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3화 (133/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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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번 전쟁에서 여러가지 복선을 짜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몰라도 독자분들이 싫어하실것 같아서 후딱 후딱 진행해 내용을 대충 넘겨버렸죠.

그래서 그런지 전쟁같은 분위기를 주지 못하고 내용이 엉성해서 리메이크 결정하게 되었으니 이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슴다 ㅇㅁㅇ/"죄송하지만, 그건 안되겠습니다."

"응?"

베쿨락은 설마 디엔이 자신의 제안을 거부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

아무 중소 규모의 클랜장에게 2인자 자리를 주겠다고 하면 다들 감격해하며 덥썩 잡아물었을 정도로 매력적인 떡밥이었는데 조금의 고민도 없이 거절을 한 것이다.

"어째서지? 내 말이 그렇게 신빙성이 없었나?"

"아니요. 솔직히 마음이 좀 흔들리긴 했습니다. 당신의 신뢰를 얻어 2인자의 자리로 올라가 제가 원하는 권력을 휘두르는것도 좋겠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거대한 성벽이 아닙니다. 베쿨락님이 병으로 사망하든, 적과 싸우다 전사하든, 자연사를 하든간에 죽어 사라지면 그 자리를 2인자인 제가 차지하겠지요. 문제는 외부에서 들어온 놈이 족장 자리를 차지하면 반드시 반란 세력이 생겨난다는 겁니다. 저는 그런 일로 심력을 소비하느니 차라리 작고 볼품없는 돌담이라 할지언정 저의 손으로 꼼꼼하게 쌓아가고 싶습니다."

상대방이 들으면 조금 기분 나쁠만한 표현도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강하게 거부해야만 뒤탈이 없다고 생각한 그의 입은 거침이 없었다.

디엔의 예상대로 베쿨락이 사망하면 처음부터 그의 밑에 있던 부족장이나 힘이 있는 전사들은 외부의, 그것도 인간인 디엔의 명령을 받길 거부할 것이다.

그에 반해 데드 스컬 클랜은 디엔이 처음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노력의 결정체이고 자신과 함께 밑바닥부터 함께 굴러온 충성적인 부하들과 함께하고 있다.

언제 흔들릴지 모를 클랜의 2인자로 지내느니 차라리 지금의 부하들과 함께 정상을 노력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고 강대 세력이 될 확률이 높았다.

베쿨락이 봤을때 디엔은 같은 인간을 공격하는데 아무런 꺼리낌이 없어 보이고 말로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지, 높은 야망을 가지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클랜은 전술과 눈 앞의 적을 분쇄하는 파괴력이 뛰어나지만, 대규모 전쟁에서는 전체를 지휘할 전략가가 전무하기 때문에 은근슬쩍 디엔의 전략적 능력을 확인한 그는 정말로 2인자의 자리를 줄 생각으로 제의를 했는데 그것이 단번에 거절되니 어이가 없었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어느정도 수긍이 가긴 갔다.

하지만, 수긍이 가는것과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다른 문제.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부수는게 제로 랜드의 상식이자 강자의 법칙.

연합군에서 다른 세력의 수장을 죽이면 아무리 강대 클랜이라 해도 여러가지 불이익이라거나 패널티를 받겠지만, 중소규모 클랜장을 위해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정도로 강한 패널티를 주장하는 이들도 없을거라는 계산을 마친 그는 자신의 주먹을 조용히 말아쥐었다.

싹을 처음부터 짓밟는건 취미가 아니지만 이만한 전략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클랜을 내버려둔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때 강적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더이상 크기 전에 디엔을 죽이고자 마음 먹은 그의 몸에서 살기가 조금씩 퍼져 나올때, 천막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까지 하는게 어떨까? 그 이상의 행동을 하면 나도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쯧. 너무 노골적이었나."

천막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니아가 살기를 느끼고 베쿨락에게 제제를 가한 것이다.

