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5화 (145/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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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간만에 디엔이 활약할 타임입니다.

그동안 쩌리 취급당하던 주인공이였지만 자신의 무기를 활용할 수 있는 탁 트인 전장에서 싸우게 되니 개인적 능력과 지휘관으로서의 능력,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다들 예상했다시피 제카쿰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 하루 안에 요새 점령한다는 계획은 실패한다는 스토리로 흘러갈겁니다.

리메전의 오크무쌍보다 더 강렬하고 먼치킨적인 활약을 보여줄 겁니다."몬스터 부대가 도달하였습니다!"

성벽 위에서 감시하던 경계병이 성벽 아래쪽을 향해 외쳤고, 그곳에서 병사들을 관리하던 기사는 재빨리 상부에 보고하였다.

"드디어 왔는가. 역시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를 이끌고 왔군."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몬스터들은 저 병기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려면 마나를 충전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게 아닐까요?"

오리아 백작은 자신의 곁에 있던 참모들중 하나가 희망론을 말하자, 그녀는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확률은 반반이군. 미개한 몬스터들이라면 저지를법한 실수이기도 하지만, 이 땅의 몬스터들은 미개하면서도 머리가 똑똑한 편이니까 알아챘을수도 있으니……."

지금까지 무식하게 돌격만 하면서 싸우다가 죽음의 공포가 닥쳐지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등을 돌리고 무작정 도망가는 몬스터들에 비해, 제로 랜드의 몬스터들은 조심스럽게 엄폐물을 이용하여 피해를 최소화 한다던가 종족이 다른 몬스터들간의 특성을 살려 기습을 가하기도 하는등, 인간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똑똑하였다.

숲을 이용한 몬스터들의 진격을 막은것까진 좋았으나, 단순히 무작정 돌격하는게 아니라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함정의 존재를 예리한 감각으로 회피하거나 부셔버리면서 몬스터측의 피해도 최초의 전투를 제외하곤 그다지 큰 데미지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반반의 확률을 점치고 있는 오리아 백작이였으나, 이미 몬스터 연합쪽에선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의 사용 방법을 완전히 터득하고 있었다.

수많은 전쟁에서 경험을 쌓아온 디엔이 처음보는 적의 신무기를 포획했는데 정밀하게 조사해보지 않을리가 만무하잖은가?

이미 케사르를 위시한 주술사들이 마나를 불어넣어 충전완료 상태. 나머지는 쏘기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몬스터들이 알고 있든 모르든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성문을 열어라!"

어차피 협공을 위해선 이쪽이 먼저 돌격을 하는 것을 신호로 사용하기로 결정하였기에, 돌격조로 편성된 기사들과 병사들이 열려진 성문 밖으로 함성을 내지르며 돌격하였다.

"어쭈? 초장부터 전면전으로 붙어보자 이건가?"

"이쪽에서 인간측의 신병기를 노획하였으니 당연한 반응이겠지."

"확실히 그도 그렇군."

디엔과 네이드는 아직 자리를 잡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돌격해오는 적의 모습에 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이였다.

"크크큭. 안그래도 시원하게 힘 쓸 장소가 없어서 답답했는데 알아서 와주다니 고마울 따름이군."

디엔의 무기는 장병 무기인 할버트를 두개나 사용하다보니 넓은 공간이 필수다.

하지만, 지금까지 좁은 공간에서 싸우다보니 제대로 활약을 못 하였지만, 이토록 넓은 지역에서의 싸움이라면 그런 제약에 신경쓸 필요가 없으니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드디어 우리들의 힘을 보여줄 차례가 왔다, 새끼들아! 죽여라! 물어뜯어라! 짓밟아라! 인간들뿐만 아니라 제로 랜드의 모든 클랜들에게 우리들의 힘을 보여주는거다!"

"와아아아아!"

전투 전에 본능적으로 부하들의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해 연설을 토해내는 그의 모습에 부하 몬스터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치켜올리며 함성을 내질렀다.

요새 밖으로 나오는 인간들의 숫자는 대략 300~350 사이.

디엔의 부하들이 100여명이고 네이드가 이끄는 오크 전사들은 제카쿰의 전령을 받아든 첼카루가 '내가 진심으로 나서게 된 이상, 병력의 숫자에 큰 의미가 없다' 라며 자신과 쿠엘에게 주어진 병력을 네이드쪽으로 돌려 80명의 오크 전사가 있다.

최소 두 배 이상의 적과 싸워야 하지만, 디엔과 네이드의 얼굴에는 오히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게다가 이번을 대비하여 여러가지 수를 짜놨단 말씀이지.'

석궁병과 궁병을 통솔하고 있는 진칼리에게 묘한 눈빛을 보낸 디엔은 진칼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신호를 알아듣자,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어느정도 가까워진 인간들을 향해 할버트를 휘둘렀다.

"공격을 개시한다! 쏴라!"

