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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뤄뒀지만 설정상 문제가 있었던 분들을 조금 손봤습니다.
아직도 은근히 까임을 받는 무쌍연희 초반부 설정중 하나인 세이브 파일 판매는 암거래 사이트에서 돈주고 산 세이브 추출/삽입 프로그램을 통해 빼냈다고 짧막하게 붙여놓으니 단번에 설정상 빈틈이 매꿔지더군요.
대체 과거의 나는 이런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뭐했던거야!?
게다가 디엔의 새로운 스킬 중 둠 오브 크라잉 이랑 브레이브 포스에 대한 설명이 본편에 하나도 안 적혀있...잠깐...
생각해보니 이거 귀찮다고 설정란에만 써두고 나중에 본편에다 써야지 라며 내가 미뤘구나...
무책임한 자기 자신을 이렇게 디스하니 기분이 참 상콤하군요 -_-;;푹! 파지지직! 퍼엉!
디엔과 클로디아의 원거리 공격에 의해 큐브 젤리는 자신의 강인한 HP가 계속해서 깍여나가고 있음에도 원래의 속도를 유지하며 다가왔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후퇴하여 거리를 벌리고 다시 공격을 하는 무한 반복에 허무하리만큼 쉽게 공략당하고 있었다.
거리를 벌리고 공격하고, 거리를 벌리고 공격하는 무한 반복을 십수번 반복하니 더이상 HP가 남아돌지 않는지 큐브 젤리의 몸이 서서히 작아지더니, 클로디아의 마법 공격에 완전히 흔적이 사라지고 말았다.
던전에서는 매우 위험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거리를 충분히 벌리고 원거리 공격으로 착실히 공격한다면 쉽게 공략이 가능한 몬스터이기도 하다.
"후우. 정말 다행이군요. 리벨다가 제대로 본 실력을 냈다면 독에 중독되었거나 큐브 젤리에게 먹혔을겁니다."
"음. 아무리 고차원 세뇌를 해도 본실력을 모두 내는건 불가능한가 보군."
디엔과 루이네가 다행이라는 듯이 말하자 리벨다의 솜씨를 잘 모르는 클로디아는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예? 이게 그녀의 본 실력이 아니었나요?"
구슬에 심지를 붙인 화약을 장착해 시간차 공격을 행하는 정교한 기술에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는데 그것이 그녀의 본 실력이 아니었다?
"지금 공격은 매우 단조로운 편이지. 1,2,3,4초 형식으로 터져나가는 독구슬을 한꺼번에 던져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기도 하고 정교하게 구슬의 위치를 바꿔 던져 구슬을 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처음부터 뒤쪽으로 심지를 향한 독구슬이 깨져 등이나 뒤통수에 독, 산성액이 끼얹어지지. 그정도의 정교한 기술을 사용하지 못했으니 이만하면 다행이지 않나?"
"크흠……."
지금까지 하부 조직인 블러디 바이퍼의 조직원들을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아둥바둥거리는 하찮은 장난감들' 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던 클로디아는 이번 일로 인식이 바뀌게 되었다.
"음?"
그 때, 디엔이 큐브 젤리가 사라지면서 남긴 잔해를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다가갔다.
"이 검……. 게다가 두개골이 두 개……?"
리벨다를 삼켰으니 당연히 큐브 젤리의 몸속에 해골이 남는건 당연하다. 그런데 살펴보니 인간의 두개골이 2개이고 많이 부식되었지만 많이 본듯한 대검…….
"하샤로군."
"…아무래도 그런듯 싶습니다."
거대한 대검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전사, 하샤의 대검과 하나 많은 인간의 두개골.
여기까지라면 더이상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하리라.
"하샤는 대검을 휘두르지만 몸놀림이 빨라. 그런 그녀가 큐브 젤리 따위에게 잡아먹히다는 것은 자살하지 않는한 불가능해. 대체 10분동안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디엔이 루이네에게 보고하고 그녀와 함께 던전으로 들어오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10분.
