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3화 (123/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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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유~ 이렇게 보니까 완전히 백화점인데? 없는게 없어."

이틀에 걸친 지루한 여행끝에 트와일라잇 엑스 클랜에 도착한 디엔은 온갖 종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에 질린듯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디의 클랜장이십니까."

체구가 크고 철제 무기와 갑옷으로 중무장한 오크가 다른 족장들처럼 두 명의 호위병을 거느린 디엔을 가로막으며 이름을 물어왔다.

"데드 스컬 클랜의 디엔이다."

일단 괜한 분쟁을 일으키다가 내쫓기기라도 하면 탐색을 목적으로 한 그로선 곤란해지니 고분고분하게 자신의 클랜명과 이름을 대답했다.

여기서 인간들과 이들과의 차이가 갈리는데, 만약 인간들이였다면 듣도보도 못한 상대방의 이름에 비웃는 경비병 or 문지기를 응징하면서 전형적인 고위 귀족 능멸하기 스토리가 전개되었겠지만,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가죽 두루마리에 그의 이름과 클랜명을 적어놓고서는 입장을 허용하였다.

확인을 안하는 이유는 모든 족장들에게만 참가 서신을 보낸것도 있지만, 이런곳에서 거짓말을 쳐봤자 얻을 수 있는 이득이라곤 인간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사전에 아는 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안쪽으로 들어가셔서 아무곳에서 쉬시면 됩니다. 곧 족장 회의가 시작되는데, 북을 울려 신호를 보낼테니 거대한 천막 안으로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오크라고 생각되기 힘든 유창한 말투에 깜짝 놀랐지만, 투구 덕분에 포커페이스가 유지된 디엔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우와, 내가 지금까지 오크를 두번 봤는데 왜이렇게 극과 극이지?"

처음 봤었던 오크는 그야말로 야만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야만인이였지만, 두번째로 만난 오크는 인간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예절을 가지고 있었기에 두 차이의 갭이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제카쿰은 지식도 힘이라고 말하면서 전사들에게 어느정도의 지식 수준을 갖추도록 지향하고 있어요. 아마 저 오크는 그 중 가장 머리가 좋은 오크라서 문지기 역활을 겸양하는게 분명해요."

제로 랜드에서 거대한 세력을 구축했었던 카니아가 자신이 아는 제카쿰의 성격을 토대로 설명하자 디엔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돌아가시겠군. 대체 어떻게 생겨쳐먹은 놈인지 면상이나 확인하고 싶을 정도야."

이틀동안 카니아에게 제카쿰에 대해 설명을 들었던 디엔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둥둥둥--!

"킷? 저 북소리, 족장 회의를 시작한다는 신호 아닙니까?"

방금전 문지기가 말한 북소리가 아닐까 싶은 진칼리가 바로 참가할 것인지를 물어보자 아주 타이밍 좋게 도착한 그는 여행 도중에 기선 제압 방법을 구상해두었기 때문에 여유있는 표정을 대답하였다.

"아니, 다들 참석하고 난 후에 움직이지. 원래 가장 먼저, 혹은 가장 나중에 온 쪽이 눈에 잘 띄는 법이거든."

다들 의자에 앉아있듯, 혹은 종족간의 차이로 서서 회의를 하든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하며 눈에 띄어 등장하는 방법을 구상해낸 그로선 오히려 다들 모인 후에 움직이는게 나아보였다.

아마 이벤트적인 문제였겠지만, 일단 자신에게도 서신이 온 이상, 화려하게 등장하여 자신이 그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진 디엔은 유유자적하게 걸어나갔다.

"그런데 어디서 비명 소리가 나는것 같지 않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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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음편에서 제카쿰과 디엔의 첫만남이군요.

이 전쟁이 끝나면 또다시 새로운 노예들을 냠냠쩝쩝할 수 있을테니 불끈 솟아오르는군요 ㅇㅁㅇㅋ

참고로 말하자면 저는 수녀들이 취향입니다. 예. 흑회색 베일에 로브 형식의 옷, 은빛으로 반짝이는 십자가 목걸이의 그 수녀들.

아아, 무슨 말씀하려는지 알아요. 악마에게 버림받을 발언을 해놓고서 신에게도 버림받을만한 발언 하지 말라 이거죠?

그런데 어떻게 해! 난 수녀 복장을 입은 여자는 무조건 섹시해보이는데!

아니, 정확히는 수녀 복장 or 성직자형 옷들은 무조건 하악하악이란 말입니다!

...신앙에 충실한 사람이 보면 고소장 날아올만 하구만...

