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9화 (79/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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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면접보러 갑니다. 아울렛 백화점 물류직원으로 갈 생각인데, 대학 생활을 하면서 살이 좀 찌는 바람에(군대에서 막 제대했을땐 나도 훈남이었는데 ㅜㅜ) 돈도 벌고 일이 좀 힘든 만큼 살도 뺄 기회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류직원이니까 비정규직이라 생각했는데 4대 보험되고 정규직 취급 해준다고 하더군요. 한달 월급 120만은 좀 작지만 평생 직장으로 삼을 생각이 아니라 6개월~1년 사이 정도 일해서 돈좀 모아두고 다른 평생 직작용 정규직을 찾으려 합니다.

물류직원은 사람을 많이 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기피한다고 하니 개인적인 예상으론 90% 정도 합격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네요.

주 6일제인 만큼 상당히 힘들수도 있지만...그래도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깐...

대신 주기가 꽤 길어지겠군요 -_-;;쩌적! 찌지직---!

"카하…하아악……!"

상처입은 짐승같은 신음성이 곁들어진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였다.

척추가 부러졌는지 곧게 서지 못하며 허리는 뒤쪽으로 살짝 꺽여있고 손목은 덴스우드제 밧줄이 파고들어 반쯤 잘려나간 상태도 심각해 보이지만, 그것보다 더욱 심각해보이는 것은 그녀의 팔이 '파멸' 되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공격하지 않았는데도 그녀의 팔은 마치 가뭄을 맞이한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고 살조각들이 떨어져나가고 있었다.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지. 내가 메이크나와 대련을 한지 오래 됐다쳐도 실력이 갑작스래 너무 뛰어났었어."

메이크나는 자신의 살조각이 떨어져나가고 피가 픽픽 터져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검을 쥐며 좀비처럼 걸어왔다.

"예. 세뇌를 시행한 언노운 페이스가 암시를 걸어 한계치를 무시하도록 한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이상의 힘을 내지 못하도록 한다. 그 한계치를 벗은 근력은 허풍 조금 보태서 일반인이라도 사람을 때려 죽일 수 있는 수준이지만, 한계치를 벗어난 근력의 대가는 근육, 나아가 신체의 붕괴로 이어진다.

메이크나는 세뇌로 인해 한계치를 벗어난 신체 능력에 루이네와의 격한 전투를 위한 몸놀림, 비전 기술까지 사용하며 스스로의 몸을 파괴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바로 디엔의 눈 앞에서 몸이 붕괴되어가는 모습 그대로다.

"적…처단…한다……!"

끝까지 적을 처단해야 한다는 세뇌 마법에 걸린채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처참해져갔다.

팔에서 시작된 균열은 서서히 몸 전체로 번져나갔고, 그녀의 옷 전체가 붉게 물들다 못해 그녀의 발 아래는 작은 피 웅덩이가 벌써 자리잡을 정도로 출혈이 심각해졌다.

고수라 할지라도 저 정도의 출혈은 매우 위험하지만, 세뇌 마법에 걸린 메이크나는 피가 모두 뽑혀 나가도 싸울 기세로 다가왔다.

"디엔. 처리해라."

"…예."

최소한 대사제…아니, 주교급 성직자가 모든 신성력을 퍼부어도 회생이 가능할까 말까할 정도로 심각한 육체의 붕괴에 고개를 내저으며 포기한 루이네는 디엔에게 빠르게 처리하도록 명령하였고, 그는 단번에 고통없이 처리해주기 위해 메이크나의 미간을 향해 크로스 보우를 정조준하였다.

"잘 가쇼. 더이상 살아봤자 고통만 길어질 뿐이니 확실하게 보내주겠수다."

픽! 푸욱!

털썩.

볼트가 발사되고 더이상 회피 동작도 불가능해져 미간에 정확하게 박힌 메이크나는 그제서야 죽음이라는 안식을 맞이할 수 있었다.

"…피해가 좀 크군. 메이크나는 나중에 있을 도적단 창설의 주요 멤버로 점찍어 뒀었는데."

