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9화 (139/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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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드디어 간만에 학살극이 펼쳐지겠군요.

네이드와 함께 돌격한 오크 부관이 이중에서 가장 쩌리급이지만 인간 기사들 몇 명은 간단히 처리 가능한 실력자임 -_-ㅋ가장 먼저 도착한 이는 카니아였다.

웨어울프는 분명 뛰어난 근력과 민첩성, 집단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강한축에 끼는 몬스터이긴 하지만, 워낙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석적으로 착실하게 대처하면 1:1 상황에 왠만한 전사 정도의 실력만 있으면 쓰러뜨리지 못하더라도 다른 동료가 도와줄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정도다.

"개새끼면 개새끼답게 깨갱거리도록 만들어주마!"

예전에 웨어울프를 상대했었던 경험이 남아있는 기사 하나가 호기롭게 나서며 카니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후웅!

다른 이들과 다르게 메이스를 사용하는 그녀가 힘껏 무기를 휘두르자 메이스 전체에 마나가 둘러지면서 공기를 찢어발기는 매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웨어울프들은 자신이 막을 수 없는 공격을 받으면 몸을 엎드려 기어다니지! 그 수법은 이미 몇번이나 겪어봤어!'

처음 웨어울프를 상대하다가 공격을 피해 개처럼 엎드려 발목을 물린 경험이 있었던 기사는 그 날의 경험 이후로 자신의 약점을 보호하고자 부츠에 칼날을 장착한다거나 뾰족하게 만들어 아래쪽에서 가해오는 공격을 반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와 연습, 그리고 몇 마리의 웨어울프들을 상대로 실전까지 마친 상태였다.

"자! 개처럼 엎드려……!"

스컥!

몬스터에게 자신의 주제를 가르켜주려던 기사는 말을 모두 잇지 못하고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댕겅- 촤아악!

이윽고, 무기와 목이 동시에 잘려나가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무릎을 꿇은 기사의 시체를 툭 밀치며 자신의 발톱에 묻은 피를 보여주듯이 할짝 핥아보인 카니아는 간만에 먹어보는 인간의 피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질뻔 하였다.

'호홋. 간만에 포식좀 하겠는걸?'

인간인 디엔에게 복종하고 있다지만, 본질은 육식계 몬스터.

게다가 리벨리오나에게 패배하여 제로 랜드를 떠나면서 불행한 모험가를 죽여 인간의 고기맛을 알게 된 그녀에겐 간만에 찾아 들어온 별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오오오오~!"

전투전의 고양감 -방금것은 몸풀이에 지나지 않다- 과 별식을 먹을 수 있다는 흥분감이 겹친 카니아는 늑대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다시 한번 빠르게 달려들었지만,

휘리릭-!

잠시 메이스를 든 기사를 상대해주면서 발을 멈춘 사이에 모렌카린이 불타오르는 마법적인 화염으로 뒤덮힌 채찍을 휘둘렀다.

"큿!?"

카니아에게 시선이 팔려있던 기사들은 채찍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차렸고, 장검을 든 기사는 자신의 머리 위를 쪼갤듯이 내리치는 채찍을 막아내기 위해 검면을 세워 방어하였다.

우득-!

"꺄아앗!?"

하지만, 채찍은 날카롭게 검을 잘라내고 기사의 몸을 향해 쇄도하면서 '통과' 하였다.

"어……?"

분명 검이 잘려나가고 자신의 머리 위로 채찍이 날라온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비명까지 질렀던 기사는 자신의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자 어리둥절해 하였다.

"헉!"

"히잇!?"

"왜…왜 그래……?"

주변 동료들이 자신을 보고 낮은 신음성을 토해내자, 왠지 모를 강렬한 불길함을 느낀 그녀는 전투중인것도 잊어버리고 동료들에게 자신의 몸이 어떻길래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물어보려 하였지만, 순간적으로 자신의 왼쪽 시야와 오른쪽 시야의 높낮이가 차이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에……? 어…어째서 눈이……?"

