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8화 (138/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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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편이 끝나면 독자분들은 트와일라잇 엑스 대전사들을 향해 '아니, 공대 짜야 잡을 수 있는 레이드 몹들이 파티 짜서 돌아다니면 어쩌자는거임?' 라고 하시면서 밸런스 파괴를 우려하시겠지만...이들의 최후를 알고 있는 저는 안구에 습기가 차오릅니다.베쿨락이 보호 마법으로 무장하여 함정과 레인저들의 기습 공격을 무시해가며 돌격할때, 무언가를 차분하게 생각하던 벨켄도 발을 움직였다.

"확인했나?"

끄덕

무엇을 확인했다는건지 몰라도 벨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걸어가는 와중에 화살 한발을 장전하였다.

"무슨 짓을 하려는거야? 여기서 저기까지의 거리는 대충봐도 700~800m라고! 대체 무슨 수로 저기까지 날리겠단……."

그 모습을 본 디엔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소리쳤지만, 시위를 당기는 그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헛기침을 내뱉으며 입을 다물고 말았다.

다른 오크들에 비해 호리호리한 체구를 가졌기에 정확도와 스피드로 승부를 짓는 중거리전 궁사라 예상했건만, 시위를 당기는 팔이 순간적으로 근육덩어리가 되어 팔의 굵기가 2배 가까이 부풀어오르는게 아닌가?

투웅!

귀가 울릴법한 거친 소리와 함께 시위를 떠난 화살은 그대로 직선 방향을 향해 날라갔고, 그와 동시에 부풀어오른 팔도 정상적으로 되돌아왔다.

쉬이이익---!

빠르게 날라간 화살은 끝까지 속도가 느려지지 않은채 날라왔고 아무리 빠르다지만 먼 거리에서 날라오는 만큼, 그 존재를 확인한 기사들은 어차피 무슨 일이 있어도 방어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진 덕분에 어째서 화살이 날라왔는지보단 화살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뇌속에서 번뜩였다.

"방패! 밀집해라!"

화살의 경로를 확인한 기사들은 평소 우습게 보며 사용하지 않았던 방패들을 들고 재빨리 밀집하여 화살을 막아내려 하였지만, 순간적으로 큰 바람이 불더니 화살의 끝이 비틀어지면서 밀집한 방패를 지나쳐 발리스타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의 목젖을 관통하였다.

"크엑!"

"케엑!"

게다가 그 뒤에서 충전을 완료하고 이마의 땀을 닦으려던 마법사의 뒤통수에 박혀들어간 화살의 모습에 협곡에서 방어하고 있던 모든 인간들은 경악어린 눈빛으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화…화살이……?"

마치 화살이 자신들을 피해 돌아간듯한 현상에 모두들 제대로 입을 열지 못할때, 한 기사가 소리쳤다.

"또 온다!"

그 사이에 벨켄이 또 한발을 날리자 기사들은 방패를 내팽개치고 검을 잡아들었다.

이 전쟁을 위해 뛰어난 실력과 자원자로만 뽑은 기사들이였기에 자신들이 행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을 계산한 것이다.

그들의 행동은 흠잡을대가 없어 이들의 지휘관인 마르바 자작도 집중하라는 명령만 내릴 뿐이였다.

"방금전의 것은 마침 바람이 불어서 생겨난 우연이다! 집중하면 저딴 공격 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쉬이익--!

또다시 날라온 두번째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것을 확인한 기사 하나가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화살을 베어내려던 찰나.

후웅~~

좁은 협곡의 구조상, 바람이 협곡에 갇히면서 생겨나는 강한 돌풍에 의해 화살촉이 위쪽을 향해 날라가면서 기사의 검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올라가더니 바람이 그치자 아래쪽을 향해 낼려가 발리스타의 장전을 담당하던 병사 하나의 미간에 정확히 내리꽂혔다.

"이…이게 대체……."

마치 화살이 살아움직여 자신의 공격을 피한것 같은 상황에 검을 휘둘렀던 기사는 물론, 그녀의 완벽한 대처에 긴장을 놓고 있던 다른 이들의 뇌리속에서 화살이 살아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뭐여 저거? 화살이 살아있네? 무슨 특별한 기술인가?"

그리고, 그것은 벨켄의 이동속도에 부대를 움직이던 디엔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저건 단지 인간 기사가 화살을 쳐내려 할 타이밍에 돌풍이 불것을 예상한 것이다."

"뭐?"

