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3화 (93/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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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엔이 구상하는 세력 방향에 대해 설명하느라 생각보다 많은 페이지를 다 잡아먹었군요.

거기다가 충격적인 사실! 안하무인격으로 난동부리던 주인공이 미쳐 말하지 못해 억눌린 것이 있었다!

원래 사람이 말 못할 사정이란게 하나씩 있으니 문장 자체만으로 보자면 그리 큰 의미는 없지만 주인공의 평소 행태로 봤을때 말하지 못해 끙끙거린다는 것은...왔더헬 수준이군요 -_-;;웅성- 웅성- 웅성-

훈련장 용도로도 쓰이는 연병장에 수백마리의 몬스터가 드글드글 거리는 모습은 하나의 장관이었다.

앞으로 세력이 거대해지면 전략, 전술의 중요성도 커지기 때문에 그때를 대비해놓은 지휘관용 단상위에 올라선 디엔은 자신의 모습이 나타나자 방금전까지 웅성거리던게 한순간에 조용해지는 모습에 자신을 향한 이들의 충성심이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 태어난 2세 몬스터들도 전원 참가한 만큼, 세력의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확고히 해야만 하는것은 1,2세대들의 충성심을 얻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며 길게 심호흡을 하였다.

'좋아, 가볼까.'

아무리 인간의 관점으로 야만적인 몬스터라 할지라도 가족 관계까지 후장으로 쳐먹는 말종들은 아니기에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가 자신에게 충성을 한다면 부모로부터 자신의 충성심을 거의 세뇌에 가깝게 교육받게 될테고, 그런식의 선순환이 지속된다면 디엔의 세력 또한 강해지는 것이다.

디엔은 반드시 이 연설을 통해 2세들의 호응과 충성심을 끌어내야만 한다.

"개인적으로 봤을때, 이 세상은 매우 부조리하다. 아니, 미쳐있다고 보는게 정상이겠지."

처음부터 파격적인 대사로 시작한 그는 약간 고양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나는 나 스스로가 돌아봐도 상당히 관대하고 자비롭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 분노할 정도로 이 세상은 어긋나 있다."

그리고선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한듯이 단상 바닥을 향해 강하게 발을 내리찍으며 쿵 소리를 자아냈다.

"남자의 역활은 무엇인가? 약한 암컷을 보호하고 자손을 보호하며, 나아가 자신이 속한 세력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암컷의 역활은 무엇인가? 새끼를 낳고 자손을 바른길로 나아가도록, 남편을 내조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본 인간들은 완전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감히 암컷이 남자들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재빨리 눈동자를 굴려 흥미롭다는 식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몬스터들의 눈빛에 디엔은 자신의 마음을 더더욱 고양시키며 무쌍연희에서조차 하지 못했던 발언을 마구잡이로 뱉어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간이 아닌 종족들 중에서도 감히 암컷들로만 이루어진 클랜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선 세력이 약한 남자를 종처럼 부려먹는다! 이게 말이 되는가! 감히 남자에게 지배당해야 할 암컷 따위가 그런 만행을 저지르다니!"

남자들은 '남자' 라고 칭하는데 비해 여자들은 '암컷' 으로 칭하며 여성 전체를 깔보는 발언을 토해낸 디엔은 몸을 길게 펴 올리며 당당하게 외쳤다.

"모두 내가 잡아온 인간 암컷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녀들은 처음엔 완강히 반항하며 욕설을 퍼부었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들의 상징물에 헐떡이고 스스로 가랑이를 벌린다! 복종! 그것이 바로 암컷의 본능인 것이다! 이러한 암컷의 본능을 무시하고 여성들이 힘을 과시하는 이 세상은 완전히 미쳤다! 혼돈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들이 보면 곧바로 고소해도 할말 없는 발언들을 마구잡이로 토해낸 디엔은 서서히 몬스터들의 눈빛에서 열기가 느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세력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내가 동분서주한 이유는 단순한 세력 확장이 아니다! 우리야말로 이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것이다!"

그리고선 목이 조금 아려오는지 잠시 텀을 가지고 숨을 들이쉰 디엔은 더욱 큰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선언하겠다! 이 어긋난 세상의 법칙을 내 손으로, 아니! 우리들의 손으로 바로잡을거라고! 암컷들은 이미 자신들이 잡을 기득권을 내놓을리 없으니 우리들은 무력으로! 힘으로 암컷들을 정복하고 통치하겠다! 이것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이 세계를 위한 성전이다!"

무쌍연희에서는 '세계 평화' 라는 대의를 가지고 다른 세력을 정복하여 여성 무장들을 지배했다면, 여기서는 공식적으로 암컷들을 지배하겠다는 선언을 내린 디엔은 말을 끝내면서 팔을 하늘로 향해 치켜올리자 그의 연설과 선언에 모든 몬스터들이 그의 팔동작을 취하며 격렬하게 호응해보였다.

