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3화 (83/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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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엔이 어째서 뇌가 빨리지 않았냐는 다음편에서 설명.

이제 일리시드편을 마무리 짓고 미리 구상해둔 메인 이벤트까지 해결하고 나서 던전 확장편이 시작됩니다.

던전 확장편은 무쌍연희 같이 전쟁을 통해 다른 클랜을 통합하고 암컷 몬스터라면 노예 편입 ㄱㄱ!

드디어 제가 원하던 임신 공장이 완성되는군요.

일단 던전 확장편 초반부는 어떤식의 분위기, 시스템으로 운용될지 독자분들에게 알리게 될 겁니다.

아우...나도 빨리 임신공장 씬 쓰고 싶다!유체 이탈된 영혼처럼 3인칭 시점으로 대난투를 거의 반 포기, 반 놀자 심보로 느긋하게 감상하던 디엔은 자신의 뇌를 빨아먹으려는 일리시드의 모습에 분통을 터트렸으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는 그에게 있어선 그런 분노조차 무의미하였다.

'망할…이렇게 끝나는건가…….'

어떻게든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0.01%의 생존 확률이라고 있으니 저항이라도 했겠지만, 현 상황으로선 살아남을 확률이 완벽한 0% 였다.

결국, 리스타트를 하기로 하고 자신의 캐릭터가 죽기를 잠자코 기다리던 찰나, 갑자기 자신의 몸이 캐릭터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 디엔은 생소한 느낌에 놀라면서도 자신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불타오르기 시작하였다.

푹푹푹!

몸에 돌아오자마자 느낀 것은 뒤통수를 내리꽂는 세 가닥의 굵은 촉수였다.

기이한 것은 분명히 꿰뚫린듯한 소리가 들려오는데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디엔의 머릿속에 메세지음이 울려퍼졌다.

-일리시드가 익스트랙트(Extract : 뽑다, 추출하다)를 시도합니다!-

-드레인 면역으로 인해 일리시드의 익스트랙트가 실패합니다-

'드레인 면역? 아! 카마수트라!'

카마수트라 그랜드 마스터의 효과는 성교시 절대 지치지 않는다는 것과 '드레인 계열 공격에 면역' 효과였다.

디엔은 서큐버스같은 몽마들의 정기 흡수 같은걸 방지해주는 효과로 생각했었지만, 드레인 공격이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넓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유령이 생명체를 공격하면 일정 확률로 상대방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최대 HP를 영구적으로 낮춘다던가, 뱀파이어의 흡혈에 당하면 레벨이 낮아지며 해당 레벨때 상승한 스킬, 능력치가 모두 하강하게 되는 흡수 계통의 공격을 모조리 면역시켜주는 것이다.

참고로 이러한 드레인 계열의 데미지는 고위 성직자의 회복 마법으로 되돌릴 수 있다.

어쨌든, 상대방의 능력을 흡수하는 드레인 계열 면역이 얼마나 큰 이점인지 모르고 있던 그는 뒤늦게서야 드레인 면역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되었고, 여유를 되찾게 된 그는 자신을 게임 오버 시킬뻔한 일리시드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콰앙!

"키이이이익!"

촉수를 끌어당기며 그대로 박치기를 가하자 머리가 울리는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는 일리시드의 모습에 디엔은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촉수를 잡은 팔의 손목을 한바퀴 빙글 돌려 촉수를 엮더니 주먹을 무차별적으로 휘두르거나 머리를 휘두르며 일리시드의 문어 대가리를 납작하게 만들어 보였다.

퍼억!

"이!"

"커헉! 컥컥!"

쿵!

"빌어먹을!"

"캬아악!"

우드득!

"새끼가!"

"히야아아악!"

파각!

"죽을뻔!"

"꺽…꺼억……!"

우드득!

"했잖아!"

"꺼르르르……."

퍽퍽퍽! 콰직!

눈이 돌아가고 박쥐들의 공격으로 인해 만들어진 상처에서는 초록색의 진액이 거의 터지듯이 흘러나와 디엔의 얼굴과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고, 때리는 것만으론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팔이 꺽여진 상태였다.

