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6화 (86/173)

천장에 떠있는 무수한 마법 등불. 창문 하나 없는 밀실에 가까운 연구실.

그 아래에는 인간인지, 몬스터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살조각들과 피가 섞여 사방에 덕지덕지 붙여지거나 으깨져 있었다.

"자아, 빨리 말해!"

"모…몰라요! 모른다구요! 애초에 저는 이런 연구를 해본적이 없단 말이예요!"

밀실의 중앙에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은채로 공포에 질려 소변으로 자리를 더럽히는 여성과 검은 로브로 완벽하게 온 몸을 가리고 있는 여성이 무언가 언쟁을 치루고 있었다.

"네게 연구를 하라는게 아니야! 내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방향만 제시하면 돼! 그럼 넌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금은보화를 얻을 수 있어! 아까 내가 설명했던거 기억하지? 대답하지 않으면 저 년들처럼 죽여 버리겠어!"

검은 로브의 여성은 히스테리적인 날카로운 목소리로 공포에 질린 여성을 정신없이 추궁하였다.

공포에 질린 여성은 그녀가 계속해서 위협하며 자신에게 대답을 요구하자 겁에 질린채로 아무렇게나 대답하였다.

"사…사랑이요! 사랑!"

"……."

순간, 날카롭게 쏘아대던 검은 로브의 여성의 행동이 멈췄다.

그녀의 행동이 멈추자 제대로 대답했나 싶어 희망을 가졌지만, 검은 로브의 여성의 로브 너머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휙! 콰드드득!

"끄끼아아아아악!"

로브의 여성이 손을 휘두르자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에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던 여성의 몸이 거대한 중압에 짓눌리다못해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그딴 쓰래기같은 답변은 벌써 수십번째야! 뒈져버려엇!"

"끄…꺼그그거거거……!"

우득! 와드득! 콰직!

서서히 수백배의 중력에 눌려가던 여성의 몸은 피덩어리밖에 남지 않게 되었고, 쓰레기를 처분한 검은 로브의 여성은 가까이 있던 줄을 잡아당기자 문 너머로 방울이 울려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부르셨…흐읍!"

문 밖에 있던 여성도 검은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눈 앞의 풍경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 년도 쓰레기같은 답변을 지껄이잖아! 대체 내가 말한 조건을 제대로 전하긴 한거야!"

"무…물론입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딴 것들만 오는거야! 이 녀석들은 더이상 안되겠어. 또 다른 조직이 어디있지? 언홀리 레기온? 이 녀석들은 이미 포기했고. 카오스 레이디? 이 놈들은 헛소리만 많아서 안 돼."

그렇게 악의 조직들을 나열하던 여성은 더이상 자신의 '협조' 를 거부한 조직들 밖에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기 시작하였다.

"캬아아아악! 없어 없어 없어! 더이상 없다고!"

분노한 여성은 막무가내로 주변을 향해 공격 마법들을 발산하기 시작하였다.

광기를 분출할 정도로 분노한 상태에서 아무런 주문 없이 강력한 마법을 발산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이야기책에나 나올법한 미친 흑마법사의 모습 그대로였다.

"흐히익! 하…하나 더 있어요!"

자신에게도 그 마법의 여파가 점차 다가오자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로브의 여성이 황급히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고, 그것에 대한 효과가 있었는지 사방으로 마법을 펼치던 여성은 곧바로 성큼성큼 다가와 멱살을 잡아들었다.

"어디야, 말해!"

"브…블러디 바이퍼! 블러디 바이퍼가 있습니다!"

"아앙? 그 녀석들은 머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머저리들이잖아?!"

"가…가끔씩 멍청한 놈들이 날카로운 발언을 하는 법이 있잖습니까!? 게…게다가 다른 조직들도 모두 포기해서 남은 조직은 블러디 바이퍼밖에 없습니다!"

"흐음……. 그래. 멍청한 놈들도 가끔씩은 옳은 말을 하기도 하지. 어이, 지금 당장 나가서 블러디 바이퍼에게 서신을 전달해."

"예, 예! 그…그럼 이만……!"

가까스로 진정한 그녀의 모습에 십년 감수한 표정으로 문 밖으로 뛰쳐나간 로브의 여성은 자신이 제대로 살아는 있는건지, 혹은 이미 죽었는데 살아있다는 환상을 겪고 있는건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크으으……! 누구든지 좋다! 내 연구를 도와줄…영감을 줄 녀석이 필요해……!"

피와 살덩어리밖에 남지 않은 밀실 안에서 광기에 잠식된 여성은 마치 굶주린 동물처럼 으르릉 거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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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메인 이벤트만 끝내면 던전 확장 ㄱㄱ! 입니다.

참고로 저 여자의 연구는 앞으로 있을 스토리에 큰 영향을 줄지, 아니면 영향을 최소화 할지 고민중입니다.

원래 출판작을 노리고 썼던 소설의 스토리중 하난데 너무 크게 영향을 주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거든요.

무슨 연구인지에 대해서는 다음편이나 다다음편에서 밝혀집니다.

참고로 주변 친구들에게 이 부분 스토리 설정을 말해줬는데 '넌 진짜 시대를 잘 못 태어난것 같아' 라고 하더군요.

...무슨 의미일까요?쿠웅!

마치 산이라도 무너질것 같은 둔탁한 소리.

아니, 산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정도로 거대한 서류 더미가 책상 위를 내리 찍어낸 것이다.

삐걱--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책상 다리가 살짝 삐걱거릴 정도로 엄청난 충격과 함께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서류의 산이 보이는 위엄에 하얗게 질린 루이네는 고장난 목각인형처럼 목을 돌리며 지금은 최악의 적으로 돌변한 로로나를 향해 조심스래 입을 열었다.

