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2화 (8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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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밝히지만, 저는 약간의 M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M이 아니라 거대한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 고난을 자초한다던가 당한것에 수백배로 되갚아줄 수 있다면 어느정도의 역경은 즐길 수 있는 타입이랄까?

생각해보면 격투물 만화에 나오는 노력파형 주인공들은 어느정도 M 속성이 없으면 수련을 감당하기 힘들것 같아요. 어찌보면 저랑 비슷할지도?

"주인공들의 강해지기 위한 숭고한 피땀어린 노력을 그딴 성적 용어로 매도하지 마!"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시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제 뇌는 더이상 깨끗해질 수 없는 하드물로 도배가 되었는데요~ 우하하하하~지금까지 나름 의지력을 키워왔으니 왠만한 저항력을 갖췄다고 생각하였지만, 엘리트 보스 보정을 받은 일리시드의 사이오닉 공격은 너무나도 강력하였다.

몸의 통제권이 뺏기면서 자신의 몸에서 밀려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자 마치 영혼처럼 분리되었고, 3인칭 시점이 되어 관람을 하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기면 마인드 플레이어의 한 끼 식사거리나 영원히 쫄따구 노릇을 해야 하고, 지면 루이네나 클로디아에게 칼침 맞아서 죽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거기다가 몸의 통제권까지 빼앗겼으니 이미 게임 종료 버튼을 옆에 두며 기왕 끝난거 구경이나 하자 라는 심보로 구경 모드로 전환하며 자신이 빠져나간 껍데기가 얼만큼 잘 싸우는지 감상하기 시작하였다.

"클로디아! 너는 저 놈을 막아!"

"예!"

루이네는 블링크로 이리저리 도망치고 인외의 서로 원거리 공격만을 행하는 재빠른 원거리 마법사형과는 궁합이 나쁘기 때문에 차라리 손쉽게 처리 가능해 보이는 디엔부터 처리하기로 결정하였다.

"최소한의 예의다. 고통없이 보내주마!"

'시벌래미! 예의는 무슨! 차라리 기절시켜줘!'

곧바로 목덜미를 향해 찔러 들어오는 루이네의 모습에 속으로 오만가지 욕설을 퍼붓던 찰나, 디엔의 껍데기가 반전을 일으켰다.

카가가각---!

"읏!?"

일단 세뇌를 당했지만 플레이어가 소유하던 스킬 전부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던 세뇌당한 디엔은 팔을 휘둘러 루이네의 검을 밀어낸 것이다.

"크아아아!"

그리고선 몸통 박치기를 시도하기 위해 상체를 숙이고 저돌적으로 돌진하였다.

가까운 거리긴 해도 재빠른 몸놀림으로 깃털처럼 피한 루이네는 디엔의 뒤를 점하더니 겨드랑이를 향해 다시 한번 검을 찔러넣었…….

카앙!

"젠장! 뭐가 이리 단단한거야!"

디엔뿐만 아니라 일리시드와 싸우기 위해서라도 체력 소모를 최소화 해야 하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루이네는 최소한의 힘으로 급소를 공격하려 하였으나 그가 지니고 있던 중갑 숙련화 덕분에 쇠를 뚫을 정도의 마나만 담긴 루이네의 검은 당연하게도 갑옷을 꿰뚫지 못하였다.

공격을 당한 디엔은 몸을 돌리지 않고 그대로 돌진하더니 인외의 서에서 튀어나오는 마법들을 똑같은 공격 마법으로 상쇄시키거나 피하는 방식으로 견제하고 있던 클로디아를 향해 뛰어들어갔다.

옆에서 쿵쾅 거리며 달려오니 당연히 눈치챈 클로디아는 땅을 박차며 가볍게 날아오르듯 점프 하였지만, 일리시드가 그 모습에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였다.

푸슝!

"캬악!"

인외의 서에서 매직 미사일 한발이 날라가 그대로 허공에 있던 클로디아의 몸을 가격하였고, 그 모습을 본 일리시드는 특유의 웃음 소리를 날리며 그녀들을 비웃었다.

"힐힐힐힐! 방금전의 기세등등한 모습은 다 허풍이였나?"

"우오오!"

생각보다 쓸만한 디엔의 모습에 다시 그녀들을 공격하도록 명령하자 그는 가장 가까이 있던 루이네를 향해 달려들어 할버트를 휘둘렀다.

부우웅!

동작이 큰 공격인 만큼 몸을 틀어 가볍게 피하려던 루이네였지만, 회피를 하자마자 활시위가 튕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녀의 몸을 향해 한 발의 쿼렐이 날라왔다.