클랜의 힘이 아닌 클랜장의 힘만을 따지자면 카니아는 제로 랜드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중 하나다.

베쿨락이 카니아보다 수준이 높지만,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생각없이 공격하다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악명만 얻게 될 터.

아무리 힘이 전부인 땅이라 해도 과도한 악명은 그리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쯤에서 적당히 물러서는게 이득이다.

"이게 마지막 기회다. 더이상의 기회는 없어. 네가 말한 불안 따윈 내 힘으로 처리해줄테니 나의 밑으로 들어와라."

그래도 혹시나 몰라 마지막 제안을 건냈지만, 디엔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죄송합니다."

"크크크. 나의 제안을 이토록 당당하게 거부하는 녀석은 처음이군. 마음에 들지만 나에게도 한 세력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란게 있는 만큼, 연합이 끝나면 적으로 만날테니 그리 알라고."

베쿨락은 자신의 제안을 거부한 디엔이 건방지다고 느끼면서도, 지금까지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주장을 서슴없이 내뱉는 이는 다른 4대 클랜장들을 제외하곤 처음이였기에 마음에 든다는 듯한 말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호감이 드는 인간이긴 하지만 제로 랜드를 통일하려는 욕망을 가진 이상, 사적인 감정을 지우자면 늦던 빠르던 언젠가는 죽여야 하는 적이나 마찬가지.

잘 있으라는 말과 함께 육중한 몸을 쿵쿵 이끌며 자신의 클랜쪽으로 돌아간 베쿨락의 모습에 디엔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후우~ 살짝 쫄았네. 고맙다, 카니아."

베쿨락이 돌아가자 카니아는 날카롭게 반짝이는 발톱을 회수하며 천막 안으로 들어섰고, 셰라하디와 모렌카린도 각자의 무기를 거두며 따라들어왔다.

"오우거 따위가 건방지게……! 지금이라도 당장 목을 딸까요?"

마족의 입장에선 힘밖에 쓸 줄 모르는 무식한 하등 몬스터 따위가 자신의 주인님에게 건방진 짓거리를 하자 당장이라도 채찍을 휘두를 기세인 모렌카린의 모습에 디엔은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가 베쿨락 정도의 세력이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아직은 참고 기다려야지. 

자기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하고 안하무인처럼 보이는 평소 행보와 달리, 그는 이래뵈도 스스로를 절제하는 인내심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더러운 꼴을 당해도 참을 수 있고, 힘이 약할때는 참고 참아 찬스를 엿보다가 기회가 생기면 자신이 당한 모든것을 분출하여 최소 두 배 이상은 되갚아주는 성격이었다.

단지, 참아도 되는 부분에는 잘 참는데 인내심이 필요없는 부분에서는 자신의 본성을 여과없이 드러내기 때문에 생각없는 기분파처럼 보일 뿐이다.

"시간은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후에 이 굴욕을 갚아주려면 지금은 참아야만 해."

데드 스컬 클랜은 다른 클랜들과 차원이 다른 생산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몇년만 참으면 지금까지 참아온 암컷 몬스터들과 인간들로부터 태어난 새끼들이 성체가 될테고, 그렇게 세력을 불려나가 규모를 키운다면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인 숫자로 늘어날 것이다.

그래도 제로 랜드 정복의 야망을 가진 미래의 적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이것만으로도 큰 이득이리라.

"오늘은 여러모로 탐색전의 성향이 강하군. 아마 내일부터 힘들어질테니 부하들에게 충분히 휴식하라 그래."

"예. 저기…주인님……."

세 노예중 가장 전투력이 떨어지기에 데드 스컬의 간부이긴 하나, 진칼리와 함께 전사들을 통솔하는 부사관 역활을 맡은 셰라하디는 은빛 도마뱀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며 다리를 오무렸다.

"아까 하던 봉사…마저 하면 안될까요……?"

디엔의 자지를 핥는 것만으로도 쾌락을 느낄 정도로 조교된 그녀의 달콤함이 섞인 음탕한 목소리에 미소를 지어보인 디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앗! 저도요!"