그 10분동안 메이크나와 리벨다는 적에게 붙잡혀 세뇌를 당하고, 하샤는 큐브 젤리에게 먹혀 사망하였다.
아직 살아있다는 가정하에 남아있는 2조의 생존자는 플로리아지만, 다른 조원들이 모두 사망했으니 그녀가 살아있다고 보기엔 힘들다.
인외의 서를 지닌 플로리아는 루이네로서도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그녀가 보조하는 2조의 요원들이 10분만에 전멸한 것은 적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일단 우리가 왔던 길을 되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리벨다가 우리들의 뒤를 잡은것은 분명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비밀문이 있다는 뜻임이 분명하니까요."
클로디아의 말에 루이네도 거기에 동의하였고, 그녀는 자신의 모든 기감을 전개하며 자신들이 왔던 출구부터 시작하여 천천히 통로를 탐색해나갔다.
마치 끈적끈적한 달팽이가 지난간 흔적처럼 큐브 젤리의 진액들이 바닥을 더럽혀 디엔은 진액을 밟을때마다 느껴지는 미끌말캉물컹한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슬라임이 이동하면서 남긴 진액은 산성 효과가 없기에 밟아도 문제는 없지만, 기분이…좀 많이 더럽다는게 흠이다.
그렇다고 여자인 루이네와 클로디아는 성큼성큼 진액을 밟아나가는데 남자인 자신이 느낌이 징그럽다고 소스라치는 것만큼 우스운 상황은 없다고 여겼기에 억지로 꾹 참으며 클로디아가 빨리 비밀 통로의 존재를 확인하길 빌고 또 빌 뿐이었다.
그런 그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클로디아가 고위급 일루젼 마법으로 가려진 비밀문을 찾아내는데 성공하였고, 곧바로 해체를 하자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나긴 통로가 루이네 일행 앞으로 뻗어져 나왔다.
통로는 약간 구불구불하긴 했지만 외길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함정을 탐지해나가면서도 어느정도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느정도 안쪽으로 들어가는 순간, 루이네와 디엔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그만…으아아아……."
"이 목소리는……."
"플로리아?"
루이네는 자신의 감각을 최대한 활성시키고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아무리 그녀라 해도 무방비로 함정에 의해 공격당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긴 통로의 끝자락에는 연구실로 보이는 넓은 방과 벽에 붙어있는 관처럼 생긴 원형 통, 의자에 팔다리가 결박당해 눈물, 콧물을 흘리며 눈에 흰자를 드러내고 고통스러워 하는 플로리아와…….
180cm의 큰 키. 온 몸을 가린 검은색 로브. 연초록 피부색에 문어와 같은 외모와 팔보다 좀 더 긴 3~4개의 촉수가 코 부위부터 길게 이어져 입과 턱이 보이지 않는 인간과 다른 구조.
"일리시드!?"
언더 다크의 주민이자 지성이 있는 생명체의 뇌를 주식으로 삼는, 사이오닉(정신파)능력이 뛰어나며 자신들 외의 종족을 먹잇감, 노예라 생각하는 사악한 종족중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악명이 자자한 일리시드였다.
일반적으로 마인드 플레이어라고도 불리지만 그들은 자기들 스스로를 일리시드라 칭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런 지상 생명체의 저질적인 표현을 싫어한다.
-정예 엘리트 보스, 일리시드가 등장하였습니다!-
일리시드가 루이네들을 인식하자 자신의 머릿속으로 경고 메세지음이 들려오자 디엔은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말았다.
'이런 씨발! 지금 장난해? 하수구가 몬스터들 집합지냐? 꿀이라도 발라뒀어!? 뭐 얻어먹을게 있다고 이런 놈들이 자꾸 찾아오는거야!'