만약 이 소설이 갑자기 사라지면 누군가가 저에게 고소장 날린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작게는 코볼트, 크게는 오우거가 앉을 수 있도록 설계된 각기 다른 폭과 재질로 이루어진 의자들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각 종족의 클랜장이 앉아있고 그 뒤쪽에는 호위병들이 호위하듯 나열해 있었다.

평소라면 다양각색의 가치관을 지닌 무수한 종족들이 충분히 넓다지만 한 장소에 모이게 되었으니 엄청난 소란이 일어나야 정상이겠지만, 이들은 숨소리도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하였다.

"……."

"……."

제로 랜드를 사등분 하는 가장 거대한 세력의 주인들이 가장 먼저 도착하여 모든 족장들이 모이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니 아무리 깡이 좋은 이들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난리를 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뒤늦게 도착한 코볼트가 의자를 끌어와 가장 끝부분에 착석하자 상체는 신이 직접 조각했다고 믿어질 정도로 완벽한 몸매를 지니고 있으나, 하반신은 의자를 감쌓듯이 휘감은 나가 여성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마지막인것 같군. 바로 시작하는게 어떻겠소? 어차피 결과는 하나뿐이겠지만."

눈처럼 하얀 동공과 찰랑이는 머릿결을 지닌대다 냉기가 풀풀 흐르는 목소리와 분위기는 마치 혹독한 눈의 여왕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디젤은 불필요한 대사 없이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건의하였다.

인간들의 모임이였다면 일단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큰 일이 없었는지, 은근히 보이지 않는 세력 다툼, 혹은 자랑질로 시작했겠지만, 그딴 쓸대없는 얘기로 시간을 잡아먹는것은 이들에겐 길거리에 버리는 쓰레기만큼이나 가치가 없었다.

푸욱!

"카하! 이렇게 모일 이유가 있나 모르겠구만! 그냥 인간들을 쳐부술 병사들을 이끌고 모이라 하면 되는거 아닌가!"

인간의 해골을 목걸이처럼 연결한 약간 푸른색의 빛을 띈 단단한 체구와 흉악하게 일그러진 표정의 4m쯤 되는 장대한 체구를 지닌 오우거가 칼집에 들어가 있지만 마나의 파동이 느껴지는 거대한 투핸드 소드를 땅에 찍으며 거칠게 굳이 족장 회의라는 불필요한 모임을 일으킨 제카쿰을 향해 반발하듯 소리쳤다.

"저도 이번 족장 회의는 의문이 드는군요."

어두운 분홍색의 머리칼날이 단정하게 포니테일로 묶고, 온 몸에 나있는 갈기들도 똑같은 색깔을 지니고 있어 귀엽고 발랄한 느낌을 주지만, 그레이터 웨어울프들이 가진 유니크급 강도와 공격력을 지닌 손톱을 다리를 꼬아 앉아 여유롭게 갈고 있는 모습으로 강자로서의 여유를 가진 리벨리오나도 거기에 동의하였다.

영롱한 황금빛 눈동자와 날카로운 눈매와 달리 눈꼬리가 살짝 내려가 눈웃음을 보이면 부드러워 보일듯한 분위기였던지라 다른 이들이 느끼는 압박감을 유일하게 완화시켜주는 이는 그녀뿐이였다.

"미안하지만 내가 족장 회의를 개최한 이유는 그런 이유가 아니오."

"인간들이 우리들의 영토로 공격했소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단 말이오?"

고귀한 왕족의 말투를 사용하는 나가 퀸, 소디젤은 눈매를 찌푸리며 반박하였다.

"그 문제로 내가 여러분을 불러모았……."

"어이쿠, 이거 늦어서 미안합니다."

제카쿰이 뭐라 말하려 한 순간, 천막 입구를 거칠게 열어재끼며 경박한 말투와 함께 얼굴이 보이지 않는 투구를 눌러쓴 디엔이 등장하였다.

"……?"

카니아와 진칼리의 향취로 디엔이 가진 인간의 향취가 숨겨지긴 했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들이 섞이면서 기묘한 향이 되었기 때문에 다들 뭔가 익숙하면서도 익숙치 못한 무언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회의중이니 아무대나 앉……."

제카쿰이 그를 향해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말하려는 순간,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디엔이 빠르게 달려가 낮게 점프하더니 가운대에 자리잡고 있는 오우거의 뒤통수를 잡으면서 바닥을 향해 힘껏 찍어눌렀다.

콰아앙!

"쿠억!?"

