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2화 (132/173)

--------

하움~

할짝-

낼름- 낼름-

"음……."

제카쿰이 아버지로서의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디엔은 지휘관으로서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적의 전략이 충실했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공격하면 또다시 인간들은 땅의 정령들을 불러세울테고, 아군과 정령들이 뒤섞여 난전 상태에 있을때 소총 수준의 사거리를 지닌 개조 활의 공격이 뒤이어 터져나온다.

"칫. NPC들 주제에 건방지게시리……."

루나틱 돈에서는 여러가지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유저는 꾸준히 움직이고 활동해가며 세상의 흐름을 읽거나 자신의 기술을 갈고 닦으며 개발해야만 한다. 도태되면 그 사이에 NPC들은 발전하여 유저가 NPC들에게 뒤쳐지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아마 유저에게 이 게임은 단순히 몬스터 잡고 레벨업하고 레어템을 얻는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제작사들이 어필하기 위한 노력의 결정체이리라.

자신이 성장하고 있을동안 NPC들도 성장하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닫은 그는 일반적인 전술로는 해결은 커녕 산제물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한 숨을 내쉬었다.

무쌍연희에서 온갖 전략 전술을 몸으로 체득한 그였지만, 무쌍연희에서는 병종간 능력치가 고정화되어 있기에 이처럼 존재 자체로 전투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전략적 이점까지 가져갈 수 있는 마법 무기를 가진 부대와의 전쟁은 그야말로 생에 처음이였다.

그나마 적이 접근전으로 와준다면 이쪽도 온갖 마법 무구로 치장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저런식으로 틀어박혀 있다면 적을 공격할 수단은 우회 기동전밖에 없다.

문제는 이 근방의 지리를 모르니 적의 후방이나 옆구리를 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는것과 마법사라는 존재가 어떤 변수로 적용될지 아직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법 무기를 가진 부대라 해도 일단 찌르고 베는등, 무기를 활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물리적인 형태의 공격을 보여주지만, 마법은 어떤 마법을 쓰느냐에 따라 전략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위력과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었다.

쭈웁- 쭈웁-

스릅~

"아, 치사해! 기둥을 혼자 다 독차지하다니!"

"선배라고 모두 차지 하냐! 독재 반대!"

디엔이 어떤 전략, 전술을 사용해야 할지 골머리를 썩히고 있을때, 그의 하반신에 모여든 카니아, 셰라하디, 모렌카린은 하나밖에 없는 성물을 핥아대고 빨아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무쌍연희때 노예들에게 봉사를 시켜야 머리가 잘 돌아가게 되는 버릇같은게 길러졌기 때문에 뭔가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전략을 짤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대부분의 작전 회의 분위기는 이러하다.

셰라하디와 모렌카린은 고환과 아래쪽 뿌리를 핥고 있었는데 카니아가 갑자기 입으로 기둥 전체를 삼키자 크게 반발하였지만, 노예들간의 싸움은 심각할 정도가 아니라면 내버려두기 때문에 노예들의 투닥거림을 조용히 무시하였다.

"크흐음……."

계속된 봉사속에서 카니아의 본격적인 입보지 봉사가 시작되자 기분좋은 신음성을 내뱉은 디엔은 살짝 몸을 부르르 떨며 귀두가 교묘하게 혀끝에서 빙글 빙글 돌려지는 쾌락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다른 클랜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노골적인 성행위를 할 수 있는것은 이러한 때를 대비해 천막을 준비해뒀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디엔의 군세만이 모든 병사들에게 천막을 지급해주었는데, 전장에서 조금이라도 편하고 따뜻하게 자는게 얼마나 중요한건지 군대에 다녀왔던 그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몬스터들의 피부가 인간들에 비해 더 두텁지만, 오랫동안 찬 공기에 노출되면 감기에 걸리고 몸이 약해지기에 장기전을 대비한 준비는 철저하게 해두었다.

그에 반해 다른 클랜들은 아예 천막을 가져오지 않았거나 간부 클래스 이상만 천막을 사용하기에 일반병까지 천막 생활을 하는 데드 스컬의 모습은 확실하게 이색적이었다.

어쨌든간에 아직 자신이 암컷 몬스터들을 성행위로 지배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디엔은 천막을 이용해 주변의 시야를 가려 세 노예들의 열렬한 봉사를 만끽하고 있었다.

"자, 그럼 한발 싸볼까."

"쿠웁!?"