투투투퉁! 슈슈슈슉--!

"끄악!"

"으학!"

"멈추지 마라! 계속 돌격해야 화살이 얕아진다!"

한차례 화살들이 쏟아부어지자 일단의 병사들이 쓰러졌지만, 이정도 피해는 어느정도 감수하였기에 기사들과 병사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은 멈추지 않고 돌격해나갔다.

"어이, 진칼리. 계획대로 잘 해라."

"예. 걱정 마십시오."

이미 진군하는 도중에 진칼리에게 자신의 신호와 함께 어떤 '행위' 를 하여 적의 기세를 꺽어내릴 수 있는 계략을 짜내고, 네이드도 감탄 섞인 긍정을 표하면서 자신의 신호에 따라 움직인다는 약속을 맺어두었다.

그 후로도 한두차례 정도 화살이 쏘아졌지만, 인간측의 피해는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그다지 큰 전과라 할 수 없겠지만, 원거리 병과의 활약은 좀 더 나중의 일이었다.

"돌격한다! 인간 암컷들에게 수컷의 힘이 무엇인지 똑똑히 가르쳐주자!"

"크와아아아아!"

'응? 암컷? 수컷?'

아군의 사기를 드높이는 연설치곤 뭔가 이상한 단어가 들어간것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이내 데드 스컬 클랜이 돌격하자 의문을 접어둔 네이드는 질세라 목청을 높여가며 돌격 명령을 내렸다.

"우리가 힘을 내지 않으면 족장님께서 몸소 나서실 것이다! 십수년간 싸움을 피해오신 그 분의 결심을 위해서라도! 우리들은 반드시 이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돌겨억!"

"워어어어어!"

쿠르르르르--!

양쪽 도합 500이 될까말까한 규모에 불과하였지만, 발이 구르는 소리는 수천의 것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크고 거칠었다.

"캬하하하하! 선두는 이 몸이시다!"

워그를 타고 있기에 가장 먼저 돌격한 샤쿠는 자신의 또다른 분신, 킬라인의 옆구리를 걷어차자 말보다 조금 모자란 덩치의 야수가 어금니를 드러내며 전방의 기사에게 점프하며 달려들었다.

"죽어랏!"

기사는 자신에게 날라드는 킬라인의 머리를 베어내기 위해 검을 휘두르려 하였으나, 샤쿠가 창보다 짧지만 롱소드보다 긴 숏 스피어를 내리찍듯이 검의 진로를 막아섰다.

"창째로 날려주마!"

카창! 파지지지직!

창대와 검날이 부딪히면서 쇳소리와 함께 강한 스파크가 일어나며 기사의 검이 충격을 받듯이 날라가버렸고, 온 몸을 짜릿하게 만드는 전기 충격을 받은 기사는 의문 부호를 띄우기도 전에 킬라인의 어금니에 의해 머리통이 박살나버렸다.

"차앗!"

어째서 동료가 당했는지 몰라도, 전장은 의문을 품기전에 검부터 휘둘러야 하는 공간이였기에 샤쿠의 목덜미를 향해 또다른 기사의 검이 날라왔으나, 살짝 어깨를 들어올려 견갑으로 막아내자 마나를 실어낸 일격이 그대로 무효화되었다.

"무…무슨!?"

"아싸! 스틸!"

고블린 따위가 입은 갑옷에 자신의 검이 막힐거라곤 생각치 못한 기사는 경악성을 띄우기도 전에 뒤따라 오던 다른 워그 라이더가 덮쳐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까학……!"

"부하님! 매너점요!"

"선타는 제가 날렸거든요! 선빵불패 모르시남요!"

목이 반쯤 뜯겨져 나가 피를 흘리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기사를 두고 시덥잖은 개드립이나 치고 있는 고블린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산책이라도 나온듯한 모습이였지만, 원래 이런 놈들이니 데드 스컬의 몬스터들은 간단히 무시하며 기사들과 병사들을 죽이는데 몰두하였다.

카앙! 캉!

병사들과 기사들은 갑옷을 입은 몬스터들을 내리칠때마다 자신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한 기사가 경악하듯 외치고 말았다.

"이럴수가! 미개한 몬스터들 따위가 어떻게…어떻게 마법 무구로 무장할 수 있는거냐!?"

모렌카린의 던전에서 발굴한 마법 무구로 무장한 데드 스컬 클랜의 몬스터들은 간단하게 적의 공격을 무산시키며 공격하면서 한쪽만 일방적인 데미지를 입히니 인간측의 전열이 급격하게 무너져 내렸다.

디엔 본인은 루나틱 돈의 세계가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처음 이 세계를 설정하였을때 마법 무구의 드랍율을 보통에서 한단계 아래로 내렸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 아주 그런것만은 아니다.