털썩-

디엔의 야만적인 무차별 폭행에 힘없이 쓰러진 일리시드의 모습에 침을 퉤 뱉은 그는 그대로 발을 들어올려 목덜미를 조준하더니 뼈가 으스러지도록 강하게 짓밟아 확실하게 사망 상태로 인도 시켜주었다.

"허억…허억…망할……."

인외의 서가 폭주하면서 일리시드와 가까이 있었던 디엔의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몸 여기저기가 그을려지거나 마치 가뭄의 논밭처럼 피부가 쩍쩍 갈라져 피가 터져나오면서 몸 상태가 완전히 망가지기 일보직전이었던 것이다.

일단 일리시드를 죽여야 안전하니 무리를 해서 그런지 미약한 출혈 상태까지 걸려 3분의 1정도 남은 HP가 이제는 거의 바닥을 치고 있었다.

"젠장. 다 망가졌잖아."

이제는 더이상 가치가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불타오르거나 망가진 플레이트 아머의 이음쇠 부분을 힘겹게 풀어 벗어던진 디엔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자신을 향해 놀라움이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는 두 여성을 향해 퉁명스래 입을 열었다.

"뭘 보슈. 내가 살아있어서 불만이당가?"

신경질적으로 툴툴거릴때는 이따금씩 국적불명의 사투리가 터져나오는 디엔은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자 지금이야 말로 최고의 기회임을 눈치챘다.

'지금 루이네와 클로디아는 몸조차 가누지 못할 정도로 부상을 당한 상태다! 일단 상대방을 완벽하게 제압해야 귀환 스킬을 사용해 납치 할 수 있으니 스태미나를 좀 더 회복시키고 제압시키는 거야! 지금 아니면 언제 루이네를 냠냠쩝쩝할 수 있겠어!?'

아쉽게도 힐링 포션은 마법의 여파로 모조리 깨져버렸다.

게다가 간신히 출혈이 멎었으나 체력의 상황은 한마디로 '개판' 이니, 두 여성이 모든 힘을 끌어모아 죽기 아니면 살기로 덤벼들면 방어구조차 없어진 디엔으로선 조심, 또 조심을 하며 기회를 엿보는 수 밖에 없었다.

방금전 일리시드에 의해 죽었다면 안타깝긴 해도 경험 미숙으로 자기 반성을 하면 끝이지만, 다 이기고 나서 부주의하게 굴다가 칼침맞아 죽는다면 억울함에 눈물이 튀어나오리라.

"하…하하…설마 이렇게 이길거라곤…생각도 못했는데……."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어안이 벙벙하던 루이네는 허탈함이 담긴 웃음을 터트렸다.

세상에 이런 기막힌 천운이 있다니?

어째서 디엔의 뇌가 빨리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일리시드의 먹잇감이 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데 기뻐하던 루이네는 이내 인상이 찌푸려졌다.

'젠장……. 마이스터가 되면 뭐든지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꼴이지? 그토록 갈고 닦았던 검술은 뛰어난 마법사에게 농락당해 제대로 선보이지도 못했고, 말단 부하의 활약에 겨우 목숨이나 연명받다니……!'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마법사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일리시드의 능력(인외의 서의 힘도 컸지만)은 일반적인 검사로선 감당키 어려운 성질의 것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마이스터가 되고 나서 자신과 동급의 실력자와 겨뤄본 적이 없었던 루이네는 그동안 자신이 자만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자기 자신이 나태하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으나, 그것과 별개로 마이스터가 되면서 매일 꾸준히 하는 기초 수련을 제외하곤 몸을 제대로 움직인 적이 없었다.

마이스터라는 힘, 게다가 블러디 바이퍼의 최고위 간부중 하나라는 자만심이 자신도 모르게 심어져있었음을 느낀 그녀는 블러디 바이퍼에 처음 입단했을 때처럼 다시 한번 의욕이 불타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부분은 클로디아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선천적인 마법 저항력을 지닌 일리시드라 해도 견제밖에 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직도 이 세상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강자들이 존재한다는 진리를 잃고 있었던 자기 스스로를 가혹하게 채찍질 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전투의 문제점은 그녀들의 능력 부족이라기 보단 일리시드의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분명 일리시드의 세뇌 기술과 생각을 읽는 전술은 강력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언데드 몬스터나 골렘같은 살아있지 않은 물체를 소환했었다면 정신파 공격이 주를 이루는 일리시드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고레벨의 전사조차 세뇌할 수 있는 강력한 사이오닉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하급 좀비나 스켈레톤 따위도 이기지 못하는 취약한 근접전 능력이라는 극과 극의 장단점을 알고 있었다면 그야말로 싱거운 싸움이 되었을 확률이 높았다.

