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7화 (10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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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쉬워보이던 전투는 모두 이 사건을 위한 준비 조건!

다음편이면 셰라하디 쓰러뜨리고 능욕편이 기다리고 있는줄 알았지 호객님들아! 내가 그렇게 쉬워보이던 남자인줄 알았는가! 크하하하하...켁켁!? 침을 삼키다가 진짜로 사례들렸다?

큼큼, 이번편을 쓰려고 기다리고 기다리느라 답답한 마음이 터져서 헛소리좀 했군요. 저거 다아~ 거짓말인거 아시죠?

다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오타쿠 고블린이 사용한 뼈 장식품은 디엔의 전용 아이템입니다 -_-/"이게 대체 뭐야?"

샤쿠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디엔이 신경쓰지 못한 포로들을 붙잡는 일을 성공적으로 마쳤기에 보물을 털어 디엔을 기쁘게만 해주면 되는 간단한 일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이어지자 대체 어떤 씹지랄의 제왕이 무슨 지랄을 했길래 이런 상황이 생겨난건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부하들은 갑자기 도망가고 자신의 부하로 추정되는 스켈레톤 고블린이 나타나니 순조롭게 진행되던 일들이 심하게 어긋나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저 녀석부터 처리해야한다!'

눈 앞에 보이는 스켈레톤 고블린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분명 엄청난 일이 생겨난다!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운다고, 트리 풋 클랜이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좌절감으로 단련된 샤쿠는 냉정을 되찾고 빠르게 머리를 굴려 스켈레톤 고블린만 처리하면 지금의 일도 어찌어찌 처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지금은 저 녀석을 공격해라! 킬라인!"

샤쿠의 명령에 각자 자신이 타던 워그들을 부른 고블린들은 창을 내지르며 스켈레톤 고블린을 공격해 나갔다.

"그우우……."

퍽! 파각!

창으로 뼈 여기저기를 때리거나 찔러 부러뜨리기 시작하자 스켈레톤 고블린은 귀찮다는 듯이 뼈가 부서지는 것을 무시하더니 갑자기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나갔다.

언데드 몬스터는 후퇴란 것을 모른다. 생각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진 고위급 언데드라면 모르겠지만, 애초에 마음 자체가 없는 하급 언데드들에겐 목적 의식을 통한 움직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서 지성이 느껴지지 않기에 스켈레톤 고블린이 뭔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은 샤쿠는 최소한 움직임만이라도 막고자 정조준하여 창을 내던졌고, 간절한 기원이 통하였는지 워그와 비등한 속도로 달려가던 스켈레톤의 허벅지가 창끝에 꿰뚫리며 떨어져 나갔다.

"됐다!"

갑자기 한쪽 다리를 걸을 수 없게 된 스켈레톤은 그대로 나동그라지듯이 넘어지려 하였으나, 놀랍게도 공중에서 온 몸의 뼈가 뭉치더니 사람 머리통보다 두 배는 큰 원형 구체가 되어 맹렬하게 굴러가는게 아닌가?

일반적인 스켈레톤이라면…아니, 왠만한 고위급 언데드도 저렇게 빠르게 스켈레톤의 몸을 변형시킬 수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위험한 놈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마을 외곽 부근으로 이동한 뼈 구체는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날카로운 뼈를 줄기처럼 뻗어 땅에 박아넣더니 땅속에 있던 시체들을 끄집어내며 구체 안으로 '구겨' 넣었다.

쿠직! 와드득!

살점이 파괴되고 뼈가 뭉그러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뼈 구체의 크기가 시체의 양만큼 거대해지자 입이 벌려진 샤쿠는 어떻게든 커지는 것을 막아보려 하였으나, 이 장소는 투르바라들이 자신들의 학대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 노예들을 한꺼번에 묻어버린 장소였기에 최소 수십구의 시체가 묻어진 장소였다.

푸화아악!

모든 시체를 집어삼키고 강렬한 바람을 토해낸 뼈 구체는 그것을 시작으로 몸의 일부를 사용하여 서서히 팔과 다리의 형상으로 변형시켜나갔고, 강렬한 살기가 공간을 지배하기 시작하자 결국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디엔에게 사실대로 보고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자 그대로 부하들을 이끌고 도주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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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된겁니다요……"

"한마디로 너도 저게 뭔지 모르겠다?"

"예에……."

샤쿠는 자신이 아는 바를 모두 설명하였다.

자신이 생각치 못했던 소화반 투르바라들을 포로로 잡은 샤쿠의 공은 크지만, 예상치 못한 괴물의 등장에 어느정도 연관이 있다고 하니 호통을 쳐야 할지 칭찬을 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위로를 해야 할지 디엔도 머릿속이 복잡해질 정도였다.

