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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여기서 끊어치기! 절단마공! 라고는 했지만 어차피 2연참이니까 상관은 없으려나?
참고로 이건 제가 중학생때쯤에 인터넷에서 트럭에 깔린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엄마가 1톤 트럭을 번쩍 들었다는 기사를 보고 생각해낸 키메라였습니다. 거짓말이라는 소리도 있고, 실제로 구한 후에 손가락 뼈가 완전히 으스러졌다는 소식도 있더군요.
애초에 기사에서 본게 맞는건지, 아니면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우연히 본건지 기억도 잘 안납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 기사가 거짓말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떻게 써먹느냐 였지요.
이때도 제가 글을 썼거든요. 당연히 재미 x같게도 없었지만.
그 때 대략적인 틀을 잡고 출판본에 써넣기 위해 설정 보충하고 구상을 확실히 해놓긴 했지만 제대로 써먹질 못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써먹는군요.
이미 답은 이번 편에 나와있습니다. 힌트가 눈에 띄게 숨겨져 있으니 눈치가 빠른 분은 이미 눈치채셨겠죠?
그래도 모르는 다른 분들은...다음 편을 보세요~
PS:내가 중학생때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건 확실한데 가슴 훈훈해지는 기사를 보자마자 이런걸 생각해낸 나는 대체 뭐하던 놈이었는지 궁금해지네요 -_-;;"당신이 그렇게 간절히 찾던 그 '감정' 이름은…'모성애' 요."
"모성애?"
지금까지 듣지 못한 색다른 답변에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린 여성이였지만, 디엔은 자신의 설명을 계속하였다.
"사람은 말이지, 자기가 배아파서 낳은 아이를 끔찍하게 여기는 법이요. 아니, 이건 지성이 있는 생물이라면 종을 무시하고 누구에게나 있는 거지."
"호오, 호오."
부가 설명에 검은 로브 안에 가려진 여성의 얼굴은 흥미롭다고 느껴졌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보다 더 뛰어난 조건이 있을까? 퓨리는 엄마, 아직 이름을 모르는 저 녀석은 퓨리가 되기전에 낳은 아이의 것으로 채워넣는다면?"
"……."
퓨리와 하얀 몸통의 괴물을 번갈아 가리키며 설명을 끝내자 여성의 몸은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분노가 아닌 환희였다.
"이거야! 바로 이거야! 찾았다! 찾았다고! 꺄하하하하하!"
여성은 광기어린 웃음을 토해내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미친듯이 박수를 치며 어떻게든 기쁨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날리고자 하였다.
"좋아! 지금 당장 모자와 모녀 위주로 납치를 시작해야 겠어!"
그리고선 당장 어디론가 뛰어가려 하자, 그런 그녀의 어깨를 디엔이 낚아챘다.
"잠깐 잠깐."
"뭐야! 보수라면 나중에 확실히 줄테니까 비켜!"
여성은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십가지의 아이디어를 지금 당장 적용시키고 모자를 납치하기 위해선 1분 1초가 아까웠기에 자신에게 크나큰 영감을 안겨다준 디엔을 향해 으르릉 거렸다.
"보수 문제가 아니라 방금 생각이 난건데 좀 더 진보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말이지."
어느 순간부터 디엔이 반말을 시작하였으나, 여성은 기쁨에 미쳐 그런 그의 말투를 무시한건지, 아니면 인식을 못한건지 몰라도 로브의 어둠 너머로부터 기대감이 깃든 눈동자로 쳐다보았다.
"뭔데? 또 뭐가 있어?"
"생각해보니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장 모성애가 극대화 될때가 있더구만. 바로 아이를 배 안에 품고 있을때야. 짐승들도 배가 불러오면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을 극도록 경계하며 다가오게 뭐든지간에 공격하잖아? 인간들도 똑같아. 아이가 다칠까봐 배가 불러오면 자나깨나 아이 걱정을 하지. 네 말대로 퓨리라는 키메라의 힘이 '소중한 사람을 잃은 분노' 라면 모성애가 극대화되는 순간인 출산후와 임신 상태가 적당하지 않을까?"
"오! 오오!"
"문제는 출산을 끝날때까지 기다리는건 시간 낭비니 적당히 만삭 상태가 좋겠지. 저 괴물의 사이즈가 많이 작아지겠지만."
여성은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다 못해 진보적으로 한 발 나아간 디엔의 모습에 드디어 자신과 뜻이 맞은 동료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에 환희의 기쁨을 내 보였다.
"최고야! 넌 지금껏 봐왔던 그 누구보다 최고라고! 기달려, 지금 당장 지금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메모하고 올테니까!"
디엔이 던진 키워드인 '모성애' 에서 키메라를 강화시킬 방안이 생각났는지 안쪽에 있는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간 여성은 종이와 필기구만 찾으면 된다는 듯이 다른 물건들을 땅바닥에 내팽개치며 소란을 일으킬 무렵, 디엔은 내심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이구만. 내가 일반적인 플레이어였다면 여기서 죽었을 것이 분명해.'