쩌적--

자신의 몸에서 듣기싫은 소리가 들려오면서 두 눈의 간격이 좌우로 벌어지려 하자,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양손으로 머리를 양쪽에서 눌렀다.

"뭐…뭔가 이상해……! 모…몸이……!"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츄아악!

양 손으로 누른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몸통은 반으로 갈라져 피와 반으로 잘려진 선홍빛 내장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오호호호홋! 감히 이 몸의 채찍을 한낯 검으로 막으려 하다니 용기는 가상하군요!"

차악!

SM취향을 가진 여왕님처럼 허공을 향해 채찍을 한번 휘두르고 교태섞인 웃음소리를 내보인 모렌카린이였지만, 그녀의 뒤로 분노어린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야! 누가 음식들을 함부로 대하래! 깔끔하게 죽여!"

"…거 빌어먹을 늑대 새끼…간만에 스트레스 푸는데 초치네."

여왕님같은 말투를 썼지만, 이내 본색을 드러낸 그녀는 카니아의 불만에 귀찮다는듯이 귀를 휘볐다.

눈 앞에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쓰지 않고 말장난을 하는 두 몬스터들의 모습은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은 동료들로 인해 분위기가 주늑들었던 기사들의 투지를 다시 한번 지피기엔 충분하였다.

"숫자는 이쪽이 위다! 포위하여 섬멸해라!"

"와아아아!"

마르바 자작의 외침에 기사들은 정면을 향해 달려들었고, 마법사들이 그 뒤를 보조하기 시작했다.

"라이트닝 애로우!"

"매직 미사일!"

"산성 화살!"

1~3클래스 내의 단일 개체를 목표로 하는 마법을 시전하여 기사들 사이로 날려보낸 마법사들의 공격은 직선적이였기에 일정 수준의 기량을 가진 전사라면 충분히 회피, 방어가 가능하다.

"흥, 이딴 공격 따위!"

"겨우 이걸로 우릴 상대하려는거야?"

카니아와 모렌카린은 자신들에게 날라오는 마법 미사일들을 간단히 쳐내거나 피하였지만, 그 동작을 행하면 반드시 빈틈이 생기기 마련. 그 틈을 이용해 기사들의 전력 공격이 사방에서 잔상만을 남기며 쏟아진다!

방어를 도외시하여 적이 반격해도 그대로 맞아줄 수 밖에 없으나, 기사들이 사용한 전술은 목숨을 도외시한 국가를 위한 충성심과 기사도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왠만한 강자정도는 최소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왠만한 강자정도라면.

"크하아아앙!"

인간들의 의도를 눈치챈 카니아가 마나를 끌어올려 동물형 고위 몬스터들이 사용하는 권능, 크라잉을 울부짖었다.

"크윽!?"

순간적으로 온 몸이 무기력해지면서 무릎을 꿇을뻔한 기사들은 각자 내성굴림을 체크하여 전원 성공하게 되었지만, 카니아의 목표는 내성굴림에 실패하든 성공하든 상관없었다. 지금의 틈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업이였을 뿐이였으니까.

"캬앙!"

"캬아악!?"

콰득!

인간들이 순간적으로 멈춰서자마자 앞으로 달려들어 한 기사의 목덜미를 날카롭게 물어뜯으며 정면으로 돌파한 그녀는 가만히 내버려두면 짜증나는 마법사들을 처리하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들었다.

"아…안 돼! 저 년을 막……!"

"리프트 혼! 본 크리쳐!"

촤라라락!

뒤이어 도착한 디엔이 본 크리쳐를 사용하며 온 몸을 뼈로 이루어진 갑옷을 입은채 난전에 참가하였고, 그와 동시에 네이드와 오크 부관, 리벨리오나도 도착하였다.

"크하하하핫! 간만에 난전이구나!"