다음에 다시 찾아왔을때 드래곤이 나타나도 절대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디엔이 굳게 다짐하고 있는 순간에도 상황은 계속 전개 되어 갔다.
"오늘은 정말 재수가 좋은 날인데? 인간 두 마리에…호오? 뱀파이어도 있군? 뱀파이어의 뇌는 과연 무슨 맛이 느껴질지 기대되는걸? 힐힐힐힐~~"
플로리아의 머리에 촉수를 꽂아넣고 있던 일리시드는 기묘한 웃음소리와 함께 촉수를 빼내자 누런 뇌수가 뚝뚝 떨어지는 촉수들을 서로 비비게 하여 뇌수의 맛을 고루 퍼지게 하였다.
"역시 마법사가 되니 천한 인간도 먹을 만 하군."
"일리시드는 사이오닉 능력이 뛰어납니다! 마음을 다잡으세요!"
약간 긴장한듯이 루이네에게 경고한 클로디아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검을 치켜들며 일리시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일리시든지 뭔지 검에 베이면 다 똑같아! 죽어라!"
"바보같은 년!"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자 공기가 일그러지며 정면을 향해 원뿔 형태로 뻗어나갔고, 그 충격파에 맞은 루이네는 자신의 머릿속을 빠르게 해집어대는 무언가에 의해 고통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크…크하아앗!"
기합성을 내지르며 가까스로 스턴 상태에 빠질 뻔한 것을 참아낸 루이네의 모습에 일리시드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호오? 인간 주제에 감히 나의 마인드 블래스트(Mind Blast)를 버텨내다니? 너의 뇌는 과연 무슨 맛을 낼지 기대되는구나. 힐힐힐! 하지만, 이건 어떨까!"
일리시드는 손가락을 튕기자 익숙한 책자가 그의 손 안으로 들어갔다.
"인외의 서!?"
루이네는 깜짝 놀라며 서서히 뇌가 진정되자 곧바로 다시 달려들었지만, 일리시드의 손짓이 더 빨랐다.
푸슝!
작은 빛덩어리를 남기며 모습이 사라진 일리시드는 루이네 일행과 떨어진 방향에서 나타났다.
"인간 주제에 쓸만한 아티팩트를 가지고 다니더군. 하지만 역시 인간은 인간. 먹잇감이 감히 포식자에게 대항하다니, 어림 반푼어치도 안되는 소리지."
"크으! 네 놈이 내 부하들을 저 꼴로 망가뜨린 거냐!"
더이상 쫓아가도 헛수고임을 알게 되자 루이네는 최소한 죽이기 전에 자신의 부하들을 저 꼴로 만든게 일리시드인지 확인을 하기로 하였다.
"아~ 누군지 모르겠지만 네 기억을 읽으니 명확해지는군. 너희들보다 빨리 들어온 인간 년들을 말하는거지?"
"!!"
"일리시드는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세요!"
"히햐햐햐! 그래봤자다! 먹잇감에 불과한 인간들의 한계야 뻔하지!"
상대방의 기억,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마인드 플레이어의 사이오닉 능력에 대항하려면 미리 보호 마법으로 무장해야만 하는데 설마 언더 다크의 주민이 여기까지 왔으리라곤 누구도 생각치 못하였기에 보호 마법만 제대로 받았다면 충분히 일리시드를 이길 수 있는 메이크나 일행도 허무하게 정신파 공격에 당하였으리라.
"그래도 고귀한 이 몸에게 스스로 뇌를 받치러 온 먹잇감들의 정성이 갸륵하니 대답해주도록 하지. 그 인간 암컷들이 주제도 모르고 이 몸을 공격하려기에 하샤라는 년을 세뇌하여 메이크나를 막게 하고, 리벨다라는 쿠알커르의 신도에겐 정신파를 이용하여 플로리아를 공격케 하고 스스로 산성액과 감당키 어려운 독을 먹게 하여 자해를 시켰다. 그런데 메이크나 라는 인간이 생각보다 실력이 괜찮더군. 나의 세뇌로 인해 강제로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하샤를 쓰러뜨렸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래봤자 검을 들고 설치는 무식한 칼잡이일 뿐이였지. 메이크나까지 나의 정신파로 세뇌시키고 플로리아를 제압하게 하였다. 죽은 하샤는 내가 만든 시체 처리용 큐브 젤리에게 던져주었지. 나머지 결과는 네가 보고 겪은 그것이다."
