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4화 (14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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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투가 좀 더 스피디하게 진행될겁니다.

숲 전투는 쿠엘과 첼카루가 전력으로 돌파하고, 좁은 협곡을 빠져나온 몬스터 부대는 넓은 개활지에서 마음껏 힘을 분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래 오늘은 좀 쉴까 싶었는데 하루 쉬면 다시 귀차니즘의 늪에 빠져버릴것 같아서 억지로나마 글을 써 올립니다.드르르륵-

우락부락한 오크들이 거대한 발리스타에 줄을 힘껏 잡아끌자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바퀴가 거친 땅을 부분 평탄화하며 굴러가는 속도가 크기에 비해 상당히 빨랐으나, 그들의 지휘관인 네이드는 거북이 걸음보다 느려보일 지경이었다.

"빨리 움직여! 오늘 안에 이 전쟁을 끝내야만 한단 말이다!"

지금까지 담담하게 냉정함을 가지고 있던 그가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전사들을 닥달하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디엔은 진지하게 그가 정신분열증 환자가 아닐까 고민할 정도였다.

"쟤 왜 저래?"

"글쎄요? 혹시 헤까닥 한거 아닐깝쇼?"

마침 옆에 있던 샤쿠가 자신의 머리통 옆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하였다.

"그런 수준이 아니라 마치 자신의 뒤에 사신이 달라붙은것처럼 다급해한단 말이지. 뭔가 내부에 문제가 생긴게 분명해."

트와일라잇 엑스 클랜 내부에 자신이 예상치 못한 어떤 문제가 일어난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들의 클랜에는 아무런 문제는 커녕 낌새조차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네이드가 이토록 다급해하는 이유는 제카쿰의 경호를 책임지던 오크 전사가 헐레벌떡 뛰어와 남긴 말 몇마디 때문이다.

-대족장님께서 하루 안에 전쟁을 마무리 지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자신이 직접 전쟁에 참가하겠답니다.-

'젠장! 젠장젠장젠장! 나 때문이다! 나 때문에 족장님이 분노하신거야!'

제카쿰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도리가 없는 네이드는 자신의 독단에 진심으로 분노하여 자신에게 보내는 경고라 생각하고 있었다.

존경하는 아버지께서 보내는 분노의 표출이라 착각한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요새를 점령하겠다는 결의를 보이며 조금이라도 빨리 요새 공략에 필수적 요소인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를 이동시키기 위해 지휘를 내팽개치고 직접 밧줄 하나를 잡아 끌어내려 하였지만, 보다 못한 디엔이 이를 만류했다.

"어이. 무슨 일 때문에 급한건지 모르겠지만……."

"닥쳐!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주제에 참견하지마!"

어제의 냉정, 침착한 모습은 사라지고 난폭한 폭군만이 자리잡은 네이드의 욕설에 데드 스컬의 몬스터들이 발끈하였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남의 비위를 거슬리기 위함보단 뭔가에 쫓기는 다급함, 절박함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한 숨을 내쉰 디엔은 밧줄을 잡아 끄는 그의 어깨를 잡아 힘있게 돌리고…….

퍽!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였다.

"큭!?"

"무슨 짓이냐!"

다른 오크들은 자신들의 대전사가 얻어맞아 나뒹구는 모습에 공격 자세를 취하였지만, 이를 무시한 그는 갑작스런 공격에 쓰러진 네이드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놔!"

자신의 멱살을 붙잡은 디엔의 손을 잡아때려 하였지만, 그의 손아귀에서 가해지는 악력은 쿠엘의 괴력보단 수준이 낮았음에도 쉽게 떨쳐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크윽……! 무슨 힘이……!'

진지하게 마나로 근력을 강화시켜 떨쳐낼까 싶던 중, 디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지금 이 전쟁에서 지려고 일부러 이러는거지? 인간측의 스파이냐?"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거냐! 내가 인간따위의 스파이라고!?"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을 증오하기에 악에 바쳐 소리를 질렀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대사에 뒤통수를 해머로 맞는듯한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꼬라지지? 지휘관은 냉정을 잃어 부하들을 다그치기만 하고, 기본적인 수색 작업도 하지 않으며 무조건 진격만하는데 일부러 전쟁에 지고 싶어하는 지휘관이 아니라면 어째서 3류들이나 저지를 실수를 그 외에도 몇개씩이나 저지르는거냐?"