메이크나의 2조는 전투에 특화된 이들로 구성되었기에 차후에 있을 도적단 창설의 간부로 결정해뒀기 때문에 루이네는 입맛을 다시며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애초에 수하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잠깐의 연기를 통해 부하들의 충성심을 끌어올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일뿐, 동료애라던가 수하들을 자기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는 마음이 없는 그녀에겐 아주 쓸모가 많은 '장기말' 하나가 사라진 씁쓸함 뿐이었다.

대신, 언노운 페이스 때문에 계획해둔 미래가 일그러지자 자신의 계획을 망가뜨린 그를 향해 분노를 터트렸다.

메이크나 급의 무인을 기르는 것은 국가적 지원을 해도 힘든데다 그녀가 자신을 향한 충성심, 입이 무겁고 행동을 하기에 앞서 생각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는 대장으로서의 재능도 출중하였기에 그녀를 잃은 안타까움은 더해갔다.

"언노운 페이스……. 곱게 죽고싶지 않다고 발악을 하는군. 계속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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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노운 페이스가 사람들을 납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메이크나의 시체를 뒤로 하고 길을 따라 안쪽으로 나아가던 중, 클로디아가 문득 질문을 던졌다.

"미친 흑마법사가 실험체를 구하고 싶었나보지."

언노운 페이스를 죽이기만 하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루이네로선 그가 납치한 사람들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시체를 이용한 흑마법은 더더욱 강한 마기가 요동치는 법입니다. 마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마법적 처리를 통해 막을 순 있지만, 마기가 한 자리에 계속해서 머문다면 그 안에 있는 이들은 정상적인 행동, 사고가 불가능해질 정도로 미치고 맙니다. 언노운 페이스가 미쳤다고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용의주도한 행동은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언노운 페이스가 사람들을 납치하는 이유는 단순한 실험외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죽이고 알아보지. 놈이 정말로 어떤 실험을 하고 있다면 일지를 기록하고 있을테니까."

예전에도 설명했지만, 모든 모험가들은 자신들만의 일지를 기록하며 가지고 있다.

아무리 머리가 뛰어나도 한꺼번에 여러가지 사건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면 기간 제한이 있는 의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를 하는 마법사들에겐 일지는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중 하나다.

현대 과학자들도 실험의 경과, 결과, 실패 원인 등등을 기록하는 연구 일지(그것이 컴퓨터로 기록을 하든, 노트로 기록을 하든)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말로 어떤 실험을 한다면 놈을 죽이고 일지의 내용을 확인해 쓸모가 있다면 자신들이 사용하기로 한 그녀들의 모습에 말단 쫄다구인 디엔은 뒤쪽에서 걸어가며 무료하다는 듯이 하품을 하고 있었다.

'소형 던전이라서 그런가? 길이 그렇게 어지럽지도 않고 함정이랑 몬스터도 없네. 여기서 졸라짱쌘 몬스터가 뙇! 하고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루이네에게 경험치 덩어리로 변할테니까.'

그렇게 영양가 없는 망상을 하고 있을때 루이네의 목소리가 울렸다.

"음? 여기 문이 있군."

일자형 통로에서 'ㄱ' 자로 꺽인 길에 의해 방향을 꺽고보니 사람 두명이 동시에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문이 루이네 일행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장식된 문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딱 봐도 뭔가 중요하다는 티가 팍팍 나기에 루이네는 검을 뽑아들며 문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마치 특공대가 테러리스트들을 습격할때처럼 문을 뻥하고 걷어찼다.

"언노운 페이스! 당장 나…와…라……?"

호기롭게 증오하는 적의 이름을 외치던 루이네의 목소리는 조금씩 힘을 잃어갔다.

사람 열명 정도가 들어설 수 있는 작은 공터에 공간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큐브 젤리…로군요……."

일반적으로 던전같은 곳에 서식하는 큐브 젤리는 이름처럼 정육면체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큐브 젤리의 특징은 방어 능력이 낮은 대신 HP가 크고 독과 질병, 정신 공격에 면역이며 크기를 임의대로 변화할 수 있어 해당 던전에 알맞게 진화하는, 가장 까다로운 슬라임류 몬스터중 하나다.