마법 무구의 드랍율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유니크급 아이템을 얻고, 자신의 병사들을 마법 아이템으로 무장한다는건 왠만한 운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

물론, 몇차례 죽음의 위기를 넘기긴 하였으나, 그 위기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았기에 지금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음에도 워낙 개고생한게 많다보니 아직까진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을 실감하지 못한 상태였다.

한편, 자신이 모르는 행운을 거머쥔 사내는 현재…….

"카하하하핫! 내가 이 클랜의 두목이다! 내 목을 따려는 용기 있는 년들은 없는거냐!"

자신의 주변에 광역 도발을 시전하고 있었다.

"리프트 혼!"

촤악!

일부러 인간들이 자신을 목표로 삼기 쉽도록 해골이 달려진 세 개의 뿔을 등허리에서 뽑아내자, 대장을 쓰러뜨리면 뿔뿔히 흩어지는 몬스터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은 우르르 그에게 몰려 들었다.

"죽어라, 괴물!"

갑옷으로 얼굴과 인간같은 피부를 가리고 있지만, 등에서 해골이 걸려진 뿔을 3개나 뽑아내는것부터 정상이 아니기에 갈색 머리를 휘날리는 기사 하나가 아케인 소드를 휘두르며 달려들었.

카앙!

"아아악!?"

허리를 비틀어가며 풀 스윙으로 할버트를 휘둘어 기사의 검날을 쳐내자, 갈색 머리의 기사는 손목이 뜯겨져 나갈것만같은 충격과 함께 검을 놓치고 말았다.

"무…무슨 괴력이……!"

서컥-

순간, 갈색 머리 기사는 옆구리에서 자신의 복부까지 들어오는 날카로운 고통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아래쪽을 내려보았다.

"이…이도류 할버트…라니…바보같은……."

할버트를 두개 든건 확인하였지만, 오우거도 아니고 인간 크기의 몬스터가 할버트를 두개나 한꺼번에 휘두를거란 예상을 깨고, 오른쪽 할버트가 검날 치기를, 그와 동시에 왼쪽 할버트의 도끼날이 복부를 갈라낸 것이다.

검을 두개 쓰는 기사나 전사는 그리 흔한편은 아니지만, 일단 찾아보면 나오긴 나온다. 하지만, 장병 무기를 두개나 휘두르는 인간이나 몬스터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하였기에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음에도 갈색 머리 기사는 허무하게 피를 토하며 나동그라졌다.

"리디 경! 이 개새끼가앗!"

주변의 기사 몇몇이 리디라 불린 기사가 쓰러지자, 나름 인덕이 있었던 고참 기사였는지 분노어린 음성을 토해내며 디엔을 향해 달려들었다.

"차앗!"

몸을 낮추고 뱀처럼 휘어지며 빠르게 달려간 기사 하나가 검을 힘껏 올려베었지만, 디엔의 할버트 하나가 간단히 그녀의 검을 내리쳤다.

"큭!?"

간단하게 내리쳐졌음에도 불구하고 온 몸이 쏠릴것같은 충격을 받고 죽음의 위기를 감지하던 찰나.

"여기도 있다!"

상대방을 당혹케 하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위치를 크게 알린 기사 하나가 반대편에서 달려왔지만, 디엔은 피식 웃으며 뱀처럼 몸을 움직인 기사의 검을 발로 밟고 몸을 반쯤 빙글 돌리듯이 자신의 옆구리를 향해 날라오는 검을 올려쳤다.

카앙!

"흐악!?"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괴력에 검과 함께 몸이 뒤쪽으로 쭈욱 뻗쳐진 기사의 목젖을 향해 두번째의 할버트가 박혀들어갔다.

동료들의 희생으로 안쪽으로 파고든 또다른 기사가 검을 박아넣으려던 찰나, 다른 기사의 검을 올려친 할버트가 그대로 하강하여 창대로 기사의 머리를 가격하였다.

파각!

때리기 데미지가 적용되는 창대에 맞으면서 머리통이 터져버리자, 디엔에게 검이 밟혀버려 마지막까지 생존해 있던 기사는 검을 놓고 도망치려 하였지만, 그 전에 무릎이 올라와 그녀의 턱을 올려쳤다.

우득-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기억.

목뼈가 부러져 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휘어진 기사의 시체를 무시한 디엔은 자신의 힘이 인간중에서 괴물 수준임을 알게 되자 급격하게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크크크……. 왠만한 기사 나부랭이는 간단히 제압이 가능하다 이거지? 궤도가 뒤바뀌는 변검만 주의하면 스피드, 파워형 검술 따윈 간단하군."

로카스트의 검술은 파워나 스피드형을 중시하는 강强을 기초로 하는데 반해, 삼태극에서는 유柔를 중시하는 변검을 사용한다.

삼태극의 무인과 붙는다면 모를까, 이 전장에 있는 모든 기사들은 로카스트인.

디엔은 두 자루의 할버트를 늘어뜨리며 부하들이 학살하는 중인 인간들을 향해 내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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