쿼렐을 쳐내자마자 반격을 하려던 순간, 한 발의 파이어볼이 그녀를 향해 날라갔다!

"빌어먹을!"

몸을 크게 날린 루이네는 폭발의 영향으로 땅을 뒹굴어야 했고, 그 틈을 노려 얼굴 한쪽이 그을려진 디엔이 다시 할버트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어라? 꽤 하잖아?'

처음에는 루이네에게 순삭이나 안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디엔이였지만, 세뇌당한 껍데기의 단순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마법사의 지원을 받자 루이네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오자 예상외의 사태에 눈이 희둥그래졌다.

지금까지 마법사의 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강력한 적과의 전투를 전무하였기에 전사와 마법사의 조합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두 눈으로 알게 되자 던전으로 돌아가면 곧바로 마법사 같은 주문 사용이 가능한 부족을 영입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뭐, 그것도 일단 살아나면…이겠지만. 어떻게든 버텨라, 세뇌당한 나! 일단 살아만 나면 기회는 오는 법이라고!'

그런 그의 의지를 세뇌당한 디엔이 어느정도 느끼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맹렬하게 공격하라는 일리시드의 명령을 받은 것인지 더더욱 빠르게 할버트를 휘둘러대기 시작하자 거기서 틈을 확인하였는지 몸을 숙이며 빠르게 달려든 루이네는 문자 그대로 몸을 날려 디엔의 한 쪽 무릎을 강타하였다.

쿠웅!

둔탁한 소리와 함께 거칠게 넘어지자 루이네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쓰러진 디엔의 뒤통수를 향해 검을 휘둘……!

쉬이익--!

자신의 세뇌가 통하지 않는 루이네와 클로디아를 상대로 2:1은 버겁다고 생각했는지 매직 미사일 한 방 맞고 미친듯이 자신을 견제하는 뱀파이어의 매서운 공세에도 불구하고 인외의 서를 이용해 아이스 스피어를 원호를 위해 날려주었다.

"큭!"

디엔을 즉사시킬 수 있지만, 그랬다간 매섭게 날라오는 아이스 스피어에게 몸이 꿰뚫릴 것이 분명하기에 입술을 깨물며 후퇴하는 수 밖에 없었다.

루이네로선 적의 전력을 제거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놓쳤지만, 아주 잠깐동안 시선을 돌리고 있던 일리시드는 자신의 살가죽이 베이는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흐이이이!"

원호를 위해 아이스 스피어를 날리던 순간, 클로디아의 눈 먼 단도가 일리시드의 어깨죽지를 스치고 지나 간 것이다.

의식을 하고 던졌다면 간단히 피했겠지만, 실수로 날린 놈이였기에 일리시드는 단도의 궤적을 읽지 못하였다.

"가…감히! 감히감히감히감히! 미천한 종족 주제에 이 몸을……!"

일리시드들은 분명 고도의 지적 생명체가 분명하다.

한때는 우주 전체를 지배했었던 지배자라는 오만함이 드래곤조차 자신들보다 아래로 폄하할 정도니 그들의 오만함은 이미 말 다 한것이다.

먹잇감을 먹을때를 제외하곤 몸 쓰는 일은 모조리 노예들에게 맡기는 일리시드들이기에 당연히 근접전에는 약할 수 밖에 없었고, 고통이라는 분야에 취약하였다.

겨우 어깨 조금 스친것 가지고 너무 크게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에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난 클로디아는 재빨리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루이네님! 원호를!"

루이네는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디엔을 뒤로 하고 클로디아를 원호하기 위해 일리시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푸슝!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그녀의 모습에 재빨리 블링크를 사용하여 몸을 피한 일리시드는 몸을 완전히 일으킨 디엔의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그 사이에 어떤 주문을 완성시킨 클로디아는 디엔, 정확히는 그 뒤에 숨어 일리시드를 향해 팔을 뻗었다.

"가라!"

"네 년…설마……!"

그녀의 기억을 읽은 일리시드는 깜짝 놀라며 재빨리 주문을 외우려 하였으나, 그 전에 클로디아의 뻗은 손이 모조리 박쥐로 변하면서 일리시드를 향해 맹렬히 날라갔다!

