 디엔의 뒤쪽에서 데드 스컬의 간부들이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