상대방을 농락하고 마음의 빈틈을 가차없이 후벼파는 능욕 플레이와 자신만의 특이한 마인드가 아니었다면 여기서 죽음을 당했을 거라 생각하니 살짝 등골이 오싹해지는 디엔이였다.
하지만, 어찌됐든 상대방이 원하는 '영감' 을 충족시켜주었으니 남은 것은 기다림 뿐이라고 생각한 그는 서서히 익숙해져가는 피비린내를 뒤로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어디 앉을만한 장소를 찾기 시작하였다.
구석에 있던 의자를 끌어와 앉으며 여성이 만들고 있던것으로 추정되는 키메라들을 구경하며 쉬고 있던 디엔은 여성이 들어간 문 안쪽에서 누군가가 나오려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눈이 희둥그래졌다.
"…누구……?"
어둠속에서도 살짝 반짝거리는 듯한 에메랄드 빛에 허리까지 흘러 내려오는 장발, 눈꼬리가 심하게 내려와 너무나도 순해보이는 인상과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있는, 처음보지만 익숙한 여성이 문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자신의 가슴 높이에 가까스로 도달하는 작은 체구와 익숙한 로브가 방금전의 여인과 눈 앞의 여인이 동일한 인물이라고 외치고 있기에 다 늙은 노파나 광기어린 외모를 기대했던 디엔은 예상외의 기습 공격에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어머나? 아까 그 분이시군요? 방금전까지 제정신이 아니여서 일종의 환상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게다가 목소리마저 사근사근해지고 부드럽게 웃기까지 하니 디엔은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입을 열지 못하였다.
"그 반응 오랜만이네요. 일단 제 소개를 할께요. 서클의 여덟번째의 고리, 리벨하스트 제라시카 라고 합니다."
"아, 예. 블러디 바이퍼의 바이퍼 팽, 디엔입니다."
어떨떨한 나머지 디엔이 한가지 간과한 것은, 그녀가 말한 '여덟번째의 고리' 라는 부분이었다.
서클은 마법사들의 마법 실력을 측정하는 단어중 하나인 '서클' 을 뜻한다. 자신들이야말로 진정한 마법사라는 자부심에서 나오는 조직명인데, 서클의 흑마법사들은 자신이 몇 서클의 마법을 마스터 했느냐에 따라 '서클의 xx째 고리' 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즉, 리벨하스트 제라시카라고 불린 여성은 8서클의 흑마법사라는 뜻.
9서클의 인간 마법사는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디엔의 눈 앞에 있는 여성은 대륙 전체에서 가장 강한 몇 안되는 마법사중 하나라는 뜻이었지만, 서클의 고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을 듣지 못해 당연히 그 뜻을 모르는 디엔은 그냥 강하면서 정신 분열증이 의심되는 마법사에 불과하였다.
"디엔……. 제 안의 있는 광기가 당신을 무척이나 좋아하더군요. 저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으니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흑마법의 부작용으로 인격이 두가지로 나뉘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평상시에는 지금의 성격이지만, 스트레스가 일정 부분 이상 쌓이거나 전투가 시작되면 제 안에 들어가 있는 광기가 모습을 드러내죠."
'지킬 박사와 하이드냐?'
너무나도 유명해 읽지 않아도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생각하였지만, 시도때도 없이 변하는 지킬 박사와는 달리 그녀는 자신의 인격을 조정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지금의 저와 광기는 서로 기억을 연동하지만, 방금전까지는 정말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여 광기의 힘이 너무나도 강해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라서 저는 당신이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기억을 단편적으로 밖에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아니, 믿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제 광기가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진 경우는 전무했거든요."
어찌보면 디엔 또한 눈 앞의 여성과 똑같은 부류일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광기 대신 약간 경박해보이는 평상시의 모습과, 한번 터지면 그 누구보다 미쳐버리기 모습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디엔의 광기와 그녀의 광기가 궁합이 잘 맞는건지도 모르고 비슷한 '동지' 를 만났기에 느낀 호감일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간에 광기가 남긴 호의는 이성에게도 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동안은 지금의 모습이겠군요?"
"예. 당신이 건내준 '영감' 은 정말 획기적이었어요. 블러디 바이퍼의 멍청이들 사이에서도 당신같은 사람이 있으리라곤 예상 못했네요. 어때요? 블러디 바이퍼보다 더 좋은 조건을 붙여줄테니 서클로 넘어오는 것은? 서클 내에서 나의 영향력은 상당히 강하니 남자라는 성별의 불리함 따윈 충분히 무시하고도 남을 수 있죠."
리벨하스트의 유혹은 너무나도 강렬하였다.
블러디 바이퍼에서 말단 조직원으로 빌빌대는 것보단 서클의 강력한 영향을 주는 마법사의 후견을 등에 업고 권력을 행사하는 것도 나쁘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좀 힘들겠군요.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 해도 일단 입은 은혜가 있어서 말이죠."