이윽고 사정감이 느껴지자 카니아의 머리를 잡아당겨 목구멍까지 자지를 밀어넣으며 식도로 직접 정액을 분출하기 시작한 그는 허리를 앞뒤로 흔들며 목젖을 귀두로 마찰시켜 사정 후의 쾌감을 만끽하였다.

"켈록! 켈록!"

자지를 빼자마자 격렬한 기침을 토해낸 카니아는 역한 구토감을 느꼈지만, 정액을 토해내기 싫다는 의지 하나로 꾸욱 참아냈다.

"쳇."

"칫."

디엔의 정액을 혼자 독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녀의 모습에 셰라하디와 모렌카린은 안타깝다는듯이 혀를 찼다.

"자, 그럼 다음은……."

"실례하겠습니다."

두번째 사정을 위해 노예들에게 재차 봉사 명령을 내리려던 찰나, 바깥에서 병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던 진칼리가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음? 무슨 일이지?"

"록 브레이커 클랜의 족장, 베쿨락이 주군을 찾아왔습니다."

"그 오우거가?"

오우거 메이지이자 호탕하고 거침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베쿨락 덕분에 다른 클랜장을 기습 공격했을때 어영부영 넘어갈 수 있었던 은혜도 있으니 만나는 주겠다만, 대체 어째서 인간인 자신을 만나러 오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은 만나봐야 알 수 있으니 노예들에게 자리를 피하라 명하고 잠시 기다리자, 거체가 움직이는 쿵쿵 소리와 함께 디엔의 천막 입구가 펄렸였다.

"안녕하신가."

여전히 오우거답지 않은 모습을 과시하는 베쿨락은 인간같은 인사와 함께 천막 안으로 들어왔고, 아슬아슬하게 천막의 크기가 더 높았기 때문에 그의 체구 때문에 천막이 무너지는 불상사는 없었다.

"다른 클랜장을 초대했을때 어떻게 대우해야 할지 몰라 그러니 인간 방식으로…아."

인간 방식대로 일단 찾아온 손님을 어디론가 앉힐려 하던 디엔은 엄청난 체구를 가진 오우거가 앉을만한 가구가 없음을 깨닫았으나, 베쿨락은 웃으며 손사례를 쳤다.

"크하하! 그냥 바닥에 대충 앉으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그리고선 양반다리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은 베쿨락의 모습에 디엔도 자신의 천막 내부에 배치된 의자를 하나 끌어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인간들처럼 수박겉핡기 식으로 마음에도 없는 인삿말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로 랜드의 4분의 1을 지배하는 거대 클랜장이 저같은 무명의 약소 클랜장을 찾아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크크크. 역시 본질을 제대로 꿰고 있군. 마음에 들어. 나도 인사말 따위로 시간 잡아먹으러 온게 아니라 너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고자 온거다."

"제안?"

왠지 어떤 제안일지 예상이 되는 디엔이였지만, 조용히 입을 다물며 상대방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 전에 한가지만 물어보지. 인간들의 방어가 생각보다 거세더군. 아무리 나라 해도 정면 승부가 꺼려질 정도야. 너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파할 예정이지?"

"저도 그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입니다. 최소한 이 곳의 지도라도 있으면 계획이라도 짜겠는데 지형조차 파악하지 못하였으니……."

"그런가? 그럼 이걸 선물로 가져오길 잘 했군."

그리고선 자신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그는 살짝 꼬질꼬질한 양피지를 꺼내들었다.

오우거들은 왠만한 추위를 타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살가죽을 가지고 있기에 옷을 입지 않고, 중요 부위만을 가리는 팬티같은 천쪼가리만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 간단하게 휴대하여 사용하려는 물건들은 팬티 안쪽의 주머니에 모여있다.

몬스터의 중요부위의 때가 탄듯한 양피지의 색깔과 냄새에 자신도 모르게 눈쌀을 찌푸릴뻔한 디엔이였지만, 가까스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양피지를 받아 펼쳐보이자 이내 이것이 어디서 나왔는지 깜빡할 정도로 눈동자가 커졌다.

"이건……!"

"그래, 이 근처의 지도지."

베쿨락의 선물은 디엔이 전전긍긍해하며 얻고 싶어하던 전장의 지도였다.

언제 이런걸 만들었는지 몰라도 전장의 지리를 파악하게 된 그는 본능적으로 효율적인 전략을 짜기 시작하였다.