그 사이에 모든 투르바라들을 밧줄로 제압해둔 그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의 광기어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꺄하하…쿨럭! 쿨럭! 너희들도…모두 끝장이야……!"

고개를 돌리자 밧줄에 묶인 셰라하디가 옆구리에 입은 부상으로 인해 피가 터져나옴에도 불구하고 광소를 터트리며 꼴좋다는 식으로 비웃고 있었다.

"너, 저게 뭔지 알고 있겠지. 네 창고에서 나왔으니까."

샤쿠에 대한 문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은 상황을 해결하는게 우선인 디엔은 셰라하디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설명을 요구하였다.

"크…크큿…그래…어차피 모두 죽을테니…상관없겠지……. '아트로팔의 척추' 다."

"뭣!? 미쳤군! 저 마물은 네가 다룰 수 있는 성질의 물건이 아니야!"

"이제 곧…저 힘은…내 것이 되었…을…텐데……."

셰라하디는 카심의 반박을 무시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다행히도 부상이 악화되서 실신을 한 것에 불과하였다.

루나틱 돈의 세계에는 많은 수의 에픽 몬스터가 존재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디엔이 싸웠던 마인드 플레이어는 에픽 던전의 효과로 일시적으로 에픽 몬스터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마인드 플레이어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에픽 몬스터라고 부르기 부끄러울 정도로 허약한 녀석이다.

신의 자손으로 태어날 예정이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사산되어 언데드로 태어난 신의 자식들인 아트로팔.

루나틱 돈을 즐기는 이들이 이 부분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이 게임의 최강급 보스 몬스터를 마왕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마왕보다 몇 등급 위의 에픽급 몬스터들이 널리고 널린 루나틱 돈의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플레이어 몇몇은 특정 이벤트를 통해 마왕을 강림시키고 물리쳐서 게임내 최강의 캐릭터가 됐다고 자만하다가 에픽 몬스터에게 순삭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마왕이 약하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몬스터들마다 대응해야 하는 방법이 모두 다른데 마왕을 물리친 힘과 전술을 그대로 다른 에픽 몬스터에게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말라붙고 흉칙하게 변한 언데드 태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트로팔은 한 나라를 간단하게 망가뜨릴 수 있는 힘과 마력을 가지고 수하들을 이끌며, 언데드지만 신의 자손이기에 신성력을 가지고 있어 신성력을 이용한 타격이 불가능한데다 생명체가 자신의 주변으로 다가오면 모든 능력치를 하락시키기 때문에 디엔과 같은 경로로 빠르게 먼치킨 캐릭터를 만든 플레이어들은 차라리 에이션트급 드래곤 두 마리와 싸우는게 더 쉽다고 느껴지는 몬스터를 어떻게 이기냐며 항의를 할 정도였다.

그만큼 에픽 몬스터 중에서도 톱 클래스인 아트로팔의 척추뼈를 척출해낸 '아트로팔의 척추' 은 다른 아이템들처럼 마법적인 가공처리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NPC 사이에서도 전설로 알려져 있으며 그 힘을 얻은 자는 마왕과 동급의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많이 허황된 소문이 남아있었다.

그런 엄청난 아이템을 겨우 중소 규모의 클랜이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지만, 지금은 얻은 경로를 추궁하기 보단 저 아이템이 대체 왜 지랄을 하고 있는지, 저 지랄이 다 끝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시급하였다.

"어이, 멋대로들 진행하지 말라고. 그게 뭔지 내게 설명을 하고 놀라든 말든 하란 말이다!"

디엔은 광분한 카심이 셰라하디에게 달려드는 것을 막아세우며 설명을 요구하였고, 그의 눈에서 느껴지는 광포함과 독기를 느낀 카심은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인사가 늦었구료. 내 이름은 카심. 워 팩토리의 클랜장이오."

"디엔. 데드 스컬의 수장이다. 너는 저게 뭔지 알고 있나본데 알고 있는데로 설명해. 당장."

그의 명령조섞인 목소리에 카심은 거부감이 들었으나, 그가 자신들을 도와주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기에 자신이 아는 그대로 상황을 설명하였다.

"아트로팔의 척추는 강한 사념파가 남아 다시 아트로팔로 되돌아가고자 하고자 주변의 시체를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오. 잔념이 남아있기 때문에 잔념을 굴복시키지 못한다면 오히려 의지가 삼켜져 죽고말지. 아마 최초의 누군가가 척추를 사용하다 사념파에 집어삼켜져 이런 일이 생긴것으로 추정되오."