디엔은 어이가 없다는듯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리고, 그의 황당함은 리벨리오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였다면 같은 종족이니까 첩자라도 보내 적의 정보, 강적의 존재를 얻을 수 있으나, 기감이 예민한 몬스터들 사이에서는 그러한 첩보 방식은 불가능하다.

첫번째로 종이 달라, 아무리 능력이 좋은 스파이를 보내도 외모가 확 다르다보니 스며드는게 불가능하고, 두번째로 인간의 몇배에 달하는 후각 능력에 의해 같은 종족이라 해도 자신들과 함께 부대끼며 생활하면서 나온 동일한 냄새가 느껴지지 않으면 같은 클랜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만다.

제로 랜드에서 나오는 정보력이란, 강적과 싸우다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의 목격담밖에 없다는 뜻.

그렇기에 제로 랜드에서는 유명한 강자들도 있으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수들도 많은 편이다. 단지 자신을 알리고 싶지 않다거나 스스로를 숨겨 조금씩 세력 확장을 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트와일라잇 엑스 클랜에서 유명한 전사는 제카쿰, 네이드, 쿠엘, 첼카루, 이렇게 네 명이다.

헬카인은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간 다른 클랜들이 공포에 떨게 될것을 우려한 제카쿰이 어떻게든 숨기려고 노력하기에 존재 자체도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고, 벨켄은 워낙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능력 자체는 물론, 어째서 대전사의 위치에 들어가 있는지조차 의문인 존재였다.

네이드는 벨켄의 능력을 너무 까발리면 나중에 귀찮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입을 다물었으나, 디엔에겐 그정도의 정보량만으로도 벨켄의 능력을 추측하기 쉬웠다.

'저 녀석……. 믿을 수 없지만…어느 타이밍에 바람이 어떻게 부는것인지 예상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고보니 네이드가 벨켄에게 확인하라고 말했던것도 바람의 흐름을 느끼는 것이였다면 수수께끼 같았던 그 명령도, 지금의 현상도 모든것이 해명된다.

말도 안된다. 겨우 몇 분동안 신경을 집중하여 바람의 흐름을 확인하고 몇 초후에 바람이 부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능력이라니.

'하지만 기사들이 어느 순간에 쳐낼지까지 계산하는건 무리일거야. 아마 뭔가 화살의 흐름을 바꾸는 무슨 기술은 쓴게 아닐까?'

전쟁에서 전장의 일기예보를 알아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상식이다.

아무리 잘 만든 전술, 전략, 책략을 가지고 있다 해도 기상 조건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최악의 결과만을 남기기 때문이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사마의를 상방곡으로 유인하여 불태워 죽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얻었음에도 갑작스런 호우로 완벽한 계책이 무산되어버렸고, 그밖에도 고대에서부터 현대전까지 기후로 인해 이길 수 있었던 전투에서 물러서거나 패배한 기록은 꽤나 다양하다.

그만큼 전장의 상황을 조율하는 전략가에겐 기후란 매우 중요한데, 그것을 벨켄이란 오크 궁사가 예보하는 것이다!

아직 바람의 흐름을 예상한건지, 아니면 어떤 능력으로 흐름을 바꾼건지 모르겠지만 중요한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저격총을 썼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화살로 700~800m의 거리에 도달한데다 인간이 어떻게 대처하든 살아있듯이 궤도를 바꿔 정확히 적의 목숨을 앗아가는 스나이퍼로서의 능력은 그야말로 7대 불가사의 수준.

'뭐 이딴 새끼들이 다 있어?'

제카쿰이라는 오크를 봤을때만 해도 나대지 말고 조용히 기회를 노려야겠다 싶었는데, 다섯 대전사들중 한 명의 능력이 이 정도라면 다른 네 명은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것인가?

그렇게 벨켄이 절반가량 걸어갔을땐 인간측의 발리스타 운용병들의 절반이 죽어나가 있었다.

달려나가 쳐내려 하거나, 방패로 막으려 해도 마치 살아있는것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기이한 사술에 마르바 자작은 마법에 의한 농간으로 여기고 기사들과 당황해하며 어쩔줄 모르는 병사들과 마법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방패를 들고 원진으로 뭉쳐라! 화살이 들어올 공간 자체를 막아!"

무슨 마법인지 몰라도 구멍을 원천 봉쇄한다면 된다고 여긴 마르바 자작이 직접 방패를 들며 외치자 다른 이들도 바닥에 나뒹구는 방패들을 집어들며 동그랗게 방패진을 짜기 시작했다.

"전방을 주시해라! 몬스터놈들이 오면 어떤 피해를 받더라도 반드시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를 사용해야만 한다!"