"우와아아아아아!"

"성전! 성전!"

과연 디엔이 말한 것이 성전(聖戰)인지, 아니면 성전(性戰)인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암컷들을 지배한다는 사실에 모든 몬스터들이 호응을 보였다.

만약, 아무리 충성심이 높아도 디엔이 그만한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이만한 호응을 보여주기엔 힘들 것이다.

그는 부하들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이 던전의 전체적인 구성을 계획하였고, 자신들에게 암컷을 지배하는 수컷의 기쁨과 당연한 권리를 깨우쳐준 선도자였기 때문에 이만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1세대 밑에서 당연스럽게 암컷들을 지배해 왔던 2세대 몬스터들은 바깥에선 암컷 따위가 남자들을 지배한다는 소리에 분개하고 있었다.

'뭐지? 미친거 아닌가? 정말로 저런 정신나간 짓거리를 하겠다고?!'

하지만, 외부인인 킬라인은 자신이 가진 상식으론 디엔의 주장은 혼돈 그 자체였다. 비논리적이며, 너무나도 과격한데다 폭력적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하지만…정말 그의 말대로 이뤄진다면……?'

저런 바보같은 주장이 본능적으로 끌린다는 것이다.

암컷들을 아무때나 깔아뭉개고, 그렇게 해도 오히려 남자로서의 당연한 본능으로 평가받는 세계. 남자에게 있어서 그것은 파라다이스나 마찬가지다.

"머릿속으로 아무 암컷 종족들을 생각해라. 어떤 종족의 암컷이든 좋다! 평소에 자신이 두려워하던 종족이든,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종족이든 뭐든지 좋다. 그리고 상상해라! 그 암컷들이 우리들에게 가랑이를 벌리고 우리에게 복종하는 모습을!"

"쿠아아아아!"

"키샤아아앗!"

일부러 함성 소리가 더 커지도록 욕망을 부추긴 디엔은 재차 입을 열었다.

"이번 전쟁부터 큰 공을 세운자에게는 자신만의 전용 암컷 노예를 하사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암컷 노예의 주인이 허락하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범하면 사형에 처하거나 그에 준하는 중죄로 여길 것이다! 나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오직 자신만의 암컷 노예를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싸워라! 그리고 짓밟고 강간해라! 이 세상의 규칙에 어긋난 암컷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깨우치게 만들어주는거다!"

그리고선 양 팔을 당당하고 힘차게 좌우로 펼치자 지금까지의 함성 소리는 장난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동굴 전체가 울릴만한 크기로 함성을 질러댔다. 

"성전! 성전! 성전!"

"디엔! 디엔! 디엔!"

끊임없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는 몬스터 무리들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보이면서 거짓말처럼 방금전의 함성이 사라지자 수많은 몬스터들을 손 하나로 명령내린다는데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보인 디엔은 지금의 흐름을 타고 사기를 올릴 절호의 기회까지 얻어내기로 결정하였다.

"현실적으로 봤을때 우리들은 중소 클랜중 하나다! 하지만! 제군들이 나를 믿고 따라준다면! 나는 반드시 이 세상의 모든 암컷들을 정복해 보이겠다! 남자들이 우리들의 이상을 따른다면 종족 여하를 불문하고 동료로 받아들이며, 만약 우리의 숭고스런 성전을 거부한다면 암컷들보다 더 가혹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렇지 아니한가!"

"배신자에게 죽음을!"

"모든 암컷들을 지배하자!"

"우리의 성전을 알리는 최초의 진격은 사흘 후다! 우리들의 정당한 권리를! 어긋난 세계의 질서를 향한 철퇴를!"

"와아아아아아----!"

연설의 끝을 맺으며 주먹을 치켜올리자, 모든 몬스터들은 격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목이 아파올때까지 격렬한 함성을 질러보였다.

-당신의 연설에 참석한 이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입니다!-

-성공적인 연설을 통해 타인들이 당신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매력이 5 상승합니다-

-모든 클랜의 충성도가 10 상승합니다-

마지막에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악을 써갈정도로 호응을 보내오면서 메세지음이 뜨자 씨익 미소를 지어보인 디엔은 이번 기회에 세력내부 구성의 안정을 위해 몇가지 추가 발언을 하였다.

"우리들은 성전을 치루는데 중요한 것은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옆의 전우들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종족들이 우리의 뜻에 호응하여 참가할 것이다. 물론, 너희들은 성전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구성원인 만큼 후에 참가한 이들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으나, 우리의 뜻을 함께 하기 위해 찾아온 소중한 동지들을 비하하는 짓은 반란으로 취급할 예정이다. 우리의 적은 같은 남자가 아니라 이 세계에 퍼져있는 모든 암컷들라는 점을 명심해주었으면 한다."