"그럼 나도!"

그에게서 허가가 나오자 당연히 카니아와 모렌카린도 달려들었고, 노예들의 귀여운 반란에 몸을 맡긴 그는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매끈한 혀의 감촉을 즐기며 좌측과 우측의 우회로중, 어떤 루트를 지원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계산하였다.

'숲은 아무래도 게릴라전이 되기 쉬워. 기왕 마법 무기의 이점을 얻게 되었는데 정면으로 부딪힐 수 있을만한 루트를 선택해야겠지? 역시 우측 산맥을 힘으로 뚫어버리는게 낫겠어.'

지도에 보이던 산맥의 통로는 그리 크지 않아 숫적 우위를 점하기 어렵지만,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인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에 힘 대 힘의 대결을 유도하고자 우측 산맥을 점령하는 쪽으로 자원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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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요새 위에서 부상입은 몬스터들이 빠져나가면서 몬스터쪽 진영이 한산해졌음을 확인한 인간들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몬스터들의 피해는 그야말로 세는것도 벅찰 지경인데 이쪽의 피해는 전무하니 제로 랜드의 악명을 태어나면서부터 들어왔던 병사들은 물론, 아직까지도 제로 랜드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선배 기사들의 모습을 지켜봐왔던 젊은 기사들도 평소같았으면 병사들의 소란을 진압하였겠지만, 이번만큼은 함께 함성을 부르며 기뻐하였다.

"푸하하핫! 제로 랜드, 제로 랜드 말이 많아서 뭔가 했는데 별거 아니잖아?"

"힘만 강한 몬스터 따위야 머리좀 쓰면 별거 아니지!"

몬스터 연합군의 내부 사정을 알리가 없는 인간들은 단지 멍청한 몬스터들을 쓰러뜨렸다는데 기뻐할 따름이었다.

특히, 수십번이나 보낸 토벌군이 전멸당하면서 쌓이고 쌓인 악명은 로카스트에 사는 인간들에겐 그야말로 공포나 다름없었기에 이들의 승전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제로 랜드 내부에선 수십, 수백개의 클랜들이 다투면서 살기 때문에 외부로 전사들을 보낼 이유도 없고 여유도 없지만,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인간들에겐 언제 갑자기 쳐들어올지 모르는 위험 지대나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지휘관들은 야간에도 밝은 눈을 가진 몬스터들의 습격을 대비하기 위해 병사들을 배치하였지만, 그들에게도 자신들이 새로운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겨났기에 목소리에도 자연스래 힘이 들어가 있었다.

"병사들뿐만 아니라 모두들 기뻐하는군. 그만한 대승인데 당연한 얘기이려나."

토벌대의 사령관인 중년의 여기사, 오리아 벤토르 백작은 밖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기분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원래는 이쯤에서 적당히 군기를 잡는게 일반적이지만, 제로 랜드의 몬스터들로부터 건진 대승이라면 얘기는 다르기에 이번만큼은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오늘의 승전의 분위기를 만끽하던 오리아는 지휘관의 얼굴로 돌아와 자신과 함께 작전회의에 참석한 기사, 레인저, 마법사, 정령사들의 대표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단 오늘은 승리를 거뒀지만, 아무리 몬스터라 해도 정면 공격은 승부가 없다는 것을 깨닫았을 거요. 이번 회의는 전투의 승리를 자축하는 의미도 있지만, 요새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들을 확실히 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보고를 듣고자 모이도록 했소."

디엔의 예상대로 토벌대는 요새를 공격할 수 있는 모든 진격로의 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리아는 만의 하나라는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귀찮지만 각 대표들을 불러모은 것이다.