"!!"

"지휘관의 얼굴은 부하들의 사기에 직결된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지휘해야만 '이길 수 있나보다' 라는 희망을 가지고 싸울 수 있는거야. 지휘관이 대놓고 절박한 표정을 짓는다는건 '힘든 전투' 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주지."

그리고선 멱살을 놓아주자, 그제서야 자신의 실책을 눈치챈 네이드는 일어설 생각을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후우……."

이윽고,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어제의 냉정한 모습으로 되돌아왔지만, 얼굴 한편에는 일말의 불안감은 감추지 못하였다.

"그래…요새를 점령하려면 최대한 침착하게 공략을 해 나가야지. 고맙다."

"고마우면 내가 널 친거랑 퉁치자고. 남자 새끼의 칙칙한 목소리로 고맙다는 소리를 들어도 하나도 안 기쁘니까."

마지막까지 자신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농담 -이 아니지만- 에 피식 웃어보인 네이드는 눈앞에 닥친 분노를 피하려고 더 큰 재앙을 일으킬뻔한 실수를 범할뻔 한 자신을 잡아준 디엔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인간이지만 인간을 적대하는 동료이기도 한 동질감과 엄청난 실수를 저지를뻔한 자신을 잡아준 그에게 나중에 은혜를 갚아주기로 하고, 마음을 다시 잡은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한 오크 전사들을 향해 명령하였다.

"잠시 휴식한다! 각자 편하게 쉬도록!"

"예!"

오크들을 닥달하며 전력으로 발리스타를 이끌도록 하였기에, 적과 조우하면 체력이 빠져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휴식을 명령하였다.

네이드가 다급해하며 닥달하는 통에 굳어있던 오크들의 표정은 조금씩 풀려지기 시작했고, 다른 클랜들도 거기에 맞춰 휴식 시간을 가졌다.

참고로, 산맥 루트쪽 클랜은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에 의해 클랜장들이 전원 사망하면서 뿔뿔히 흩어지기 일보직전인지라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고 건재한 리벨리오나, 디엔, 네이드를 주축으로 한 몬스터 부대만이 진군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클랜들이 그러하듯, 클랜장의 카리스마, 능력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클랜장들은 인간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위엄을 세우기 위해 가장 앞에서 돌격하다 줄초상을 치루고 만 것이다.

전쟁 초기때처럼 머리를 계속해서 썼다면 좋았겠지만 한 수 앞은 내다볼 줄 아나, 그 이후부터 내다볼 줄 모르는 이들의 한계라 할 수 있겠다.

리벨리오나는 카니아와의 논쟁 이후, 디엔에게 시비도 걸지 않고 살기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지도 않으며, 단지 주변의 흐름에 맞춰 움직이는게 전부였다.

"그럼 이쪽에서 전방을 수색하도록 하지. 이쪽엔 기동력이 뛰어난 녀석들이 여럿 있으니까."

"거듭 고맙다."

"아나, 고맙다는 소리 하지 말라니까, 칙칙한 남자 새끼야."

"큭큭큭."

디엔과 네이드는 방금전의 사건 이후, 급격하게 친밀해진것처럼 분위기가 괜찮았다.

상대방의 농담 -이 아니라니까- 에 조금 마음편하게 웃을 수 있게 된 네이드는 샤쿠를 포함한 워그 라이더 3명이 워그를 타고 자신들의 진격로쪽으로 내달려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뭘 했는지 몰라도 전술학에 대해 잘 알고 있는게 분명해. 지휘관의 자세라던가 휴식을 취하는 도중에도 능숙하게 만약을 대비한 경계 인원을 투입시키는 건 책으로만 공부한 초짜 지휘관이 가질 수 없는 경험이야.'

다른 세계 -게임- 에서 수십만 대군을 지휘하여 백만 이상의 대군이 맞붙는 전장에서 활약해온 대장군이라는 사실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심히 궁금해진다.

'뭐, 조금 수상한 놈인건 분명하지만, 내가 실수 할 뻔한것을 바로잡아주었고…생각보다 흉악한 놈은 아닐것 같군.'