방금전과 달리 차분한 목소리였으나, 디엔의 연설에 관심이 집중된 터라 몬스터들은 디엔의 그러한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이상에 참가한 모든 종족들을 동료로 대할 준비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세계의 어긋날 질서에 철퇴를 가하기 위해선 지금 여기 있는 너희들이 반드시 살아남아 우리의 강성함을 알려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생존 확률을 높여주는 연금술사들과 대장장이들이야 말로 옆에만 없을뿐, 우리들의 목숨을 누구보다 빨리 구해주는 가장 소중한 동지들임을 명심하며, 그들이 전투에 참가하지 못하였다고 비웃는거나 깔본다면 내 직접 그들을 징치할 생각이다."

"오오……!"

내심 다른 동료들과 달리 전투에 나가지 못해 홀대받는 것이 아닐까 하며 고민하던 생산직종의 몬스터들은 감격한 목소리로 감탄사를 날렸고, 생각해보니 지금 사용하는 무기나 단단한 갑옷들도 그들이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은 몬스터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디엔의 주장에 동의하였다.

디엔은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훈련도와 사기, 그리고 뛰어난 무장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전장에서 싸우는 몬스터들과 던전 내부에서 무구와 포션을 만드는 몬스터들간의 알력 다툼이 심화된다면 당연히 장비의 질이 떨어지게 되면서 이길 수 있는 전쟁도 이길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디엔은 생산직종 몬스터들을 우대하는 발언을 통해 다른 몬스터들에게도 그들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해준 것이다.

"모두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라. 방금 말한대로 모두 출격 전까지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럼 해산!"

연설을 끝내고 해산 명령을 내리자, 몬스터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채 자기네들끼리 웅성웅성 거리며 연병장 밖으로 빠져나가 자신이 하던 일에 최선을 다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디엔이 자신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를 알고 자신들에게 호의어린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더더욱 포션과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보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봤을때 이들의 행동은 큰 도움이 되리라.

모든 몬스터들이 해산하자 샤쿠와 킬라인의 무리만이 남게 되었다.

디엔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다가가 킬라인을 향해 물어갔다.

"내가 원하는 방향은 알겠지?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난 배신을 가장 증오하기 때문에 차라리 못하겠다고 처음부터 등을 돌리는 상대나, 나와 이상이 안맞는다며 조용히 떠나는 이들에겐 관대하지만, 한번 배신의 칼날을 들이대면 죽음이 얼마나 편안한 것인지 직접 깨우쳐줄 것이다."

그 누구보다 배신의 최첨단을 걷는 선두주자인 디엔이였지만, 자신이 배신 당하는 것에는 매우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은 매우 이기적이며 독선적으로 보였으나 뭐 어쩌겠는가. 그것이 그의 성격인 것을.

배신이라는 단어를 들먹일때마다 눈빛에 살기가 감도는 디엔의 모습에 킬라인은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듯 눈을 감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은 미쳤어. 차라리 마왕이나 미친 권력자처럼 세계를 정복한다는 것이 더 현실적이야."

"키…킬라인……!"

샤쿠는 킬라인의 부정적인 반응에 깜짝 놀라며 안절부절해 하였다.

"한가지만 묻고싶다. 정말로…외부에 강력한 세력의 압박이 가해와도, 지금의 결정에 수많은 여성형 클랜들이 규합하여 당신의 세력을 멸망시켜도, 지금의 결심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당연하다! 나는 내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 싸울 것이다! 내가 죽는다면 이 세계의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없으니 조금 아쉽긴 하겠지만, 차라리 죽음으로서 이 미쳐버린 세상을 떠나면 떠났지 절대로 굴하지 않을 생각이다!"

"크…크크큭…크크크크크!"

킬라인은 디엔의 확고한 발언에 킬라인은 큭큭대며 미친듯이 웃어보이더니, 이내 웃음을 지우며 몸을 최대한 바닥에 낮추며 꼬리를 내렸다.

"설마…이 내가 그런 말도 안되는 이상에 현혹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클랜에서 쫓겨난 떠돌이지만…이런 나라도 받아줄 수 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킬라인은 디엔의 연설에 머릿속으로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랐지만, 심장이 온 몸을 화끈하게 만들 정도로 뜨겁게, 강렬하게 요동침을 느낄 수 있었다. 암컷을 안고싶다는 수컷의 본능적인 욕망에 정복당한 것이다.

"떠돌이든, 약자든 상관없다. 나의 이상에 참가하는 모든 남자들은 종족여하, 능력불문하고 우리들의 소중한 동료니까. 데드 스컬 클랜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이로서 데드 스컬의 샤쿠는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워그 무리를 얻으면서 앞으로 수많은 종족들을 파멸로 몰아넣을 기병대를 창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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