박쥐들은 그대로 일리시드의 문어 머리를 물어뜯거나 발톱으로 할퀴기 시작하였고, 세뇌당한 디엔은 주인을 위해 할버트를 휘두르며 박쥐를 쳐냈으나 작은 박쥐를 단순한 휘두르기로 쳐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히이이이!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고통에 익숙치 못한 일리시드는 문어 머리에서 진액이 흘러나오자 거의 우는 목소리로 팔을 휘두르며 공황 상태에 빠졌고, 그 틈을 노려 빠르게 등뒤를 점한 루이네가 일리시드의 등을 내리 베었다.

촤악!

"키이이이이이이이----!"

베이는 소리와 동시에 쇠를 긁는듯한 비명이 울려퍼졌고,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인외의 서에서 온갖 마법들이 튀어나와 폭주하기 시작하였다.

공격을 해야 한다는 명령과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두 가지 명령이 동시에 주입되면서 나온 결과인 것이다.

콰앙! 파칭! 쿠우웅!

인외의 서에서 나온 마법은 무작위로 날라가 폭발하고, 주변을 얼리거나 깨부시는 등, 다양한 마법이 방 전체를 울렸다.

"크윽!"

"꺅!"

인외의 서에 담겨진 모든 주문들이 폭주하여 날라오니 처음에는 어찌어찌 피하던 루이네와 클로디아도 마법 폭풍에 휩쌓여 버렸다.

쾅! ……펑!

시끄러운 소음이 끝나고 뒤늦게 발현된 주문이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자, 가지런한 머리가 산발이 되고 몸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은 두 여성은 가까스로 정신을 잃지 않았으나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해내며 상당한 내상이 입었음을 알렸다.

"컥…쿨럭! 쿨럭! 제…젠장……."

"사…살아는…있군요…커헉!"

뒤늦게 클로디아가 방어 마법을 사용해 최소한 죽지는 않았지만, 몸에서 성한 부분이 남아있지 않았다.

"햐아악! 햐아악!"

그 때, 먼지 구름 너머에서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분노한 표정의 일리시드가 거칠게 걸어나왔다.

"이…이 저급한 하층 종족 주제에……!"

등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인외의 서에서 나온 마법들의 태풍의 눈에 위치하고 있던 일리시드는 마법에 의한 피해가 거의 전무하였다.

눈이 거의 뒤집힌 일리시드는 몸조차 일어서질 못하는 루이네와 클로디아를 발로 무참히 짓밟기 시작했다.

콱! 콱! 퍽!

"윽……!"

"크……!"

"미천한 존재의 존재의의는 지배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희들같은 하등 종족 따위가 이 세계의 진정한 지배자를 공격하다니!"

두 여성을 실컷 밟고 나니 감정이 조금 가라 앉았는지 씩씩 거리던 일리시드는 뭔가 생각이 났는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쓰러진 디엔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일어나라!"

스륵--

기절을 한 상태였지만, 일리시드는 강제로 디엔의 뇌파를 깨워 기절 상태에서 벗어나게끔 만들었고,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도록 다시 명하였다.

루이네와 클로디아가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디엔의 뒤쪽으로 다가간 일리시드는 그녀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네 년들은 절대로 고이 못 죽인다! 지금부터 네 년들이 겪어야 할 공포를 보여주도록 하지!"

그는 그녀들에게 디엔이 뇌가 빨리는 장면을 보게 하여 최대한 공포를 느끼게 해줄 심산이었던 것이다.

'일단 이 놈이 최대한 고통스러워해야 저 년들도 겁을 먹겠지? 일단 세뇌는 풀어두는게 좋겠군.'

자신에게 세뇌당한 상태라면 뇌가 빨려도 크게 고통스러워하지 않기 때문에 세뇌를 푼 일리시드는 그대로 촉수를 뻗어 디엔의 뒤통수에 꽂아넣었다!

푹푹푹!

세 개의 촉수가 뒤통수에 꽂히는 소리가 울려퍼지자 그녀들의 표정이 굳어져가는 모습에 일리시드는 즐거워하며 웃어 보였다.

"힐힐힐! 봐라! 이게 바로 네 년들의 미래다!"

그리고선 힘껏 뇌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일리시드는 당연히 와야 할 뇌수의 달콤한 맛이 오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일리시드의 역사를 통틀어 살아있는 생명체의 뇌를 빨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는 처음이였기 때문이다.

"어? 뭐지? 이 인간…뇌가…빨리지 않…쿠헥!"

순간, 손을 뻗어 일리시드의 촉수들을 잡아당겨 뒤통수에서 빼낸 디엔이 그대로 몸을 돌리며 음산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어~ 아주 좆같이 큰 퍽킹 프레젠트를 받았으니 나도 깜짝 선물을 줘야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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