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7화 (9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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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사르는 원과 함께 최대한 많은 랜드 스토커들을 생산하도록 하고 포로들을 감금시킬 감옥을 정리하도록 명령받았기에 간부들중 디엔을 따라나선 이는 샤쿠가 유일하였다.

"샤쿠. 너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전공을 세워보도록."

"예! 트리 풋 클랜의 기병대가 창설된 이상, 오우거라도 나서지 않는한 우리들을 막을 자는 없습니다!"

"좋아. 이번에 제대로 활약하면 포로로 잡은 암컷들 중에서 네가 원하는 년을 골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크키키킥!"

샤쿠같은 머리는 좋지만 경박한 성격과 계획을 멀리 보는 타입이 아니기에 한번 띄워주고 확실한 보상을 약속하면 눈 앞의 보상에 눈이 멀어 두 세수 앞의 일보단 한 수 앞의 일에만 집중하는 성향이 있다.

한 수 앞의 결과를 위해 머리를 최대한 굴리고 결과를 만들려 노력할테니 지휘관으로선 가장 사용하기 편한 장기말이었다.

디엔은 지금까지 부하들의 앞에서 허언을 한번도 말한적이 없기에 샤쿠는 마음에 드는 암컷을 하나 고를 수 있다는 생각에 웃어 보였다.

"자, 일단 첫타는 어디부터 때려볼까."

케사르로부터 받은 지도를 펼친 디엔은 동서남북 방향이 본거지를 중심으로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고, 클랜의 위치와 종족, 규모가 간략하게 적혀져 있는 내용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가장 먼저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고르기 시작하였다.

제 3자가 사흘이라는 시간동안 계획 구상안하고 뭐했냐고 따진다면 '카니아' 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아마 지금도 배를 움켜쥐며 아기들이 무사히 태어나길 기도하고 있겠지.

어쨌든 덕분에 출진하고 나서야 지도를 펼친 디엔은 어떤 종족의 클랜부터 공격할지, 공격한다면 왔던길 되돌아가지 않고 최단거리로 각개격파할 수 있는지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7개의 클랜은 데드 스컬 본거지를 중심으로 북서쪽에서 시작하여 동남쪽(대략 10시 방향에서 4시 방향)에 몰려 있다.

디엔은 괜히 중간부터 공격하다가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맞아 죽긴 싫었기에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북서쪽에 위치한 서리칼날 클랜을 공격하기로 하였다. 규모는 소규모에 불과하니 부담없이 공략이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어이, 샤쿠. 젠탈락이라는 종족이 뭐하는 놈들인지 아나?"

종족란에 적혀져있는 젠탈락은 디엔이 지금까지 듣도보도 못한 종족이라는 것이다.

"키겍? 젠탈락들을 모르신다구요?"

"왜, 꼽냐?"

하라는 대답은 안하고 마치 그것도 모르냐는듯이 되묻는 꼬라지가 마음에 안드는지 주먹을 치켜들려 하자 기겁한 샤쿠는 재빨리 간신배 모드로 들어갔다.

"헤헤헤, 그럴리가요. 젠탈락들이 뭐하는 년들이냐면……."

젠탈락들은 북방의 추운 지방에서 살아온 전형적인 전사형 종족들이다. 추운 지방에서 살기에 피부가 희며 인간과 비슷한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각양각색의 뿔을 가지고 있기에 인간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쉽게도 이들은 전설, 문화, 기술들을 기록하지 못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어째서 뿔이 생겨났는지 알 도리가 없는 인간들에게 악마의 혈통을 이었다는 오해를 받기 충분하였다.

결국 인간들의 문명에서 배척당한 젠탈락들은 외부와의 교류를 끊었지만, 세력 다툼에서 패배한 이들이 소규모 클랜으로 흔히 등장한다고들 한다.

"흐음……. 강한가?"

"태어나면서부터 무기를 잡는 방법을 깨우쳐 사냥을 하고 생존기술을 익히는지라 당연히 강합니다요."

"규모가 작아도 무시하기 힘들겠지?"

"당연한 얘기지요. 그런데 어디부터 공…혹시……?"