"후우……. 일단 여기서 빠져 나갑시다. 나가서 도움을 청하든 뭘하든 해야지 여기서 퍼질러 자면 병걸려요, 병."

"나도 그러고 싶지만 몸이 말을 안 듣어. 너 혼자 나가서 로로나에게 도움을 청해다오."

"에? 나 그 아줌마가 나 볼때마다 벌레보는 눈빛이라서 혼자 만나기 싫은데? 어쩔수 없구만."

"쿡쿡쿡……."

자신보다 젊은 로로나에게 아줌마라는 단어를 꺼림낌없이 사용한 디엔의 모습에 미약한 웃음소리를 자아낸 루이네는 다시 한번 그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말을 하려 하였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름을 느꼈다.

"무…무슨 짓이야……?!"

"뭐긴 뭐요. 나 진짜 그 아줌마랑 홀로 독대하기 싫다니까?"

자신을 공주님 안기로 번떡 들어올린 디엔을 향해 깜짝 놀란 목소리로 항의하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클로디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같이 고생했는데 혼자 남으면 쓸쓸하겠지. 조금 우스꽝스럽겠지만 등에 업히쇼."

"으…응……."

클로디아도 홀로 남아 구원을 기다리기엔 쓸쓸한 기분이 들것 같아 조심스래 그의 등에 업혀 들어갔다.

한쪽은 등에 업고, 한쪽은 공주님 안기를 하니 상당히 우스꽝스런 자세가 연출되었지만, 의외로 두 여성의 입은 쉬이 열리지 않았다.

'이 녀석…언제 이렇게 커졌지?'

어릴적의 디엔은 자신보다 키도 쪼그맣고 입만 살아있던 애송이였지만, 지금은 자신보다 키도 크고 어깨도 넓어진데다 위기에 빠져있던 자신을 구해낼 정도로 성장한 그의 모습에 루이네는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꼬마 녀석이 나를 이렇게 안아들 정도로 성장하고……. 정말이지 세상 일이란건 모르는 법이야.'

루이네가 그런 기묘한 기분에 빠져 들어있을때, 등에 업힌 클로디아도 복잡한 심정이었다.

'인간 남성의 등이 원래 이렇게 넓게 느껴지고 따뜻했나……?'

왠지 모르게 자신이 안긴 그의 등이 평소 체구보다 넓게 느껴지고 뱀파이어가 되면서 시체처럼 차가워진 피부 너머로 따뜻한 체온이 밀려올라오자 자신의 관에 들어간 처럼 이대로 수면에 들어가고 싶다는 욕구가 그녀를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크크큭! 그래, 그렇게 안심해라! 이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경계를 풀기만 하면 곧바로 'Welcome to Hell ' 이다! 음화하하하하!'

어디 그가 아무 생각없이 호의를 베풀만한 인종이었던가?

이 모든 행동은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도록 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었던 것이다! 어설프게 적의를 보이는 것보단 이렇게 호감을 살만한 행동을 한다는 치밀한(자칭) 계획이다!

자신들이 왔던 입구로 되돌아오자 안도한 표정을 보인 루이네의 모습에 지금이야말로 기회라고 생각한 디엔은 귀환 마법을 사용하였…….

'좋아. 여기서 귀환 마법을……!'

"루이네님!"

"로로나?"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로로나가 부하들을 이끌고 입구 밖에서 쪼르르 달려나오는게 아닌가!?

'아…안 돼! 안 돼에에에에! 루이네를 깔아뭉갤 수 있었는데! 내 자지로 으헉으헉 거리게 할 수 있었는데에에에에! 1초! 1초만 시간이 있었더라면!!'

1초만 늦게 등장했다면 루이네와 클로디아라는 전리품을 가지고 던전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디엔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자신에게 시간이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좋겠다는 헛된 망상을 품을 정도로 절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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