무쌍연희때부터 난전의 혼탁함을 좋아하던 디엔은 두 자루의 할버트를 휘두르며 자신의 희생양이 될 기사를 향해 돌격하였다.

"이딴 구식 무기!"

예전에도 설명했듯이, 할버트는 병사들이나 경비병들이 사용하는 비인기 무기였기에 단번에 할버트를 잘라내기 위해 아케인 소드로 힘껏 휘두르며 안쪽으로 파고들려 하였다.

하지만, 디엔은 씨익 웃으며 기사가 쳐내려한 할버트를 힘껏 스윙하듯 휘둘렀고, 

쿠웅!

안쪽으로 파고드려던 기사는 창대에 맞아 벽쪽으로 날라가듯이 솟구쳐 암벽안에 몸이 반쯤 박혀들어가며 그곳을 중심으로 거미줄같은 실금들이 갈라져나왔다.

"커……."

"휘유. 내 능력치지만 괴물이 다 됐구만."

현재 그의 근력은 293. 이정도 근력으로 이만한 이팩트를 자랑한다면 나중에 지금보다 더 성장한다는 가정하에서 특수한 스킬같은것 없어도 공격 하나하나가 준 필살기급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발 주자로서 디엔이 첫번째 라인을 끊자, 간단한 가죽 갑옷 차림과 얼굴을 가린 가죽 투구로 무장한 네이드가 손도끼 두자루를 꼬나쥐며 기사들 안쪽으로 파고들어갔다.

이미 대열이 무너지면서 눈 앞의 적이라도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 명의 기사가 네이드를 공격하기 위해 양쪽에서 검을 휘두르자, 손도끼를 빙글 돌리면서 검날을 아래쪽으로 쳐낸 그는 손목 스냅만을 이용하여 자세가 아래쪽으로 무너진 두 기사의 머리통에 도끼를 박아넣었다.

'…간단한 패링(쳐내기) 기술따위에 당하다니……. 이게 인간의 힘이란 건가? 겨우 이딴 보잘것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겨우 이정도의 실력으로 존경하는 아버지에게 고뇌를 심어준 인간들에게 분노한 네이드였지만, 손목의 힘만으로 정예 기사의 검을 밀쳐낸 자신의 능력이 인간 세상에서 얼마나 뛰어난지 잘 모르고 있었기에 겨우 자신 '따위' 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인간들의 평가 기준을 하향 조정하기 시작하였다.

"이 빌어먹을 몬스터 새끼가!"

그 때, 주변에서 여덟명의 기사가 한꺼번에 검을 몰아쳐왔다.

일단 눈에 띄는 적을 하나라도 줄여보고자 이런 사태를 대비한 기사들이 힘을 합쳐 공격한 것이다.

순간, 투구 안쪽의 눈동자가 광속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정도로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1,0,4. 2,1,7. 3,9,1. 4,6,3. 5,2,9. 6,5,2. 7,4,2. 8,0,4.'

그리고 아무도 이해못할 수학 공식을 생각하더니 짧게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는것이 아닌가?

스사사삭!

날카롭게 검이 바람을 후벼파는 소리속에서 네이드는 마치 기사들의 검이 보인다는 듯이 몸과 머리를 흔들어가거나 손도끼로 검을 쳐내며 간단하게 피해갔고, 그가 다시 눈을 떴을때는 자신을 공격하고자 한 기사들이 자신의 반대편에서 놀란 눈동자로 입조차 열지 못한채 경악하고 있었다.

"뭐…뭐야……. 어…어떻게……."

가죽 투구 안쪽의 눈꺼풀이 닫혔을때, 자신들의 합격기에 체념한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기사들은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하려고 하였으나 그가 가진 능력은 일반인은 물론, 마법사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경이의 존재였다.

그가 머릿속에서 생각해낸 숫자들은 자신이 눈으로 확인한 적의 존재, 날라오는 각도, 속도를 자신만의 공식과 법칙으로 공격이 들어올 방향을 '계산' 한 것이다.