눈치빠른 샤쿠는 디엔이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를 챘다.

"초반부터 너무 피해가 크면 위험할것 같은뎁쇼."

"크크큭. 일단 복종시켜두고 확실히 노예화 되었다 싶으면 여러가지로 쓸만하겠군."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마치 젠탈락들을 만능 살림꾼 취급하는 그의 모습에 한 숨을 내쉰 샤쿠는 부대의 방향을 북서쪽으로 잡으며 이동하였다.

지금은 암컷의 숫자가 너무나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두 임신형 노예들로 사용하고 있지만, 나중에 암컷들의 숫자에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면 노예화를 완료한 후에 관리, 전투등 일정 부분에도 암컷들을 이용할 계획을 구상중인 디엔은 서리칼날 클랜의 젠탈락들을 노예화 시키면 전쟁에 투입시킬 생각이었다.

"목표는 서리칼날 클랜! 아무리 강인한 전사 종족이라 하더라도 결국 암컷은 남자에게 찍혀눌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겠다!"

디엔은 부하들에게 강인한 전사 종족들이 자신들의 상징물에 헐떡이는 모습을 보여주게 하여 사기를 높일 의도로 첫번째 공격 목표를 서리칼날 클랜으로 정하였다.

드디어 데드 스컬 클랜의 첫번째 침공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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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컥- 스컥-

젠탈락 종족의 특징인 우유빛깔의 흰 피부가 복부와 팔, 허벅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칙칙한 가죽 갑옷 덕분에 더더욱 도드라져 보이며 뒤쪽으로 관자놀이에서 시작하여 뻗쳐진 갈색의 굵은 뿔.

흰 피부와 잘 어울리는 백금발 머리에 부드러운 이목구비에 살짝 위쪽으로 쳐진 눈꼬리가 그녀에게 아름답지만 전사의 기품이 느껴지며 쓸대없이 큰 근육보다 안쪽으로 갈무리 되어 호리호리 하지만 단단해 보이는 체구를 지닌 여성은 자신들이 잡아온 다이어 보어의 껍질을 제거하면서 고기를 해체하기 시작하였다.

개개인마다 뿔의 크기, 모양, 색에 차이가 있는지 다양각색의 뿔을 가진 젠탈락 전사들은 가죽은 나중에 옷이나 갑옷으로 입기 위해 따로 보관하였고, 고기는 훈제를 위해 미리 준비한 모닥불 위에 꼬챙이로 고정시켜 연기로 그을리기 시작하였다.

"후후.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따뜻한 기후, 많다 못해 풍요스런 사냥감들. 이런 좋은 땅을 두고 척박한 지역에서 살아가다니……."

서리칼날 클랜의 클랜장, 카스텔지아는 추운 북방 지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으려는 여행을 하며 온갖 몬스터들의 위협과 가끔씩 만나는 인간 모험가들의 습격에 처음에는 포기할까 싶었지만, 가까스로 정착하여 안정기에 돌아서자 지금까지의 고난이 모두 보답받는 듯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먹을게 언제나 부족하고 추위에 강한 피부를 가지고 있음에도 모닥불 없이 밤을 지내면 동사자가 나올정도로 춥고 척박한 고향 땅과 달리 이곳은 그야말로 지상 낙원에 가까웠다.

도중에 적의 습격으로 죽은 이들과 다른 길을 찾기 위해 몇번이나 패가 갈렸지만, 가까스로 한적한 지역을 찾게 된 카스텔지아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이끌고 이 곳에 정착하였다.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클랜의 모습에 다른 몬스터들이 공격을 가했지만, 모두 간단히 물리친 그녀는 더이상의 습격이 없자 본격적으로 사냥을 통해 식량, 필수품을 조달하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식량 창고를 만들어 한 달이나 놀고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식량을 보관하였다.

보수적인 젠탈락인들은 고향을 벗어나봤자 고생만 할 뿐이라며 자신들을 만류하였으나, 너무나도 풍요스러운 대지에 자리잡은 그녀들은 척박한 고향에서 아직도 힘겹게 살아갈 동족들이 불쌍해보일 지경이었다.