"저…로로나……?"

"흥! 입니다."

"아니, 어느정도 각오는 했지만 이건 좀……."

"알아서 하십시오! 입니다."

"……."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온 자신의 돌발적인 행동에 로로나가 분명 열이 뻗쳐있을테니 상당한 보복이 뒤따라 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까지라곤 예상치 못했기에 루이네는 보기만 해도 경기가 일어날 것만 같은 서류의 산에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일났구만…….'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로로나가 이런식으로 보복을 해온다면 루이네는 일주일도 못 버티고 과로사 할 것같다는 위기감이 찾아왔다.

'어떻게든 화를 풀어줘야 할텐데……. 일단 몇 장만 해결하고 살살 구슬러봐야지.'

평소에 동생처럼 보던 로로나가 이런 엄청난 복수를 가해오자 루이네에겐 어떻게 해서든지 이 상황을 타파해야만 했다.

그래도 일단 미안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서류를 몇 장만 처리하기 위해 가장 위에 있던 서류들을 빼내든 그녀는 조심스럽게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하였고, 도장이나 사인을 하는 소리가 숨막히게 고요한 방안에서 조용히 울려퍼졌다.

"음?"

그렇게 몇 장의 서류를 처리하던 루이네의 표정이 약간 심각하게 굳어졌다.

"로로나. '서클' 놈들이 협조 공문을 보내왔는데?"

"서클? 그 녀석들은 저희 조직과 적대 관계일텐데요."

서클은 악마와 계약하는 소설속에 나올법한 판에 박힌 흑마법사 집단이다.

뱀파이어나 흑마법사나 똑같은 암흑 마법을 쓰는데 어째서 적대 조직이냐고 묻겠지만, 그 이유는 언데드와 악마들은 서로 사이가 나쁘다는데 있다.

언데드들은 악마를 거짓말쟁이, 사기꾼, 유황 냄새 나는 촌놈들 이라고 호칭하고 악마들은 썩은 냄새, 추잡하고 더러운 시체 무리들이라고 언데드들을 호칭한다.

애초에 언데드를 관장하는 신과 악마를 관장하는 신은 따로 있기 때문에 둘 다 어둠의 세력이라 해서 하하호호 웃으며 손을 잡아 세상을 멸망시키는 사이좋은 이들은 절대 아니다.

언데드에게 있어선 악마들이란, 지옥 밖에만 나오면 힘이 없어 빌빌대기 바쁜 유황 냄새 나고, 어떻게든 필멸자들의 등골만 쳐먹으려는 시골 촌놈들이다.

악마와 언데드의 사이가 이렇게 나쁘다보니 뱀파이어의 하위 조직인 블러디 바이퍼와 흑마법사 집단인 '서클' 의 관계도 필연적으로 나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적대 조직에서 '협조 공문' 이 날라온 것이다.

"어디보자…내용을 축약하자면…보상은 확실하게 줄테니 특이한 마인드를 가진 인원을 지원 요청 바람. 이유는 설명 못하겠고 생명 보장 못함……? 뭐야 이거?"

루이네와 로로나는 지금 장난하자는 건지 서클의 관계자가 있으면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디서부터 딴지를 걸어야 할지 감이 안잡히는 공문 내용에 잠시 뻥찐 표정이 된 루이네는 기가 차다는 목소리로 자신이 미쳐 읽지 못한 부분을 소리내어 읽었다.

"보수의 내용이 여기 있군. 흥, 어차피 안보내줄건데 무슨 보수…어……? 잠깐……. 일,십,백,천,만……."

그렇게 보수 내용에 적힌 금액의 단위를 세어보기 시작한 루이네의 양 손은 바들바들 떨려오기 시작하였다.

"200만 골드!?"

"풋!"

예전에 조직원이 훔쳐 달아나면서 귀찮은 추격전을 벌이게 만든 장본인이지만, 지금은 하르카네 공작에게 팔아넘겼던 '보석의 여왕' 도 100만 골드를 넘지 못하였다.

200백만 골드를 얻을 수 있다면 기간 단축 정도가 아니라 지금 당장 판을 벌여도 충분한 거금!

로로나는 방금전까지 자신이 토라져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먹을 정도로 격한 헛기침을 토해내고 말았다.

"그런데 밑에 추신이 있군.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면 지원자에게도 포상, 단, 그렇지 않으면 지원자는 사망, 보상 없음."

"…이 녀석들이 우리를 가지고 노는데 도가 텄군요. 당장 전쟁 선포 할까요?"

무슨 일을 위해서 지원을 해달라는건지도 말 못하면서 만족할만한 결과가 없다면 곧바로 죽이고 보상도 없다?

여기까지만 해도 긴가민가 하는데 적대 조직에서 보낸 공문이 이따위다. 상식이 있는 지도자라면 누가 적의 구렁텅이를 향해 허무한 개죽음을 하라고 부하를 보내겠는가?

로로나는 심장이 떨리도록 기뻐하게 만들고 그것을 1분도 안되게 실망시켜버린 서클을 향해 전쟁 선포라는 과격한 발언을 할 정도로 분개하였다.

"아냐. 서클 놈들이 장난이나 치려고 우리에게 이런걸 보낼리가 없어. 일단 이 일에 관련된 다른 조직의 소문이라도 모아보는게 좋겠어."

"확실히 그도 그렇군요. 이런 시덥잖은 장난을 치기엔 서클 녀석들의 자존심이 너무 강하죠. 지금 당장 착수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집무실 밖으로 로로나가 빠르게 나가자, 서클 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공문을 보냈는지 생각하던 루이네는 엄청난 사실을 깨닫아 버렸다는 듯이 경악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로로나가 저렇게 나가면 이 서류는 내가 다 처리해야 하잖아! 로로나! 로로나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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