정확히는 계산만 한게 아니라 머릿속으로 이들의 공격이 그림처럼 그려지듯이 연상하여 시뮬레이션처럼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인것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자신에게 날라오는 공격의 날라오는 방향과 속도만 계산할 수 있다면 수십명이 아니라 수백명의 공격까지 회피하여 반격할 수 있는 말도 안되는 두뇌의 소유자라는 것.

"크와아아악!"

기사들은 대체 뭐가 어찌된건지 혼란스러워 할때, 그를 따라왔던 오크 부관이 끝이 건틀렛을 착용한 주먹으로 무방비 상태의 기사들을 곤죽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퍽! 콰직!

"꺄악!"

"으악!"

"큿!"

동료들의 비명 소리에 정신을 차린 다른 기사가 오크의 복부를 찔러 내상을 입히려 하였지만 그것을 지켜본 오크 부관은 복부에 힘을 강하게 주자, 마치 강철을 향해 찌른것처럼 기사의 검이 댕겅 부러져버렸다.

"어……?"

급한대로 마나를 밀어넣었기에 뛰어난 효율을 보이기 힘들지만, 오크 한마리 쯤은 간단히 해치울 수 있을거라 믿었던 기사는 계속되는 비현실적인 현상에 벙찐 얼굴이 되어버렸고, 오크 부관은 그런 기사의 턱 아래쪽으로 주먹을 올리며 어퍼컷을 날리자, 머리통은 그대로 '박살' 나면서 피와 살점 섞인 뇌수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거대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날렵한 풋워크와 오크답지 않은 무기 -대부분의 오크들은 거대한 무기를 선호- 가지고 있는데다 제대로 배운 깨끗한 펀치와 오크 특유의 근력에서 나오는 파괴력은 움직임이 둔한 오크들만을 상대해왔던 기사들에게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뒤이어, 리벨리오나도 발톱으로 기사들의 몸을 난도질해가며 나름 활약을 했지만, 그녀는 넓은 광활지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사냥하는 것을 선호하기에 좁은 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 싸우는 현재로선 디엔과 더불어 가장 전과가 낮다고 볼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몬스터들의 전력에 기사들은 진열이 난잡하게 배열되어버려 각개격파 당하기 시작하였고, 기사들을 통솔해야 하는 마르바 자작은…….

"죽어! 죽어! 죽엇!"

채캉! 카캉!

안쪽으로 파고든 카니아를 상대로 미친듯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반드시 네 놈만큼은 죽여주마!"

마르바 자작이 이렇게까지 분노한 이유는 자신의 주변에 널부러진 시체들 때문이다.

발리스타를 운용해야 하는 병사들 전원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마법사들은 제대로 주문을 시전하기도 전에 발톱으로 찢겨져 나간 고깃덩어리 파편이 된지 오래.

특성상 외출이 힘든 데드 스컬 클랜의 또다른 간부, 원과 처음 만났을때 계속해서 끊임없이 가해지는 마법 공격이 얼마나 귀찮고 짜증나는지 몸으로 깨닫은 그녀는 마르바와의 대결을 마지막까지 피하고 마법사들과 힘없는 일반병 위주로 학살한 것이다.

"너희들은 명예도 없는거냐! 약한 자들만 골라서 죽이다니!"

"무리 사냥을 할때는 약한 놈들부터 사냥하는게 당연한거 아냐?"

"닥쳐라! 우리는 인간이다! 너희들같은 괴물들 따위에게 사냥당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인간이니까 사냥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외치는 마르바 자작의 외침에 짜증난 표정을 지어보인 카니아는 지루한 공방을 끝내고자 두 팔을 교차하듯 휘두르며 앞으로 달려들었고, 마르바는 잔상을 남기며 날라오는 발톱 사이로 모든 힘을 실어낸 찌르기 공격을 가했다.

목표는 미간!

쉭!