카심의 설명을 듣고나니 대충 어떤 상황인지 감히 잡혔다.

남은 투르바라들을 포로로 붙잡은 샤쿠가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셰라하디의 보물 창고를 털었다고 했으니 그 와중에 한 고블린이 아트로팔의 척추를 마음대로 사용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트로팔과 달리 어떠한 주문도 사용할 수 없고 지능이 없으며 오로지 물리력만 행사 할 수 있다는 점이오. 문제는……."

쿠웅!

그 때, 카심의 목소리를 끊는 둔중한 소음이 울려퍼졌고, 구체가 시체를 끌어모은 장소에 10m 크기에 뼈 하나하나가 엄청난 굵기의 스켈레톤이 나타났다. 전체적인 모습과 분위기가 디엔이 한때 즐겼던 고전 게임, 데드 스페이스에 나오는 네크로모프라는 몬스터들과 비슷하였다.

"그것만으로도 대규모 클랜 하나를 박살낼 정도라는 거지……."

"크우우웅!"

흉측한 외모의 스켈레톤…아니, 10m나 되기에 스켈레톤이라기 보단 본 골렘이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러운 아트로팔의 척추는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많은 생명체가 느껴지는 디엔 일행을 향해 덩치가 크다고 속도까지 느리다는 편견을 깨듯이 상당한 속도로 달려들었다.

콰직! 쿠웅!

방해되는 모든 것들을 몸으로 밀어내며 달려오는 거구의 본 골렘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두려움을 줄 정도였으나, 아무리 강한 적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적을 쓰러뜨리거나 양패구상을 노리는 악바리 디엔은 그대로 맞대응하듯 달려가며 남아있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나는 녀석을 맡겠다! 너희들은 돌맹이라도 던져서라도 놈에게 타격을 입혀!"

"뭣!? 무리요! 자살행위란 말이요!"

카심은 자신이 아트로팔의 척추와 1:1 대결을 벌이는 동안 부하들에게 원거리 공격을 명령하는 디엔의 모습에 기겁하며 만류하였다.

자신들을 노예로부터 해방시켜준 댓가로 디엔이 도망칠동안 자신들의 목숨을 희생시킬 각오를 다지고 있던 그로선 너무나도 당황스런 상황이었다.

"입닥쳐, 소대가리! 저 새끼가 아트로팔의 척추가 아니라 아트로팔 본체여도 반드시 이길 수 있어! 왜냐하면 내가 희망을 잃지 않는한 승산은 0%가 아니니까!"

"주군을 따르자! 던질 수 있는건 뭐든지 찾아!"

"화살들을 수거해! 뼈 굵기가 크니까 일제 사격하면 반 정도는 맞출 수 있을거야!"

디엔이 달려드는 동안 그의 명령에 모든 몬스터들은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원거리 무기들을 분류하기 시작하였다.

원래라면 엄청난 압박감을 가해오는 아트로팔의 척추가 가진 모습에 자신보다 먹이사슬이 위인 포식자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져야 했지만, 충성도가 100 이상을 가뿐히 넘는 데드 스컬의 몬스터들은 디엔의 명령이 전해지자 용기에 충성도 보너스를 얻어 두려움없이 명령을 수행한 것이었다.

샤쿠의 명령을 받은 고블린들이 도망친 것은…그가 그만큼 인망이 없다는 뜻이니 너무 깊이는 캐지 말아주자.

어쨌든 당연히 아직 디엔의 수하가 아니기에 데드 스컬 클랜의 몬스터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당황한 카심은 이내 마음을 굳히고 협력을 하기로 하였다.

인간이 클랜의 수장인것이 놀랍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몬스터들이 인간인 그에게 절대적 충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두려움 없이 협력하여 힘을 모은다면 강적을 상대로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카심도 조금이나마 승산을 높이기 위해 자신들도 한 팔 거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자 족장이 되면서 숨겨왔던 투쟁심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들도 이대로 멍하니 있을 순 없다! 모두 힘들지만 조금만 참고 고생해다오!"

노예에서 막 해방되어 힘이 모두 회복되지 않은 워 팩토리의 미노타우르스들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일을 찾기 시작하였다.

쿠웅! 쿵! 콰지직!

일직선으로 내려오는 거대한 본 골렘을 향해 달려든 디엔은 목조 건물 지붕으로 올라가 한 치의 두려움이 없는 목소리로 외쳤다.

"와라! 눈 앞의 목적에만 급급한 3류 악당은 아무리 강해도 1류 악당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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