"좌측의 숲을 통한 진격로는 현재도 계속해서 함정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날을 위해 나무 위에서 활동하는 훈련을 받은 전문 레인저 부대가 매복중이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후드가 달려있고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트하면서도 가벼운 가죽 갑옷을 입은 긴 머리를 곱게 늘어뜨린 갈색 장발의 여성, 레인저 부대의 지휘관인 리카 오벤트 남작은 걱정말라는 어투로 보고하였으나, 오리아는 혹시나 몰라 자신이라면 이런 방법을 쓸것같은 계책을 얘기하였다.

"만약 몬스터들이 불로 숲을 태우려 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게다가 확인해보니 함정, 매복 지대는 숲의 절반 정도밖에 차지하지 못하던데 몬스터들이 크게 우회하여 함정 지대를 통과하면?"

"저희들도 그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출격전의 보급품에 물 속성의 마법이 담겨진 스크롤을 왕국 마법사들에게 요청하였습니다. 수량에 제한이 있으나, 몬스터들이 아무것도 안하고 한달 내내 불만 지르려 하지 않으면 문제는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몬스터들의 우회는 정령사분들이 해결해주실겁니다."

리카의 말에 모든 이들의 시선은 연초록빛 단발컷에 젊고 발랄한 느낌을 주는 여성, 닐리 시아타 남작에게 모아졌다.

나이가 상당히 어리지만 정령사들의 힘은 단련이나 노력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정령들과의 친화성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그녀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정령사로서의 능력이 가장 높다는 증거였다.

단지 연륜이 없어 가끔씩 생각없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있다는 것과 천재적인 정령 친화력 덕분에 자신보다 못한 상대를 깔보는 오만한 성격이 흠이였으나, 머리가 아주 없는편은 아니기에 예의를 차려야 하는 장소에서는 적당히 분위기를 맞출 수 있을 정도였다.

"멍청한 몬스터들이 그럴만한 머리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되요. 그 부근에 거대한 호수가 있는데, 거기에도 '작업' 을 해 놨으니까요. 그리고 레인저 부대에서 물 속성 마법 스크롤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말만 하세요. 이쪽에서 처리할테니까요."

그녀가 말하는 작업이란, 요새의 정면에 가둬둔 땅의 정령들과 똑같은 의미였다.

숲의 반은 함정과 레인저 부대의 매복, 거대한 호수에 가둬둔 물의 정령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몬스터들에겐 어떤 루트를 선택하든 격렬한 저항을 겪게 될 것이다.

게다가 마법 스크롤이 다 떨어지면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령사들이 소화 작업을 나설테니 문제는 없었다.

"숲쪽은 대안이 된것 같군. 우측 산맥 통로는 어떻게 되었는가?"

"예! 이쪽은 그야말로 완벽합니다! 무엇이 오든간에 박살낼 수 있습니다!"

오리아의 말에 덩치가 크고 보디 빌더처럼 근육이 우락부락한 여기사이자 이번 출정에 선출된 왕국 기사단중, 무투파만 모아둔 레이지 혼(성난 뿔) 기사단의 단장인 마르바 울렌도르 자작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하였다.

"이쪽 산맥을 통하는 길은 사전에 조사한대로 일반 병사들을 기준으로 해도 20명 이상이 한꺼번에 움직일 수 없는 직선형의 좁은 통로만이 존재하고, 양쪽으로 깍아만든듯한 가파르고 높은 절벽이 우회를 완전히 막아냅니다. 어떤 몬스터가 오든간에 이 산맥만을 위해 개발된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가 존재하는 이상 그야말로 무적입니다!"

"왕국 개발부에서 만들어낸 거대형 발리스타 말인가? 그러고보니 마르바 경은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의 시범 작동 현장에 있었다지? 나는 설명으로만 들어서 그런지 위력이 어떤지 실감하기 어렵더군."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 기존의 발리스타의 몇 배 크기를 가지고 있는데다 모든 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희귀 재료들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움직이는 성이나 마찬가지인 왕국 개발부의 자신작.

오리아도 이번 출정때 그 무기를 가져오긴 하였지만, 아직 얼마나 대단한 무기인지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부분은 제가 설명하겠소."