이곳에 외부에서 들어온 인간이 클랜을 만든다는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 불가능한 일을 이루어내고, 다양한 종족들로부터 충성심을 얻어내는 것을 보아 그가 가진 지도자로서의 능력은 천부적인 수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자신을 도와준 일과 쓰잘대기 없는 자존심에 연연하지 않는 털털한 성격이 더해져 디엔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시작하였다.

'흠, 이정도라면 나에게 어느정도 호감을 품겠지.'

디엔은 자신을 보는 네이드의 눈빛에 호감의 감정이 느껴지자, 지금까지 그를 위해 귀찮음을 마다않고 도와준 보람을 얻을 수 있었다.

그가 이성을 잃으면 쓸만한 오크 전사들의 전투력도 반감되기 떄문에 정신을 차리도록 도와준것도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리벨리오나의 견제를 위해서다.

'내가 트와일라잇 엑스 클랜의 대전사와 친하게 지낸다는 것을 저 년놈들이 알게 되면 조금이나 나를 공격하는데 주저하겠지.'

베쿨락은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에 금이 가면서 은, 동메달 리스트들의 도전을 받아야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생각보다 일찍 주변을 제압하여 금이 간 명성을 회복할 수 있다.

만약과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여 조금이라도 좋으니 아군을 늘리는게 낫다고 생각하던 차에 운좋게도 4대 클랜의 대전사와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되었으니, 이 기회를 이용하여 대외적으로 친한척 굴기만 하면 베쿨락과 리벨리오나는 만약을 대비하여 조심스럽게 움직일 확률이 높다.

그동안 시간을 벌면 대형 클랜에 버금가는 숫자와 생산력을 갖춘 이쪽의 종합 전투력이 저쪽을 상회할 것이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리벨리오나를 먹고, 그 다음 베쿨락을 먹는거지. 성미엔 안 맞지만 한동안 수비적으로 나가야겠는걸.'

무쌍연희에사도 전쟁을 나갈땐, 반드시 도시에 일정 이상의 수비 병력을 남겨두고 원정을 떠나야만 빈집털이를 방어할 수 있다.

리벨리오나도 자신의 영토에 최소한의 방어 병력을 배치할 것이고, 모든 전력을 쏟아부어 공격할 수 있는 방어측과 달리 조금이나마 병력을 나눠야 하는 공격측의 상황을 잘 이용하면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된다.

타다닥!

그 때, 수색을 위해 나갔던 샤쿠가 되돌아왔다.

"대장! 전방에 적은 없습니다요!"

"뭔가 특별한 지형이라던가 그런건 없었고?"

"함정같은건 없어보였고…인간들의 요새로 가는 길목에 샛길이 있던데 인간의 요새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더라구요. 그런곳에 인간들이 매복해 있을리가 없잖슴까?"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매복지. 일반적이라면 무시할만 하지만…….

"인간 요새가 보이는 지역의 지형을 말해 봐."

"예. 기본적으로 평범한 초원 땅이고 좌우가 꽤 넓어서 수백명이 싸돌아다녀도 될 정도로 넓고 긴 통로가 있습죠. 좌우에 좀 높은 언덕이 있긴 하지만, 여차하면 옆으로 도망갈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흐음……."

조금 높지만 여차할때 옆구리를 통해 도망갈 수 있는 언덕이 좌우를 막고 있고,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매복지.

'음? 협공을 가하기 딱 좋은 지형이잖아?'

매복도 상당히 큰 피해를 입히지만, 적이 알아채면 유리하게 이용당할 수 있는 위험도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협공은 양쪽에서 공격당하는 압박감 때문에 알면서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협곡의 인간들을 처리한것 까진 좋았지만, 군대라면 당연히 보고 체계는 가지고 있을터. 이건 머리가 좋다 나쁘다 따지기 이전에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였다.

보고 체계가 없다면 일정 간격으로 경계병을 세워뒀을텐데, 그런것도 없다면 협곡을 방어하는 인간쪽에서 어떤 수단을 통해 정기 보고를 올리고 있다는 증거.

'한마디로 저쪽에서 우리가 협곡을 방어하던 인간들을 물리친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이군. 게다가 협공당하기 쉬운 지형…….'

순간, 아주 좋은 생각이 생각난 그는 사악한 미소를 띄우며 휴식을 마치고 슬슬 진군 준비를 하고 있는 네이드를 향해 다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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