디엔보다 최소 힘이 50 이상 더 높지만, 기습적인 공격이었고 설마 이런곳에서 무력을 행사할 바보가 존재하리라곤 예상치 못하였기에 힘을 쓰지 못하고 바닥과 인사한 이름모를 오우거 족장은 본능적으로 일어나 자신을 공격한 녀석에게 반격하려 하였지만, 얼굴을 드려는 순간 날카롭게 날라든 발등이 턱을 가격하자 뇌가 흔들리면서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뭐냐, 네놈!"

다른 두 오우거 호위병들은 그런 디엔을 공격하려고 하였으나, 미리 사전에 계획을 준비해둔대로 움직인 진칼리와 카니아가 하나씩 붙잡았다.

서컥!

"쿠아아아!"

방금 설명했듯이 유니크급의 공격력을 지닌 카니아가 디엔을 향해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려는 오우거 호위병의 팔을 토막내듯이 잘라내자 단번에 외팔이가 된 그는 고통과 분노로 얼룩진 비명을 지르며 흉성을 일으키며 다시 한번 공격하려 하였으나, 이미 수많은 오우거들을 처리해본 경험이 있는 그녀는 포효를 지르는 오우거 호위병의 목을 손톱으로 찢어발겼다.

한편, 카니아의 반대편에서 공격해오는 오우거 호위병의 거대한 둔기를 팔 부분만 블레이드 트루퍼로 변형시키고 모렌카린과 싸울땐 아직 익숙치 못해 써먹지 못했던 기술을 사용하였다.

"리액터 클레이모어!"

쾅! 퍼엉!

"쿠와아아악!?"

엄청난 힘이 실린 둔기와 황금빛 플레이트 건틀렛이 부딪히자 폭음을 토해낸 건틀렛의 일부분이 터져나가더니 그를 공격한 오우거 호위병의 얼굴을 짓이겨갔고, 갑작스런 공격에 영문을 모른 오우거 호위병은 마치 호러물에 나올것 같은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쓰러지고 말았다.

슈웅-- 차캉!

터져나간 건틀렛은 다시 진칼리의 몸으로 돌아와 건틀렛을 이루게 되었다.

한 번의 물리적 공격을 무효화시키고, 받은 충격의 역방향으로 마나가 실린 쇠조각들을 날리는 리액터 클레이모어의 효율을 몸으로 체감한 진칼리는 만족한듯 미소를 지으며 타투 안으로 건틀렛을 회수하였다.

쿠웅! 쿵!

거의 동시에 두 오우거 호위병이 허무하게 죽고 나름 저력있는 상위권 클랜의 족장이 기절하자 영문을 모르는 다른 클랜장은 눈이 동그랗게 변하였지만, 그런 그들의 눈빛을 즐긴 디엔은 오우거 클랜장이 앉았기에 지나치게 넓은 의자에 거만하게 앉더니 한쪽 다리를 꼬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캬하~ 역시 의자는 쾌적해야 좋다니까."

안하무인격인 그의 모습에 당연히 모든 족장들의 그를 향해 몰려들었고, 진칼리는 무모하다시피한 행동의 결과물에 속으로 땀을 흘려댔다.

'적과 아군이 될만한 이들을 알아보시겠다더니 모두 적으로 돌리실 생각이십니까?'

그는 디엔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기에 다른 클랜장들이 조금씩 적의를 가지기 시작하자 안좋은 방향으로 흐르는 분위기에 뭐든지 좋으니 빨리 무슨 말이든 해줬으면 싶었다.

"카니아?"

그 때, 리벨리오나의 눈이 카니아를 향해 꽂혔다.

"리벨리오나……. 흥."

카니아는 자신을 내쫓은 장본인을 향해 눈을 흘기자 다른 클랜장들은 그녀의 이름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카니아? 스위퍼 카니아?"

"리벨리오나의 연합 제의를 거절하고 선제 공격을 했지만 패배하고 소식이 끊겼다고 하던데?"

"다시 세력을 모은거 아닐까?"

"하지만 의자에 앉을 생각을 안하는걸?"

호위병처럼 디엔의 뒤쪽에 기립한 그녀의 모습에 족장들의 웅성거림은 커져가자 디엔은 마지막 결정타를 올려쳤다.

자신의 투구를 벗은 그는 손을 흔들어 한쪽 구석으로 내던지자 그의 얼굴을 목격한 몬스터들은 벌떡 일어서며 무기를 들었다.

"인간이다! 인간이 침입했다!"

"죽여버려!"

"산제물로 바치자!"