자세한 설명쪽은 아무래도 머리를 사용하는 마법사들이 더 잘 말할거라 생각한 마르바 자작은 자신을 대신한 마법사를 위해 입을 다물었다.

회색빛 머리를 비녀를 꽂아 동양풍 스타일로 올리고 가장 나이가 젊은 닐리보다 깨끗한 피부와 약간 인위적인 외모를 가진 제 2 왕실 마법사단장, 두르하 멕켄토시 백작은 이들중 나이가 가장 많았지만, 마법의 힘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잘못 보다간 닐리와 동갑으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연륜만큼은 숨길 수 없었는지, 닐리와 달리 차분하고 경박하지 않으며 노인같은 어조로 설명을 시작했다.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는 기존 발리스타보다 3배의 크기를 가지고 있지만, 파괴력만큼은 일반 발리스타보다 20배 이상을 보여주고 있소이다. 커진 덩치만큼 장전해야 하는 쇠뇌의 크기도 큰 만큼 파괴력이 강한것도 있으나, 제조과정에서 마법진을 설치해 발사하는 힘을 강화시켰기에 파괴력과 사거리,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그야말로 궁극의 공성 병기라 할 수 있소."

분명, 대단하게 들리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실제 발사의 경험담이였기에 오리아는 만족하지 못한 얼굴을 무의미하게 살짝 고개를 끄덕일 뿐이였다.

두르하 백작도 그걸 깨닫았는지 이번엔 이 무기의 파괴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설명했다.

"이 무기의 최대 사거리는 약 400m. 참고로 실제 사용되는 예비용 풀 플레이트 100개와 두께 5cm의 강철 철판 20개를 배치하였는데 이 모든것을 '짓이기고' 나간 후의 사거리요."

"!!"

분명히 발리스타의 관통력이 강하긴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절반쯤에서 멈췄을 것이다.

하지만, 기간틱 레피드 파이어는 그 모든것을 꿰뚫고도 400m까지 날라갔다고 하니 그야말로 최강의 공성 병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문제는 한번 발사하면 마나를 다시 충전하기 전까진 그냥 거대한 발리스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오. 그렇기에 마법사들의 절반이 이쪽에 배치되어 있지."

"흐음……. 어째서 마법사들을 그쪽에 보냈나 싶었더니……. 그럼 충전하는데 얼마나 걸리오?"

"너무 빠르고 과하게 넣으면 부하를 이기지 못해 내구도가 줄어들기에 일정한 마력랑을 일정한 속도로 전달해야 해서……. 3분 정도는 걸렸소."

전장에서 3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지만,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는 병기에게 이만한 패널티가 없었더라면 아무리 자기편이라 해도 '이건 사기야!' 라고 외쳐버렸을 것이다.

"몬스터들을 최대한 끌여 들였다가 발사하고, 충전할때까지 기사들이 방패 역활을 하는 것인가……. 허허……."

자신이 몬스터의 입장이라면 절대로 우측 산맥을 통해 우회하겠다는 바보같은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 여긴 오리아는 이길 수 밖에 없는 이 전쟁을 통해 자신의 명성, 나아가 가문의 영광까지 거머쥘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

"좋아!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결정됐지만, 방심이야말로 우리들의 가장 큰 적이오! 고대에서부터 다 이긴 전쟁이나 승리를 방심하다가 놓친 수많은 전례들이 있는 만큼, 우리들 또한 그 역사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스러운 일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시오!"

오리아 또한 이 전쟁을 위해 고르고 선별된 지휘관중에서 뽑힌 만큼, 다 이긴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방심도 없이 각 대표들을 조여갔다.

'그건 그렇고 몬스터들은 우리들이 이러한 준비를 했다는걸 알리가 없겠지. 특히, 산맥을 공략하려는 몬스터들이 이렇게까지 불쌍해진적은 처음이구만.'

처음으로 몬스터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한 오리아는 혹시나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세부적인 계획을 짜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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