순간, 방금전까지의 위협적인 공격을 순식간에 거둔 그녀는 몸을 땅바닥까지 낮추더니 네발로 달려들어 마르바의 발목을 물어뜯었다.

"카흑!"

카니아를 처음 상대했었던 기사가 예상한 웨어울프의 표준적 공격 방식 그대로였다.

"카르릉!"

"으아아악!"

발목을 물어뜯으며 머리를 좌우로 붕붕 휘두르자 그대로 몸이 휘둘려진 마르바는 주변의 물건들과 부딪히며 온 몸에 상처가 늘어나버렸고, 그 와중에 무기까지 놓쳐버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지지지직--!

"그…그만! 그만해!"

일부러 땅에 쓸리도록 마르바의 발목을 물고 달려가기 시작한 카니아는 마치 장난감 다루듯이 그녀를 질질 끌어가며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휘릭- 카득--

그 때, 어디선가 날라온 손도끼 하나가 마르바의 절망과 고통이 섞인 얼굴 위에 박혀들어가며 안식을 가져다주었으나, 카니아에겐 분노를 가져다주었다.

"…이건 내 사냥감인데…너희들은 남의 사냥감을 마음대로 해도 상관 없나봐?"

그녀는 손도끼의 주인, 네이드를 향해 피가 뚝뚝 흐르는 어금니를 드러내며 금방이라도 공격할 의지를 보였지만, 네이드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미 다 끝난 전투다. 쓸잘대기없이 시간 낭비할 필욘 없어."

네이드의 뒤쪽에는 이미 기사들이 모두 싸늘한 시체가 되어 나뒹굴고 있었다. 마르바는 제대로 지휘를 하지 못하고, 마법사들은 카니아에 의해 모두 죽어버려 지원이 뚝 끊겨버린 기사들은 보기 불쌍할 정도로 처절하게 각개격파 당한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인간들에게 이 곳을 점령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전략적 압박 효과를 주길 바란 그는 저항할 능력이 없는 인간 따위에게 시간을 허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그건 네 사정이지. 아니면 네가 내 장난감이 되어줄래?"

샤악-

발톱을 꺼내들며 공격 자세를 취한 카니아와 네이드를 보호하기 위해 권투 자세를 취하며 언제든지 팔을 뻗을 자세를 취한 오크 부관의 살기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려던 찰나.

"카니아, 거기까지."

"예."

디엔의 개입으로 방금이라도 피가 솟구쳐도 이상할게 없는 살기가 단번에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카니아쪽에서 바로 살기를 거뒀기에 거기에 반응하면 네이드쪽에서도 살기를 거둔 것이다.

"함께 힘을 합쳐 이긴 전우끼리 마음이 조금 안 맞는다고 피를 볼 이유는 없잖아? 이쪽은 카니아가 마음대로 시간을 허비하였고, 그쪽은 그녀의 허락없이 장난감을 망가뜨렸지. 이걸로 서로 합의보고 정리하는게 낫겠지?"

"…동의한다."

네이드 또한 아군끼리 피를 볼 이유치곤 너무나 하찮았지만, 자존심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못하였기에 디엔의 제안을 못이긴척 받아들였다.

'자존심보단 실리를 선택하는 성격인건가. 말이 잘 통해서 좋긴 하지만…스위퍼를 지배할 수 있을만한 능력자론 보이지 않는데…….'

방금전의 다툼에서 조금만 과잉해석하면 디엔도 자신의 클랜을 무시했다고 트집을 잡을수 있는 상황이였지만, 다툼보단 친목을 도모한 것은 미래를 위한 포석임이 분명하다.

나름 능력도 있는것 같지만 카니아에게서부터 충성을 받아낼 수 있는 카리스마까진 없다고 생각한 그는 어째서 그녀가 인간에게 지배당하는 길을 선택하였는지 궁금하였지만, 지금은 디엔의 말대로 이 근처를 정리하는게 우선이였기에 더이상 생각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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