'크크큭. 여기까지 예상대로 진행되었군.'

가장 뒤늦게 들어와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끈다. 그 순간, 강해보이는 족장을 처리하고 자신의 부하들이 다른 호위병들을 물리치면서 자신도, 부하들도 강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그리고 어느정도 뜸을 들인 후, 자신의 정체를 밝혀 자신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만든 후, 조용히 기달린다.

'제카쿰이 만약 정말로 소문대로의 오크라면 여기선 날 죽이는 것보단 일단 만류를 하고 나의 정체를 캐묻으려 하겠지.'

만약 제카쿰이 나서지 않는다면? 아트로팔의 척추가 가진 스킬을 이용해 분위기를 다운시키고 직접 자신이 한 클랜의 클랜장이라는 것을 소개한다.

'그렇게 된다면 오우거보다 강하며, 최초의 인간 클랜장이라는 강렬한 임팩트가 심어진단 말씀이야. 자자, 빨리 입을 여시라고, 제카쿰 ㅆ…윽!?'

가장 상석에 앉은 제카쿰의 얼굴을 목격한 순간, 디엔의 표정이 일그러져갔다.

'뭐…뭐야 저 놈은……?'

지금까지 디엔이 강자들을 상대로 여유있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이 게임 캐릭터이며, 캐릭터인 이상 공략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쌍연희 시절에 실수로 인맥 관리를 잘 못하여 유비 삼형제에게 여포가 투항하여 관우, 장비, 여포를 상대로 3:1로 싸워야만 했던 적이 있었으나, 어차피 게임 캐릭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게임 오버를 당한 후에도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었을껄 라며 안타까워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게임 캐릭터 주제에 '이길 수 없다' 라고 감각이 맹렬하게 외치는 NPC가 존재하고, 그것도 판타지 소설에서는 경험치 획득용 몬스터인 오크에게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머리를 최대한 돌려봐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높이고 시뮬레이팅 해봐도 이길 수 있을것 같다는 희망 자체가 들지 않았다.

"모두 조용하시게."

"……."

제카쿰이 조용히 하라고 부드럽게 말하자 방금전까지의 살기는 거짓이었다는 듯이 사라지면서 모든 몬스터들이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게임 캐릭터 주제에 엄청난 압박감을 가진 존재가 가능하리라곤 생각치 못한 디엔은 자신의 의도대로 제카쿰이 행동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였다.

"갑자기 다른 클랜장을 공격한것도 추궁해야겠지만, 그 전에 클랜장이 맞는지부터 물어보고 싶네만."

오크라고 생각할 수 없는 조용하면서도 위엄있는 말투에 재빨리 정신을 차린 디엔은 당초 계획대로 건방진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하였다. 강한 상대에겐 건방진 말투는 그다지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데드 스컬의 클랜장, 디엔이라 합니다. 분명히 인간이긴 하지만, 이래뵈도 한 클랜의 클랜장인 만큼 인간들의 간악한 침공 소식에 한 손 거들고자 왔지요."

"그런것치곤 너무 과격하게 등장한게 아닐까 싶소이다만."

허튼 소리를 지껄이면 곧바로 마법이라도 날릴 기세처럼 먹잇감을 공격하려는 독사처럼 몸을 곧게 세운 소디젤이 살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로 물어오자 어깨를 으쓱여보인 그는 기절해 있는 오우거의 뒷다리를 퍽퍽 걷어찼다.

"인간 클랜장이라면 당연히 '믿기 어렵다' '약아빠졌다' 라는 소리들이 나올게 아닙니까? 그러니 제 가치를 보였을 뿐입니다. 최소한 저기 널부러진 머저리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요."

"흠. 과연 인간이군. 입은 매끄러워."

소디젤은 어느정도 설득력이 느껴지는 디엔의 주장에 살기를 누그려뜨렸다.

'좋아. 이걸로 저기 뻗어있는 오우거보다 내가 더 낫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어. 이제 남은건 내가 인간이라는 문제점만 해결하면 돼.'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방식에 대해선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상대방을 깔아뭉개면서까지 나타내기엔……."

"크하! 마음에 드는 인간이군! 입이 매끄러운게 마음에 안들지만 확실히 저 병신보다 쓸모가 있겠어!"

제카쿰이 타이르려는 순간, 베쿨락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당한 놈이 바보가 되기 때문에 소디젤과 베쿨락이 어느정도 인정하자 디엔을 향한 적의 많이 희석되었고, 졸지에 기습 공격을 당해 기절한 오우거 족장만 병신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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