사람이 빠르게 걸어가는 이동 속도를 가진 큐브 젤리의 두려움은 강력한 산성 능력도 아니고 강인한 체력도 아니다. 단지…피할 공간을 주지 않고 던전의 통로 전체를 꽉 매우며 적을 잡아먹기 위해 다가올 뿐!

"튀어!"

"하는 수 없군요!"

"이런 망할!"

루이네가 문을 뻥하니 찬 덕분에 손쉽게 일행을 인식한 큐브 젤리는 곧바로 인간들을 먹어치우기 위해 몸을 끌어당기며 다가오기 시작하였고, 큐브 젤리와 좁은 공간에서 싸우는 것 만큼 멍청한 짓도 없기에 일단 후퇴하여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등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거리를 확보한다! 지금은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

루이네 일행은 자신들이 왔던 'ㄱ' 자 형태의 통로로 되돌아가 자신들이 왔던 길로 돌아가려 하였으나, 디엔의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파칵! 치이이이---

"위험해!"

"윽!?"

스피드라면 루이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클로디아가 재빨리 속력을 높여 코너를 돌려던 찰나, 디엔이 전력으로 속력을 올려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목깃을 잡아채 끌어당겼다.

"이게 무슨짓……!"

푸화아악!

클로디아가 디엔을 향해 분노어린 표정을 드러내려던 찰나, 그녀가 지나가려던 코너길 벽면에서 녹색의 액체가 터져나갔고, 반대편 벽을 빠르게 녹이기 시작했다.

뱀파이어는 아무리 왠만한 독쯤은 간단히 무시할 수 있는 저항력을 가지고 있으나, 단단한 벽을 단번에 녹일 수 있는 산성액까지 면역인 것은 아니었기에 클로디아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경직되었다.

"적의 도주로에 이런 함정을 설치하는 것은…리벨…다……?"

"키키킥! 키히! 키히히히!"

"리벨다……?"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미녀였던 쿠알커르의 성직자였던 리벨다. 하지만, 디엔과 루이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온 몸이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져 있고 얼굴이 산성액에 의해 녹았다가 붙었는지 피부는 자글자글하고 코, 입의 위치가 일그러져 괴물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되는 얼굴 형태로 변질되어 버렸다.

게다가 비늘 형태의 스케일 메일과 살이 함께 녹았다가 굳으면서 거의 한 몸처럼 변질되어 마치 물고기 인간처럼 상반신은 반짝거리는 비늘들이 불규칙하게 붙어 있었고, 하반신 또한 여기저기 뜯겨져 나간데다 발가락 또한 녹았다가 붙었는지 발가락의 숫자가 2개 밖에 되지 않았다.

"크키키! 주인님의 적! 죽어! 죽어! 죽어어어!"

휘익!

유일하게 정상적인 허리춤의 독구슬의 독을 내던진 리벨다는 이정도로 루이네가 당하리라 생각치 않았는지 그대로 루이네 일행이 왔었던 길로 향하였다.

타타탁!

그녀의 예상대로 검면으로 독구슬들이 깨지지 않을 힘으로 살짝 쳐내 진로만 변경시켜 벽에 충돌시킨 루이네는 어째서 그녀가 자신들의 뒤를 점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일행의 뒤쪽에 큐브 젤리가 지근거리까지 쫓아오면서 생각은 나중에 할 수 밖에 없었다.

"제길! 정면을 파고 든다! 리벨다의 공격은 방어하지 말고 피하는데 주력해!"

리벨다의 공격 방식은 독구슬속에 주입된 소량의 액체(독)를 피해자의 몸에 묻게하여 중독을 시키거나 부식을 시키는 공격 방식을 선호한다.

뒤쪽은 독에 면역인 큐브 젤리가 계속해서 쫓아오고, 앞쪽은 독을 능숙능란하게 사용하는 세뇌당한 리벨다가 막아세우니 지금까지 여유를 잃지 않았던 루이네는 처음으로 입술을 깨물며 각오를 다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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