은혜는 무슨. 이대로 서클로 떠나면 루이네를 깔아뭉갤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디엔에게 있어서 자신이 침 발라놓은 먹잇감을 먹어치우는 것이 더욱 소중하기 때문에 일리시드와의 전투를 통해 상당히 친해진 지금의 기세를 타야만 냠냠쩝쩝을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흠……. 그렇게까지 말하면 어쩔 수 없군요. 하지만, 언제든지 서클로 넘어올 생각이 있다면 서클의 지부를 찾아가 제 이름을 말하세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이런 말을 하면 속물적으로 보이겠지만, 보상은 어떻게 주실 생각이십니까?"
"아, 보상. 블러디 바이퍼 놈들에게 200만 골드를 주는 것은 조금 뼈아프긴 하지만…제 광기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으니 전재산의 3분의 1 수준을 이번 만남을 위해 기부한 셈 치지요."
"…잠깐, 전재산의 3분의 1……? 그럼 혹시 개인 자산이라는……?"
"예. 소싯적에 마법 아이템을 팔아서 돈 놀이좀 했거든요. 뭐, 지금이라도 당장 쓸만한 마법 아이템을 만들어 2~3년 정도만 고생하면 다시 회복할 수 있을테니 상관 없지만요."
순간, 디엔은 정말로 서클로 넘어갈까 진심으로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400만 골드라는 개인 자산을 가진 거부에 서클 내에서 큰 영향력을 선사하는 고위급 간부의 측근! 거기다가 상대쪽은 자신에게 호감까지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부! 권력! 호감이라는 승리의 출세 3단 콤보!
너무나도 강렬한 콤보 어택에 격침당할뻔 했던 디엔 순양함은 가까스로 수리를 마치고 엔진을 가동시켜 목표를 향해 이동하였다.
'아깝다! 하지만…루이네를 깔아뭉개고 싶은 나의 욕망이 더 강하다!'
피 눈물을 삼키며 유혹을 뿌리친 디엔은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보수건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렇군요. 아 참, 공문에 의하면 지원자에게도 포상한다고 하더군요."
"그랬지요. 뭔가 원하는게 있으신가요?"
"세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세계를 정복해달라는 유치찬란한게 아니라 최대한 현실적인 소원이니까 걱정 마세요."
"흠…소원이라…일단은 들어보지요. 말해보세요."
어차피 디엔에게 상당한 포상금을 주려 했었던 리벨하스트는 디엔의 입이 재차 열리길 기다렸다.
"첫번째 소원은 1년정도 제게 자유를 줬으면 합니다. 블러디 바이퍼에서 오래 있다보니 자유가 조금 그리워지더군요."
"그 부분은 제가 블러디 바이퍼에게 공문을 보내 1년 동안만 더 당신을 대리고 있다고 하면 간단하겠군요."
"두번째 소원은 키메라 건은 확실하게 입을 다물테니 앞으로 행할 모녀, 모자 납치를 스칼리아만 제외해줬으면 합니다. 일단 복합적인 이유가 있어서 말로 다 설명하긴 그렇군요."
"그정도는 간단하지요."
복합적인 이유는 개뿔. 단지 모녀, 모자 납치 사건이 벌어지면 그만큼 자신도 바빠지는 것을 걱정한 것 뿐이다.
"세번째 소원은 사이오닉 능력을 방어할 수 있는 마법 아이템입니다."
"사이오닉 능력이라…생각보다 박하다식하군요."
"뭐, 여기저기 주워듣는 편입니다."
'일리시드에 관한 얘기는 떠벌리지 말자. 얘기가 삼천포로 빠질테니까.'
키메라를 연구하는 리벨하스트 앞에서 일리시드를 죽였다는 말을 하면 일리시드의 시체라는 진귀한 연구 재료를 위해 얘기가 다른 곳으로 빠져버릴 것을 염려한 디엔은 일부러 일리시드의 얘기를 빼버렸다.
게다가 그녀가 일리시드의 시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상당한 연구 결과를 얻게 되면 장기적으로 봤을때 자신도 상당히 위험하다고 여긴 것도 있다.
"예전에 블러디 바이퍼의 적과 싸우다가 실수로 적의 세뇌를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기분 참 더럽더군요. 차라리 칼침을 맞는게 더 나을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이런 정신파 공격에 저항할 수 있는 마법 아이템을 원합니다."
"좋아요. 하지만, 제 안의 광기가 당신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해서 겨우 그것만 쥐어 보내주면 저를 용서치 않겠다고 소리치고 있네요. 저 또한 저의 위대한 연구에 결정적인 역활을 한 당신을 이대로 보내기엔 자존심이 상하구요. 제가 평생동안 만든 마법 아이템이 있는 창고로 안내해드리지요. 거기서 당신이 원하는 것 몇 개 골라 잡으세요."
세계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대한 연구라고 자부하고 있는 리벨하스트는 그 위대한 연구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시켜준 디엔에게 이런 간단한 소원만 들어주면 연구의 격 또한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한 듯 싶다.
흑마법사로서 진정한 마법의 주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진 '서클' 의 멤버가 아니였다면 생각키 어려운 일이기도 하였지만, 왜인지 몰라도 그녀는 디엔이 지금보다 더욱 성장하여 높은 위치에 올라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라는 이유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