그 때, 외부의 습격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파견한 정찰병이 목책 안쪽으로 허겁지겁 달려와 카스텔지아를 향해 긴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장! 남쪽에서 대규모 몬스터 무리가 이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숫자는 어림잡아도 100 이상입니다!"

정찰병의 보고에 다른 서리칼날 클랜원들은 불안감에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의 숫자는 모두 합해도 34명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조용! 이런곳에서 자란 전사들 따위가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겠나! 모두 무기를 잡아라! 젠탈락이라는 이름을 이번 기회에 드높이는거다!"

카스텔지아는 자신의 투핸드 소드를 치켜올리며 부하들의 공포심을 잠재웠고 전사 종족이라는 위명에 걸맞게 곧바로 웅성거림이 사그라지고 목책을 보강하는등, 방어 준비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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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하하하!"

"거기 서!"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가판대에서 물물 거래를 하는 모습은 마치 정겨운 시골 장터같은 훈훈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들의 표정은 모두 미소가 번져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인심 좋은 영주의 백성들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모두 인간들이 몬스터라 부르는 종족들이었다.

아마 인간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자신의 눈을 의심할 것이다. 다양한 혼혈로 보이는 몬스터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장난치며, 광포하고 남의 것을 약탈하는 것이 생활화 된 몬스터들이 초기 형태지만 시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본다면 말이다.

그 때, 이들중 유일한 인간으로 보이는 남성이 몬스터들을 지나치며 어디론가 향하였다.

가지런히 정리된 갈색 단발 머리에 단련된 육체, 굵은 이목구비와 신념에 가득찬 눈동자는 바보라도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아, 네이드 대전사님이시다!"

"네이드 아저씨!"

몬스터 아이들은 네이드라 불린 남성 주변으로 쪼르르 달려나가 존경에 가득찬 눈빛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방금전까지 담담한 표정을 짓던 그는 사람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하구나. 지금은 족장님을 찾아뵈야 해서 못 놀아주겠는걸?"

"에이……."

"족장님께 보고하고 훈련만 마치면 같이 놀아주마. 그때까지 기다리렴."

부드러운 음성으로 아이들에게 나중에 같이 놀아주도록 약속한 그는 다른곳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그렇게 십수여분을 걸어나간 그는 거대한 폭포가 자리잡은 강에서 발을 멈췄다.

콰아아아---

폭포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둔중하게 들려오는 거대한 강에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100m 정도 되는 거리에서 폭포가 떨어지는 장소를 뚫어지게 노려보자 그곳에 초록빛의 피부를 한 단단한 체구의 오크가 가부좌 자세를 취하며 폭포물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족장님!"

엄청난 소음을 자아내는 폭포속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오크는 가부좌 자세를 풀어 일어서더니 네이드가 있는 쪽을 향해 주먹질을 뻗자 놀랍게도 강물이 반으로 갈라졌고, 오크는 날렵하게 몸을 날리더니 반으로 갈라진 강 바닥을 짚고 다시 점프하자 갈라진 강물은 다시 중앙으로 모여들며 합쳐졌다.

탁!

두 번의 점프로 100m 가량 떨어진 강변에 도착한 오크는 몸을 털며 물기를 제거하였다. 마이스터라 해도 거의 불가능한 일을 가볍게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드의 눈빛은 놀람보단 당연하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다른 오크들보다 더욱 단단한 체구와 몸 여기저기에 새겨진 수백개의 흉터와 오크 특유의 험상궃은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빛은 상대방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오크족 특유의 광포함이 느껴지지 않고 눈동자만 따로 본다면 대현자의 현기가 느껴질 정도로 맑고 깨끗하였다.

"족장님. 보고해야 할 일이……."

"피 비린내가 나는구나."

"예?"

네이드는 무언가를 보고하려 하였으나, 오크는 오크 특유의 약간 거친 목소리와 부드러운 음성이 섞여 기묘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전쟁이 시작되려 하는건가.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하거늘……."

트와일라잇 엑스 클랜의 대족장이자 오크족 역사상 최강의 무인, 제카쿰. 그는 회한에 가득찬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며 조만간 피비린내가 가득찰 하늘을 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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