그녀도 멍청하게 방어에 치중만 하다가 몬스터들의 침입을 허가할 생각따윈 하지 않았다.

전장에서는 아무리 완벽한 전투를 치뤄도 희생자가 생기는법이기에 병사들이 몇 죽어나가도 몬스터 부대가 돌진해오면 다시 한번 사용하여 확실하게 기를 꺽어둘 생각이였으나, 아쉽게도 그녀가 방금전에 상대했던 몬스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카니아, 모렌카린! 나와 같이 돌격한다! 나머지는 내가 돌격 명령을 내릴때까지 대기해라!"

"알겠어요!"

"간만에 인간들의 피 맛을 볼 수 있겠군요!"

클랜원중에서 가장 전투력이 강한 두 간부들과 함께 돌격을 시작한 디엔은 저 멀리서 보이는 특대 발리스타의 모습에 빠르게 대가리를 굴려갔다.

'저 발리스타의 화살은 엄청난 속도였어. 조준만 제대로 하면 장거리에서 저격하는 것은 일도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어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신중한 성격이거나 연속으로 발사할 수 없는 결함품일 확률이 반반! 나는 후자에 모든걸 걸겠다!'

연속으로 발사할 수 없다면 소수의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아까우니 기사들이 직접 처리하려 들 것이다.

전장에서 도박은 자살의 지름길이라 하지만, 신중한 성격이라서 최대한까지 끌어당기다가 발사하려는 의도라 해도 상관없다. 저렇게 화살을 방어하기 위해 모두 모여있는 상황에서 발사를 위해 병사들이 빠져나가면 예상하기 쉬우니까.

즉, 반쯤 이미 먹고 들어간 도박인 셈이다.

"너희들은 내 신호에 맞춰 돌격해라. 아마 너희들 몫은 없겠지만!"

리벨리오나도 디엔과 같은 생각이였는지 부하들을 대기시켜두고 그의 뒤를 따라갔고, 네이드또한 다른 오크들보다 거대한 덩치를 지닌 부관급 전사에게 따라오라는 체스쳐를 날리며 달려나갔다.

총 6명의 다양한 몬스터들이 돌격해들어오자 그 모습을 지켜본 마르바는 저들이 한꺼번에 몰려올때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를 발사 시킬지 고민하였지만, 그녀 또한 보통의 기사 지휘관이 아니라 이 전쟁을 위해 선별되고 선별된 지휘관들중 선택받은 상위 1%의 지휘관이였다.

화통한 성격으로 쉽게 공포에 질리지 않고 뛰어난 무용과 지력을 겸비한 그녀는 고의적으로 지금까지의 냉정한 모습을 지우고 분노를 터트린 기사의 역활을 연기하였다.

"이 미개한 몬스터 놈들이……! 겨우 6마리로 우리들 전부를 해치울 생각이란 말이냐!"

그녀의 목소리에 방패를 들고 있던 기사들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갔다.

이 전쟁을 위해 선발된 선택받은 기사들인 자신들을 겨우 여섯이 물리치기 위해 돌격해온다는 그녀의 목소리에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 분노에 휩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의도대로 살아 움직이는 화살에 의해 살짝 공포감을 느끼고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 마법사들 모두 사기가 다시 한번 불타오르자 검을 뽑아들며 몬스터들을 향해 가리켰다.

"전원 돌격하라! 인간의 힘을 미개한 몬스터 놈들에게 알려주자! 이상한 화살을 쓰는 놈이 난전중에 저격할지도 모르니 모두 주의를 하며 놈들을 처단해라!"

"와아아아!"

숫자는 이쪽이 많기에 숫적 이점을 얻으려면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에서 싸워야 하기에 돌격 명령을 내린 마르바의 선택은 그야말로 흠잡을대 없는 최적의 지휘였다.

몬스터들이 난전을 틈타 공격하려 하면 조금씩 밀리척하다가 신호를 보내 기사들을 후퇴시키고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를 발사하면 되고, 그렇지 않다 해도 정예 기사들의 합격에 의해 핏덩어리로 만들 수 있으니 과연 선택받은 지휘관이라 할 수 있는 지휘.

인간과 인간간의 전쟁이였다면 그녀의 지휘는 완벽하다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강해봤자 그 정도란게 한계가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달려오고 있는 여섯명중 두명의 인간은 '한계' 따윌 가뿐히 무시하는 괴물들이었고, 남은 네명도 일반적인 몬스터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그녀가 선택한 최고의 결정은 최악의 결정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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