루이네의 기억을 읽어 메이크나 일행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아내고 리벨다와의 전투, 큐브 젤리 안에서 덜 소화된 하샤의 시신 등, 그녀가 겪었던 일까지 읽어낸 일리시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만하면 네가 원하는 답이 되겠지? 자아! 나의 먹잇감이 되어라!"
그 때, 일리시드의 눈동자에서 묘한 빛이 발광하자 루이네와 플로리아는 머리가 깨질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나에게 복종하라' 라는 사악하지만 달콤하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으으……! 크아아악!"
"으아아아!"
루이네와 클로디아는 정신을 집중하면서 목소리를 물리치기 위해 비명에 가까운 기합성을 내질렀고, 뱀파이어인 클로디아는 그렇다 쳐도 인간이면서 무식한 칼잡이인 루이네가 자신의 세뇌를 벗어내자 일리시드의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호오…지금까지 나의 세뇌 공격을 막아낸 칼잡이는 네 년이 처음이구나, 루이네. 크크크크. 굳은 의지와 뛰어난 지능을 지닌 검사라…이런 레어한 뇌를 먹어보는 것도 간만이군. 힐힐힐!"
"닥쳐라! 네 놈…절대로 곱게 죽이지 않겠어!"
"나를 상대하는것도 나쁘진 않다만 뒤도 확인하는게 좋지 않을까?"
"!?"
부웅!
뒤쪽에서 살기를 느낀 루이네와 클로디아는 날렵하게 몸을 날리자마자 그녀가 있던 자리에 쇠가 휘둘러지는 소리가 뭉툭하게 들려왔다.
"주인님의 적…죽인다……!"
"디엔!?"
"이런……!"
세뇌 마법에 걸리면 의지력이 낮든 적든간에 세뇌 당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계산을 해보면 방금전의 세뇌 공격에 당했다 해도 완전히 잠식당하기엔 시간이 아슬아슬한데…어째서 아까부터 조용하나 싶었더니만 일리시드가 구구절절하게 설명을 할때 가장 의지력이 낮아 보이는 디엔에게 사이오닉 능력을 발휘하여 세뇌를 가한 것이었다.
사이오닉 에너지는 마법을 시전하는데 필요한 마나같은게 아니라 초능력처럼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무형의 에너지이기 때문에 고도의 사이오닉 능력 사용이 가능한 지적 생명체와 전투를 치뤄본 경험이 거의 전무한 루이네와 클로디아로선 허를 찔린 기분이였다.
'빌어먹을! 내가 왜 이딴 꼴이 되야 하는건데!'
세뇌에 걸린다는 메세지음이 들리자 비명이라도 내질러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싶었던 디엔이였지만, 일리시드의 정신파 공격이 워낙 강하였기에 비명을 지를 짬도 없이 잠식 당해버린 그는 이대로 있다간 루이네에게 죽든지, 아니면 루이네 일행을 쓰러뜨리고 영원히 일리시드의 졸개가 되어서 살든지, 먹잇감이 되든지 어떤 루트로도 배드 엔딩이였기에 지금까지 일궈논게 있었던 그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할 계책을 내놓기 시작하였으나, 이미 몸의 통제권이 빼앗기면서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안 돼!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이렇게 끝날 수 없어어!'
'루이네들에게만 맡기고 조용히 빠질걸' 라며 은연중에 후회한 디엔이였지만, 이미 자신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육체는 루이네들을 향해 공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