베쿨락도 그것을 유도한 것인지, 그가 눈동자를 굴려가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자 조용히 입을 다물며 기다려주었다.

이윽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양피지를 바닥에 깐 디엔은 손가락으로 지형을 짚어가며 설명하였다.

"일단 요새를 공격할 수 있는 방향은 세가지. 하나는 정면, 다른 하나는 좌측 숲을 우회하여 요새의 뒤쪽으로 향하는 길과 우측의 작은 산맥을 넘어 요새의 옆구리를 공격하는 길입니다. 문제는 아까전의 전투처럼 인간들이 제대로 준비를 하고 왔으니 우회할 수 있는 모든 통로에 함정, 병력을 매복시켜뒀겠지요."

"확실히 이번 인간 토벌대 놈들이 제대로 준비를 하긴 했지."

"가장 좋은 방법은 몇몇 중소규모 클랜들을 보내 인간들이 어떤 함정을 준비했는지 확인하고 공략하는 방법이지만, 아무리 강대 클랜의 명령이라 해도 다른 클랜들에게 자살 임무를 명령하기엔 무리."

"그건 그래. 아무리 힘으로 억누른다 해도 그런 명령을 받으면 문제가 일어나지."

베쿨락은 디엔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해주었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자신에게 호의적인 그의 모습에 의문이 든 디엔이였지만, 지금은 머릿속의 전략을 설명하고 정리하는게 우선이기에 재차 입을 열었다.

"그렇기에 좌측이나 우측, 하나의 통로를 골라잡아 각 클랜의 정예 병력으로 인간들의 매복과 함정을 파훼하고 지역을 점령하여 인간들에게 전략적 압박감을 주는게 중요합니다."

"음? 바로 공격하지 않고? 아예 기세를 몰아 공격하는게 낫지 않을까?"

"이만한 준비를 해온 놈들입니다. 분명히 또다른 함정을 준비시켰을테니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전투력을 복구시키는게 장기적으로 봤을때 이득입니다. 게다가 인간들에게 우리가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압박감을 주거나 찔끔찔끔 공격해 들어가면서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면 이쪽으로 시야가 분산될테고, 그 사이에 좌측까지 뚫어버리면 정면 공격을 대비하여 만든 모든 함정들이 무용지물이 될테니 좌우측을 보강하려 하겠지요. 여기서 허를 찔러 기동성이 높은 병력으로 정면을 공격하고, 적의 이목이 중앙으로 모였을때 신호를 맞춰 동시다발적으로 밀고 들어가면 숫적 이점과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전투력이 뛰어난 종족의 특성까지 있으니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아니면 두 방향은 그냥 공격하는 척만 해서 신경을 분산시키고 한 방향으로만 뚫어버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보급로에 들어앉아 인간들이 굶어죽어가는 것을 구경하거나 죽기전에 최후의 발악을 기다리면 됩니다. 보급대의 규모가 아무리 거대해도 평야에서의 전투라면 이쪽이 우위니까요. 한마디로 중요한것은 좌측이나 우측을 우선적으로 점령해야 하는 것이지요."

끙끙 앓던것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자 긴 문장을 읊은 디엔은 말이 끝나자마자 혀를 날름거리며 말라붙은 입술을 적셨다.

"……."

그의 설명을 듣고 있던 베쿨락은 살짝 굳은 얼굴로 굳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디엔은 오우거 대가리로 자신의 말을 이해하는게 힘들었나 싶어 머릿속을 정리해가며 다시 한번 설명할 준비를 마쳤다.

"크하하하! 과연! 적의 주력을 무조건 공격하는게 아니라 주변을 점령하여 압박하는 것만으로도 그런 효과가 있다는건가!"

설명의 요지를 잘 이해한 베쿨락은 흡족한듯한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내가 여기에 찾아온 용건을 말하지. 제로 랜드의 모든 클랜들은 분명 인간들보다 강해. 하지만, 모두 따로 제각기 놀며 자신의 이득만을 탐하니 단결이 제대로 되지 않고 눈 앞의 적을 때려부수는 전술은 뛰어나지만 전체적인 국면을 책임지는 전략은 매우 취약하지. 나와 함께 하자. 다른 놈들이 네가 인간이라는 이유로 지랄해도 너를 나의 뒤를 이을 2인자로 만들어주마."

어느정도 분위기의 흐름을 보고 미리 예상한 디엔은 속으로 역시나 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베쿨락이 자신의 가치를 가장 먼저 인정해주었기에 살짝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